배틀필드4 싱글은 어쩌다 이렇게 망했나
0. 트레일러
싱글 미션 트레일러로 보여줬던 바쿠 미션 장면들.
알고보니 그게 싱글 전체 분량의 7분의 1이나 되는 것이였습니다!!! 가뜩이나 전체 싱글 분량도 적은데 그 중에 7분의 1을 미리 공개한 이 패기는 정말 하하하...
일례로 콜옵 모던2를 보면, 클리퍼 행어 미션의 주요 부분을 발매 전에 거의 공개하긴 했지만 그건 전체 미션의 1/17~18 정도일 뿐입니다=_=
1. 주인공(?) 레커가 벙어리.
사실 일인칭FPS에서 직접 조종하는 인물이 벙어리인 경우는 많았습니다. 몰입감도 주고 게이머 자신과 일체화 하기 위해서라고 하지요. 벙어리인 것 자체는 그렇게 큰 문제는 아님니다. ㅎㅎ
- 아 그런가요 -
문제는 플레이어가 '분대장'이라는 것. 명색이 분대장이라 명령내리는 입장인데 벙어리니 뭐 말할 수 없는 어색함이 몰려옵니다. 등장인물도 '너가 분대장이니깐 너가 결정해야지' 이런 말들을 하는데 그래봤자 나는 벙어리라고!!!!
그냥 처음부터 파워 흑형 아이리쉬나 홍일점 한나의 만담을 즐겨가는 형태로 잡아뒀으면 모를까 분대장으로 설정해뒀으면서 벙어리이라 등장인물들이 끊임없이 [부담스런 얼굴을 들이밀고] '대답이 필요 할 것 같은' 이야기를 걸어서 싱글 하는 내내 레커에 몰입하긴 커녕 불편합니다.
- 얘 혼잣말 할 때 불쌍했어요 -
하다못해 분대장으로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좋겠지만 스토리의 진행방향 결정권 또한 아이리쉬와 한나가 가져가버렸습니다.
결국 레커는 그냥 분대원 A 정도의 비중인데 분대장이라는 아이러니.
- 그래 나한테 결정을 하게 해달라고. 꼭 분기점 같은게 있는 게 아니라 스토리 흐름상 의사결정을 하는 시늉이라도 제발 좀...-
- 그냥 이성적인 팩을 내세워서 아이리쉬랑 갈등이 생기게 하는 걸로 스토리를 끌어가지 그랫니 -
2. 나사가 빠진 스크립트와 봇(AI)들
스크립트와 봇이 어딘가 나사가 빠져 있습니다. 일단 봇들의 이동 속도가 플레이어가 [절대] 뛰지 말고 걸어가는 속도에 맞쳐진 듯한 느낌입니다. 좀 신나게 앞으로 가다보면 다 저 멀리 뒤에 있습니다. 게다가 적과 아군 모두 총알 맞는 것에 대해 '지나치게' 두려워하는 느낌이여서 플레이어가 뭘 좀 하지 않으면 둘 모두 저 멀리 엄페하고 조용히~ 있습니다. 분대 명령으로 좀 쏘게 만들 순 있다 치지만 이게 연속으로 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말이죠. 스펙 옵스 더 라인 만큼의 적극성까지는 안 바라지만 어느정도 제 역할을 해 줘야 하는 데 말이죠.
- 니들 모하니? -
딱히 전투중이 아니여도 나사가 빠져 있습니다. 그냥 배 안에서 보통으로 분대원과 함께 걸어가는 데 동선이 분대원과 자꾸 곂쳐서 걸리적거리게 합니다. 다른 게임에서도 없는 건 아니지만 이 게임에선 신경쓰일 정도로 사람들 때문에 막히고 안 움직여지고 요상한 위치에 있게 되는 것이 계속 일어났었습니다.
- 이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어색한 움직임. 직접 보셔야 합니다 -
그러고보면 블옵1도 처음 나왔을 땐 이런 느낌이 쬐~금 있었죠(배4는 상당합니다만). 앞으로 패치로 인해 개선될 가능성이 있겠습니다.
3. 프로바이트 엔진 특유의 많은 버그와 프리징과 진행불가
프로바이트 엔진. 뭐 그래픽상으로는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보여주기에 트레일러를 볼 땐 '어머 저건 사야되! 덤으로 그래픽 카드도 사야되!' 라고 외치게 하는 엔진입니다만, 예전부터 내려온 포풍 오류와 버그와 프리징은 여전했습니다-_-
아무리 좋은 스토리라도 갑자기 팅기고 처음부터 다시 보면 흐름도 끊기도 짜증도 나는 법. 저는 그래도 메달 오브 전쟁사냥꾼(ㅋㅋㅋㅋㅋ)때 보다는야 양호했지만 설산에서 산에 오를 때마다 팅겨서 정말로 간신히 통과했었지요.
또한 여러 사람들이 호소하는 바이저 사용불가 탓에 그나마 즐길 수 있는 다양성도 사라져버린 느낌입니다.
아마 몇 개월 지나면 패치에 패치를 더해 배필3나 메달 처럼 어느정도 양호해지긴 할 겁니다만, 복불복으로 어떤 컴퓨터들에서는 여전히 오류를 뿜고 계시겠지요.
3. 꼭 필요한 스토리 조각을 빼먹음
많이들 느끼시듯이 아이리쉬와 한나의 관계, 그리고 디마의 취급이 사두사미로 진행되는 것이 보여지실 겁니다. 미션 중간중간에 뜬금없이 진행되는 걸 보셨을 텐데(갑자기 검은화면에 며칠 뒤, 몇 시간 후 라던가) 아마 그런것 들이 짤린 싱글 미션들일 겁니다. 정말로 뭔가 거기서 나왔을 타이밍이거든요.
일단 논란의 설산부터 볼까요. 디마부터 이야기하자면 배필3에서 이래저래 포스를 뿜고 계셨던 디마(물론 게임만으로는 설명을 못 해 소설까지 읽어봐야 하죠-_-)는 엔딩까지 장식하며 후속작을 기대하게 만들었는데요.
뭐야 이 취급!!
이제부터 여기는 스포일러~스포일러~~
모던3의 소프보다 못 한 대우 ㅜㅜ 나름 블랙옵스 비슷한 분위기를 만드려고 노력한 듯이 보이지만 이건 뭐 분량도 적고, 디마와 레커가 동료가 되는 정신적 교감같은 것도 없이 디마 - 너 미군이지? 자 같이 깽판치자! 정도 이야기에 이끌려 탈옥하는 병맛이 이어지고, 문 좀 하나 여는 정도의 활약을 펼치시다가 갑자기 허무하게시리 아니 그냥 낙사....
- 뜬금없이 등장하긴 했어도 이 때만 해도 반가웠는데 -
아이리쉬와 한나 또한 그렇습니다. 어쩔 수 없다면서 창 제독의 군인들과 협력해 레커하고 아이리쉬가 잡히게 해 둔 한나가 갑자기 등장했는데 이후 아무 설명도 없습니다. 굳이 추측하면 창 제독과 진졔와 CIA를 오가는 삼중 요원이나 뭐 그런 것일까 생각하는데 말이죠. 그리고 이 미션 끝날 때 짧은 설산 장면이 스쳐지나가더니 갑자기 며칠 뒤가 뜨면서 알콩달콩 해진 아이리쉬와 한나-_-^
이건 알아서 유저 머릿속에서 스토리를 짜내서 수동적인 게이머가 되지 말라는 EA의 친절한 배려...는 무슨 얼어죽을!
아무래도 한글화 번역팀에서 나온 정보들로 볼 때 이 사이 설산에 미션이 따로 있어서 디마도 좀 더 어떻게 활약이 좀 더 있었고 아이리쉬와 한나 사이에도 오해를 풀고 동료가 되는 이야기가 계획되어 있었던 듯 합니다.
- 오 이제 어떻게 갈등이 매듭지어지나 슬슬 나오겠구나!!! 했는데 -
- 헐 이게 뭥미. 그 넓은 설산에서 어떻게 동료애를 발휘해서 탈출한지는 알아서 상상하라? -
발매일 때문에 또 윗사람들이 이래저래 압박을 걸었던 모양인데 뭐 초반에 기획했던 거에서 싱글 미션이 빼는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님니다. 모던1에서도 방사능 보호복을 입은 미군이 피복당한 미군을 구하러 가는 미션이나 비행기 안의 요원을 구출하는 미션, 모던2에서도 우주에서 우주정거장을 무대로 싸우는 미션이 계획되었다가 빠졌었지요. 빼는 것 좋은데 요는 이렇게 중간이 매끄럽게 연결도 안 되고 그냥 뭉텅이로 빼놔서 얼렁뚱땅 알아서 상상하세요~ 식으로 넘어간 것이 문제입니다.
정말 이런 식으로 싱글 낼 거라면 차라리 멀티 먼저 발매하고 설산 미션만이라도 다듬어서 싱글 한달 미뤄서 발매했으면 그나마 더 좋아졌을 텐데 말이죠.
추가 - 댐으로 차타고 갈 때 여자 상관이 정말 힘내서 카리스마 있게 차를 빌려줄 때까진 좋았는데, 바로 [몇 시간 후]뜨고 바로 댐이라 허망하지 않으셨는지요?
아마 차 타면서 기관총을 이용한 개판이 계획됬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나온 게임만 보면 그렇게 차를 빌려주는 장면에서 열연하신 그린란드 여장부 덕분에 멋있게 만들어 놨는데 바로 비중이 급락한 차;;;;
- 카리스마 쩔어서 맘에 드는 캐릭터였던 그린란드 -
- 차에 타서, 오 차 타고 총격전 하나보다!! 하고 기대했는데 그냥 잠 자고 끝 ㅋㅋㅋㅋ -
- 당신이라도 차를 잊지 않고 있어서 다행이에요. -
4. 결여된 현실성. 혹은 그럴듯한 설득력이 부족한 진행
특수부대나 할만한 일들을 좀 특별한 미군 분대가 해결하는 등등 뭐 대부분은 (관대하게) 게임적 허용이라고 봐도 되겠지만, 아래 네 가지는 아무래도 너무 신경이 쓰입니다.
팩 대원 얘는 대체 어떻게 돌아온 겁니까. 아이리쉬랑 레커는 포로로 데려가고 팩은 뭐 죽일 가치도 없었던 겁니까. 아니면 데려갔는데 나타난 겁니까. 갑자기 마지막에서 배 파이프 안을 수백미터 기어갔다고 한 걸로 전부 상상해서 '아 그렇군요' 할수 있을까 보다! 웬지 디마도 걍 허무하게 죽고, 앞으로 둘 중 하나 또 죽여야 하는데 얘라도 살려야지 하면서 나중에 '야 얘는 그래도 살려야지. 적당히 맨 마지막 정도에 넣어주면 감동있지 않아?' 이런식으로 되지 않았나 싶기도 합니다.
- 거의 죽은 연출이였던 팩, 넌 대체 어떻게 돌아왔냐? -
둘째로 댐에서 폭파할 때 적어도 낙하산과 같은 탈출 수단도 없이 일단 터뜨리고 구경하는 분대원들..=_=;; 전 정말 무슨 댐 갑문 여는거 구경하는 줄 알았습니다. 역시나 당연하게도 휩쓸려가지만...
- 어때 우리 물그래픽! 우리 폭팔 그래픽! 쩔지? 그치? 응 쩔지? 관광 좀 하라고~ -
스토리 진행상 그 댐 폭파해서 튀어나온 물의 위력은 하류쪽에 있던 적의 저고도 대공능력을 전부 쓸어버릴 정도인데 분대원 3명은 후유증도 없이 그래야 한다는 듯이 몽땅 멀쩡하게 살아남죠-_-;;; 아 이건 그러고보니 저 앞 미션에서 폭풍우가 치는 강물에 빠졌는데 여유롭게 헤엄쳐서 강가로 나온 레커가 복선이였던 걸까요!!...는 개뿔.
- 모든 해병대가 이런 생존력을 가지고 있다면 전쟁은 벌써 끝났을 듯 -
셋째로 맨 마지막 미션에서 제독을 구하러 갈 때 제독이 있는 의무실로 가는 문은 의무실 바깥에서 별다른 잠금장치 없이 열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의무실 바로 앞까지 중공군이 들어갔는데 참 타이밍 좋았죠? 하하하 니들 뭐하고 있었던거냐.
비슷한 식이였던 처음 중공군이 배에 들어왔을 땐 제독이 바깥에서 안 열리는 쉘터에서 숨어있기라도 했지=_=...
- 미션 초반부의 의무실 스샷. 그러고보니 이 배는 두번이나 백병전으로 털렸네요.
항공모함이 참 이게 체면이 말이 아니군요. (오예 맵 모델링 하나 줄었다!) + 멀티 복장 재탕한 해병대들 ㅋㅋㅋ
네번째로 마찬가지로 맨 마지막 미션에서 고무보트 타고 창 제독의 배로 갈 때 입니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항공모함 주변의 구축함은 어디가고 항공모함이 정면에서 몸빵하고 계십니다=_= 그리고 수에즈운하 입구에서 레알 장판파 찍고계신 창 제독이 친히 타신 함 하나;;;;;;;;;; 이것 뿐인가요, 전 분명히 고무보트 타기전에 'C4 있는거 다 줘' 라는 말을 들은거 같은데 저 배 옆에 붙이는 건 뭐 브리칭 용으로 구멍이나 간신히 뚫을 것 같은 느낌인데요? c4는 어디갔어요?? 헐 게다가 저런 조그마한 거로 저런 배가 전부 폭팔해서 바로 가라앉기??!?!
- 이 대사 또 나올 줄 알았습니다. 아 글고 내가 분대장이거든요 님아? + C4 가득 달라고 하기도 해서 저기엔 c4 한무더기 가득 들어있는 줄 알았습니다. 근데 배에 쓴건 뭔가 허접해보이는 부착형 폭탄(?)+c4 하나 -
5. 뜬금없어도 너무 뜬금없는 마지막의 허접한 멀티엔딩.
드디어 단 하나 있는 레커의 분대장으로서의 결정의 시간입니다! 풉. 너무나 어이없어서 아이리쉬가 하는 대사가 '날 죽이면 m249를 얻고 젤 죽이면 p90을 얻어. 아 우리는 사는데 팩을 죽이면 소총을 얻지' 라는 느낌입니다=_= 분기가 나오는 것 자체가 너무 뜬금 없는 데에다가 잊고 계실지도 모르지만 '창 제독 배 옆에 우리가 가져온 고무보트도 있건만 왜 니가 죽어야되? 머리 안돌아가?' 라는 느낌입니다. 분명 이 뒤에도 사실 뭔가 더 있었을 거에요. 하하-_-^
- 댐에서 c4 터뜨린건 이미 망각했지? 적어도 물에서 잠수해서라도 살아볼 생각은 없었던 거지?
이래저래 분기를 만드려고 희생을 전제로 이미 설정해두고 급하게 한 티가 팍팍 나요-
결론
총체적 난국. 프로바이트 특유의 버그부터 부실한 전개, 대강대강 써버린 캐릭터, 자연스럽게 보여지는 것이 아닌 보라고 강요하는 자랑의 물 그래픽들, 부실한 마무리까지. 마찬가지로 전개에 멍 때리게 하는 부분이 많았던 배틀필드 3의 싱글이 수작으로 보이게 하는 매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 그래도 스토리 면에서는 큰 걱정 마세요. 소설로 또 때우겠죠 뭐.
- 차라리 이렇게 초반부에 게임의 주제인 것처럼 페이크 쳤던 목표를 이루기 위한 이성이냐
인간에 대한 연민 같은 감정이냐 하는 갈등으로 스토리를 이어갔으면 좋았을 텐데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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