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응형

-------------------------------------------------------------------

[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

 

  날이 밝았습니다! 여행 전에 휴가를 위해 불타오르다가 얻게 된 불면증이 아직도 맹렬하게 괴롭힌 탓에 자기 전 마신 한 캔의 술도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아 잠이 좀 부족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오늘 돌아다닐 곳이 많으니 더 이상 늦게 행동하면 안 되겠죠.

 

  오늘은 본격적으로 빙과의 주요 배경이 된 타카야마를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후... 긴 여행의 예감이 드는군요. 그와 비례해 이 글도 엄청나게 늘어지겠지요. 일단 출발해 봅시다~

 

  좋은 시설의 게스트 하우스인만큼 가벼운 아침까지! 1인당 빵 두 개와 간단한 페이스트들, 그리고 직접 만들 수 있는 수프! 차이니즈 스탁은 뭔가 하고 먹어봤다가 입만 버렸습니다. 웩 sea weed는 미역국스러운 건가 싶었는데 그냥 미역만 있었습니다. 된장은 알아서 지참? 덕분에 제일 왼쪽 옥수수 수프가 저의 유일한 동반자였습니다.

 

  타카야마 시내만 돌아다닐 거라면 걷는 것으로도 괜찮겠지만 오늘은 자전거 렌탈 샵에서 걷는 것에 비해 3배는 효율이 좋다는 문명의 이기,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그냥 바구니 자전거나 생각했는데 기대도 하지 않은 3단 기어에 플랫한 손잡이입니다. 관리도 잘 돼있어 반짝반짝. 기대 이상의 자전거에 기분이 UP. 오랜만에 밟아보는 페달의 감촉에 더더욱 UPUP!

 

  젊은 남자 혼자서 자전거 빌린다니깐 주인 할아버지가 잠시 쓰윽 보더니 "너의 이름은? 빙과?"라고 물으십니다. 하하 그렇지요 하하하. 빙과라고 하니 꺼라위키에서 봤던 빙과 무대탐방용 지도를 줍니다. 꺼라위키에선 역에 있다 했는데 없어 슬퍼하던 차에 여기에서 받게 될 줄이야. 주인 할아버지와 함께 지도를 보며 빙과의 무대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들릴 수 있는 아침시장이나 박물관 위치도 친절하게 알려주십니다. 

 

  잘 알려진 강가에 있는 타카야마 아침시장과 달리, 또 하나의 아침시장을 여는 오래된 건물 앞을 할아버지께 듣고 찾아갔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은근 이것저것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에 외국인 대상 투어가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가이드가 설명하고 있어 슬며시 끼어들어서 살짝 듣고 빠져나옵니다. 혼자 여행하며 맛보는 재미죠.

 

  이 주변 지형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그런지 몰라도 사과가 종류가 참 많습니다. 시식할 수 있어 먹어보니 다들 조금씩 풍미가 다르면서도 단맛이 일품입니다. 참 일본이나 우리나 과일 달달한 거 좋아합니다. 저번에 동남아 갔더니 망고와 파인애플 외 과일들은 달기보다는 신맛이 너무 많아서 슬펐었죠.

 

  채소와 쌀을 파는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사루보보 인형을 만났습니다. 보통 다른 곳은 저 몸통에 있는 글씨가 "히다"라고 써 있는데, 이건 직접 만들어서 "타카야마"로 적혀 있다고 하네요. 여기에선 직접 만들지 않으면 진열도 못한다고 말씀하시긴 하는데 정말인진 모르겠니다만, 다른 기념품점에는 다 히다로 적혀있기도 하니 희소성을 노리고 넘어가드립니다. 몇 개씩 사니 조금 세일해주신 건 덤. 쌀파는 봉투가 어쩐지 정겹습니다.

 

  이쪽은 잘 알려진 타카야마 아침시장 쪽입니다. 여기에도 빙과 배경이 있긴한데 사람이 지금은 너무 많아서 아침시장 구경이나 하고 나중에 사진을 찍기로 했네요. 나중에 다시 와도 되겠죠?

 

   그렇겠죠?

 

 

  지나가다 조그만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길래 먹어봤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갑자기 카논에서 아유가 행복하게 붕어빵을 먹는 애니메이션 캡처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이 이렇게 나오는 일본의 붕어빵이다!라고 아주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하하하 참 어찌 아시고 하하하. 한켠에 있는 방명록에 한국사람은 없다고 하니 몇 자 남기고 왔습니다. 다음에 오시는 분이 찍어주시겠죠. 참 붕어빵은 맛은 비슷한데 한입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가 재밌었습니다.

 

  왜인지 롤라도 이런 표고버섯 간장조림 반찬을 이렇게 포장해 파는 곳이 많았습니다. 근데 꽤나 맛있긴 합니다. 익숙한 약간 매운 간장 맛이 우리 입맛에도 맞네요. 짐을 벌써 많이 만들고 싶진 않아 집어 들진 않았지만 나중에 한번 만들어 볼까요? 맛을 보건대 대충 따라 하려면 간장 미림 고추를 섞어 달인 물에 표고버섯을 절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데 포스터가 걸려있는 히다규 꼬치와 술을 파는 집이 있었습니다. 어째서죠? 두 작품에서 히다규 꼬치가 나온 적이 있던가? 풍성한 아주머니의 입담에 살 뻔했지만 히다규는 전날 밤에 많이 먹기도 했고 아직 낮이니 술 마시고 라이딩은 위험하기에 밤에 다시 오기로 하고 일단 발을 옮깁니다.

 

  아침시장도 구경했으니 본격적인 빙과 무대탐방은 점심을 먹고나기로 하고 일단 점심을 해결하러 갑니다. 자전거 할아버지께 들었던 여기서 꽤나 전통 있다는 소바 가게로 향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 하니 한국말로 된 먹는 방법 만화도 주네요. 누가 그렸을까요? 오호 설명이 꽤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메밀면은 학생식당이나 대충 하는 집의 소바는 만화처럼 금방 면이 망가지곤 하지요. 흑

 

  역시 소바 하면 차가운 거여야지 VS 바깥이 존내 추운데 무슨, 온소바로 가자!

 

  이 두가지 의견이 머릿속에서 한 5분은 투쟁하다 결국엔 덴푸라소바를 주문했습니다. 날씨가 어제보다 맑아졌긴 한데 아직도 상당히 추워서 일단 몸을 덥혀야겠어요. 소바면이 메밀의 거칠함이 살아있으면서도 찰랑거리니 이거 꽤나 맛있네요. 만화에서 나온 것처럼 후루륵. 가격이 좀 센 것이 슬픈 단점이네요.

 

  배도 채우고 이제 본격적인 무대탐방이다! 하고 히에 신사를 향해 발을 땟으나 금방 중간에 새고 말았습니다. 제목은 빙과 무대탐방인데 아직까지 시작도 못 하고 있네요 하하. 여긴 타카야마 국립박물관의 별관에 있는 타카야마 예술작품관입니다. 대나무로 만든 등롱, 여러 가지 나무 공예품, 그리고 이 곳이 있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온 끈 만들기 체험!

 

  그냥 박물관 같은 것이 있길래 흐느적거리며 들어갔다가 만난 예상치 못한 반가움에 바로 체험을 신청했습니다. 만든 끈 + 단색 끈 해서 2200엔. 끈을 사면 2900엔 이상 하는 것을 생각하면 체험하는 비용으로 크게 아깝지 않습니다.

 

  만드는 것은 3색 끈. 너의 이름은 에서 나왔던 것에 비해 단순한 형태라, 얼마 안되는 순서를 잘 기억해두고 따라 하는 것을 반복하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순서를 틀려도 옆에서 지켜보고 말해주십니다. 생각보다 간단해서 집에서 비슷하게 만들어봐도 괜찮을 것 같네요.

 

  완성! 3색은 여러 가지 색의 끈에서 고를 수 있는데, 만들고 나서 보니 뭔가 한국적인 조합이 되었어요. 가르쳐주신 분이 한국인의 피가 무의식 중에 고른 게 아닐까 하십니다. 짧은 버전이라 그런지 애니메이션처럼 두 번 감지는 못하고 한번 감아서 간신히 매듭지을 정도네요. 손목이 조금 더 굵으면 매듭보다는 애니메이션 같이 걸쇠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가르쳐주신 아주머니에 뒤이어 오신 장인 포스를 가지신 주인 할머님이 한국에서 드라마의 그분을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았었냐 하면서 농을 걸어주십니다. 어찌 이 미천한 자에게 그런 황송할 말씀을.

 

자 드디어 본격적인 빙과 무대탐방의 시작!!! 도보 15분이라는 히에 신사로 갑시다! 아 자전거는 좋네요. 정말 좋아요. 걸을 때는 느끼지 못하는 이 밟을 때마다 슝슝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란!

 

  이였는데 잠시 히에신사로 가기 전 바로 앞에 있는 삼나무 뭐시기 신메이 신사의 계단을 보고 말았습니다. 히에신사보다 더 낡고 긴 이 시골틱한 돌계단이 있는데 이쪽이 더 '너의 이름은'에 나온 돌계단스럽게 보입니다. 올라가 보니 타카야마시가 대충 보이는 높은 곳까지 계단이 있네요. 아쉽지만 더 이야기 했다간 빙과를 시작도 못 하게 될 것 같으니 이번엔 생략합니다.

 

" 역시 정월. 차림새가 눈부신 사람도 있군. " - 빙과 20화 중

 

  짠 여기가 히애신사의 입구입니다. 빙과 20화에서 치탄다가 기모노 입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호타로를 새해 참배에 불러내서 만나는 곳이지요. 그리고 호타로는 그대로 가슴에 스트라이~크! 생각해보면 후반부로 갈수록 치탄다도 굉장히 요망해졌어요. 장난 스페셜리스트 타카기 못지않습니다.

 

  1쿨 오프닝과 20화에 나온 장면들. 1기 오프닝에서부터 이 신사가 나온줄은 여기 오고서야 알았네요. 저도 따라서 신사로 들어갑니다.

 

   마찬가지로 1쿨 오프닝에서 나오는 본전 올라가는 계단 앞에 있는 빨간색 토리이.

 

  너의 이름은 의 빨간색 토리이의 배경이라고도 선전하던데 글쎄요? 그렇게까진 닮진 않았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조금 닮았을지도요?

 

"에너지 소비가 평온한 1년을 보낼 수 있기를. " - 빙과 20화 중

 

  계단을 놀라가 본전에 도착하니 거대한 신목과 함께 소원 비는 곳이 있습니다.  저도 사진을 찍으며 마음속으로 호타로와 같은 소원을 빌어봅니다. 돌아가서 제발 쓸데없는 일이 늘어나지 않기를.               이뤄지진 않겠죠. 압니다 알고말고요 흑흑

 

  신사내의 무녀복을 입고 부적을 팔던 매점입니다. 가끔 일본의 절에도 들리는데 파는 게 비슷해..아니 그냥 똑같아서 일본에서 절과 신사의 차이가 어떤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기 왼쪽에 조금만 건물들이 주르륵 있습니다. 대충 저쯤에 있는 창고에 갇혀있었겠지요.

 

  아마 대충 둘이 갇혀있던 곳은 이렇게 생겼겠지요? 다만 새로 지어져서 호타로 정도의 힘으론 틈조차 생길 것 같진 않네요. 자 이만 히에신사를 뒤로하고 다른 곳을 향해 페달을 밟습니다.

 

 "무사히 고교생이 된 너에게 누나로서 한 가지 어드바이스를 해 줄게. 고전부에 들어가렴." - 빙과 2화 중 -

 

2화 8화 때 나온 호타로 집 근처입니다. 호타로 집이 있었을 것 같은 곳은 지금은 공터만 남았네요.

 

 

  11화에 나왔던 호타로의 집 근처 도로입니다. 도로가 뭐 중요하나 싶지만 11화 빙과부 모두에게 한소리 들은 데다가 이리스와 대담 후 풀 확 죽은 호타로의 귀중한 모습이 있던 장면이기도 하지요. 배경을 따라가다 보니 재밌었던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 호타로가 얼마나 풀이 죽었는지 배경을 보면 집에 가는 길을 지나치기까지 합니다. 그 에너지 절약가 호타로가 말이죠!

"하지만 그런 후쿠 짱을 아직도 좋아하는 내가 가장 화가 나!" - 빙과 21화 중 -

 

  강 근처는 많이 모여있으니 금방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있단 먼 곳부터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여긴 21화 그 씁쓸한 발렌타인 이야기가 펼쳐지던 하나사토 구름다리입니다. 두 사람만 좋으면 그만이라 하지만 작중 다른 두 사람이나 보는 저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이바라네 집은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지 이바라의 하굣길로 보이는 이곳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제 더더욱 시내와 떨어진 먼 곳으로 갑니다. 지나가다 보이는 하수도구에 잠깐 찰칵. 어렸을땐 저런 하수도구 안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모험 기분을 양껏 내곤 했었지요.

 

  가는 도중 길을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는 없고 대신 이런 지하도가 있습니다. 자전거로도 갈 수 있게 되어있네요. 상당히 낡은 모습입니다. 어디선가 싱하형이 10초 만에 달려올법한 지하도네요.

 

 지금 목표하는 곳은 서쪽끝에 있는 타카야마 전경을 볼 수 있는 스카이파크. 이름 그대로 높은 곳에 있긴 한데 아직은 완만한 길이라서 3단으로 어찌 올라갈 만 한데 도중 자전거 주차장이 만났습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자전거 주차장이?

 

  헥.....헥..........자전거 주차장을 지나고나서부터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단단히 기억하십시오. 구글맵에서는 위아래가 없습니다. 으앙 살려줘요. 거기 지나가던 트럭 아저씨 좀 태워주소.

 

  기어가 3단밖에 없긴 하지만 MTB였어도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건 힘들었을 겁니다. 어찌 터벅터벅 끌면서 15분은 구부정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점심 먹고 신사에 갈 때만 해도 바람이 스쳐나가는 사이클링에 기분이 좋았지만 어느샌가 하드한 트레이닝이 되어버렸습니다. 헉헉...

 

  어떻게 올라왔습니다! 위에 펼쳐진 너른 잔디밭에서 현지 사람들은 자동차에 어린이용 조그만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가족단위로 놀고 있더군요. 

 

  일단 올라왔으니 기념 삼아 한 장 찍었습니다. 나중에 절 포함해 찍어주신 분에게 물어봤더니 걸어서 올라온 적은 있어도 자전거 끌고 올라오는 사람은 못 봤다고 합니다. 하하하 이런 하하하

 

"뭐라고 할지. 그... 신경 쓰인다." - 빙과 18화 중 -

 

18화 선생님의 헬리콥터 이야기에서 잠깐 나왔던 타카야마 전경입니다. 정말로 잠깐 나왔던 장면이요. 다행히도 올라오니 날씨가 맑아 멀리까지 보이는 좋은 날이었기에 망정이지 풍경도 안 좋았으면 여기 대체 왜 왔나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호타로가 작 중 처음으로 자신의 의문을 해결하려 한 사건의 배경이니 조금은 특별하게 대접해주도록 하죠.

 

  일단 땀좀 식히고 체력게이지도 올릴 겸 올라오느라 더워 벗어던진 옷가지를 다시 입고 풀밭에서 잠시 죽어있겠습니다. 너무나 몰골이라 그대로 보여드리긴 좀 그렇네요.

 

  일어나 한 바퀴만 돌고 내려가려는데 저 멀리 남자아이들이 절벽에서 로프를 달고 오르내리며 놀고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저런 거 참 좋아했죠. 다만 저렇게 흙 절벽에 로프가 아니라, 그냥 바위 절벽 틈을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어른이 있었다면 참 조마조마하게 보셨을 것 같네요. 

 

  자전거로 높게 올라온 자에겐 복이 있나니. 내려가는 길은 싱거울 정도로 시원합니다. 다만 이번에 여행 오기 전 깜박하고 여행자 보험을 들지 않았으므로 어디까지나 속도는 적당히 조절하며 바람을 타고 내려갑니다. 커브만 없었어도 어렸을 적 때처럼 페달이 헛도는 속도까지 내볼 텐데.

 

  엥? 이제 한 숨 쉴 겸 카페에 가는 도중 꽤 큰 세가 월드 건물을 발견합니다. 제가 또 이런 곳을 그냥 지나갈 수 없죠.

 

  저런 UFO캣쳐는 박스크기 1cm 차이에 따라 난이도가 급변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가장 빨리 뽑은 건 한 2000엔에 뽑았었네요. 그런데 바로 옆 지하의 중고매장에서 1500엔에 팔고 있는 걸 보고 멘붕 한 건 안자랑. 아마 고수들은 1000엔정도에 뽑나 봅니다. 대단들 하네요.

 

  아직 한국에선 보지 못한 게임들도 있네요. 패그오는 이름만 들었는데 아케이드도 있네요? 미쿠는 수많은 캐릭터가 뜨고 지는 가운데서도 아직 건재합니다. 거기에 이..거대한 경마장은 대체 뭐지요? 파칭코처럼 코인 따는 기계들도 있고 은근히 입문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슬쩍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스카이파크에 가면서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여유롭게 게임센터에 오래 있진 못 했습니다. 바로 나와 다시 달리던 도중 맥도날드를 발견합니다. 조금만 더 가면 있는 옛시가지와 상점가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패스트푸드점이죠. 빙과에 나오는 학생들을 저기로 가끔 갈려나요.

 

  달리고 달려 다리가 좀 후들거릴 쯔음 드디어 백파이프 카페에 도착합니다. 게스트 하우스 지도에도 있던 거 보면 빙과 이외에도 원래 꽤 유명한 곳인 듯합니다.

 

"내게 고백이라도 할 셈이야?" "고백이라고 한다면 그럴지도 몰라요." - 빙과 2화 중 -

 

  운 좋게도 사람이 많이 없어 그 자리에 갈 수 있었습니다. 방석에 비해 다소 딱딱한 의자, 나무 빛깔의 침착해지는 인테리어, 그에 반하는 많은 추시계들의 움직이는 딸깍딸깍하는 소리가 모순된 공간입니다. 사람이 없는 참에 조용히 들어보니 복수의 시계가 엇박자로 서로 똑딱똑딱하는 게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3화에서 저 흔들거리는 추가 하트 모양으로 바뀌는 연출은 새콤달콤했지요.

 

"저기...실은 저...! 저, 오레키 씨께!" - 빙과 3화 중 -

 

  작중 비엔나 초콜릿과 커피를 마신걸 떠오르고 시킨결과 메뉴가 이리 되어버렸습니다. 비엔나 커피와 초콜렛 케이크. 슬슬 지쳐가고 있기에 단맛으로 칼로리 보충을 합니다. 분위기 값인지 가격대는 은근히 있습니다. 그나저나 만나는 장소로 이런 좋은 분위기의 장소를 지정한 호타로라니. 얘도 은근히 속셈이 있었을까요.

 

  방명록은 최근까지도 계속 갱신되고 있었습니다. 빙과도 꽤 되었는데 많이들 오고 계시군요. 저도 시원찮은 실력이나마 그림 하나 남기고 옵니다. 배틀필드가 배움필드가 되기 전에 쓰던 직접 만든 치탄다 옆모습 엔딩버전 배틀필드 엠블럼을 그려넣고 옵니다. 인터넷 엠블럼 공유 사이트에 올려놨었는데 게임하다가 그 엠블럼 쓰는 사람한테 죽으면 반갑기도 하고 뭔가 짜증이 나기도 하고 오묘한 기분이었죠.

 

바로 근처에 이리스한테 비싼 거 떼어먹었던 찻집으로 갑니다. 뭔가 오늘은 문이 굳게 닫혀있어 들어가긴 힘든 포스를 자랑하네요.

 

이제 치탄다 집 쪽으로 가봅니다. 실제 치탄다가의 모델이 된 집은 이곳에 없지만 집이 있는 부근과 어떻게 그곳에 갔는지 경로는 따라 짚으며 갈 수 있지요. 아까 카페에서 시계를 눈여겨 보신분이 있다면 아시겠지만 벌써 오후 5시에 닿고 있습니다. 햇빛이 뉘엿뉘엿하네요. 일단 구글맵에서 걸어서 한시간이니 자전거로는 한 20분이면 되겠죠? 까페에서 충전도 했으니 또 자전거를 신나게 타 봅시다.

 

"그야 자전거 타기가 즐거운 거라고. 바람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각력으로 달려 나간다." - 빙과 4화 중 -

 

  아무튼 가는 길은 잘 재현되어 있습니다. 가끔 가는 방향이 역방향으로 되기도 하며 왔다갔다해서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순서대로 가진 못 하지만요. 좁은 길에 독특하게 꺾인 표지판은 자동차가 지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나요? 

 

  문제는 말입니다. 대략 여기서부터 치탄다집까지 가는 길은 매우 완만하게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입니다. 평범한 연구실에 박혀있는 사람에겐 너무나 혹독한 길이 이어집니다.

 

  이제 구글맵상으로 1/3 지점입니다만 벌써 저는 녹초가 되었습니다. 아 이제 그만 돌아갈까 가봤자 집도 없을 텐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 몰라 일단 가자 아무튼 반쯤 이미 탈진 상태입니다. 어디선가 초콜릿 바라도 챙겨 왔어야 했는데. 사실 치탄다의 그 가느다란 다리는 집을 오가며 생긴 실전압축근육으로 가득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깐 18화에서 너무나도 가볍게 호타로에게 뒤에 탈래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겠죠.

 

  솔직히 구글맵에서 여기가 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반 조금 넘은 수준이었습니다. 헥헥헥... 완만한 오르막길을 너무 얕보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5시 30을 넘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돌아올 땐 이미 껌껌한 길을 달릴 수 도 있을 텐데 호흡은 과호흡 상태.

  ㅎ허ㅎ헉 후우.. 사진 찍으며 쉴 때조차 숨은 멈출 기세를 보이질 않습니다. 스카이파크 가면서 이미 너무 혹사당한 다리로 오르막길 자전거 페달 밟을 기운이 없어 천천히 밀면서 올라갑니다. 이거 걷는 것보다 더 힘들게 가는 거 아닐까요.

 

  치탄다 가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걸어서!!! ...허ㅎ헢ㅎ허ㅔㅁ...  이미 비교할 기운도 없습니다. 집이 있을 평야 대신 뭔가 조그마한 언덕과 함께 사찰이 하나 있습니다. 구글맵에선 불교 사찰이라는데 토리이가 있네요. 아 몰라요. 저기까지 가는 잠깐의 길조차 오르막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나 이제 돌아갈 길을 모색할 시간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서 바로 그 배경이 된 고등학교까지 치탄다의 등굣길을 짚어보며 가보기로 하였죠.

 

 그런데 구글맵이 가르쳐 주는 길이 영 이상합니다. 대충 이런 길을 구글맵이 가라고 합니다. 대체 이런 길은 왜 알고 있나 싶습니다...만 따라가보죠. 한번 왔던 길로 가고 싶진 않으니깐요.

 

 

  6시 다되어가 해가 지기 직전 석양을 받는 비닐하우스는 거기서 풍겨오는 특유의 거름냄새 빼고는 꽤 좋은 경치입니다. 문제는 이 카메라 오토 HDR 옵션으로는 영 해를 잘 못 찍는 거 같습니다. 저쪽에서 무슨 폭발이라도 일어난 비주얼이네요. 어렸을 때 등굣길에 태풍에 구멍송송뚫린 비닐하우스 보면 은근 마음이 아프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까 치탄다네 집 갈 때는 계속 오르막이라고 했었지요? 자전거로 올라간 자에겐 복이 있나니! 밭 사이의 길을 잠시 지나니 계속해서 내리막길이 신나게 펼쳐집니다. 치탄다도 지각은 안 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신나는 내리막이니깐요! 

 

  15분 정도 계속 내리막길을 가다 보니 학교에 도착합니다. 해가 이제 막 산을 넘어가려 하고 있네요. 그나마 아직 밝을 때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저 오른쪽 건물 위치가 대략 애니메이션에서 옛날에 화재가 일어났다는 건물 위치쯤 되려나요.

 

  보다시피 학교랑 운동장 사이에 웬 길이 하나 있습니다. 덕분에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빙과 14화에서 저기 저 4층 지구과학실 고전부 부실에서 2쿨 들어 급격히 귀여워진 호타로가 사토시를 불러 밀가루를 던졌었죠. 한동안 빙과의 인기 캐릭터로서 짤방화 되기도 했었네요.

 

 

 

  일단 여기까지 먼길을 수고해준 3단 자전거와 함께. 오늘 자전거 빌린 값을 제대로 뽑고 있습니다. 대충 애니메이션 포스터 그림이 되었을 벚꽃나무도 보이지요?

 

  해가 지는 시간에 와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하교했기에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구경할 수 있었네요.

 

  애니메이션의 그 좋은 벚꽃과 함께하는 등굣길은 이 주변의 공사로 아쉽게도 이제 사라져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무언가 아쉬움에 반대쪽에서도 찰칵. 이 등굣길이 은근 작중에서 많이 나오는 이쁜 길이였는데 사라져서 아쉽네요.

 

자 이제 길을 돌려 시내로 갑니다. 해가 벌써 다 져가서 제대로 사진이나 찍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작중 병원이 나오지도 않는 것 같은데 여기 이리스의 가족이 운영하는 병원 위치(실제 병원은 옛날에 이전)는 어찌 알았나 싶습니다. 이왕 왔으니 찍고는 가는 게 무대탐방 마음이죠. 한자는 못 읽기에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타카야마는 써있는게 뭔가 관공서인 모양입니다.

 

  하 드디어 아침에 보았던 강가에 돌아왔습니다. 아침 시장을 보고 난 뒤 7시간 만입니다. 다리가 페달 밟을 때마다 살살 떨리긴 하는데 그나마 이젠 평지만 있어 다행입니다. 듣자 하니 이렇게 계속 장시간 운동을 할 땐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계속해서 칼로리 섭취를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전 이미 글렀나 봅니다. 헤...에...엑...

 

  오프닝과 위염유발 스토리 21화 발렌타인데이에서 나온 그 후도우다리입니다. 왔을 때만 해도 불이 꺼져있었는데 사진 찍고 돌아가려는 순간 불이 들어왔습니다. 후 다시 찍어야죠. 지금 다시 보니 눈발에 들어간 작화의 정성이 대단합니다.

 

  사각형의 흐릿한 램프가 다리를 은밀하게 비춰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램프가 켜졌다는 것은 정말로 어두워지는 것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거네요. 그럼 더 빨리!라고 하고 싶지만 이미 체력은 한계라 그냥 느긋히 움직입니다.

 

  그 밸런타인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됩니다. 다리를 건너서 좀만 가면 사토시가 눈 맞으며 멍 때리다 전화를 거는 히다 신사 앞이 있습니다. 사토시나 이바라나 이 에피소드에선 참... 달콤달콤한 22화 마지막 스토리를 위해 일부로 바로 전 발렌타인 데이를 더더욱 씁쓸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건넌 다리를 또 건너 다시 반대편 강가로 돌아와 남쪽을 향해 터덜터덜 자전거를 끌고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이미 끊어져버린 것으로 잘 알려진 야요이 다리 아래의 조그만 다리. 이젠 왜 다시 만들지 않는 걸까요? 어린애가 지나가다 물에 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아...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 갑니다. 

 

  구글맵에 선발대가 찍은 위치 따라 가는데 참 이런 곳도 잘 체크하고 가는구나 싶습니다. 18화에서 학교에서 치탄다랑 도서관 데이트를 하러 가는 도중에 있는 야요이 다리 근처 교차로의 풍경입니다.

 

 이런... 야요이 다리에서 빙과 오프닝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 예쁜 계단식 물길을 찍으려 했으나 이미 너무나 어두워져 버렸습니다. 제 스마트폰으로는 전문가 모드로도 이게 한계입니다 훌쩍. 오프닝 엔딩을 편집해서 모으는 오프닝 엔딩 영상 마니아에겐 매우 슬픈 순간입니다. 빙과의 오프닝 2개는 참으로 좋았죠. 내용, 연출, 음악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었습니다.

 

  추가로 야요이 다리의 광경입니다. 학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스팟에 있는 다리인 만큼 자주 나오곤 했죠. 너무 어두워져서 무대탐방앱의 AR기능을 쓰면 캐릭터가 너무 튀어서 못 찍을 것 같습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면 간략하게다." - 빙과 1화 중 -

 

 대부분 이야기가 방과 후 해지기 전에 진행되는 흐릿하지만 따듯한 빛깔 속에 진행되는 빙과인 만큼, 어두운 밤에 진행되는 이야기는 대부분 어둡고 진지하며 답답함을 일으키는 에피소드입니다. 여기는 1화 B파트에서 치탄다에게 괜한 거짓말을 하고 찔금찔금 거리며 변명하는 초반부의 호타로를 볼 수 있는 횡단보도이죠.

 

"하지만 이래서는 마치 누나는... 설마 그럴 리가." - 빙과 5화 중 -

 

  고전부에 억지로 들어가게 한 누나에게 편지를 또 정중하게 보네는 착한 동생 호타로를 볼 수 있는 우체통. 주인공보다 더 위를 달리는 캐릭터는 추리 관련 컨텐츠에 자주 나오는 클리쉐죠. 하지만 이 우체통을 찍는 시점에서 저의 체력은 바닥엔 바닥이 있다는 주식판의 명언을 실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자주 보이는 길 사진보다는 중요 에피소드에서 나온 중요 장면이나 찍기로 했죠.

 

  라고 제가 방금 말했나요? 지금 이 혼마치 상점가는 9화에서 호타로가 이리스의 마수에 걸려버리는 매우 중요한 씬에 있던 배경인데! 여행의 본래 목적이었던 느긋함과 휴양은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지 오래입니다. 거의 좀비 같은 상태군요.

 

  다시 또 강을 건너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1쿨 오프닝의 배경과 치탄다가 호타로를 은밀하게 불러 조인트 까던 11화 배경이 되었던 미야가와 강변을 볼 수 있습니다. 아! 지금은 어두워서 거의 못 보지만요! 일단 자전거도 비슷하게 두고 사진은 찍어둡니다. 

  키치다리를 배경으로 은은한 야경은 참 멋있지만 그만큼 여긴 광원이 적어 마음이 뒤숭숭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쪽 길은 아까 오전에 왔던 아침시장이 있던 길입니다. 그때 좀 찍어놨어야 했어요 흑. 이렇게 늦을지는 몰랐져..

 

  아까 오전에 아침시장에서 히다규꼬치랑 술 팔던 집이 웬 애니메이션과 관계가 있나 했었지요? 근데 다시 여기 오면서 보니 빙과 1쿨 오프닝 배경으로 나왔던 장소였습니다! (대충 상상도 못 할 정체 짤) 오전에 밤에 다시 와서 한잔 할 거라는 약속을 했었긴 했지만 전 지금 저녁도 먹지 못한 상태로 장소를 클리어하고 있으니 지금은 영 아닙니다. 언젠가 다시 여기 올 때 들리도록 하지요.

 

  18화 도서관 데이트가 끝난 뒤 둘이 헤어지기 전 건너는 카지 다리입니다.  저 익살스런 상도 여전하네요. 헤어질 때 거의 해가 넘어가고 있었으니 치탄다가 자기 집에 들어가려면 그 언덕길의 시골길에서 완전히 어두운 클라이밍을 했어야 했을 겁니다. 아무리 매일 같은 등굣길로 단련된 무쇠다리를 가진 시골여자 치탄다라도 상당히 힘들 길일 테지요.

 

  귀중한 오후 시간을 전부 소비하며 치탄다 있는 집까지 고생하며 올라갔던 그 경험은, 애니메이션에서 한번 치탄다의 집에 가본 호타로가 "도착할 쯤엔 완전히 밤이겠군" 하면서 이건 빚이라 느끼는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아주 조금의 쓸모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1,4,9,10,18화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구도로 많이도 등장했던 상점가 중간에 위치한 카지다리 근처 교차로에서 살짝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면

 

  11화에서 미야가와 근처에서 치탄다에게 확인사살 당한 뒤 영혼 나간 상태로 앉아있던 동그란 벤치가 있습니다. 온 김에 옆 화장실 들려서 손을 씻는데 물이 너무나 차갑습니다. 안 그래도 추운 타카야마가 해가 떨어지며 더욱 추워져 버렸습니다.

  자전거로 따듯해지는 몸은 그나마 나으나, 나아가는 방향을 지시하는 손은 가장 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굳어가 이젠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는 움직임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물 묻은 손이 얼어붙을 것만 같습니다. 그나마 주머니 속에 가져온 핫팩 하나가 간신히 오늘 동상을 걸리는 것만은 피할 수 있게 해 주겠네요.

 

  1쿨 오프닝에 등장한 마네키네코인데 오프닝에선 빙과라는 글자에 가려 안보인 얼굴을 실제로 보니깐 생각보다 무섭게 생겼습니다. 왜 오프닝에서 가렸는지 알 것만 같네요.

 

  후우... 혼마치 상점가의 자잘한 배경은 이제 스킵하죠. 힘들기도 하고 자전거 렌탈 가게가 닫는 오후 8시가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어 잠깐만요. 뭔가 빼먹은 중요한 곳이 있는 것 같은데?

 

  아까부터 치탄다와 호타로의 도서관 데이트를 몇 번이고 말했는데 그 중요한 도서관을 빼먹었습니다! 동쪽으로 자전거로 5분 거리이긴 한데 또다시 "오르막길"입니다. 이제 그만 살려줘요 제발... 저의 체력을 시험하는 여행 3일째입니다. 어떻게 여기에 도착했는지 이미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잠시 내부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금방 나왔습니다. 거기에 도서관 안에서 데이트 중인 고딩커플이 있어 너무나 훈훈해 오래 있긴 힘들더군요. 

 

  이제 자전거를 반납하러 다시 한번 달려갑니다. 이렇게 타카야마에서의 오늘의 바보 같은 힘들지만 보람찬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 빙과의 무대탐방은 종료합니다. 후우.. 여기까지 따라와주신 분도 수고하셨어요.

 

  도서관을 나와 렌탈 자전거 샵으로 가는데 8시 가까이 되었다고 주변이 아주 깜깜합니다. 당연하게도 밤에 전조등 없는 자전거는 달려선 안됩니다. 여기 렌탈 자전거는 항상 전조등이 켜져있네요. 어두운 길을 혼자 달리다 문득 고개를 드니 너무나 어두워 긴장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지는 밤하늘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밝디 밝은 오리온 자리가 렌탈 바이크 가게가 있는 서쪽으로 절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미야가와 남쪽엔 벚꽃나무가 가득한 강가가 있습니다. 이 시기엔 밤늦게까지 불을 밝혀두는 분위기 좋은 장소라 하니 한 몇 주 후쯤 타카야마에서 축제할 때 여행 온다면 겸사겸사 들려보는 것도 좋겠지요.

 

  어찌 8시에 맞춰서 자전거 대여점에 돌아왔습니다. 이미 10시간 정도 자전거에 몸을 맡겼더니 도착하자마자 쓰러져서 거의 30분은 헥헥거리고 다리와 팔은 에너지 부족으로 지멋대로 진동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주인아저씨가 대체 어디까지 갔다 왔길래 이리 다 죽어가냐고 놀란 얼굴로 맞이해주십니다. 이번에도 죽기 직전의 얼굴이라 온전히 보여드리긴 슬프게도 힘드네요.

 

  의자에 쓰러져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아침에 빙과 무대탐방 지도도 주셨던 인상 좋으신 주인분이 예전에 왔던 황당한 손님 이야기를 재미삼아 해주십니다. 저번 5월쯤에 중국인 2명이 [오후 8시에] 자전거를 빌러러 와서 시라카와고까지 가겠다고 했답니다. 시라카와고는 여기보다 더 추운 마을인데 걸어서 14시간 거리입니다. 거기에 제가 오늘 갔던 길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오르막인데 말이죠.

 

  결국 그날 밤에 자전거를 훔쳐 타는 것으로 생각한 경찰에 걸려서 다시 끌려와서 호텔에 강제투숙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라서 다음날에 또 자전거를 빌려서 시라카와고로 다시 출발했으나... 그날 밤에 어느 민가의 창고 구석에 덜덜 떨고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해서 또 끌고 왔답니다. 그 친구들 왈 '모험을 하고 싶었어요'라고. 얼어 죽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그런데 저도 자전거 샵에서 30분은 쓰러져있었는데도 과호흡이 여전한 것이 저도 오늘 잘 못 했으면 어찌 될지 모르는 탈진 상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읍헤엑허헉.. 여러분은 꼭 초코바라도 챙기고 라이딩하시길.

 

  9시가 가까이 오는지라 얼마 안 되는 타카야마의 음식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지만 간신히 파이널 오더 직전 시간에 한 음식점에 쳐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생각도 안 한 행운이 찾아왔네요. 바로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오는 타카야마 라멘이 있었습니다! 히에 신사도 그렇고 끈 만들기도 그렇고 은근히 너의 이름은 관련된 것도 있는 타카야마입니다. 오늘 소비한 칼로리를 생각할 때 라멘만으론 모자랄 것 같아 규동 세트도 같이 시켜줍니다.

 

  손과 몸을 녹여줄 따듯한 데운 사케도 한잔. 순식간에 깔끔히 흡입했으나 오늘은 아마도 먹은 것에 비해 무리해서 근손실이 있겠죠? 요즘 근력운동한다는 미명아래 가볍게 운동을 해도 단백질을 마구 먹어대는지라 조금은 신경이 쓰입니다.

 

  다시 터덜터덜 간신히 게스트룸에 기어들어가 간신히 샤워장에 몸을 집어넣고 침대에 쓰러지기 직전 어떻게든 내일 너의 이름은 무대가 있는 히다후루카와에 갈 예정을 세웁니다. 내일은 히다후루카와에 있다가 게로온천으로 갈 것인데 여긴 시골이라 기차 한번 놓치면 2시간이 추가될지 모르니 시간을 잘 잡아야만 합니다.

 

   나중에 타카야마에 혹시 빙과 때문에 오실 분에게 팁 하나로 오늘의 마무리를 하자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세..ㅇ ....ZZZ

 

= 오늘의 루트 =

 숙소-아침시장-히에신사-호타로집-스카이파크-백파이프까페-치탄다집터-고등학교-미야가와강변 기타 등등-숙소

참고한 빙과 무대탐방 구글맵 -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D2STSOlqddalD3KnisOwi3rCKhY&ll=35.51220800821844%2C137.37012099999993&z=9

반응형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