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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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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5박 6일 나름 장기 여행을 떠났다 왔습니다.

 

  박사과정생으로서 이 휴가를 딜하기 위해 3~4주간의 건강을 깎아먹으며 데이터를 내려고 한 일정으로 인해 여행 전 가벼운 감기가 오기도 한건 안 자랑. 그래도 휴가를 받은 게 어딤니까. 대학원생인데. THE 대학원생인데 말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앞으로 4월에 이런 휴가를 낼 기회가 없겠다는 판단하에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곳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언젠가 보러 가겠다고 마음먹었던했던 4월 3일에 일본 타카야마 근처 히다이치노미야에서 펼쳐지는 이키비나 축제에 맞추어 가기로 했지요.

 

http://ikibinatest.web.fc2.com/ikibina_hyouka/index.html

 

2016年・飛騨生きびな祭「氷菓」ファンイベント

2016年4月3日(日)斎行 今年こそ晴天に恵まれますように…!

ikibinatest.web.fc2.com

- 올해는 언제 어떤 일정으로 시작되는지 여행 전 홈페이지 같은 걸 못 찾았기에 실제로 하는 지조차 확신하지 못했음 -

 

  하지만 일에 치이다가 비몽사몽 한 정신에 간신히 비행기 예약을 하고 처음 며칠 숙소 정도만 예약한 만큼, 계획은 거의 짜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처음엔 지도도 대충 보고 타카야마를 나고야가 아닌 도쿄에서 가려고 했었던걸 생각하면 나름 여행 시작부터 운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이 일단 비행기를 타겠다는 것만 머릿속에 넣고 간 만큼, 이번 여행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 "휴양"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네 처음엔 말이죠 처음엔... 여러분 혹 앞으로도 계속 길게 이어질 이 포스팅들을 보신다면 이 "휴양이 목적"이었다는 점을 뇌 속 해마 한 구석에 살짝쿵 간직하고 있어 주시면 감사합니다.

 

  혼자서 훌쩍 떠난 여행이기에 그때그때의 감상을 혼자서 다니면서 계속 속으로 이야기하곤 했었습니다. 이제 이어지는 포스팅은 무대의 사진만 열거하는 것이 아닌, 저와 한 번 더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같이 느끼길 바라며 하나하나 떠올리며 기록하는 글이 될 예정인지라 별별 이야기도 만연체로 이야기하며 매우 길어질 것입니다. 느긋히 같이 따라가 주시겠습니까?

 

 

여행 1일차 시작

 

  나고야행 비행기 출발시간은 아침 7시와 오후 2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 대학원생이 되기 전 패기 넘치는 때였다면 아침 7시 출발을 했겠지만 이젠 그랬다간 여행지에서 이미 쓰러져 있겠죠. 느긋하게 오후 2시를 타고 가기로 합니다.

 

  비행기로 나고야에 거의 도착하기 전 보인 눈이 앉아있는 산들. 4월 초입입니다만 아직도 눈이 남아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번에 갈 타카야마마을은 직역해보면 높은 산 마을이네요. 옷을 생각보다 덜 따듯하게 가져왔는데 괜찮을는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철도로 일단 나고야역에 도착해 제일 처음 한 일은 다음날 아침 타카야마행 메이테츠 버스를 예약하러 가는 것입니다. 헌데 벌써부터 트러블 발생. 내일 오전 첫차로 타카야마에 가려했는데 이미 꽉 찼다고 합니다. 

 

  구글맵에 뜨는 비슷한 시간에 출발하는 루트는 JR 타카야마 행 급행열차뿐인데 이건 티켓 가격이 무려 6000엔으로 버스값의 두배는 되는 주제에 가는 시간은 크게 차이가 없지요. 여행 초입부터 생긴 트러블에 잠시 티켓 구매소 앞에서 멍을 때림니다.

 

https://www.highwaybus.com/gp/info/lineDetail?lineGroupNo=2&lineId=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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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速バス路線の詳細情報

www.highwaybus.com

그러다가 들어간 이 일본 고속버스 예약 페이지에서 타카야마에 가는 JR 고속버스 노선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전철 말고도 고속버스 또한 JR과 메이테츠로 나뉘어 있나 봅니다. 아슬아슬하지만 다행히 내일 이키바나 축제 전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대에 자리가 남아있습니다.

 

  이미 6시가 훌쩍 넘어 배가 고파왔지만 일단 버스 예약부터 하러 짐을 끌고 간간히 보이는 JR express bus 표지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JR 고속버스 승차장은 나고야 역 서쪽 끝, 그리고 메이테츠 고속버스 승차장은 동쪽 끝에 있기에 나고야역 중앙을 통과하고 지나가야 되는데 처음 가보면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지하 1층에서 양쪽으로 크게 뚫린 길로 쭈욱 가면 되기는 한데 저는 지하 2층 상점가에서 길을 찾다가 엄청 헤메고 말았습니다. 가끔 JR express bus 라고 써있는 표지판이 나오긴 한데 간격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지라 확신을 가지고 서쪽으로 쭈욱 가셔야 합니다.

 

 어떻게든 가서 다음날 아침 8시 45분 나고야역 출발 버스 예약 티켓을 구했습니다. 히다이치노미야의 이키비나 축제는 오후 1시부터인데 이 시간대에 출발하면 12시 45분에 도착하는 조금 빡빡한 시간입니다. 만일 여유롭게 가고 싶다면 더 빠른 티켓을 구하는 것이 좋겠지요.

 

  버스 예매까지 어찌하고 한숨 놓고 숙소에 짐을 맡기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숙소 근처 건물 높은 층에 있는 trip advisor 맛집의 히츠마부시 라는 장어덮밥 세트. 한 세트에 3900엔으로 더럽게 비쌉니다. 그래도 이번 여행 주제를 "휴양"으로 잡은 만큼 먹는 거에 절약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었기에 숫자를 보는 순간 약간 뛰던 심장을 다스리고 주문합니다.

 

  일본식 장어덮밥은 처음 먹어보는데 나름 씹는 맛도 있고 사진처럼 이래저래 먹는 재미도 있긴 한데... 너무나 배가 고프고 지쳐 손발이 떨리는 상태에서 먹어 그런지 혀도 지쳐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에 한국에서 먹었던 바로 불 앞에서 구워 먹는 장어가 더 맛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내일부터 이어질 스테미너 보충에는 성공하고 숙소에 돌아와 여행 전날까지도 연구실에서 불태웠던 후유증과 함께 쓰러져 나고야에서 첫 밤을 맞이했습니다.

 

여행 2일차 시작

 

  어느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다행히 어젯밤 알람은 맞추고 잤네요. 무리한 실험의 스트레스로 얻어버린 불면증 때문에 어제 그렇게 몸은 힘들었는 데에도 정말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전날 밤 편의점에서 뭔가 사서 아침으로 먹겠다는 조금이나마 있었던 계획은 어느 순간 머릿속 타노스가 스톤을 다 모았는지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기에 공복 상태로 짐을 끌고 나고야역으로 향합니다. 이 정도로 잠만 잤다가 나오면 아무리 비즈니스호텔이라지만 아깝습니다.

 

  역으로 가는 길에 있던 메이드 카페 광고판. 메이드 카페에 가는 사람들이여 속지 말지어다. 어차피 요리는 안쪽에 계신 분들이 하리니. 모에모에 뀽! 전 애기븝미에양! 맛있어져랑! 같은 거 하지 말고 걍 옷만 입고 서빙만 해주고 이쁜 옷 구경이나 하는 곳이라면 환영인데 말이죠. 전 항마력이 부족하니 딱히 이번 여행에서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버스 타기 전에 나고야역 안에 있는 도시락 가게에서 아침 겸 점심 도시락을 하나 사서 갑시다. 일본에 무진장 저렴한 도시락 가게가 있다는 유머글을 가끔씩 봅니다만 여기 도시락은 다 죄다 비쌉니다. 저녁 이외 한 끼 식비를 700엔 정도로 생각했는데 여기 가격을 보자마자 제 마음의 기준점을 1000엔으로 상향시켰습니다.

 

  고속버스를 탔는데 다행히 usb 충전장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트레이도 설치가 가능하네요. 도시락을 까먹을 수 있는지 타기 전에 직원분들에게 물어보긴 했습니다만 무릎 위에 두고 먹어야 되나 조금 걱정했기에 다행입니다.

 

  이번에 산 도시락은 나고야성 도시락입니다. 한자를 못 읽지만 아마 성 사진이 있으니 나고야성이란 거겠죠. 뭐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나고야라고 쓰여있는 이름만 보고 샀습니다. 이렇게 네임벨류란 것이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

 

  맛은 글쌔요... 데워줄까요?라고 물어보지 않았기에 그냥 먹는 건가 싶어 가져왔습니다만 차갑게 식은 도시락은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기대했던 새우튀김과 돈가스는 이미 짜디짠 소스로 눅눅져있었습니다. 거기에 가장 큰 문제가 도시락 면적의 4분의 3 가량이 간장 베이스 맛내기입니다. 벌써부터 김치가 그리워지려 하는군요 훌쩍. 적어도 데웠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의외로 저 구석의 조그만 주먹밥이 가장 맛있었네요.

 

  버스를 타고 가다 중간에 조그만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휴게시간이 짧아 뭐 먹긴 힘들지요. 그래도 한국 휴게소에는 없는 메뉴들이 신선합니다.

 

  맑은 하늘. 따듯한 날씨. 이제 막 피기 시작하려는 벚꽃. 다행히 하늘도 맑고 봄을 맞이해 이제 따듯해 지려라 봅니다.

 

  어느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는 순간 눈 쌓인 산이 반겨주더니, 심지어 터널을 하나 더 지나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정말로 오늘 그 이키바나 축제를 할 수나 있을까요?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어찌 눈 속을 뚫으며 예정시간보다 늦게 타카야마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이키비나 축제를 하는 히다이치노미야는 여기서 좀 더 떨어져 있습니다. JR 기차역에서 기차로 가려고 했더니 다음 기차가 1시 반이랩니다. 으헉? 어제 체크했던 구글맵 경로엔 여기에 버스로 도착하고 바로 기차가 하나 있었을 텐데 착각이었을까요? 

 

  그렇게 멘붕 하다가 방금 있었던 버스터미널로 가서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타카야마에서 게로 온천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이 버스가 도중에 히다이치노미야를 들린다고 해주십니다. 버스 시간표를 주며 메인펜으로 표시도 해주심니다. 대략 1시간마다 하나씩 버스가 있는데 다행히도 바로 다음에 12시 20분에 도착하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축제가 시작하고서야 갈 뻔했네요.

 

  그런데 이 가까운 타카야마의 버스 터미널이나 JR기차역에서조차 딱히 이 히다이치노미야의 이키비나 축제에 대한 것은 포스터 한 장조차 보지 못 했습니다. 히나마츠리에 대한 내용은 간간히 보이긴 한데... 진짜 하긴 하는 건가? 불안감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고속버스는 아니고 매 정류장마다 정차하며 가는 천천히 가는 마을버스지만 히다이치노미야가 그렇게 먼 곳은 아니기에 잠시 멍 때리면 금방 도착합니다. 시골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구글맵에 없는 경로로 더듬어 가니 묘하게 여행의 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버스에서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그럴듯한 장소로 가길래 따라갑니다. 다행히도 이키비나 축제를 하긴 하나 보네요. 그런데도 타카야마쪽에서조차 아무런 정보가 없다니.

 

  행사의 하이라이트 이키비나 행렬 출발은 오후 1시부터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선 오전 11시부터라 사람들이 훨씬 정신없이 바빴었죠. 예전에 있던 빙과 물건 판매 시간은 이젠 없나 봅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어? 빙과 물건을 파는 가판대가 커다랗게 있습니다. 슬슬 잊혀지나 했는데 아직 하고 계셨군요. 하나밖에 남지 않은 빙과 문집이 그려진 만쥬와 이유는 몰라도 히다규가 포함된 인스턴트 카레 1인분을 집었습니다. 나머지는 빙과라고 적힌 쿠키와 무슨 천, SD화된 열쇠고리 등이 있습니다.

 

  ... 그리고 빙과 쌀이 있습니다. 어째서? 그러고 보니 치탄다 집안이 농사를 해서 그런 걸까요. 저걸로 밥을 지어서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 인증을 하는 사람이 어딘가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난로에서 끓이고 있는 감주를 하나 샀습니다. 아까 버스보다는 해가 나오긴 했어도 강한 바람에 나무 위에 쌓인 눈이 흩날릴 정도로 추워서 따뜻한 한 모금이 간절하네요.

 

 시작하기 전에 한 바퀴 돌아봅니다. 한 구석에 이전 이키비나 축제의 사진들이 있네요. 이번엔 어떤 분이 이키비나를 맡게 될까요? 앞에 있는 히나마츠리 일본 전통 인형들은 은근히 무섭습니다.

 

  나중에 게로 온천에 갔을 때 만날 예정이었던 개구리를 벌써 만나고 말았네요. 등 뒤에 개구리가 두 마리 있다는 것은... 혹시 양다리?

 

  역시 이런 장소에는 이런 그림 그려진 나무판 하나 없으면 아쉽지요? 작년에 오신 분들이 고퀄 그림을 그리고 가셨습니다.

 

  아무래도 시치고산과 관련된 것이라 그럴까요? 어린아이들도 분장해서 부모님과 함께 이키비나 행렬에 참가합니다. 행렬 이후 나중에 신사 안에서 무슨 의식을 한번 더 진행하는 것 같더군요.

 

 

"아... 이런... 좋지 않아. 이건 좋지 않아." - 빙과 22화 중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자 이키비나가 등장하고 행렬이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다들 분 떡칠은 아니고 적당히 하얗게 분장했습니다. 이키비나를 맡으신 만큼인지 상당히 예쁘신 분입니다. 사실 자연스럽게 머리를 내려뜨렸으면 더 예쁜 분이지 않을까요 ㅎㅎ 

 

  워낙에 사람이 많아서 힘들긴 하겠지만 이제부터 행렬 참가자 말고는 최대한 모자이크를 넣으려고 합니다. 힘들긴 하겠지만요 ㅜㅜ

 

 행렬은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깁니다. 이 와중에 이키비나 맡으신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하게 옅은 웃음을 계속 유지하더군요. 대단합니다.

 

 

 

 뭔지는 몰라도 대나무 든 도깨비가 행렬의 선두에 서서 대나무로 탁탁 치며 나아갑니다. 꼬맹이들이 옆에서 장난스럽게 도깨비는 밖으로~ 하며 도깨비들을 괴롭히곤 합니다.

 

" (전략) 하지만 오늘은 그저 오비나 역일 뿐이야. 이런 느긋한 신분에 거짓말은 나오지 않아. " - 빙과 22화 중

 

  그런데 이키비나 말고도 이 앞장선 검은 옷을 입으신 분도 꽤 한 미모하고 계십니다. 검은 옷을 입은 오비나 역은 히나 인형에서 일왕에 해당하지요. 역할이 역할인지 처음에 출발할 때 잠시 이키비나와 이야기할 때 빼곤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으로 걷고 있었지만요.

 

 오기 전까진 대체 축제를 하나마나 걱정했는데 와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다들 행렬을 둘러싸서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행렬이 걸어다는 도중 잠깐잠깐 멈추면서 사진 찍는 시간까지 주네요 ㅎㅎㅎ 나중에 보니 사진 콘테스트까지 있어서 그런지 다들 장비가 후덜덜합니다.

 

  오는 도중에 눈이 오는 것을 보다시피 여긴 아직 손이 얼 정도로 추워서 벚꽃도 아직 꽃망울만 생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빙과 애니메이션처럼 이때쯤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려면 이상기후라 생각될 정도로 따듯해야 할 것입니다.

 

   빙과에선 양산을 드는 사람이 두 명이 있어 이키비나에 호타로가 붙어 갔습니다만 이번 행렬을 보니 앞에 오비나 역과 뒤에 어떤 남자 역에만 양산이 붙어 있습니다. 때문에 작중 호타로처럼 이키비나의 뒷덜미를 힐끔힐끔 쳐다볼 수는 없지요 ㅎㅎㅎ

 

  이게 그 빙과에서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나온 쵸큐교로 보이는 강을 건너는 다리에 행렬이 도착합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을 본 머릿속 기억과 대조하니 빙과의 지형지물 묘사와 실제 지형은 꽤나 차이가 큽니다. 다리의 이름도 다르네요. 신사 이외엔 다 창작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실제로 이키비나 행렬이 가는 루트는 빙과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상당히 짧습니다. 원래 건너기로 예정된 첫 번째 다리까지의 거리가 빙과에선 훨씬 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저 다리를 쵸큐교 다리라고 부르기로 한 이유는 저 다리와 그다음 다리 사이의 풍경이 빙과에서 묘사된 것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또 나중에 이 근처를 산책하며 이야기하도록 하죠! 다만 다리와 근처 배경은 신사 토리이 바로 앞의 조그만 다리가 모티브입니다.

 

  이 다리 다음에 빙과에서 대신 건너는 토오지교 다리(지형적으로 볼 때)는 굉장히 멀리 있습니다. 지금 행렬도 느릿느릿 느긋하게 진행하는데 저기까지 갔다간 금세 저녁 먹을 때가 되어버리겠네요.

 

  

  어랏 찍다 보니 오비나 역이 활짝 웃으시는 사진 GET~

 

그러고 보니 아마 무사 역할인 것 같은 이분의 외모도 지지 않습니다.  쿄애니가 괜히 조연을 이쁘게 그린 건 아니었군요.

 

다리를 건너 조금만 더 걸어가면 있는 히다이치노미야 전철역에서 사진 타임. 그동안 어둑했다가 이제야 해가 구름 사이로 나와 비추기 시작해서 다들 눈을 게슴츠레 뜨고 계십니다. 애니메이션처럼 강 양쪽을 한 바퀴 돌진 않고 이 역에서 이대로 U턴한뒤 아까 다리로 다시 건너 돌아옵니다. 생각보다 루트가 짧지요?

 

나고야 TV에서도 찍으러 왔습니다. 오늘 뉴스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신사에 도착해 토리이 아래서 다시 한번 SUPER 촬영 TIME~! 이외에도 중요 포인트마다 멈춰서 찰영 타임을 중간중간 가지면서 행렬을 진행했기에 짧은 루트지만 거의 한 시간이 쓱 지났네요.

 

  이런 축제에 와보면 할아버지들의 장비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셀카봉의 최종 진화 형태군요.

 

  신사에 들어와 행렬에 흐트러진 몸가짐을 정리하고 본전 안으로 들어가 분장한 어린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불결함을 씻어내는 의식을 진행하러 가며 이키비나 행렬을 끝이 납니다. 안쪽에서 뭘 하는지는 볼 수 없어 이제 돌아가 볼까 합니다.

 

  호오 이 뒤에도 아직 일정이 남아있습니다. 이 히다이치노미야를 주제로 작곡한 곡을 합창하거나, 전통음악에 맞춘 전통 춤 등이 뒤이어 공연을 하길래 조금 지켜봅니다.

 

 

  가볍게 점심 겸 간식을 여기에 설치된 간단한 포장마차에서 해결했습니다. 돈지루(돼지 된장국)와 사토시가 먹고 있던 것 같은 만쥬 튀김 그리고 주먹밥입니다. 상당히 추운데 손은 내밀고 사진을 찍으며 느릿느릿 걷다 보니 이 따듯한 국물이 매우 그리웠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금세 식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김을 내뿜고 있으니 이 얼마나 추운 날씨인지.

 

  다른 한쪽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소바도 팔던데 차가운 주먹밥에 식은 돈지루를 먹다 보니 조금 부럽습니다. 이제 행렬 구경은 다 했으니 빙과 무대탐방 사진찍기를 시작합니다! 일단 신사부터겠네요.

 

일단 여기부터 시작해보죠. 미나시 신사의 이키비나 축제의 판넬부터 한 장 찍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무대탐방이란 앱(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jp.linknetwork.anitrip&hl=ko)이 있어서 이렇게도 찍어보았습니다. GPS와 연동해서 맵에 각 배경의 위치를 띄워주고, 사진 찍을 때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화면도 같이 보여주는 등 재미난 기능이 많아서 빙과 무대 탐방때는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이번 무대탐방 사진에는 이 AR 사진들을 올려볼까요?

 

 

 

  미나미 신사를 빠르게 한 바퀴 돌며 찍었으니 이제 여기 히다이치노미야를 느긋하게 산책이나 하러 가시죠.

 

  신사를 나와서 애니메이션처럼 다리가 수리 중이었다면 이키비나 행렬이 더 나아갔을 길을 걸으러 가봅니다. 아까 건넌 다리에서 다른 다리까지 갑시다.

 

 

" 치탄다가 보이질 않아. 신경 쓰여. 신경 쓰인다. " - 빙과 22화 중 -

 

  그 다리를 지난뒤의 강변의 길을 들어서면 벚나무가 가득합니다! 상당한 이상기온으로 벚꽃이 이키비나 축제할 때쯤 펴서 이쪽길로 행렬이 이동했다면 그 자체로 그림이 되라라 의심치 않을 벚나무 터널입니다. 빙과에서 굳이 이 길로 유도했던 그 금발의 기분이 이해가 되네요. 지금이야 앙상하지만 벚꽃이 필때의 광경을 상상하니 차라리 이키비나 축제를 뒤로 미루면 안 되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피지 않은 벚꽃길을 10분 정도 걷다 보니 드디어 대신 건넜을 토오지교 다리입니다. 다만 보듯 이전 다리와 마찬가지로 이름도 크기도 다르지만요. 하지만 그 두 다리 사이에 있는 벚꽃길과 돌아오는 길에 있는 그 벚나무를 보면 전체적인 모티브는 여기서 따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쪽으로 행렬이 진행된다면 2시간은 걸렸을 것 같아요.

 

" 그래, 철에 맞지 않게 핀 벚꽃이다. 오늘의 루트만으로밖에 볼 수 없는 거지. " - 빙과 22화 중 -

 

  빙과에서 다리를 건넌 다음 본격적으로 벚꽃들이 보인 것처럼 여기에도 강변 반대쪽까지 벚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와서 이키비나 축제를 보는 것도 좋지만 벚꽃이 필 시기에 여기서 벚꽃들도 한번 구경해보고 싶습니다. 다만 음식점이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운 오래된 마을이라 든든히 배를 채운 뒤에 가야 할 겁니다.

 

  지나가다 죽창이 떨어진 게 있어 어렸을 적 추억과 함께 가지고 놀면서 걸어갑니다. 어렸을 때가 아무래도 더 잘 휘둘렀던 거 같아요. 풍차돌리기, 8자 돌리기며 해보다가 바람에 언 손이 고통을 호소해 놓아주었습니다.

 

  그대로 걸어가다 만나는 아까 이키비나 행렬이 U턴했던 조그마한 역에 도착해 반대쪽으로 넘어가면

 

  행렬 도중과 애니메이션 최후반부 엔딩을 장식한 많은 버팀목에 기댄 커다란 벚나무의 모티브인 와룡 벚나무가 있습니다. 다른 벚나무와 마찬가지로 앙상할 뿐이지만 벚꽃철에는 타카야마에서도 화려한 축제를 한다고 하니 그 시기에 맞춰서 휴가를 따낸 분이라면 한번 놀러 와도 좋을 것입니다.

 

 

  슬슬 산책하다 이제 돌아가려 하니 버스는 앞으로 2시간 뒤, 전철은 앞으로 1시간 뒤에나 온답니다. 더 이상 어딜 돌아다니기엔 첫날부터 너무 힘을 쓰는 것 같아 그대로 역에서 멍 때립니다. 한 시간에 한번 꼴로 타카야마에 돌아가는 기차가 오는데 방금 지나간 모양입니다. 오늘 원래 계획은 이후 시간이 되면 히다후루카와에 들렸다가 타카야마로 돌아가려 했는데 이미 시간이 늦어져서 이만 타카야마의 숙소에 가서 쉬기로 합니다. 

 

  역에서 멍 때리다가 기차를 타고 타카야마에 도착해 잠시 역의 기념품점을 물색합니다. 이전엔 신경도 안 썼는데 이젠 기념품을 줘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여행 갈 때마다 늘 고민입니다. 이 지역엔 여기 도착하자마자 봤던 사루보보라는 인형이 주력상품입니다. 어머니가 딸에게 이것저것 기원하며 주는 선물이었다더군요. 그리고 가격이 상당한 '끈' 기념품이 있는데 그건 내일 이야기하기로 하...

 

  오 이런... 이 사람들 결국 저질렀군요. 너의 이름은의 미즈하 자매와 비슷한 캐릭터가 있는 무녀술이 있습니다. 다행히 라벨을 보건대 미인주-쿠치카미자케 방식으로 만들지 않은 것이 일말의 양심일까요?

 

 

  역을 나와 숙소로 가는 도중 반가운 포스터들이 있습니다. 왼쪽은 지금까지 썼던 무대탐방 앱 광고 포스토도 있네요. 빛바랜 포스터가 빙과 방영부터 시간이 꽤 지났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오늘은 값싼 게스트하우스입니다~ 혼자서 다니니 샤워와 잠만 자는 용도인 숙소는 비즈니스호텔조차 비싸게 느껴지네요. 샤워할 때 뜨거운 물만 팍팍 나오면 됩니다. 다만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사람에 할당된 콘센트는 하나이니 멀티탭을 챙겨가는 건 필수입니다. 오늘은 이만 저녁 먹고 푹 쓰러져야겠습니다. 오늘의 무대탐방은 이걸로 종료~!

 

  오늘 밥을 영 대충 때우면서 돌아다녔으니 저녁은 호화롭게 갑니다! 이 근처의 특산품 히다규 야키니쿠!!! 한국에서 못 해본 혼밥족의 최고봉 고기구이를 일본에서 해보게 될 줄이야. 헌데 역 근처에 있는 커다란 야키니쿠점으로 오고 보니 사람이 워낙 많아서 예약판에 이름을 적어두고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7시 좀 너머에 갔는데도 거진 한 시간 반을 기다렸네요. 예약판을 쓸쩍 보니 저 말고도 혼밥족이 꽤 많네요.

 

  기다리는 동안 점내에 조그만하게 마련된 기념품들을 좀 구경할까요? 돼지해여서 그런지 몰라도 돼지모양의 귀여운 사루보보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 중에 돼지띠가 있으니 하나 사가긴 하는데 엄청 비쌉니다. 히다규 0.5~1인분 값이군요 흑.

 

  이 지역을 돌아다니는 내내 이 감자튀김을 대체 무슨 맛인가 싶었습니다. 감자튀김에 쇠고기 맛 나면 괜히 슬퍼질 것 같은데 말이죠. 대충 바비큐 맛 감자칩 같은 걸까요?

 

  그냥 기다리긴 뭐하니 메뉴판을 보며 미리 뭘 먹을지 정합시다. 일본 3대 소고기 중 하나라는 히다규답게 가격도 자비 없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마블링을 보니 오늘 기름칠은 단디 하겠네요. 이번 여행, 먹을 땐 먹기로 어제 정하긴 했는데 단품의 가격이 무자비하기도 하고 거기에 몇 g인지도 모르겠어서 대체 어느 정도나 먹어야 할지 가늠도 되질 않습니다.   한참 고민했는데 적절한 가격인 1인용 세트가 있어 그걸로 먹기로 하지요.

 

  뭔가 혼자서 6명은 들어갈 듯한 넓은 자리를 차지하니 괜히 가슴이 뿌듯합니다. 옆에는 저와 같이 혼자서 오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고기와 같이 시킨 샐러드 밥 된장국 세트. 이렇게 보니 고기가 몇 점 되어 보이지는 않는데 윤이 나는 것이 미칠 지경입니다. 요즘 운동한답시고 단백질을 외치느라 일부로 낮은 등급 고기만 먹었는데 이런 마블링을 오랜만에, 아니 이 정도로 지방이 촘촘하게 박힌 것은 처음 봅니다.

 

  귀한 몸이니 일단 2점만 살그머니 올려 모든 신경을 집중해 굽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소고기 구워온 솜씨를 이때 발휘해야죠. 아래 연탄처럼 생겨먹은 구멍 아래 사실 가스불이 타고 있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위에서 내려오는 환풍기가 아니라 옆부분에 길쭉한 구멍들로 환풍이 되는데 이쪽이 굽기에 덜 불편해서 편하긴 하네요. 한국에선 가끔씩만 보입니다만 숯불은 더 연기가 많이 나기 때문에 힘든 거려나요? 아니면 제가 한국에서 고급 소고기집을 못 가 봐서 모르는 거겠죠 흑.

 

  앞뒤로 살짝 구어 새하얀 밥에 살그머니 올려 먹으니. 하아...... 너무나 부드러운 조직에서 순식간에 기름과 육즙이 흘러나와 혀가 황홀해집니다. 너무 부드러워 씹는 것조차 아깝습니다. 

 

  고기에서 송송 흘러나온 기름이 사정없이 끓다가 떨어져 불이 붙습니다. 고기 기름이 표면에서 부글부글 거리는 뒤집은 순간 보이는 광경에 할 말을 잃고 감상합니다.

 

  결국 못 참고 그나마 싼 갈빗살을 하나 더 시켰습니다. 그러나 마블링이 죽이는 만큼 느끼함은 제곱이 되어 추가로 시킨 갈빗살은 맛은 여전합니다만 넘기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김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만. 하지만 다 추가 요금이죠. 먹을 것에 아끼지 않는다곤 했지만 묘하게 그걸 시키긴 아깝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긴 식사 메뉴로 비빔밥이나 시장국밥도 팝니다. 일본 야키니쿠집의 유래를 보자면 이해는 되는데 한국사람도 이런 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또 기름진 비빔밥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갈빗살을 마무리합니다.

 

  계산할 때 한국 고깃집처럼 박하사탕을 주는데 작지만 매우 강렬한 녀석입니다. 입안이 기름으로 가득해 느글느글함이 씻겨 내려가며 시원해지지만 한편 그 기름맛이 사라지는 게 아쉽기도 합니다.

 

 이맘때다 보니 이 고깃집을 포함해 여기저기 하니마츠리 장식이 많습니다. 이것도 상당히 간략화된 편이겠지요?

 

  만족스런 저녁의 여운과 함께 숙소로 돌아와 잠시 구경하다 본 세계지도. 어째선지 몰라도 태국과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듯 이곳에 왔답니다.

 

  저녁에 먹었던 고기의 기억을 안주삼아 오늘 밤은 이 맥주인지 칵테일인지 모를 캔을 하나 따서 마무리합니다. 아마 대충 사랑의 스콜 white sour? 제목만 봐선 도저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데 먹어보니 약간 달달한 요거트에 보드카 살짝 탄 칵테일 같은 맛입니다. 달달하고 부드럽지만 나름 알코올을 주장해 살짝 멍해진 머릿속으로 내일은 타카야마를 돌아다니며 본격적인 빙과 무대탐방을 하니 매우 긴 하루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오늘 밤이 지나갑니다.

 

 

= 오늘의 루트 =

한국 - 나고야 주부 국제공항 - 나고야시 - (버스) - 타카야마시 - (버스) - 히다이치노미야 - (기차) - 타카야마시

참고한 빙과 무대탐방 구글맵

https://goo.gl/maps/coxFbxJQ1bmHHyZt7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D2STSOlqddalD3KnisOwi3rCKhY&ll=35.51220800821844%2C137.37012099999993&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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