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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부터 날 괴롭혔던 알레르기 비염.

무한히 쏟아지는 콧물은 그 자체로 힘들긴 했지만 더 힘들게 한 것은 코 왼쪽 공간이 좁아진 비중격 만곡증이었다. 때문에 콧물이 조금 생긴다 싶으면 코 왼쪽은 아예 쓸 수 없는 공간이었다.

 

대학원 졸업 후 인생에 지금같이 수술할 수 있는 시간과 기회가 없으리라 생각해서 일단 수술 전문 병원에서 CT를 찍었는데 오른쪽 비강에 꽉 찬 고름. 6개월 동안 계속해서 노란 가래가 나왔는데 알고보니 만성 축농증이었던 것이다. 때문에 처음 간 수술 전문 개인병원에선 GG를 쳤고 상급 병원으로 가서 수술받기로 하였다. 이후 더 상급 병원인 대학종합병원에서 치료받은 과정이다. 당시 회복 중이라 머리를 최대한 안 쓰기 위해 자연스럽게 일기체 비슷한 문제로 적었다. 글 맨 아래쪽에 수술전과 수술후에 필요해 보이는 것들을 정리해두었으니 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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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축농증이 있기에 약물 치료부터 시도해보았다. 항생제를 3주간 먹어가며 항생제에 의한 무한설사를 겪었지만 이후 찍은 CT에서는 축농증은 그대로, 결국 축농증 또한 비중격 만곡증 수술 시에 같이 하기로 하였다.(4월)

이후 수술 한달전 검사로 피검사(+알레르기)와 후각 검사 등을 진행했다. 막혀있는 왼쪽 후각이 오른쪽에 비해 살짝 안 좋긴 하나 심한 정도는 아니다. 이전에 감기에 심하게 오래 걸렸을때 천식 비스므리한 증상이 있었던 적이 있어 호흡기내과 의사가 수술을 잠시 머뭇했지만 수술 후 증상이 있는지 잘 지켜보라며 수술을 허가했다. (5월)

6월이 되어서야 수술날짜를 받고 수술을 진행하였다. 대학 종합병원이라 그런지 날짜 잡는 것이 환자의 스케줄보다 병원의 스케줄에 끌려가는 느낌이고 그나마도 거의 한 달 간격으로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가 잠잠해지곤 했다 해도 아직 그 영향도 있어 병원에 자리도 모자라기도 하고.

 

수술 경과

수술 하루 전

- 하루 전 오후에 입원 수속을 끝내고 링겔주사와 항생제 알레르기 테스트 주사를 맞는다. 항생제 주사를 맞는데 실수인지 일부로 인지 신경을 건드린 건지 팔 전체가 저릿한 느낌이 퍼져나간다. 이 저릿한 느낌은 3일 정도 후에야 거의 사라졌다. 나중에 듣자하니 피부 두 층 사이에 주사액을 넣기 때문에 그런 아픔이라고 한다.

- 밤중에 주치의로부터 수술 과정과 수술 후 관리 등에 대한 설명을 듣는다. 코 모양에 크게 불만은 없고 외부수술 없이 내부만 수술해도 된다하여 비중격만 건드린다. 비강이 눈과 귀와 가까워서 거의 그럴 일은 없지만 아무튼 주의하게 될 일이 있을 수도 있다는 이야기를 함께. 이전 많은 사람들이 비중격만곡증 수술과 함께 하비갑게 절제술도 받으나 이 경우 후비루등의 부작용이 있을 가능성도 있다 하고, 나의 경우 비중격만곡증 수술(+부비동염)만 진행하였다.

- 다음날 오전에 수술인데 문제는 종합병원 5인실이라 소음이 꽤 있고 주변에 여러 어르신들의 치료받는 소리 등에 잠을 이루기가 어렵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끼고 간신히 조금이나마 잤지만 [귀마개]를 챙겨올 것 그랫다.

 

수술 당일

- 전날 12시부터 물을 포함한 금식이 시작돼서 아침은 먹지 못했다. 잠도 많이 못 자서 컨디션은 안 좋지만 전신마취 수술이니 조금이나마 잔 효과가 있지 않을까 하는 긍정적인 마인드로 수술을 기다린다.

- 수술 전에 미리 오줌을 누고 오라고 하고 수술 후에 그곳에 다른 위화감도 없는 것을 보면 소변줄을 삽입하진 않는 듯하다. 이동 침대로 수술 전 대기실에서 항생제 수액을 맞으며 거의 1시간을 대기하다가 수술실에 들어가니 이동 침대로 옮겨지기전에 소변은 꼭 누고 오자. 이번 전신 마취제는 재밌게도 이마에 붙인 미세한 주삿바늘이 달린 패드로 들어가는 모양이다. 이전에 다른 전신마취를 할 일이 있었을 때는 링거를 통해 들어가는 것을 느끼면서 3초는 샌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이마에 어떤 패드를 붙이고 난 뒤에 기억이 전혀 없다.

 

- 눈을 뜨니 회복실이다. 예상했던대로 코는 꽉 막혀있고 불쾌한 느낌이 가득한데, 문제는 목이 너무나 탄다. 숨을 쉬기 위한 기도 삽입관을 비롯해 건조한 환경에서 코를 통하지 않고 입으로만 무의식적으로 숨을 쉬고 있었으니 목부터 시작해서 입천장과 잇몸이 말라붙어서 너무나 아프다. 숨을 쉬는 것 자체가 아프다. 마취에서 깨기위해 크게 심호흡을 하라는데 너무 아파서 숨을 쉬고 싶지 않을 지경이다. 이대로 숨을 쉬지 않는 것이 덜 아프지 않을까 할 만큼의 통증이다.

- 입원실에 돌아오자마자 미리 준비해둔 오라매디연고(구내염 등이 있을 때 통증을 완화한다)를 최대한 목과 입천장 앞니 주위 마른 곳에 발라주고, usb 충전형 미니 가습기를 입에 다이렉트로 조샤준다. 통증 자체가 없어지진 않지만 어떻게든 살기 위해 숨을 쉴 정도는 된다. 오후 늦게까진 금식이라서 물을 마시는 것도 안되기에 거의 10분마다 입원실 내 세면대에서 입에 물을 머금었다 뱉는 것으로 목이 마르는 것을 조금이나마 방지한다. 잇몸이 평상시에 별로 좋지 않았던 사람이라면 필시 더 괴로우리라.

- 원컨대 이 수술을 하는 의사분들이 목이나 입천장 주위에 어떠한 연고 등으로 미리 마르지 않게 조치를 하거나 소염진통 가글 등의 처방을 내렸으면 좋겠는데 그러지 않고 여기뿐만 아니라 여러곳에서 수술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그대로 고통 속에 버티게 놔두는 걸 보면 어떠한 이유가 있는 것일까?

- 코에서 무한하게 흘러나오는 코피도 힘들지만 그것보다  매우 힘든 것은 목을 계속해서 막히게 하는 피가래다. 숨을 쉬면서도 계속해 피가래가 실시간으로 뭉쳐가는 느낌이 들고, 또 이 피가래를 뱉다 보면 안 그래도 아픈 목이 또 한 번 자극을 받는다. 

- 드디어 금식이 풀려 저녁으로 병원 죽 식사를 한다. 아무것도 닿지 못했던 목 깊은 곳에 액체가 넘어가니 숨 쉬는 고통이 간신히 한 단계 내려간 느낌이 든다. 하지만 밥 먹는 것 또한 고통이다. 코가 꽉 막혀있으니 입을 사용하는 식사 행위에 들이는 시간은 그대로 숨을 참는 시간과 동일하다.  너무 오래 씹게 되면 산소가 모자라고 그렇다고 넘기자니 목은 아프고 여러 가지로 힘든 시간이다. 밥 한번 먹고 나면 숨 안 쉬고 수영했을 때와 비슷하게 머리가 멍해오기 시작한다.

- 이윽고 맞이한 밤. 그대 오늘은 잠을 잘 수 없으리라 생각하라. 숨 쉴 때마다 몰려오는 고통과 함께 10~15분 간격으로 목구멍을 가득 차는 피가래는 잠을 자는 것을 계속해서 방해하고, 어쩌다 지쳐 잠들었어도 20분 안에는 숨이 막힐듯한 고통과 함께 깨어나게 만든다. 더해서 5인실의 소음 역시 줄어들지 않고 있다. 그래도 어떻게 하랴 어떻게든 지쳐 잠들었다가 컥 하고 깨어나서 피가래를 뱉고 물을 마셔가면서 매우 길고 긴 하룻밤이 되었다.

 

+ 1day

- 길고 길었던 밤이 간신히 지나고 아침을 먹었다. 목 상태를 확인해보니 고춧가루 비슷한 무언가가 있기만 해도 목에선 엄청난 통증이 생긴다. 당분간 빨간색 음식은 금지다. 계속해서 물을 마시고 가습기를 쓴다고 해도 입으로 숨을 쉬는 기간은 계속 늘어날 뿐이니 어떻게든 현상 유지라도 해야 입으로 숨을 쉬어도 너무 아프지는 않게 된다.

- 수술 집도의가 와서 수술은 잘 됐다고 말해준다. 수술 후 오는 간호사나 주치의나 집도의나 다들 와서는 코가 꽉 막히니 힘들죠? 라고 말한다. 그렇게 잘 아시는데 왜 통증을 줄이기 위한 추가적인 조치는 없는 걸까? 아는 사람을 알려주시길

- 잠도 못 자고 괴로운 와중 어떻게든 정신을 깨워 옷을 갈아입고 점심 전에 퇴원한다. 보통 개인 수술 병원에서는 이후 매일마다, 혹은 2~3일 후에 다시 내원해서 솜을 제거하는 모양인데, 여긴 종합병원이라 그런지 일주일 뒤에야 내원 날짜가 잡혔다. 녹는 솜을 썼기에 불편감은 48시간 후에는 꽤 괜찮아질 거(복선)라고 한다. 그랬으면 좋겠다. 아니 그래야만 한다. 살려줘.

-  집에 오고 나니 당장 먹을 것이 문제다. 입으로만 숨을 쉰 덕분에 편도도 붇기 시작해서 물에 한번 씻은 김치조차 엄청나게 자극적이다. 일단 간장 된장 참기름 위주의 양념으로 고춧가루를 배제한 식사를 한다.  사과나 오렌지 쥬스도 지금은 독약이나 마찬가지로 아프다.

- 코에 무언가가 닿으면 매우 아프기에 눈이 좋은 편은 아니지만 안경을 쓰지 않고 지내기로 한다. 그나마 안경 안 쓰고 볼 수는 있는 수준이라 다행이지, 아예 안 보이는 사람들은 꽤나 힘들듯.

- 이후 20분마다 가득 차는 피가래, 코에서 흘러나오는 코피와 진물 처리, 입안이 마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무한 물 마시기가 밤까지, 아니 자는 동안에도 계속된다. 잠은 지쳐 쓰러질 때에야 간신히 잠들 수 있다.

 

+ 2day

- 한 6시간쯤 자려고 시도했을까. 사실상 그중에 반 이상은 깨어있었을 것이다. 이만 자는 것을 포기하고 게임을 한다. 게임도 생각을 많이 하지 않아도 되지만 재밌는 것이 필요하다. 생각을 많이 해야 되는 게임이면 어느샌가 머리에 산소가 모자란 느낌이 나고 재밌지 않으면 아파 집중이 안된다. 보이스 채팅은 더더욱 힘들다. 말을 한다는 것은 그동안 호흡을 못 한다는 것이다. 어찌 우마무스메라는 옛날에 일본서버를 해봐서 잘 알면서도 다시 해보면 재밌고 시간은 훌쩍가는 게임이 때마침 한국서버가 시작되어서 거의 이 게임을 하면서 지냈다.

- 피가래는 여전하나 코에서 나오는 짓물은 줄어들기 시작했다. 코의 솜이 크기가 조금 줄어들었는지 빈 공간으로 움직이면서 코가 간질간질하며 기침을 유발한다. 최대한 몸의 다른 부위를 찔러가며 감각을 유도해 기침을 피하려고 시도했지만 몇 번은 피하지 못했다.

- 부모님이 빨간 김치를 씻은 김치조차 먹지 못하는 날 위해 백김치를 만들어주셨다. 역시 한국사람은 어떤 형태로든 김치를 먹어야지.

- 아무래도 전신마취와 긴장감의 콜라보로 변비가 온 듯하다. 수술 입원 전날 변을 누고 3일간 이렇다 할 변을 누는데 성공 하지 못했다. 배에 가스가 장난 아니게 차서 움직이는 것도 아플 지경이지만 변기에 앉으면 엄청나게 마른 변 조그마한 것이 하나 둘 나올까 말까 할 뿐이다. 살려줘.

- 변비를 좋다하며 부모님이 키위를 먹는 것을 추천했지만 키위에 있는 연육 작용이 지금 한없이 연약한 목에 영향을 끼칠 것 같았고... 결국 조심스레 먹어본 조그만 키위 한 조각은 목에 엄청난 통증을 선사했다. 아마 파인애플도 그러리라.

 

+ 3day

- 약속의 48시간을 훌쩍 지나 3일째. 코의 압박이 조금은 줄어들고, 오른쪽 콧구멍에서 조그마해진 솜 같은 것이 2개가 나왔다. 하지만 왼쪽은 그대로다. 어째서. 뚫리는 것을 기대하긴 힘들 것 같다.

- 슬슬 몸에서 다시 열이 좀 나는 것 같다. 밤이 되니 얼굴과 눈에 열감이 느껴진다. 아무래도 입으로만 숨을 쉰 덕에 편도선에서 면역반응이 신나게 일어나는 중이라 그런 게 아닌가 싶다. 아 목 아파. 아 추가로 피가래는 여전하다. 살려줘.

- 그나마 지금 장마에 비도 오고 해서 다행이다. 만약에 겨울에 이 수술을 했으면 그 건조함에 버티지 못 했을 것이다. 아마 입에서 껍질이 나올 때까지 바싹바싹 타들어 갔겠지.목 건조함을 방지하기 위해 물을 계속 마시고 있는데, 포카리스웨트 같은 이온음료가 조금은 더 편한 듯 하다. 물론 이온음료에는 당이 들어가있기때문에 안그래도 무방비 상태인 이가 더 연약해질 수 있으니 자기전과 잘 때는 피한다.

- 변비는 어떻게든 지나갔다. 코에 힘을 주면 안돼서 적당한 힘을 주면서, 치질에 걸리지 않게 변기에는 5분 이상은 앉지 않으면서 어떻게든 입구에 걸린 4일간 마른 변을 내보내고 그 뒤에 나가기만을 기다리던 녀석들이 나왔다. 두다다다

 

 

+ 4day

- 그 약속의 48시간을 두배로 지나 4일째. 오른쪽 콧구멍에서 솜 하나가 더 흘러나왔다. 그러면서 가래를 뱉거나 할 때 오른쪽 콧구멍에서 거품 같은 게 생기는 것을 봐선 최소한의 통로가 형성이 될까 말까 한다. 숨 쉬려면 꽉 막혀있어 큰 의미는 없다. 반면 왼쪽 콧구멍은 소식이 없다. 한쪽에서만 나오는 건 불안한데 괜찮나? 이래서야 병원에 다시 가는 수술 후 일주일 후에나 솜이 사라질 것 같다. 아무래도 녹는 솜의 의의는 녹지 않는 솜의 압박감을 다소 줄여주는 데 의의가 있는 것인가?

- 오랜만에 샤워를 했다. 의사는 수술 당일해도 가벼운 샤워가 가능하다 했지만 부모님이 만류했기에 이제야 할 수 있었다. 샤워실에 가득찬 습기덕에 숨 쉬는게 편해서 정말 좋다. 하루종일 샤워실에서 물 틀어두고 지내면 안되나.

- 피가래는 여전하다. 가끔 가래만 나오기도 해서 좀 피가 줄어들었나 싶지만 바로 그다음엔 아직도 꿀렁꿀렁한 선지가 나온다. 그나마 가래기침이 안나온다는 것이 다행일까? 잠을 자는 것은 여전히 매우 어려운 일이다. 날이 가면 갈수록 피곤함과 아픔이 계속돼 쌓여 정신이 마모되는 느낌이기에 헌신적으로 간호해주시는 부모님들에게 성질을 부리지 않으려 노력하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다. 하지만 그러지 않을 것임을 다시 한번 다짐한다. 살려줘.

 

+ 5day

- 이번 밤도 매우 길었다. 열은 살짝 오르지, 입은 타지, 꿀렁꿀렁한 피가래는 나오지, 코는 막혀있지. 자려고 시도한 6시간동안 30~1시간 간격으로 잠에서 깨워진 것 같다. 일어나도 충분치 않은 잠과 고통에 두통과 살짝 높아진 체온이 계속 괴롭힌다. 병원다시 갈때까진 버텨야 할텐데. 밤에 잠을 자야할 때마다 두려운데 병원에 내원하려면 아직 3번 더 밤을 보내야 한다.

- 그나마 좋은 소식. 왼쪽 콧구멍에서 드디어 조금씩 흘러나오기 시작하더니, 샤워하면서 한무더기, 가래뱉다가 목으로 한무더기의 녹은 솜이 나와 잠시나마 코가 뚫렸다. 5일만에 맡는 냄새는 강렬. 하지만 금새 콧물로 채워지고 다시 코가 막힌다. 이후 녹는 솜이 더이상 나오지 않았는데, 다 나왔거나 다 녹아버려서 진물과 함께 나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 타이에놀 간격이 좀만 길어진다 싶으면 열이 계속 올라오고 있다. 피곤한것과 편도선이 붓는 것이 중요 원인일거 같긴 하지만 수술부위의 면역작용도 한몫하지 않을까. 그래도 가래에서 피의 비중이 거의 줄어들고 노란가래와 하얀가래가 교대로 나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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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6day

- 이번 밤엔 오랜만에 끊기지 않고 2시간 자는데 성공했다. 어제 녹은 솜이 좀 빠져준 덕분에 한쪽코가 잠사니마 뚫렸는데, 잘때 그 콧구멍을 위로하고 옆으로 잠을 청했더니 어찌 한쪽만이라도 다소 콧구멍에서 공기가 통했다. 그 덕분일까 마시는 물의 양과 간격도 줄었고, 잠도 다소나마 더 잘 수 있었다.

- 하지만 일어난 뒤에 조금 뚫린 콧구멍은 콧물에 그대로 다시 꽉 막히고 말았다. 거기에 부비동염 수술 받은 쪽이 아래로 하면서 자려고 하면 그쪽 부비동에 콧물이 모이는지 통증이 심하다. 후.. 언제쯤 양쪽코가 동시에 뚫려보려나.

 

+ 7day

- 기본적으로 콧물이 가득 찬 것에 더해 계속 열이나서 잠을 자는 것은 여전히 괴롭지만, 죽으란 법은 없는지 밤중 잠깐 두 콧구멍에서 공기가 오갈 수 있는 타이밍이 있었다. 그걸 노려서 이번 밤엔 연속 3시간 자는데 성공했다.   

- 하나 불안한 건 열이 점점 오른다. 체온을 재보니 최고 온도가 38도 까지 나왔다. 어찌 타이에놀을 먹어서 37.4도까지 진정시키고는 있는데 더 오르지는 않아야 할텐데. 병원에서 준 일일 3개 이외에 상비용 타이에놀을 하나 더 먹어야 겠다. 살려.

- 두 코는 아직 기본적으로 콧물이 꽉 차있다. 녹는 솜은 거의 다 빠진것 같은데 콧속에 보호대가 있어서 그것이 계속 자극을 주기 때문일까. 그나마 다행인것은 가래가 줄어들어서 누워있을때 좀 더 평안해졌다. 내일 드디어 병원에 가서 추가적인 조치를 받는 날이다. 하루만 더 버티자.

 

+ 8day (수술 후 첫 외래 진료날)

- 지난밤엔 자기전에 타이에놀 500mg을 추가로 먹었더니 그래도 편안하게(4시간 연속) 잤다. 잠 못 잔거엔 아무래도 열이 오른 탓도 있었던 듯. 열이 오르니 몸은 힘들지 목을 더 말라붙지... 병원가기전 약먹고 체온 37.5도. 코는 거의 막혀있는 상태

- 외래를 보러 가서 코 속에 있던 보호대를 빼냇다. 이제서야 코에 공기가 시원하게 통하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녹는솜이라 48시간 뒤에 편해진다는 주치의의 말은.. 앞서 생각한 대로 콧속의 압박이 조금 떨어진다는 것을 과장한 것이 아니였을까. 열이 38도 가까이 올랐다는 말에 집도의의 머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린다. 요즘 장염이 유행한다고도 하지만 일단 목을 보고 편도가 부어서 그런거 같다는 예상대로의 진단과 추가 처방 탄툼 가글제(소염진통 성분이 들어가서 아픔이 다소 둔화된다)를 처방했다. 그런데 입으로만 숨을 쉬니 목이 아플 것이니 누군가 수술을 한다면 하기전에 미리 탄툼 가글제를 처방받는 것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 그리고 집에 돌아와 코세척을 하니, 외래에서 어느정도 코를 뽑았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진한 노란색 끈적한 진물이 코에서 흘러나오고 아직 코에 남은 느낌이 있다. 코를 풀어도 된다고 하나 한쪽 코를 막고 코를 풀려하면 아직 진통이 심하기 때문에 천천히 세척하면서 자연스래 나오는 것을 기대하는 게 나을 듯 하다.

 

+ 10day

- 코 속에 아직 남아있는 수술 상처의 흔적과, 보호대를 제거한 뒤 그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약간의 딱지, 그리고 코 어딘가에 짱박혀 있는 끈적한 진물+콧물이 남아있는 느낌이 들기는 하나, 공기 자체는 시원하게 오가고 있다. 코 세척을 할때마다 콧물이 흘러나오는데, 특히 축농증 수술을 한 쪽은 하루에 한번씩은 노란색 진물이 시원하게 나오고 있다.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건 아니겠지?

- 체온은 37도 근방으로 다행히 진정되었다. 코도 뚫리지마자마 잠도 편안하게 잘 수 있어져서 금방 좋아지고 있다. 하지만 그 일주일동안 IQ가 10은 떨어지지 않았을까?

- 목의 붓기가 꽤나 진정되어서 서서히 고춧가루가 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게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한식을 처음 먹은 외국인마냥 김치조차 매우 자극적으로 맵다.

 

+ 14day

- 아직까지 하루에 한번 쯤 부비동염이 있는 쪽에서 노란-갈색 농이 꿀렁꿀렁하게 나온다. 코속에서 상처부위에서 나는 묘한 냄새가 나는 것은 덤.

- 열은 거의 떨어진 것 같은데, 체온은 정상이나 열은 조금 느껴진다.

- 아직까진 코를 풀기위해 휴지로 코에 대면 아픔이 느껴져서 조심스럽다.

 

+ 3주후

- 농이 나오는 것이 멈쳐지고 수술 후 2번째 통원. 1년을 달고 산 지긋지긋한 축농증은 이제 끝난 모양

- 다만 의사샘이 추가로 2달간 코세척 할것을 챙겨주셨다. 아침 저녁으로 한쪽 코당 240ml 씩 하루에 식염수만 1L를 쓰니 장난 아니게 귀찮지만 계속 해야지.

- 코를 풀려고 콧구멍에 휴지를 댈때의 통증은 많이 사라졌다.

 

+ 한달후

- 코에 아픔은 거의 없으나 코뼈부근을 만지면 아직 위화감이 있고, 콧구멍 속절제한 곳으로 추정되는 부근엔 아직도 딱지가 좀 있으며 새살이 돋고 있는 듯 하다.

- 목이 좀 붓는것 같고 먼가 간지러워 기침이 나와서 이비인후과에 갔더니, 전신마취 중 기도삽관에 의한 후두에 상처가 생겨 그것이 육아종이 되었다고 한다. 윙? 일단는 자극(맵고 많이말하고 역류성식도염증상)만 줄이면 크게 문제는 없는 모양이다만...(추가- 몇 주 후에 자연스럽게 통증 사라짐)

- 오랜만에 헬스를 다시 시작했다. 수술도 받고 누워있기도 하고 운동도 못해서 체력이 떨어졌으리라 생각했는데 웬걸? 수술 전에는 달리기 1분만 해도 헥헥흐ㅓㄱ허ㅎㄱ 했었는데, 지금은 달리기를 5분간 해도 문제가 없다. 이전엔 달리기를 할때 숨이 차서 멈쳤다면, 이젠 다리가 풀려서 멈춘다. 이게 킹반인이 숨을 쉬던 세상인가?

- 현재로선 수술 후 숨이 고쳐진 점에 대만족. 하지만 후두에 생긴 육아종은 신경쓰인다. 

 

+ 반년 후

- 이런 종류의 수술로 꼽히던 후비루 등의 부작용은 딱히 없습니다. 다만 아침저녁으로 코세척을 아직도 하고 있어 많이 귀찮을 뿐... 수술 전에 비해 왼쪽 콧구멍의 공기 흐름이 개선되긴 했습니다만 오른쪽에 비해선 여전히 차이가 느껴지는 점은 아쉽습니다. 다만 이건 오른쪽이 부비동염 시술을 하느라 약간 넓어진 것이 영향을 미치는 것 같습니다.

- 어찌됬든 예전엔 코로만 숨쉬다보면 어느샌가 숨이 부족해 입이 벌어지곤 했는데 지금은 코로만 숨을 쉬어도 크게 부족하다고 느끼지 않게 된 점은 만족스럽습니다.

 

 

 

수술을 할 누군가의 각오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

 

의사가 말해주지 않는 준비물 Tip

- 하루 이상 입원한다면 귀마개 등 소음 차단 물건들 <- 자는 데 민감하고 종합병원에서 하루 이상 입원한다면 챙기자. 마지막으로 잠을 잘 수 있는 수술 전 전날밤은 잠을 잘 자야하지 않을꼬.

- 목마름 방지용 미니 가습기 <- 그런데 사실상 집안을 비오기 직전의 습기 포화 상태로 만들만큼이 아니면 입에 다이렉트로 쏘는 것이 그나마 효과가 있다. 그런데 그만큼 수술 부위에 균의 다이렉트 다이빙을 방지하기 위해 관리를 잘 해야 한다.

- 목아픔 및 입안 아픔 방지용 구내염 연고 ex) 오라매디 <- 효과가 길진 않다. 잠을 자기전에 시도해볼만하다.

- 목아픔 방지용 소염진통제 가글액 ex)탄툼 <- 편도선 부은 아픔을 없애주는데 탁월하다. 하지만 처방전이 필요하며 약 설명서에도 다른 소염진통제와 쓸 때 주의가 필요함이 명시되어 있다. 의사와 미리 상담해서 요청해보자.

- 목마름 방지용 이온음료  <- 물보다 더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것 같다. 물로는 사막에서 마시는 양 씹어마시면 좀 더 효과가 있다. 다만 씹는 동안 숨을 또 못 쉬게 되지만...

- 피와 진물 닦기 및 가래 뱉기용 티슈 <- 그 일주일간 거의 3box는 쓴 것 같다. 한무더기 사두자. 특히 피가래가 자주 나와서 10분마다 화장실을 가고 싶은 것이 아니라면 많이 쓰게 된다.

- 목이 부었을 때 먹을 수 있는 음식들 <- 필자의 경우 조금이라도 매운끼가 있으면 말라서 약해지고 부은 목이 견디질 못 했다. 청양고추도 넣지 않은 백김치 등 미리 반찬과 먹을 것을 생각해두자. 간호하실 수 있는 가족이 있으면 좀 낫겠지만 혼자라면... 생각도 하기 싫다.

- 적어도 1주일의 시간 <- 의사는 수술 다음날부터 일상생활이 가능하다 하나, 먹고 싸는건 되어도 자는 것을 못하니 그 생활이 과연 일상생활이 가능한 범주에 들어갈 수 있을까. 솜을 3일 내에 제거한다는 개인병원이면 모르겠지만. 다만 보호대는 일주일은 해야된다는데 만약 그렇다면 개인병원일지라도 보호대 제거할때까지는 숨 쉬기 힘들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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