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미국에 올 때 그런 걱정? 이 있었죠. 미국에서 유학을 가거나 일을 하러 간 사람들은 여지없이 살을 찌워가지고 온다. 저 또한 그렇게 치즈와 버터와 함께하는 삶이 시작되고 마는 것인가 했습니다.

 

그러나 먹을것에 대해 진심인 한국에서는 학식과 직원식당으로 즐겁게 있었던 때와 달리, 여기 주변엔 점심을 먹을만한 식당이 마땅치 않는 것이 아닌가요.

 

처음 출근하고 점심은 어떻게들 하나요? 물었을때, '아 도시락을 안 가져오셨어요?'라는 답변이 왔을 때 참으로 절망적인 기분이었습니다.  정말 대충 먹으려 해도 일단 최소 15달러는 넘어가는 이 슬픔. 그리고 그 극복과정? 의 1년간의 여정입니다.

 

첫 출근 날의 점심입니다. 그리고 미국에서의 첫 맥도날드이죠. 그리고 그 첫 만남은 최악이었습니다.

 

샐러드는커녕 버거밖에, 거기에 메뉴 종류조차 몇 없던  맥도널드에서 시킨 햄버거 하나와 다이어트 콜라 하나. 세트메뉴조차 아니지만 8달러-11000원이 넘어가는 비싼 점심이었습니다.

 

왜 한국에 온 미국인들이 햄버거 먹고 싶다 할 때 맥도널드 가자고 하면 몸서리치는지 알 것 같은 맛도 맛이지만 11000원에 비해 너무나 적은 양이였습니다. 하다못해 콜라라도 그냥 콜라였으면 칼로리라도 보충했을걸 하고 후회했죠.

 

 

다음날 직장 내 매점을 발견했기에 샌드위치를 하나 구매했습니다. 햄 상추 가 좀 들어가는 조그만 샌드위치 두 조각에 9달러. 맥도널드보다 건강엔 조금 더 좋을 듯한 구성과 그에 비례하는 맛은 그렇다 치고 여전히 9달러는 너무나 슬픈 가격입니다.

 

 

직장 주변은 안 되겠다 싶어, 출근하는 도중 아침 일찍부터 열려있는 근처 마트에서 파스타를 사가지고 오기도 했습니다.

 

그나마 건물 안에 전자레인지가 있는 식당 같은 공간은 있어 데워서 먹을 순 있었네요.

 

하지만..  이딴게 8달러(11000원)?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맛과 양에 절망했죠. 밥 먹은 지 2시간 만에 공복과 함께 허망함만 남았습니다.

 

따듯한 밥과 김치 그리고 국물이 아니면 도저히 밥 먹었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 게 제 몸에 한국이 살아있음을 다시금 깨닫는 순간이기도 했죠.

 

 그렇게 먹을 것이 만족스럽지 않은데 몸과 마음이라고 성하게 있을 리가 없지요. 결국 미국에 온 지 2주 만에 난 이런 걸 먹으러 왔었나 하는 향수병을 동반한 38.3도를 넘나드는 고열을 동반하여 쓰러지게 됩니다.

 

 

 그리고 여차저차 회복한 뒤, 이곳의 여느 뉴요커들 마냥 도시락을 싸기로 결심하는 것이었습니다.

 

0. 시작의 도시락

 

처음 시작은 한인마트에서 사 온 반찬들과 함께 단백질 담당 계란 프라이, 그리고 뜨거운 물에 풀어서 먹는 즉석된장국으로 시작했습니다.

 

 

간편하지만 영양을 쫓아 카레만 8인분 이상 만들어서 일주일 내내 먹어보기도 하고

 

 

제육볶음만 대량으로 만들어 일주일 내내 먹기도 하고

 

향수병을 이겨내기 위해 부모님 레시피를 바다 건너 공수해 온 두부조림을 해 먹기도 했죠.

 

 

큰맘 먹고 비싸게 산 13인치 스텐 대형 궁중팬을 이용해서

 

비프스튜를 기가 막히게 대량으로 만든 다음에는

 

 

일주일 내내 비프스튜만 먹기도 했습니다.

 

미국의 상징?이라는 냉동치킨너겟을 사 오기도 했는데, 너무 세일하는 싼 거 사서 그런지 그 맛에 절망하기도 했네요. 아 하루나(유채)가 싸길래 슬슬 나물에도 손을 댑니다.

 

항정살 간장조림과 오이고추 된장무침. 단백질 반찬 후보를 여러가지 만드려고 고생을 좀 했습니다.

 

이렇게 근근이 도시락을 만들어가는 도중 첫 번째 혁명기가 도래합니다.

 

 

1. 모양을 챙기기 시작하다!

 

본가에서 안 가져온 옷들을 마저 공수해 주시면서 도시락통이 지원이 왔습니다!

 

미국에서도 도시락통을 팔지 않냐고 물으신다면, 여긴 도시락에 들어가는 과일 야채, 샌드위치, 등 물기가 없는 것들을 나누는 용도이다 보니 한국식 물기 있는 반찬으로 그런 걸 썼다간 금세 카오스가 되어버려서..

 

기쁨과 함께 주말에 LA갈비를 지져내어

LA 갈비 도시락~ 을 일주일 내내

 

부대찌개도 가져와보고

파운드당 4달러짜리 싸구려 고기로 만든  소고기 수육국밥도 해 먹었네요

 

점심에 언제나 든든한 남자의 친구인 제육을 일요일에 대량으로 만들어

 

일주일 내내 색감 가득한 도시락에도 도전해 봅니다.

 

한주 내내 돼지고기 먹었으면 소고기도 먹어야죠. 일요일에 큰 팬을 어렵사리 휘둘러 만든

 

또다시 일주일간 소고기불고기와 김치전과 함께 보여주기용 색상도시락을 만들어 봅니다.

 

 

 남자의 점심친구 2 돈가스가 그리울 땐 냉동돈가스도 구해해 먹고

 

일요일에 만든 단백질 반찬이 떨어졌다 싶으면 급하게 달걀말이나

 

냉동 떡갈비도 비상시 단백질 반찬입니다.

이번엔 오삼불고기!

 

도시락으로 오징어는 별로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전자레인지 돌리면 펑펑 터져나간 오징어에 식겁. 슬슬 한국 즉석된장국도 질려가니 일본의 즉석 장국도 써봅니다.

 

언제나 평타이상을 쳐주는 쏘야와 이탈리안 파슬리 나물무침! 다만 쏘야는 아직 한국식 비엔나소시지를 찾지 못해서 그 맛이 안 납니다..ㅜ 어째 김밥햄도 있는 한인파트에서도 문어 만들 비엔나 소시지는 통 보이지가 않네요.

  이탈리안 파슬리는 싼 데다가 데쳐서 무치면 방풍나물이나 취나물 비슷해서 향긋한 봄나물이 그리워지면 자주 쓰곤 합니다.

 

슬슬 닭고기도 그리워지니 닭다리살 사 와서 닭볶음탕으로 푹 끓여서

 

닭국물 머금은 당면과 함께 먹기도 합니다. 닭은 정말 싸서 돈이 좀 모자라다 싶으면 언제나 신세 지고 있습니다.

 

이렇게 일요일 단백질 대량조리 - 일주일간 도시락 사이클이 익숙해지려는 참에 2차 혁명기가 찾아옵니다.

 

 

2. 먼 곳에서의 부모님의 도래

 

부모님께서 해외에서 자식이 어떻게 잘 살고는 있는지 오셨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도시락통도 공수해 오셨죠!

 

큰 도시락통에 작은 용기가 실리콘 뚜껑이 개별적으로 있어 김치국물조차 잘 흐르지 않는 도시락통이었습니다. 좀 비싸긴 했지만요.

 

반찬이 무엇일까 오랜만에 두근두근 하며 도시락을 열어보면

!!! 그것은 도시락이기엔 너무나 풍족했다.

 

어머니의 사랑이 담긴 도시락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렇게 한동안

 

어마무시한 양의 도시락을 만끽하다가, 어느 순간

 

 

 

... 부모님께서 다시 한국에 가시니 역체감이 장난 아니었네요. 향수병 한 번 더 올 뻔했습니다.

 

 

그래도 다시 정신 잡고 주말 동안 열심히 고등어 감자조림을 해서

 

 

어머니의 사랑이 듬뿍 담긴 6첩 도시락까진 아니어도 3첩 도시락까진 해 먹어 보고

 

 

점심 먹고 배가 꺼지는 속도가 너무 빨라 밥에 잡곡의 비율도 높여갑니다. 지금은 거의 3:1이 되어가네요. 대신 저녁 먹을 때까지 배가 안 꺼지는 단점이.

 

가끔 달걀말이조차 하기 힘든 바쁜 날엔 이렇게 만두나

 

정어리 통조림을 단백질 공급원 삼아 까먹기도 했네요.

 

 

그러다 여유가 생기면 LA갈비를 재워서

 

중국 시금치 나물하고 먹고

 

목살 김치찜을 한솥 가득 삶아

 

일주일간 또 질리지 않는 김치찜과 함께 얌냠

 

기분 낸다고 감바스를 잔뜩 할 때면

 

어김없이 도시락 반찬은 남은 감바스!

 

처음 써보는 팔각을 가지고 계란계란 님의 동파육에 닮은 무언가를 만들어준 날엔

 

청경채에 동파육 두 덩어리!

 

뱃속에 알 가득한 시샤모(바다빙어) 도리뱅뱅이를 프라이팬을 망가뜨릴 기세로 만들었던 때는

 

진득하게 고추장 양념이 달라붙은 시샤모 맛이 계속 생각나 점심 먹는 게 너무나 기다려졌었죠.

 

슬슬 즉석된장국에 들어있는 염분이 신경 쓰이기 시작해서 이때쯤부터 현미녹차나 녹차를 식사 때 곁들이기 시작했죠. 이후 크게 상관없었던 걸로 봐선 전 딱히 국이 먹고 싶었던 게 아니라 맛이 나는 따듯한 물을 먹고 싶었나 봅니다.

 

영 몸에 힘이 달린다 싶을 때엔 마트에서 그야말로 근육모양이 눈에 띈 아롱사태 수육을 기가막히게 삶아내

 

점심을 말 그대로 든든하게 먹었습니다.

 

한 번은 고등어 꽁치 정어리. 등푸른생선 통조림레인저를 모아

 

만든 등푸른생선김치조림은 기가 막혔습니다.

 

 

부들부들 잘 삶아진 삼겹살 수육도 잘라서 수육국물에 그대로 담아 얼려두면, 전자레인지로 해동해도 훌륭한 맛을 보여주죠.

 

 

마무리 - 그리고 현재

 

가끔은 좀 더 공을 들여서 주먹밥을 만들어보거나

 

I am 신뢰 그 자체인 제육볶음을 또(또(또))) 만들어보거나

 

정어리 통조림과 무지방 무가설탕 요거트, 거기에 과도를 챙겨 사과 하나를 챙기며 간편하고 저렴한 단백질과 건강의 길을 모색하기도 하기도 합니다. 목표는 한 끼당 10달러 이내!

 

 

 

그리고 오늘도 다음 주 도시락에 들어갈 순살등갈비 김치찜을 만들며 일요일 밤이 또 쏜살같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한국에 있을적엔 요리를 해도 2인분 수준에서 그쳤다면, 여기에 와선 주말에 한번 요리할때마다 최소 4인분, 최대 8인분은 만들게 되었습니다. 아시다시피 요리라는게 단순히 재료량만 곱하기 해서 되는게 아니다보니 아직도 시행착오 중이네요.

 

한국도 외식물가가 많이 올라 도시락 싸는 분들이 늘어났다는데, 일요일마다 고생하는 우리 도시락러들 모두에게 치얼스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