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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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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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자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결국에 여행의 마지막 날이 왔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어떤 여행이었든 어느 이유에선 간에 각별하겠지만, 오늘 이 여행 이후에는 당분간은 어딘가로 가지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7시 너머로 꽤 여유 있게 잡긴 했지만 오늘 또한 돌아다닐 곳이 아직 많습니다. 

 

  그래도 아마 어제처럼 이야기할 것이 그렇게 넘치진 않겠지요? 하하. 어제는 정말 농밀하게도 이세시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 고로 분량에 여유가 조금 있으니 지금 있는 이 게스트 하우스를 좀 소개를 해볼까요? 지금 막 일어난 침대는 사진과 같습니다. 사실 침대라기보다는 나무로 된 받침대에 요가 좀 깔려있는 모양새지요. 언젠가의 기숙사 생활이 생각나네요. 컨센트는 하나밖에 없으니 꼭 멀티탭을 챙겨야 합니다.

 

  게스트 하우스의 부엌을 탐사하는 건 처음인데 이렇게나 기본적인 요리에 필요한 것들이 갖추어져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재료만 사 온다면 밥해먹는 것이 크게 어렵진 않겠네요. 어젯밤엔 아마 동남아에서 오신 분들이 양파를 졸이고 졸인 카레를 해 먹던데 정말 냄새가 좋아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자카야에서 듬뿍 먹고 와서 망정이었지요.

 

 부엌 한쪽의 상자 안엔 근처 빵가게에서 가져왔다는 빵을 100엔에 사 먹을 수 있습니다. 빵 하나를 꺼내 오븐에 데운 뒤 어제 사 왔던 푸딩과 그리고 녹차로 어제와 대비되는 조촐한 아침상을 차렸습니다. 빵을 살짝 오븐에 굽기만 했는데 왜 이리 맛있을까요. 

  

  아침을 즐기는 동안 식탁 건너편에 게스트 하우스의 집주인도 같이 앉아 아침을 먹으며 잠시 수다를 떱니다. 어디서 왔냐, 어디 갔었냐, 어제 그 강가의 벚꽃길은 지금 이 시기에만 잠깐 핀다는 등등. 타카야마에서 여기까지 왔고 타카야마에선 아직도 눈이 내린다고 하니 살짝 놀라는 눈치입니다.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읽고 여기로 왔다고 하니 아쉽게도 모른다며 한번 봐야겠다고 하십니다. 소설은 일본어로 읽었냐고 하는데 한자 때문에 읽고 쓰기는 도무지 못하겠다고 해줍니다. 한자 싫어요. 세종대왕 만세

 

  게스트 하우스에 가끔 일하러 오는 여자애가 있다는데 게스트 하우스에 한국사람이 오면 꼭 만나고 싶다고 맨날 그런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일하러 오지 않았다고, 또 오라고 하시는데 가까운 시일 안에 방문하는 건 힘들겠지요.

 

  6일간의 짐이 쌓여 무거운 여행캐리어을 이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해야 된다는 게 이곳의 가장 큰 슬픈 단점입니다. 그러고보니 타카야마의 그 좋은 게스트 하우스도 계단으로 캐리어를 끌고 오르내리는 게 힘들었지요.

 

  어딘가 동화 속 건물처럼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를 뒤로하고 걷다가 돌아서서 한 장 찍으니 일본에서의 숙박은 이제 끝남을 자각하는 이 기분이 참 오묘합니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는다. 길고 긴 언덕. 경사 자체는 대단하지 않지만, 어쨌든 계속 언덕이다. 역시나 숨이 찬다. 페달을 밟는 다리가 마비 될 것 같다. "힘내."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게스트 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오늘은 이세 신궁, 그 중에서도 이세 신궁 내궁을 향하여 갑니다. 외궁이 가깝긴 한데 굳이 먼 곳을 향하는 이유는 반쪽달에서 주인공 커플-리카와 유이치가 데이트하러 간 곳이 바로 내궁이거든요! 어제는 주인공 애들처럼 자전거였지만 전 오늘 편안하게 버스를 타고 갑니다. 어제 경험한 언덕길은 이제 사양입니다.

 

  버스로 편안-하게 가다 우지교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기념품 가게에서 한 캐릭터가 반겨줍니다. 아마 너무 성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이세시 옆에 있는 시마시의 공인 캐릭터에는 선정되지 못한 비공인 캐릭터 아오시마 메구가 있습니다. 그래도 어째 인기는 있는지 이젠 이세 시도 포함되어서 여러 물건이 팔리고 있네요. 가게 아저씨가 슬쩍 보더니 SNS에 홍보 좀 해달라며 기념품 하나를 살짝 건네줍니다. 그때의 아저씨, 늦었지만 전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이곳 주변 관광지도입니다. 지금이 저 아래 우지 다리인데.... 엥? 어젯밤 그 밤 언덕길을 자전거로 30분 동안 고생해서 갔던 사루타히코 신사가 여기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어제는 그냥 돌아가설 쉴걸.....

 

 " "여기서부터가 신궁이야." 우지교의 바로 앞에서 나는 말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내궁이 시작하는 우지교 앞에 왔습니다. 이 토리이부터 내궁인가 봅니다. 일요일이라곤 해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옆의 천막에서 무언가 줄이 길게 서 있길래 뭔가 해서 진행요원 같은 분에게 살짝 물어보니 헤이세이 시대에서 레이와 시대를 맞이해 이름을 서명해 기원을 올리고 기념으로 떡 같은 것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선 이제 곧 레이와 시대가 시작됩니다. 헌 시대를 보내고 새 시대를 맞이한다는 느낌으로 여기에 오는가 봅니다. 더불어 이 신사는 일왕의 직계 조상이라는 태양신 아마테라스 신을 모시는 곳이니 더욱 찾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그런 의미도 있어 그런지 다른 신사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토리이를 지나고 신사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신토와 일왕에 대한 것은 생각보다 깊게 자리 잡아 있나 보군요.

 

"그래, 겨울은 지나갔다. 앞으로 봄이 찾아올 거야. 벚꽃이 필 거야. 이스즈강의 기슭이 파릇한 풀로 둬덮일 거야. 강에 물고기가 만드는 파문이 몇 개나 퍼지겠지."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나무로 된 우지교로 이스즈강을 건너가며 찰칵. 여기가 내궁의 숲을 둘러싸듯 흐르는 이스즈강입니다. 

 

"리카는 하나, 둘, 셋 하고 석등을 세기 시작했다. 석등은 대체로 십 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세워져 있었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리카는 숫자를 세어간다. 이십 일, 이십 이, 이십 삼─."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나무로 되어있으니 석등은 아니고... 목등? 아무튼 등롱과 신사내의 벚꽃나무를 찍어보았습니다. 어제 미야가와 강변처럼 많진 않지만 간간히 서있는 벚꽃나무가 신사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 긴 바가지로 물을 퍼서 리카의 손에 부었다. "차가우니까 기분 좋다. 신에게 인사하러 가기 전에 몸을 깨끗이 하는 거지?" "아, 으응. 그렇다고 하더라고." 윽, 그런 것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리카와 유이치가 장난을 치던 곳을 지나가며 본당을 향하다 보면

 

" 나도 모르게 헤헤 웃으며 사진을 보는데, 리카가 이름을 불렀다. 나와 리카는 이스즈강 근처에 있었다. 황실의 조상인 아마테라스 오오미가미를 모시는 이세신궁, 그 앞길에 흐르는 이스즈 강줄기를 본뜬 라인이라고 한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옆길로 사람들이 몰려있기에 뭔가 했더니 이스즈강입니다. 모래알을 셀 수 있을 것만 같이 물이 정말 깨끗합니다. 송사리처럼 생긴 조그만 물고기가 그늘 아래 헤엄치고 있네요.

 

  이외로 이 근처엔 벚꽃나무 없이 초록 빛깔만 가득합니다. 돌아다닐 때마다 만나다 보니 어쩌다 일본 강가=벚꽃길이라는 선입견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네요.

 

  본전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 큰길 옆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면 조용히 나무로 둘러싸인 산책길이 있습니다. 굳이 사람 많은 길로 가지 않고 산책길로 들어서 느긋하게 걸어봅시다.

 

  가다보니 이스즈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습니다. 여긴 또 어디로 향하는 다리일까요?

 

  언젠가 교토 고쇼(왕궁)에서 보았던 것 같이 나무로 몇 겹씩 쌓은 방식으로 지붕을 얹은 조그만 신사가 있습니다. 어찌 한자 옆 히라가나를 읽어보니 카기히신사인거 같은데 더는 모르겠군요. 대부분 본전 쪽으로 가기에 여기는 사람은 얼마 없습니다만 여기까지 오는 사람도 적진 않더군요. 무언가 차이가 있나?

 

  다시 다리를 건너고 쭈욱 가다보니 큰 건물과 마주합니다. 참배하는 곳은 아니고 따로 기도실이나 매점이 있는 건물입니다. 건물 안 쪽에 어떤 한 가족이 갓 중학생이 된 것처럼 새 교복을 입은 아이들과 함께 개인 기도실에 들어가곤 하네요. 앞으로의 기원이라도 올리는 것일까요?

 

" "아아, 부적이구나. 집에 이세신궁 것을 붙여 놨는데." "나란히 붙이면 효과가 훨씬 좋다고 해요." "호오? 그런가?"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 사진을 찍고 줌을 당겨보니 무언가 미니어처 건물 같은 부적이 있습니다. 아니 부적이라는 말이 맞기는 할까요? 슬쩍 가격표를 보니 가격은 대략 자비가 없습니다. 적어도 오천엔에 큰건 몇만엔이 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신사 짓다가 남은 나무로 만들지 않았을까 할 정도네요. 아니 그러지 않으면 이 가격의 설명을 할 수 없습니다. 

 

"투덜거리면서 걷는 내 옆을 리카는 즐거운 듯 걷고 있었다. 긴 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드디어 신궁의 가장 안쪽에 도착했다. 계단을 다 올라간 곳에 본전이 있다. 분발해서 나도 리카도 백 엔짜리 동전을 던져 넣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안쪽으로 가다보니 중간에 가이드가 설명을 하기에 옆에서 살짝 훔쳐 듣고 갑니다. 듣자하니 내궁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코스로 되어있고 외궁은 시계 방향으로 도는 코스라네요? 나중에 외궁도 가볼까요. 추가로 문을 여는 방향이 안쪽이냐 바깥쪽이냐 하는 것도 다르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호오.

 

 "무엇을 빌었냐고? 물론 비밀이다. 손을 모으면서 살짝 리카의 모습을 엿보니, 리카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손을 모으고 있었다. 리카는 무엇을 빌었을까?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본전에는 우리가 신사의 세전함이라고 흔히 생각하는 그 모양의 나무상자는 없고 그냥 여기 지붕 아래 바닥 전체가 세전을 던져두는 장소입니다. 이제보니 그 위에 딸랑딸랑하는 방울도 없네요. 그나마 반쪽달 일러스트에 있던 하얀 천은 매달려 있습니다. 하기서 방울이 있으면 그것까지 한다고 도저히 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소화를 못 시킬 겁니다. 조용히 보니 만 엔짜리 지폐로 매우 분발하신 분도 있습니다. 

 

  본전 안에선 누군가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신토는 일본인의 일생과 함께하는 모양입니다.

 

  이왕에 온 것 바로 돌아가지 않고 관광객 모드로 느긋하게 산책하며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어진 길로 걸어갑니다. 여러모로 손기름이 묻어 반질반질한 나무, 창고, 그리고 또 다른 신사 등 여러 장소가 숲속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함께 이어집니다.

 

"깊은 연못은 초록으로 물들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그러던 중에 만난 내궁 내의 연못과 맞닥뜨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벚꽃나무는 연못에 비치며 마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에서 본 장면과도 비슷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 아베의 즐거웠던 한때. jpg -

 

 돌아오는 길에 무슨 기념관이 있기에 들어가 봤더니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즐거웠던 한 때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금이야 뭐. 하하하하하. 한쪽 구석에서 차를 나눠주기에 한잔 얻어마시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합류합니다.

 

"내궁의 길은 오하라이 마치나 오카게 요코쵸라고 불리고 있다. 이세의 옛 거리가 재현되어 있어 우체국 같은 곳도 옛 느낌을 내게끔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내궁은 이세신궁에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나 같은 토박이들은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우지교를 나와 오른쪽을 보면 옛거리를 재현한 듯한 거리가 있습니다. 진퉁 옛날 거리는 이미 타카야마에서 실컷 맛보긴 했지만서도 반쪽달에서 나온 먹을 것들을 봐야 하니 인파 속에 들어가 봅시다.

 

""멋지다! 우와, 굉장해!" 라고 하면서 옛 거리를 재밌다는 듯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둘러본다. 나는 그런 리카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이것저것 많은 가게들이 있습니다. 아 소고기 스시나 꼬치는 어디든지 있긴 한데 소고기를 뭐 그리 좋은 걸 쓰는지 정말 비싸서 결국 안 사 먹었어요. 아 이세우동도 있네요. 이건 아까 버스 내릴 때 봐 둔 곳이 있어서 일단 넘어갑니다. 전복 꼬치는 처음 보네요! 놀라운 가격 8000원! 패스! 관광지답게 가격엔 자비가 없습니다.

 

  이젠 마치 이세 공인 캐릭터 같은 메구는 옛 거리에서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상품이 이것저것 있네요. 거기에 만쥬나 과자 같은 먹을거리도 참 많습니다. 일본애들은 특히 이런 만쥬들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어디 기념품점만 가면 그 지역 만쥬만 몇 종류씩 있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당장 반쪽달 소설 속에서만 해도 이세 명산물이라고 하는 것이 5개는 훌쩍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카후쿠, 나나코시 만쥬, 츠이타치모치, 아카후쿠 빙수, 아카후쿠 젠자이, 등등등

 

"우동을 먹은 후, 신궁의 뒤쪽으로 돌아 이스즈강의 강변으로 내려갔다. 나는 여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기분 좋다." 리카는 그렇게 말하고 물에 손을 담구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옛 거리에서 잠시 나와 뒤쪽 길로 살짝 돌아내려오면 너른 이스즈강 강변이 있습니다. 하얗게 빛나는 자갈들과 초록 빛깔을 품을 물의 대비가 참 예쁜 장소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돌을 던지며 놀길래 저도 한 때 저수지에서 연습했던 별똥별 물수제비를 보여주고 갑니다. 으.. 오랜만에 하니 생각보다 잘 안 되네요. 분명 돌 모양이 안 좋은 탓일 겝니다.

 

  "나는 분해서 강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집고서 말했다. "리카! 하루살이 유충 볼래?" "뭐야, 그게?" "강에 살고 있는 벌레야! 벌레!" "벌레…." 리카는 굉장히 싫은 듯한 얼굴을 했다. (중략) "오지 마, 진짜! 유이치, 바보!" "어, 어이! 돌 던지지 마! 위험하다니까! 맞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야? 던지지 말라니까!"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이 강을 아까 신사내에서 아까 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깨끗한 물이 이정도 넓이와 이만한 수량으로 있는 것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커다란 잉어가 이렇게나 깨끗한 물에서 헤엄치는 것은 처음 봐요! 슬쩍 물가의 돌을 들어 올려보았지만 딱히 유충이나 가재같은 것은 발견하진 못해 내심 아쉬움을 뒤로하고 옛 거리에서 먹어야 하는 것이 있기에 다시 옛 거리로 향합니다.

 

"─저기, 내 병실에 가자. 아카후쿠가 있으니까, 그거 같이 먹자." "아카후쿠? 그게 뭐야?" "몰라?! 아카후쿠를?!"
"응." "진짜야? 따라와봐! 빨리!" (중략) 그나저나 아카후쿠를 모르다니, 이세 지방에 있을 자격이 없다. 지금부터 한 상자를 통째로 먹여서, 아카후쿠의 위대함을 가르쳐줄 테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츠카사가 내민 것은 아카후쿠였다. 떡을 팥소로 감싼 화과자로, 이 지역 이세의 명물이었다. (중략) 나 참, 왜 다들 아카후쿠만 사 들고 오냐고."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일은 젖혀 두고 간호사실을 다 뒤져 봤지만, 찾고 있는 빨간 포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없다고 생각하니 더 먹고 싶어졌다. 듬뿍 든 팔소. 부드러운 떡. 아아, 사랑스러운 아카후쿠는 어디로."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소설에서도 몇 번이고 튀어나오는 아카후쿠. 특히 사실상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5권을 읽다 보면 계속해서 아카후쿠 아카후쿠 하며 세뇌를 할 정도로 튀어나옵니다. 보기만 해도 달아 보이는 형태인 이 아카후쿠는 직역하면 빨간복으로 아무래도 팥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팥의 빨간?색을 길조로 여기는 음식으로 여기는 건 동아시아 공통인가 봅니다.

 

"본점은 아니지만, 내궁 앞에 있는 가게에서 우리들은 아카후쿠 젠자이를 사먹었다. 리카는 계속해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옛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있는 가게에서 저도 아카후쿠 젠자이를 하나 먹기로 합니다. 아카후쿠는 딱 봐도 엄청나게 달아보여서 나중에 다시 온다면 먹기로 하죠.

 

""아카후쿠 젠자이? 그게 뭐야?" "아카후쿠 팔소랑 떡으로 만든 거야. 그거 정말, 끝내주게 맛있어." "아카후쿠 젠자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리카는 몹시도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아카후쿠 젠자이를 시키면 이렇게 아카후쿠 젠자이와 매실장아찌와 무언가의 조림 그리고 차 한잔이 나옵니다. 언뜻 보면 팥죽에 구운 떡을 올린 모양이네요.

 

 " "아카후쿠 젠자이, 아카후쿠 젠자이, 아카후쿠 젠자이." 리카가 즐거운 듯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중략) 그 뒷모습과 목소리가 마치 어린아이 같아서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중략) "맛있어?" 물어보니 바로 대답한다. "맛있어."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떡을 팥에 찍어서 한입 물어보니 단맛이 입안에 확 퍼집니다. 한번 떡을 팥 속에서 한번 더 데웠다가 끝에만 살짝 물고 젓가락으로 당겨보니 만화처럼 주욱 늘어납니다. 이런, 옆사람이 슬쩍 보더니 웃네요. 아카후쿠에 들어가는 팥소로 만든 팥죽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달달합니다. 즉 엄청나게 맛있어요! 먹다가 단맛에 물릴만하면 시큼하고 짠 일본식 매실장아찌로 괴롭게 입맛을 한번 리셋하고 또 먹다 보니 금세 없어졌습니다. 다음에도 먹고 싶네요.

 

""나, 배고파. 이세우동 먹으러 가지 않을래?" 이세우동이란, 이세 특유의 요리로 매콤한 소스로 간을 한 우동이다. 보통 우동과는 상당히 다르다. 처음 맛을 보여 줬을 때는 충격을 받아서 먹지 못하더니, 어느새 이세우동은 리카가 즐겨 찾는 음식이 되어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아카후쿠 젠자이로 살짝 허기는 채웠지만 그걸로 점심을 때우기는 아쉽습니다. 아까 우지교 앞에서 버스에서 내렸을 때 눈도장 찍었던 집으로 이세우동을 먹으러 갑니다. 30개 한정 300엔으로 할인해주기도 하고요! 대신 아까 옛 거리에서 본 이세우동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무언가 쌓여있던데 여긴 고명은 거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이세 우동에 리카는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뭐야, 이게?" 눈을 동그랗게 하고 그렇게 물어온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처음 보는 사람에겐 여러모로 충격적인 비주얼의 이세우동. 국물은 거의 없다시피 한 녀석이 그렇다고 찍어먹는 츠케멘도 아닌 것이 제 앞으로 대령해 나옵니다.

 

" "그치만 국물이 없잖아. 고명도 없어. 우동에 간장만 뿌린 거잖아." "뭐, 그게 이세 우동이니까." 후루룩거리며 마신다. 나쁘지는 않지만 역시 역 앞의 가게가 더 맛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면을 슬쩍 들어보면 엄청나게 진한 간장국물이 있습니다. 아니 그냥 간장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오사카에서 먹었던 우동도 무진장 짯었지만 이건 국물을 마신다는 개념이 도저히 불가능한 녀석입니다. 유이치는 이세 사람이라 이 짠 국물을 마실 수도 있었던 걸까요?

 

  아 그래서 결국 맛은 어떠냐고요? 반쪽달 소설의 표현을 빌려오지요.

 

" "면이 아무 맛도 안 나! 그냥 삶기만 한 거잖아!" (중략) "혹시 맛이 없어?" "으─음." 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면을 먹고 있다. "응? 맛이 없어?" "으─음." "뭐, 뭐야! 어느 쪽이야?" "으─음." 다 먹을 때까지 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이제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 위해 이세역쪽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버스가 이세 신궁 외궁까지 갑니다. 이왕에 왔으니 외궁도 들려보러 가시죠. 외궁이라 하면 왠지 내궁보다 규모가 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와보니 내궁보다 더 작은 규모이며 사람들도 내궁에 비하면 많이 없고 한산합니다. 

 

  " 이세신궁은 20년에 한 번, 전체를 다시 지어 올린다. 천궁이라는 아주 옛날부터 이어져 오는 의식이었다. 천궁 시기의 이세는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된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대신 외궁에는 20년마다 신사를 다시 짓는 천궁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철거된 본전터의 흔적과 바로 그 옆에 같이 있는 본전을 볼 수 있지요. 내궁에 비해서 볼 건 많이 없어 본전만 찍고 역으로 향합니다.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 나고야로 가서 공항에 갈 순서만 남았습니다. 나고야에 가는 기차는 특급과 급행이 있는데 가격차이가 두배는 나니 적당히 급행을 타는 것이 주머니 사정에 이롭습니다. 대신 좀 더 시간이 걸리긴 하는데 어차피 자리도 텅텅 비어 앉아서 갈수 있겠다 느긋히 타고 가기로 합니다. 

 

  느긋한 기차를 타고 딱히 재밌지도 않은 바깥 풍경을 잠깐 보다가 2시간쯤 졸고 있으면 사람들이 발에 채이는 전파녀와 청춘남의 배경으로 잠깐 등장하는 나고야역에 돌아옵니다. 몇 장 더 찍긴 했는데 주제의 통일성도 유지해야 하니 부록으로 다음에 쓰도록 남겨두기로 하죠.

 

  나고야역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공항열차를 타고 공항에 들려 수속을 마치고, 나고야 공항인데 나고야 근처 특산품은 없는 공항 면세점에서 아는 사람들한테 나눠줄 도쿄바나나와 병아리 만쥬나 사고, 남은 마지막 동전들로 일본에서의 마지막 밥이 될 핫도그로 끼니를 채웁니다. 그동안 잘 먹다가 마지막 날에 와서야 매우 검소한 식사가 되었어요.

 

  마지막날은 생각보다 짧았던 것만 같습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여행이 끝내니 다시한번 돌아다녔던 곳을 회상하며 새삼 다시 아쉬워지기도 하지만, 저의 학창 시절, 대학생 시절, 대학원생 시절을 함께했던 작품들을 하나하나 떠올려가며 섭렵해버린 이번 여행은 어느 때와 달리 풍부하며 특별한 장소로 가득했습니다. 앞으로 다시없을 터인 이런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학창시절 정말 좋아했던 이 소설의, 그것을 정말 기다렸지만 차마 오기를 바라지 않았던, 마지막 권의 마지막 문단으로 끝내려 합니다.

 

"또 오자."
상당히 힘주어서 리카는 말했다.
"또 오자, 유이치."
"응."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진지하게 주장할 건 아니잖아.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6일간의 나고야 없는 나고야 여행기 END.

 

=오늘의 루트=

게스트하우스 --> (버스) --> 이세 내궁 --> (버스) --> 이세 외궁 --> 우지야마다 역 --> 나고야 역 --> 쥬부 공항 --> 한국으로

재미삼아 세어본 여행기를 쓰며 사용한 이미지 양

1~2일차 - 114장, 3일차 - 201장, 4일차 - 140장, 5일차 - 144장, 6일차 - 6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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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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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로 온천에서 맞는 아침!

 

  어젯밤 료칸 근처를 오가는 기차소리에 잠을 조금 못 이루긴 했지만 그만큼 뒹굴거리며 오늘에 대한 계획도 짜고 오늘 갈 곳에 대한 복습도 했기에 인생사 새옹지마!

 

  아침도 최대한 늦는 8시 30분에 달라고 하고 최대한 잠을 청했으나 - 여행오기전에 얻은 불면증, 또다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는 아직도 조금 남아있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이불에서 오랫동안 뒹굴뒹굴이라도 해야겠지요. 뒹굴뒹굴뒹굴뒹구리구리구리

 

  일단 가볍게 아침 목욕 후 밥을 먹으러 갑시다. 어제저녁보다는 간소하지만, 그동안 여행 중 대충 때운 아침을 생각하면 푸짐한 아침이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기한 감촉의 온천달걀. 계란은 요리방법에 따라 그 감촉과 맛이 무궁무진하게 달라지는 게 참 재밌는 식재입니다.

 

  맑아 보이던 국물 안에 깊은 맛이 끝내주었던 순두부 전골. 이 두 개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오늘 일정상 아마 점심은 매우 늦을 전망이니 밥 한 그릇 더 퍼서 든든히 먹고 갑시다.

 

  오늘은 게로 온천에서 나고야를 거쳐 이세 시까지 갑니다. 이 티켓은 나고야까지만 가는 티켓인데 자유석 이어도 4만원이 넘습니다=_= 그리고 나고야에서 이세까지 또 만원 넘는 비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으헝 니혼 차값 비쏴요. 니혼 차값 나뽀요. 징징

 

  자유석은 기차의 제일 앞 량과 제일 뒷 량에만 탈 수 있습니다. 안내방송은 일본어로만 하기에 일본어가 약하다면 눈치껏 해야겠죠? 저는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옆에 같이 기다리던 친구들과 함께 온천에 온 할아버지들께 물어보니 신이 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오늘 가는 이세 시는 나고야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입니다.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의 무대로도 유명하죠. 음?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이 무엇인지 모르시겠다고요?

 

바로 이!!! 아니 잠깐 이것도 맞긴 한데 이건 아니고

 바로 이 라이트노벨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입니다! 표지를 보고도 영 기억이 안 나신다고요? 흑.. 본격적으로 라이트노벨 막 들여올 쯔음 수입 초창기 우리 동년배들은 다 이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이랑 스즈미야 하루히랑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봤단 말입니다. 그때는 이리야 하면 이리야의 하늘 이였단 말입니다. 으헝헝

 

  ...이세신궁으로 유명한 이 이세시는 이미 완결된 지 10년은 훌쩍 넘는 작품인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일본 2003~2006, 한국정발 2005~2007) 의 무대가 되는 곳입니다.

 

  몸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생을 병원에서 지낸 성격 나쁜 여자아이-리카와 현대의학으론 별건 아니지만 아무튼 입원은 해야 하는 병을 얻은 남자아이-유이치의 만남에서 비롯된 주변 인연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지요. 1인칭 시점으로 세심하게 그려내는 심리묘사는 저도 모르게 땀을 손에 쥐며 술술 읽게 내려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 인기는 완결 후 5년이나 지난 후에도 실사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 다만 좀 일찍 나온 애니메이션은... 6화에 이야기를 압축하느라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도 1~4권까지의 후일담 이전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6화로 어떻게든 완결을 내긴 했기에, 어설프게 중간에 끊을 때가 많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그냥저냥 나온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리메이크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품이지요. 

 

  작가 하시모토 츠구무는 이 작품 이후로는 라이트노벨에서 일반 문예계로 옮겨 가서 여러 책을 냈고 일부는 번역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중고로만 구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 노벨 작가에서 문예계로 가서 최근 2017년까지 책을 내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은 제가 알기로 유일한 작가. 

 

  아무튼 이 반쪽 달은 10년도 훨씬 전의 학생시절을 위로하며 두근거리게 하며 발매일을 기다리게 하며 한권한권 구입했던 작품이며, 당시에 구입한 다른 책들은 스즈미야 하루히마져 정리되고 말았지만, 반쪽달은 아직도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시절 추억의 상징으로 언제까지고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 가봐야지 하고 생각한 지 십여 년 후. 오늘 드디어 그곳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오늘은 그동안의 여정보다도 매우 긴 여정을 함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천천히 가볼까요?

 

  기차를 타고 가다가 가벼운 점심 겸으로 산 푸딩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속았습니다. 이거 푸딩이 아니라 일본식 달걀찜입니다. 이런 제ㄱㄹ... 단맛을 기대하며 한 숟가락 뜨는 순간 입안을 적시는 이 형용할 수 없는 짭쪼름한 맛... 

 

  그러고 보니 위에 저렇게 장황하게 써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하긴 또 뭐한데, 사실 공항에 가는 공항버스를 탈 때까지도 이세 시는 이번 여행 플랜에 없었습니다. 워낙에 정황 없이 급하게 챙겨서 떠난 여행이라 혹시 몰라 게로 료칸 이후 오늘 묵을 숙소도 예약을 안 했었거든요. 공항버스를 타고난 다음에야 여유를 찾은 뒤 또 갈 곳이 어디 있나 지도를 켜봤는데 근처에 이세 시가 있더랍니다.

 

   이세..? 이세?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하다가 간신히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떠올리고 마지막 이틀을 급하게 이세 시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설마 했던 숙소를 미리 예약 안 했던 것이 득이 될줄이야! 원래 마지막 이틀은 나고야에서 별 일정 없이 여~유~롭~게 돌아다니거나 호텔에 뒹~굴~거~릴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나고야 없는 나고야 여행이 시작된 것이죠. 

 

  기차값은 더럽게 비싸긴 하긴 한데 게로 온천에서 나고야로 내려오는 풍경은 볼만합니다. 계곡 사이사이로 커브를 따라가는 관성을 타는 맛도 맛이거니와 조금씩 고도를 내려가며 따듯해져 감에 따라서 변하는 식생과 풍경도 재밌습니다. 

 

 이전에 2량짜리 기차로 시골기차다 뭐다 했는데 한량짜리 기차를 발견했습니다. 찰칵. 예-ㅅ날에 오사카 갔을 때 어떻게 기차를 타고난 뒤 한량짜리 기차도 타고 시골 구석의 료칸까지 찾아간 추억이 떠오르네요.

 

  역도시락이 유명한 일본인만큼 지나가다 다양한 도시락이 절 반겨주지만 구경할 시간도 먹을 배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JR역을 벗어나 이세 시로 가는 킨테츠 기차역으로 가지 않으면 가격이 2배는 비싼 특급을 타야 하거든요!

 

  어젯밤 오늘의 계획을 세우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때의 기차 시간이었습니다. 특급이 빨리 가긴 하는데 위 티켓 비용을 보듯 오늘 교통비를 무지막지하게 쓰게 됩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싸게 여유로운 일반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일반 기차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느리기에 이세를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니려 최대한 빨리 타야 했지요.

 

  그러다 보니 나고야역에 도착하자마자 이세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20분 안에 역이동+티켓팅+기차탑승까지 해야 되는지라 마음이 정말 급합니다. 티켓팅까지 하고 나니 딱 기차가 출발하기 5분 전이였습니다. 헥헥헥...휴양이요? 기차 안에서 앉아있는 게 휴양이죠! 그렇게 거의 모든 역에 서는 관성이 느껴지는 기차에서 느긋하게 졸기 시작합니다.

 

"...긴테츠의 우지야마다역(驛)은 정말이지 훌륭한 서양식 건축이다. 일찍이 이세는 분명 하이칼라한 문화도시였을 것이다. 지금은 이미 그 흔적밖에 남지 않았지만."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바다도 안보이는 지루한 경치 속에 졸다보니 어느새 생각보다 빠른 느낌으로 이세에 도착했습니다.  내리는 역은 이세역보다는 이 우지야마다 역이 낫습니다. 특히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을 하려면요! 게로 온천에서 9시에 출발했는데 기차를 타며 바다도 안 보이는 똑같은 경치에 멍 때리며 졸고 있다가 이세에 오니 벌써 오후 2시가 훌쩍 넘는 늦은 점심의 때입니다. 자 이제 드디어 대충 넘긴 긴 프롤로그를 지나 본격적인 반쪽달의 무대탐방을 시작해봅시다!

 

"... 그 이름 그대로, 만푸쿠 식당은 일단 양이 많고, 그런데도 값이 싸서 우리 같은 학생들의 단골집이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오늘 점심 가게로 낙점된 곳은 바로 우지야마다 역 옆에 위치한 만푸쿠(만복)식당 입니다.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에 아예 개별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주인공이 애용하는 - 아마도 작가가 애용했던 - 값싼 덮밥집입니다. 요리하는 장면부터 음식의 모양, 그리고 맛까지 세세하게 소설에 그려내고 있으니, 가난에 시달렸던 작가의 그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됩니다.

 

  영어 따윈 없는 손글씨 메뉴. 하지만 걱정 없게도 제일 오른쪽 카라아게동이라고 커다랗게 써져있는 이 집의 간판 메뉴가 있습니다. 소설에서도 자주 나온 메뉴죠.

 

  구석에 앉아계신 이 집의 주인장 할머니께 [큰소리]로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보고 왔다고 하면 이 방명록을 갔다 주십니다. 이젠 세월도 세월이고 영화가 나온지도 10년이 되어가는데 얼마나 있겠어하고 열어본 방명록에서 깜짝 놀랍니다. 아직도 거의 하루에 한 명꼴로 작성되고 있는 방명록을 보니 저 말고도 이렇게 기억하고 계신 분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13권째인 이 방명록을 보니 오늘 오신 분도 있던데 좀 더 빨리 왔으면 만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분은 이후로도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그런 거친 소리가 나면서 커다란 사발이 우리의 테이블에 놓였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닭튀김덮밥이라는, 여기서밖에 먹지 못하는 명물요리였다. 한마디로 막 튀겨낸 닭튀김을 계란에 범벅해서 그것을 밥 위에 올린 것뿐인 음식이지만, 이것이 제법 맛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이세에서 나와본 적이 없는 주인공(혹은 작가)의 서술 때문인지 몰라도 이세에선 가라아게 동은 여기서만 먹을 수 있었나 봅니다. 가격에 비해 아주 두툼한 닭튀김과 밥이 인심좋게 쌓여있습니다.

 

 "왠지 이 만푸쿠 식당에서는 닭튀김덮밥에 듬뿍 후추를 쳐 준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소설에서 표현되어있던 여기의 트레이드 마크 후추 또한 인심 좋게 갈려 전체에 뿌려져 있습니다. 멀리서 그릇이 다가 올때부터 후추향을 풍길 정도입니다.

 

 "... 그 후추 양이 매일 똑같지가 않고, 가끔 유난히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 분량은 아무래도, 아주머니의 기분에 비례하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을 때의 아주머니는 왠지 후추 병을 심하게 셰이크 해 버리는 것 같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사진을 찍어도 되냐 하니 흔쾌히 V 사인과 함께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시는 주인 할머니. 이젠 힘드신지 가게 한쪽 켠에서 앉아 계시지만 수많은 배고픈 이들을 먹였던 그 포스는 어딜가지 않으십니다.

 

  거기에 쓱 보시더니 같이 포즈를 잡아주시기에 안 찍을 수 없었던 주방장(?). 늦은 오후에 퇴근하며 나중에 또 보자고 합니다. 언젠가 또 볼 수 있을까요.

 

"... 가게 안은 벽이나 바닥, 천장까지 모두 기름으로 찌들었고,...(중략)... 가게 옆에는 신문이니 잡지니 쌓여있고, 왠지 그 위에는 더러운 배구공이 올려져 있고.... 빈말로라도 절대 괜찮은 집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아주머니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적어도 반쪽달 세계관에서조차 오래된 음식점이라 서술된 시점에서 15년이 지난 이 음식점은 벽에 더 이상 빈 공간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곳곳에 역사가 가득합니다. 의미불명의 오래된 포스터부터 각종 스티커 사진, 기름에 찌든 에어컨, 한때 야구를 좋아하셨는지 빛바래다 못해 낡아 떨어지는 야구 신문들, 탁자 아래 숨어있는 서랍에 감춰진 오래된 잡지 등등. 오래된 음식점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분위기에 잠시 취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점심 먹기에 상당히 늦은 시간인데도 근처의 샐러리맨이 계속 오는 것을 보며 이 근처에서도 꽤나 유명한 식당임을 느낄 수 있지요.

 

  잠깐 일본쪽 트위터를 뒤져보니 아까 그 주방장 아저씨 방송도 타신 분이었습니다! 나중에 또 봅시다!

 

"... 이윽고 나와 츠카사는 길이 5미터 정도의 짧은 터널로 뛰어들었다. 긴테츠의 고가 아래다. 그 짧은 터널의, 엉망으로 더러워진 콘크리트에는 온통 낙서가 되어 있었다. 'T씨, 너무 좋아', '이세고교 절대합격', 'LOVE&PEACE', '존은 죽었다', '그것이 어쨌다고'.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대충 역 오른쪽에 역과 연결된 건물 안에 있으니 들르실 분은 역을 나와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됩니다. 저 오른쪽 약간 짧은 터널 쪽 상가에 애니메이션 1화에서 잠깐 나온 장면이 있더라고 하더군요. 

 

 

   불과 하루 전에 있었던 게로온천에선 아직 꽃봉오리 상태였던 벚꽃들이 여기까지 남쪽으로 내려오고 나니 이미 만개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일본에서 벚꽃을 보고 돌아가겠네요. 이전에도 일본엔 몇번 와봤지만 겨울이나 여름이라 앙상한 뼈대나 푸른 나뭇잎만 보고 와서 내심 아쉬웠더라죠.

 

  어제 히다후루카와에서 잠시나마 걸었을 때 자전거를 빌리지 않은걸 사무치게 후회한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오늘은 이 자전거와 함께합니다! 오늘 묵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단돈 500엔에 하루 동안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전거를 빌려줍니다. 

 

  하지만 3단이라도 기어가 있었던 타카야마 렌탈 자전거샵의 자전거에 비해, 오늘은 완전한 동네 마실용, 손잡이 구부러진, 기어 없는 낡은 자전거입니다. 만약 오늘 오르막을 만난다면 전 죽은 목숨이군요. 하하 설마 하니 타카야마처럼 또 오르막이 있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지야마다역에 비하면 훨씬 작은 이세시역 앞을 둘이서 걸었다." -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이세시역 앞에는 이상한 기념물이 있었다. 높이 15미터 정도의 거대한 등롱으로, '이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라는 독창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문구가 쓰여 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애니메이션 1화 첫 화면을 장식한 이세시역입니다. 병원에서 빠져나가 주인공 집 근처로 가려면 여길 거쳐야 하지요.   옛날 역 앞에 있었다는 높이 15미터의 거대한 등롱은 아쉽게도 역의 대대적인 공사 후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역을 전체적으로 리뉴얼 한 모양이더군요. 예전의 기록을 찾아보면 이미 2013년 때부터 공사를 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로 조금이나마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5권에서 세고구치와 미즈타니가 리카 커플을 위해 이 이세시역 근처의 시청에서 혼인신고서를 받으러 가는 건 정말 달콤새콤해서 재밌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때 친구 이상 커플 미만 관계인 둘이서 혼인신고서를 앞에 두고 안절부절 못 하는 파트는 주인공 측의 심각한 부분과 크로스 되어 적절히 양념을 쳐주곤 했었죠.

 

"... 그래서 다들 조금씩은 촌스럽다. 그냥, 다들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중략)... 그러나 미사코 씨에게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 때문에 나는 멍하니 미사코 씨의 얼굴을 응시하고 말았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이후 작 중 최고 발암파트인 3권에서 나오는 미사코 씨를 처음 마중하는 곳이기도 한 이세시역. 무대탐방을 나서는 장소는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진 배경과 소설에서 나온 장소라 생각되는 곳을 골라 다니려 하고 있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은 거의 병원 안이 배경이다보니 이런 발암 파트의 주인공이 나오는 배경이라도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 하릴없이 망루가 서 있는 오래된 역사 앞을 지나 철길을 건너 집으로 가는 지름길인 세코로 접어들었다. 세코라는 것은 '작은 길'을 의미하는 사투리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세코 거리를 돌자, 금성은 집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카와사키의 마치야(町星) 거리로 접어들어 그 한가운데를 걸어간다. 마치야 거리는 만들어진 지 백 년이 넘은 커다란 상가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 거리를 말한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리카와 유이치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이세시역을 지나 북쪽으로 가다 보면 리카와 유이치가 살고 있는 근방으로 추정하는 세코 거리와 마치야 거리가 있습니다. 그중에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한 곳이 바로 이 오래된 여관. 아직도 영업을 한다는 모양입니다. 여관 이외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꽤 오래된 건물이 타카야마 때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이세역을 지나볼까요?

 

" 역에서 조금 떨어진 이 부근은 이제 완전히 적막이 자리잡고 있다. 옛날에는 북적거리는 상점가였지만, 지금은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아버렸다. 색깔도 선명하게 칠해졌던 셔터는 지금은 완전히 녹슬어버렸고, 낮에도 열리는 일이 없다. '문 닫힌 긴자' 라는 슬픈 별명이 붙을 정도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나는 개처럼 헐떡거리며 상점가의 아케이드로 들어왔다. (중략) 대낮인데도 상점의 반 이상은 셔터를 내린 채였다. 어느 마을이나 다 그런 모양이지만, 이세에서도 마을의 공동화라는 녀석이 급속히 진행되어서 역전 상점가는 삭막해져 갔다. 제대로 영업을 하는 가게가 몇 되지 않을 정도였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애니메이션에선 한밤중 풀죽은 유이치가 통과하는 신미치 상점가. 분명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시끌시끌해야 할 것 같은 아케이드 인테리어인데, 나고야나 오사카의 상점가와 달리 왕래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연 가게도 몇 없으니 을씨년스럽다라는 표현이 이렇게 어울릴 수 없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상점가는 위치상으로는 여기인것 같지만 배경은 아까 언급했던 우지야마다역 오른쪽 구석의 상점가입니다.)

 

  반쪽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다음 장소로 가다가 만난 어느 학교. 전통적인 지붕이 결합된 건물 디자인이 재밌네요. 전주같은 곳에는 이런 학교가 있으려나요?

 

 

 " 참고로, 나는 본부 받잡고 시립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몹시 추웠다. 일기예보를 하는 누나는 무슨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듯이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입니다!" 어쩌고 과장하게 떠들어댔고,..."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리카가 유이치에게 책 가져오라고 명령할 때마다 찾는 이세 시 시립 이세 도서관입니다! 오래된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여기만은 상당히 변함없습니다! 리카와 유이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에서 그다지 멀진 않은 곳이긴 하지만 한겨울 밤중에 몇 번이고 왕복했다면 없던 병도 생길만하겠네요.

 

"... 당연하게도 혼자서 탈 때보다 훨씬 페달이 무겁다. 그래도 그것은 매우 행복한 무게였다. 이렇게 나는 살아갈 것이다. 뒤에 리카를 태우고 오른발과 왼발에 힘을 모아 언덕을 올라갈 것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시립 도서관에서 좀 더 가다가 왼쪽으로 돌면 리카와 유이치가 다닌 고등학교 배경으로 추정되는 미에현립 고등학교로 가는 언덕길이 보입니다. 무슨 평지 중간에 톡 튀어나온 언덕을 밀어버리지 않고 그대로 학교터로 삼았는지 좀 높은 곳에 있네요.

 

" "힘내, 유이치." "그래." "파이팅." 리카의 목소리에 힘을 얻어 언덕을 올라간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정정하지요. 매~우 높은 곳에 있습니다. 헥헥헥헥. 기어도 없는 자전거라 일찌감치 포기하고 밀면서 올라가지만 자전거 철댕이 무게가 그대로 다리에 전해지는 각도입니다. 누군가 파이팅이라도 해주면 모르련만. 대충 묘사되는 유이치의 자전거를 보면 그닥 MTB스럽지도 않은데 잘도 둘이 타고 이런 언덕을 올라가네요. 병원에 오래 있느라 근육도 빠졌을 텐데. 

 

"이윽고 우리는 교문에 도착했다...(중략)... 너의 첫 등교니까. 교복도 입었고 말야, 그러니까 기념사진이야. - 이런 말은 다른 애들이 주위에 있기 때문에 물론 말로 하지 않았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수술 전 학교에 가고 싶다는 리카의 요망을 들어주기 위해 여자 교복도 빌리고 병원에서 몰래 나와서 도착한 학교. 훈훈하고 개그도 껴있지만 한편 유이치의 소꿉친구 미즈타니와 리카의 미묘한 신경전도 볼 만했던 파트였지요. 이세엔 2시쯤에야 올 수 있었다 보니, 학교에 왔을 땐 이미 벌써 해가 길어지는 오후 4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생도 이미 없고 우연찮게 애니메이션에서 도착한 시각과 거의 비슷하게 도달했네요.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언덕이 생각보다 길고 각도가 높기에 갓 퇴원한 리카에겐 꽤 힘들 길일 겁니다. 아마 계속 유이치가 자전거에 태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되돌아옵니다.

 

"나는 땅을 박차고 페달을 밟았다....(중략)... 공기가 바람이 되어 나에게, 리카에게 불어왔다....(중략)... 이대로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자전거로 높은 곳에 올라간 자에게 다시 한번 행복 있으리! 내리막은 각도도 상당하고 커브 길이라 적절한 속도로 즐기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전날 언급했다시피 여행자 보험을 깜박해서 다치면 큰일! 거기에 이 자전거를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속도는 적당히 조절합니다. 

 

  이제 바로 그 호다이 산으로 갈까 했는데, 좀 더 서쪽으로 가서 이세 시를 관통하는 커다란 미야가와 강으로 향해봅시다. 소설에서 직접적인 배경으론 등장하진 않았지만, 리카와 유이치가 언젠가 그 강변에 놀러 나가지 않았을까요? 그런 이유를 만들어내며 평범한 관광객 기분으로 서쪽의 강으로 향합니다.

 

  아닛? 가는 도중 무언가 점차 차들이 길에 길게 늘어져 있다 했더니 예상치 못한 광경이 절 반겨주었습니다! 강가에 벚꽃나무 한가득한 길이 앞에 있었습니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인장과 이야기해보니 이곳은 이세 시에서 유명한 벚꽃놀이 스팟이였습니다.) 강변이나 구경하러 갔을 뿐인데 정말 이번 여행은 이래저래 운이 따르네요. 이렇게 이세의 좋은 곳이 반쪽달에 언급이 안 될리가 없을 텐데?

 

" "봄이구나." "그래. 점점 더 따뜻해질 거야. 따뜻해지면 잠깐 병원을 나가서 저기 보이는 강가에도 나가보자. 벚꽃길이 있는데, 굉장히 예쁘거든." "아, 가고 싶어. 가고 싶어." 호들갑스럽게 리카가 말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2권 -

 

  혹시나 해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며 다시 한번 책을 뒤져보니 역시나 유이치가 리카한테 이 벚꽃길을 가보자고 했었습니다! 우연찮게 도착한 이곳에서 분명 이 둘은 언젠가의 봄에 거닐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조금 벅차오릅니다. 인터넷이나 다른사람에게 들은 것이 아닌 스스로 찾아낸 무대탐방 포인트라니... 무언가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벚꽃길을 좀 더 걷기로 합니다.

 

 " "뒤가르"뒤가르의 <티보 가(家)의 사람들>이야."...(중략)... 리카가 웃으면서 내 얼굴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왠지 굉장히 행복한 표정이었다....(중략)... "곧 봄이 오겠지?" "벚꽃, 보러 가자." "응."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 "완연한 봄이네." 한참 지난 후에 리카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벚꽃 구경, 데려가 줘."...(중략)... "나가면, 맛있는 것 사먹어야지."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벚꽃길을 걷다 보니 한켠에 노점들이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곳을 만났습니다. 초코바나나나 빙수 같은 매체에서 자주 본 것부터, 무언가의 꼬치구이, 해물구이, 온면, 정체불명의 낚시게임, 등등

 

" "있잖아, 리카." "왜?" "꽃구경, 가자." "응." "맛있는 것도, 먹자." "응." "같이 가자." "응."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촘촘하게 이어진 벚꽃나무길은 타카야마지역에서의 아쉬움을 한방에 날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거기에 지금 인용한 구절들을 보듯, 소설을 다시 찬찬히 읽다 보니 이 벚꽃을 보러 가자는 대화가 권이 진행됨에 따라 이야기에 맞물려 조금씩 변주돼서 되풀이하는 구절이었다는 것에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이 더욱 뜻깊은 장소가 되어버렸네요.

 

  여기에서 계속 살랑살랑 걷고 싶지만 슬슬 다리도 아프고 오늘 갈 곳은 아직 많이 남아있기에 노점에서 먹을 것 하나 먹고 다리 근육에 다시금 ATP를 충전하여 다음 장소로 향합니다. 

 

"... 결국 억지로 끌려간 것이다. 진찰을 마친 의사가 한마디로 딱 잘라 말했다. "너, 입원해."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이."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강가에서 다시 동쪽으로 쭈욱 달리다 보면 저기 저 멀리 이 이야기의 대부분의 배경을 차지하는 병원의 모티브가 된 이세 케이유 종합병원이 보입니다. 후일담 이전엔 거의 병원 안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소설의 반을 차지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는 장소지요.

 

 " 상점가를 빠져나가자, 허리 높이 정도의 문과 맞닥뜨렸다. (중략)... 그 너머에 3층 건물인 작은 병원이 있다. (중략) 뒤쪽으로 돌아가면 거기에 갈색 묵이 있다. (중략) 야간 출입이 가능한 곳은 이 문뿐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다만 소설에서의 병원의 묘사 및 애니메이션을 비교해 보면 거의 위치만 비슷한 병원입니다. 사실 츠무구 작가도 나중에 설명하길 여러 병원을 합쳐서 만든 가상의 병원이라 하니깐요. 실제 병원은 겉모습만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데다가 증축을 거듭한 건지 시대마다 디자인이 바뀌면서 지어진 성당마냥 겉모습이 다채롭습니다. 

 

"시립 와카바병원에는 동쪽병동과 서쪽병동이 있다. 나의 병실은 서쪽병동으로, 이곳은 주로 가벼운 병에 걸린 환자용이다. 그리고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둔 맞은편이 동쪽병동이었다. 그쪽은 장기 입원환자나 중병에 걸린 환자가 들어온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

 

  사진은 왜이리 찍혔지. 아무튼 여기가 병원 정문입구입니다. 일단 이 사진 기준 왼쪽이 중병에 걸린 리카가 있던 동쪽 병동이 되려나요? 병원물의 흔한 클리쉐인 산책 삼아 휠체어 끌고 병원 앞마당에 나간다는 장면도 찍을 수 없는, 조그마한 정원 하나 없는 시내에 지어진 병원입니다. 그러고 보니 리카가 운동삼아 한다는 것이 옥상에 오르내릴 뿐인 이유가 있었군요.

 

"시립 와카바병원은 마을 고지대에 있어서 옥상에 올라가면 마을의 대부분을 내려다볼 수 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리카는 요즘 매일 병원 안을 걸어다닌다. 옥상은 그 산책 코스의 절반을 찍는 지점으로 최근 1주일치 통계로 보자면 대략 3시 조금 지나 도착하게 되어 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2권 중 -

 

  소설상에선 고지대라고 묘사된 병원이지만 여기는 지극히 평지. 주변 건물이 쬐만하고 병원이 그 중 그나마 높은 편이긴 해서 올라가면 내려다볼 수는 있어 보입니다. 정원조차 없는 병원에서 유일하게 바깥공기를 쐴 수 있게 분리된 공간이라서 그런지 이야기를 하는 공간 대부분이 옥상이었죠. 

 

"아까부터 리카는 바깥을 응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류토산, 즉 호다이산을 응시하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대충 동쪽 병동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호다이산(포대 산)이 보일만한 병실은 저기 어딘가일 겁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묘사처럼 호다이산이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보일지는 조오금 의문입니다.

 

 말 나온 김에 이제 병원에서 오늘의 그리고 반쪽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장소 호다이 산을 향해볼까요? 작중 스쿠터를 빌려서 갔을 만큼 병원에서 꽤나 먼 곳입니다. 햇빛이 희미해져 가기 시작하니 서둘러야겠어요.

 

  가는 도중 독특한 구조의 외골격을 두른 건물이 있어 찍어둡니다. 일본의 학교 건물에도 자주 보이던데 지진 대책일까요?

 

 저걸 보다보니 문득 일본의 한 여고생이 학교벽을 타고 올라가던 이 광고가 생각납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1여고생 = 2특수부대원 취급인가 봅니다.

 

"... 목덜미에 리카의 따듯한 입김을 느끼자, 머리와 온몸의 신경이 완전히 마비되는 것 같았다. (중략) 살아 있는 진짜 여자는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아무튼 그렇게 호다이산으로 가다가 호다이산 근처까지 오면 애니메이션에서도 나왔던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찰칵~ 그때도 나름 작품의 루트를 조사한 티가 나는 배경 선택. 아 그러고보니 작중엔 호다이 산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토라오 산이라고 무르나 봅니다.

 

"열일곱 살의 여자아이한테 교복을 빌려달라니, 에자키 유이치는 정말 바보다. 바보 온달에 멍청이다. 어쩜, 몰라도 그렇게 모를 수가 있는지. 아무리 17년을 알고 지내 온 사이라고 해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법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잠시 가는 길을 멈추고 다리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작중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리카에게 줄 교복을 미유키에게 빌리는 장소로 선정된 다리가 보입니다. 축약된 애니메이션에선 시원스레 빌려주지만, 소설상에선 소꿉친구로서의 어느 정도 호감과 정이 있는 상태이기에 은근은근 리카에 대한 질투심을 내비치곤 합니다. 약속된 소꿉친구의 패배는 이때 또한 여전했군요.

 

   호다이 산의 대충의 위치만 알면 됐겠지 하고 호기롭게 발을 옮겼지만 결국 입구를 못 찾고 산 동쪽을 반 바퀴 돌며 헤매고 말았습니다. 일본어로 찾아보니 다행히도 자세히 설명해 둔 블로그가 있어 따라가기로 합니다.

 

http://unyora-d.hateblo.jp/entry/2017/10/13/232800

 

砲台山(虎尾山)への行き方~『半分の月がのぼる空』聖地~ - うにょら~堂

ライトノベルを原作として多数のメディアミックスも展開された『半分の月がのぼる空』。 作中の重要な場面で何度か舞台となる「砲台山(作中では龍頭山とも)」は、伊勢に実在する山がモデルになっています。 半分の月がのぼる空 - Wikipedia 虎尾山 - Wikipedia 作品の内容等についてはここでは省略します。僕がライトノベルにのめり込むきっかけとなった作品です。 さて、そんな「砲台山」ですが、かつてはネット上を調べてもはっきりと行き方を示した情報はあまり多くありませんでした。僕が初めて砲台山へ行こうとし

unyora-d.hateblo.jp

이 블로거의 설명에 따라갔습니다. 간단하게 다시 제가 설명하자면

 

"그것이 증명된 것은 호다이산 기슭에 도달했을 때였다. 호다이산 즉, 류토산은 표고 100미터 정도의 작은 산으로 정상까지 길이 나 있어, 가벼운 하이킹 코스로 좋았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파란색 원이 방금 지나갔던 다리고, 빨간색 원이 호다이산의 입구가 있는 장소입니다. 구글맵에서 위 장소를 찍고 따라가면 됩니다. 그러면 아마 반쪽달 이후에 호다이산 중턱에 지어진 빽빽한 주택가 사이를 지나가며 올라가게 됩니다. 옛날에는 아마 저기도 등산하는 루트였겠지요?

 

" 달빛에 비추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주차장이었다. 리카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곳이겠지. 나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말했다. "5년 정도 전에 정비공사를 해서 지금은 여기가 정상이 되었어. 하지만 진짜 정상은 좀 더 올라가야 돼."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주택가의 끝 구석까지 올라가면 구글맵의 위치에서 사진과 같은 조그만 공원 입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원이라 해도 정말 매우 조그마한 아기자기한 공터. 적당히 스트레칭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은 장소지요.

 

  그리고 이 입구를 열고 좁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중간에 갈림길이 조금 있는데 대충 왼쪽으로 올라간다고 보고 가면 문제없습니다.

 

"우리는 손을 맞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깊은 숲, 그리고 정적, 거기에 있는 것은 우리뿐이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등산로에 들어서자마자 빽빽한 대나무 숲과, 매년 반쪽달 팬들이 정비를 한다고는 하나 시골 뒷산 오솔길이나 다름없는 길, 그리고 기분 나쁜 어두움과 정적이 몸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산은 정말 조금만 들어가도 마경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렸을 땐 잘도 뒷산으로 올라가서 산 건너건너건너편까지 방향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갔나 싶습니다.

 

예전에 여기서 불미스런 일도 있었다고 하니 어째 조금 식은땀이 납니다. 올라가며 무언가 뒤쪽이 신경 쓰이는 이 느낌. 근처엔 조용한 주택가뿐이라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와 저의 걷는 소리만 나는 것이 괜히 을씨년스럽습니다.

 

   그렇게 5분 정도 올라가면 조금 트인 공터와 함께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계단이 보입니다. 저위엔 작중의 포대는 없고 오래된 기념비가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저 기념비는 사실 우리에겐 씁쓸한 역사가 되는 과정 중 하나. 일본이 과거 하나의 열강으로 인정받게 되는 유이한 사건 중 하나인 러일전쟁의 승리기념비입니다. 작중하고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살짝 옆으로 치웠습니다.

 

"정비되지 않은 탓에 여기저기 잡초가 무성했고, 주위의 수목이 멋대로 그 가지를 뻗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나름 정상에서의 경치를 기대하고 올라왔지만 소설에서 묘사된 것에 비해 거의 10배는 빽빽한 수목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어 주변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안타깝네요. 대신 어디선가 움직이는 생물에 의해 밟힌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푸드득, 이그적, 뿌드드득하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리는 정적인 공간이지요. 

 

  기념비 반대편으로 가보면 작중 포대가 위치했을 것 같은 기념비 안쪽 공간에 무언가 가득 들어있으니, 무엇인가 하면 전세계 반쪽달 팬들이 기념품과 방명록을 놓아둔 곳입니다.

 

  오래되고 갈라지고 습기에 노출되다보니 성한 것이 많이 없긴 하지만 아직 계속해서 또 채워지고 있습니다. 마침 누군가 갔다 놓은 노트는 날짜가 오늘부터네요?? 제가 올라오기 전에 누군가 왔나 봅니다.

  

  역시나! 아까 점심 먹었던 만포쿠 식당에 있던 방명록에 써진 TS 라는 사람이 이 노트를 갔다두었습니다! 아 만났으면 재밌었을텐데.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저도 한자 써 둡니다.

 

 이외에도 팬아트, 일러스트북, 다른나라의 책, 사루타히코 신사의 나무판, 거기에 성지순례용 안내 지도 및 사진까지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옛날 이세 역은 저 커다란 등롱 빼면 정말로 조그마한 역이였네요.

 

"'목숨을 다해 네 것이 되겠다.' 자크의 서명인 'J'라는 문자에 어째서인지 두 줄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인쇄된 선이 아니었다. 나중에 만년필로 그은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정말 아주 조그맣게 'R'이라고 쓰여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1권의 57페이지, 그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적혀 있다. 목숨을 다해 네 것이 되겠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방명록을 보다가 한 페이지를 다 채운 그 대사.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같은 추억을 공유한다는 느낌은 생각 이상으로 달콤했습니다. 방명록을 넘기다가 이 문구를 본 순간 잠시 멍 때리고 말았네요.

 

  앞장으로 앞장으로 오래된 방명록도 구경하다 보니 같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쓴 방명록들도 이따금씩 있습니다. 아마 지금 이걸 보고 계실지도요? 손들어주세요~ 2012년에 반쪽 달을 보신 분은 어떤 루트로 알게 된 건지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리카를 죽이려는 악의 집단은 대체 어떤 사람들입니까!

 

  절 포함한 한국인은 외국으로 가야 하는 까닭에 다들 학생 때 읽고서 성인이 되어서야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보며 은은한 일체감이 느껴집니다. 

 

  나무에 사방이 막힌 정상에서 내려와 아까 계단을 찍었던 조그만 공터로 오면 시내가 오히려 잘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이세의 마을이 보였다. 신궁의 숲이 보였다. 봉화대가 있는 우지야마다역 . 그 앞의 문화회관. 상점가의 아케이드가 하얗게 빛났다. 그것은 넉 달 전과 조금도 변함없는 광경이었다. 밤이 낮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역시 이세의 마을은 초라하고, 빌딩이라고는 제대로 없었다. 내가 17년간 살아온 마을이다. 그리고, 앞으로 리카와 살아갈 마을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아마 저 왼쪽의 신궁의 숲 너머 아까 들렀던 케이유 병원이 있을 듯한데, 너무 멀어서 여기선 도무지 골라낼 수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확대해 살펴보려 해도 렌즈에 들어오는 이미 햇빛이 줄어드는 시간이라 뭉개져 보이기만 하네요. 반쪽달 때보다 강산이 한번 변한 탓인지 생각보다 높은 건물들도 이따금씩 있는 지금의 이세 시내입니다.

 

  아직도 갈 곳이 하나 남아있으니 더 어두워지기 전에 슬슬 내려갑시다. 어렸을 적 동네 야산을 이 잡듯이 돌아다닌 경력이 있어 다행이지, 그래도 조심하지 않으면 여행자보험을 들지 않았던 과거의 저를 매우 타박하게 될 수도 있는 길입니다.

 

  그러고보니 길에 전등이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밤에 켜져 있을까요?

 

  나오고 난 뒤 다시 걸쇠를 걸어주고 다음 장소를 향해 떠납시다. 웬지 다시 오게 될 것 같군요.

 

 

  다음 목적지는 반쪽달 무대탐방에서 2번째로 멀리 있는 사루타히코신사 입니다. 리카가 무녀대행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지요! 2.7km라... 생각보다 먼 길입니다. 내일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작중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갔으므로 + 방금 호다이산 정상에서 반쪽 달 뽕을 많이 맞은 나머지 살짝 흥분한 정신상태로 오늘 가기로 마음먹고 출발합니다.

 

"...(중략) 자전거는 성큼성큼 가속해 나간다. 약간이긴 해도 오르막인데 그런 것은 전혀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풍경이 평소와 전혀 다른 스피드로 뒤로 날아간다. 좀 무서워졌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뭐가 약간이냐 이 주인공아 쉬...ㅂ... ㅎ..헥...엑... 여길 제가 왜 오늘 가자고 했죠? 그저께랑 어제 실컷 그렇게 다리를 혹사시켜두고? 이 자전건 기어도 없다고요? 저 미친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 대충 구글맵에서 3분의 2 지점까지 상당한 오르막길이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서쪽으로 좀 더 빠져나가서 버스가 다니는 큰길 쪽으로 갔으면 아마 완만했을지도요. 여러분 구글맵 길 찾기의 시간과 루트는 고도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아까 그나마 먼길을 대비해 떠나기 전에 들린 편의점에서 언뜻 보면 아리수처럼 쓰여있는 거 같아 산 스포츠 드링크가 절 살려주네요. 이 길은 자판기의 나라 일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오르막길에 음료수 자판기 하나 보이질 않습니다. 헤헥..

 

  어떻게든 끌고 당기고 올라간 만큼 마지막에 30도 각도는 돼 보이는 무지막지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짜잔! 신사의 뒷문에 도착합니다!

 

...

 

  뒷문 쪽으로 도착한 거 보면 역시 이쪽 길이 아니었나 봅니다. 흐엉엉엉 아고 다리야.

 

"역사 선생님 말로는 실은 이세신궁보다 오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원래 이쪽이 예부터 이세에 있는 궁으로, 이세신궁은 나중에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반 바퀴 돌아 정문 쪽으로 나오면 한가운데 오래된 나무가 한가운데를 가려버린 독특한 토리이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니 그대로 두는 것일까요? 사진을 어떻게든 밝게 찍으려 했으나 벌써 해는 다 가라앉고 등불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토리이 뒤에 몸을 숨기고 고개만 내밀어서 우리는 매점의 상황을 살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낙서는 세계적 문화라고 하긴 하는데 일본에 와서 신사의 식수대에 이렇게 무언가 많이 붙어있는 것은 처음 보네요. 여기만의 전통인가?

 

"한마디로 매점이지만 그래도 신사 내인만큼 왠지 엄숙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간이 신사라는 느낌. 미후다도코로라고 한다고 한다....(중략)... 울창한 숲. 커다란 토리이. 자잘하게 깔린 자갈길, 그러나 그 공간에 소란스러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리카와 타카코가 서로 경쟁하듯 시장 한복판처럼 부적을 팔아치우던 매점. 이후 본 어떤 작품에서도 이 작품만큼이나 열정적으로 부적을 팔아치우는 묘사는 본 적이 없죠. 

 

"한 장에 오천 엔이나 하는 거물이다. 제멋대로의 규칙이지만 이것 하나면 부적주머니 열 개 분이다. 일 엔에 1포인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여러가지 부적들. 아쉽게도 오천엔짜리는 전시되지 않았습니다. 내일 들릴 예정인 이세신궁에선 아마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3000엔짜리 부적이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합니다. 뭐죠 저 부적. 신사의 나무라도 떼어서 만든 걸까요?

 

  이런 무대탐방 중 신사가 껴있으면 으레 있을 법한 그 작품의 그림 그려진 나무판은 역시 아쉽게도 없습니다. 세월이 세월이니깐요. 이 밤중에 오게 된 것만 아니어도 제가 한 장 사서 모작이라도 해봤을 텐데요. 언젠가 가실 다른 분들이 한번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 말을 내뱉었을 때는 아키바 리카는 이미 문을 박차고 나가고 있었다. (중략) 무릎을 꿇으라고 말한 건 나다. 그리고 아키바 리카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1초 후에 땅에 무릎을 대고 있었다. (중략)... 나는 그 흰 부적을 덥석 잡았다. 내달리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미후다도코로를 나왔다. 자갈길이라 잘 뛰어지지 않았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부적을 가지고 가는 것을 잊어버린 커플을 위해 리카가 타카코에게 가져다주는 것을 부탁해서 뛰쳐나가는 장면. 성격 나쁜 일진녀가 더 성격나쁜 아이에게 휘둘리는 재밌는 장면. 그 조리를 신고 이 자갈밭을 뛰는 건 꽤나 힘들었을 겁니다.

 

"토리이를 지나, 몸을 잔뜩 기울여 왼쪽으로 돌았다. 전력으로 뛰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찼다. (중략) 그 커플이다. 따라잡아야 한다. 전해 줘야 한다.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요. 머리를 숙이던 아키바 리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머리에 붙어 있던 낙엽이 떠올랐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이제 슬슬 돌아가려고 아까 자전거 있는 쪽으로 돌아가다가 주차장처럼 보이는 장소도 한번 찰칵. 이미 밤이 다 되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하지만 이왕에 밤이 됐으니 한번 더 호다이산에 가볼까요? 아 혹사된 다리가 불평하는 소리가 점점 커져가네요. 어젯밤에 온천에서 쉬었으니 좀만 참아봐라.

 

  가로등도 얼마 없어 매우 깜깜해진 길에서 전조등 키지 않은 자전거는 매우 위험합니다. 저번에 운전중에 후미 반사등조차 없는 자전거가 차도로 달릴 땐 식겁했죠. 이 자전거는 필요할 때 레버를 당겨 바퀴에 발전기가 연결되게 함으로 전조등이 켜지게 하는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충전기를 돌리는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구형인 데다가 소리도 요란하네요. 으... 지친 다리에 부담이 한번 더 가중됩니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니 조금은 살만 합니다.

 

(자알 보면 계단이 보입니다. 자! 화면 명암비 테스트 GO!)

 

  "이세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다. 난류가 키이반도의 남쪽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대단히 추웠다. 우리가 토하는 숨은 순식간에 얼어붙어, 마치 빛에 비춰진 것 같은 백색만을 우리 눈 깊이, 가슴 깊이 남기고 서서히 사라졌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다시 한번 호다이 산에 도착하니 완연한 밤입니다. 아까 봤던 전구는 당연한듯이 켜지지 않았고 핸드폰의 불빛만을 의지하며 조그마한 길 사이로 올라갑니다. 불빛 말고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어렸을 적 밤중에도 산을 타곤 했던 경력으로 돌파합니다. 벚꽃 피는 봄이라 하지만 가볍게 입은 옷은 슬슬 싸늘한 기운을 막아주기엔 역부족이네요.

 

"한동안 둘 다 입을 다문 채 눈앞에 펼쳐진 마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렇게 보니, 분명 예뻤다. 달빛이 비추어서인지 마을은 마치 꿈처럼 흐릿하게 떠 있었다. 망루가 있는 시비로운 역사(驛舍). 그 앞의 큰 건물은 문화회관이다. 지금은 이미 쇠퇴해버린 상점가의 아케이드도 보였다. 역 너머의 강이 달빛에 은색으로 빛났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계단을 뒤로하고 돌아보면 이세 시의 야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나름 이세 야경 스팟이라는데 그럴만한 경치네요. 화려하진 않지만 군데군데 빛나는 소박한 모습입니다. 잠시 추위도 잊고 기차가 하나 더 지나갈 때까지 멍하게 바라봅니다.

 

"반쪽 달이 빛나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리카의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에 달의 은빛이 깃들어 반짝반짝 빛이 났다. 희미하게 샴푸 냄새가 났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아쉽게도 오늘은 초승달이 뜨는 날. 기초교육을 받은 여러분이라면 잘 알겠지만 초승달은 해와 함께 일찍 땅 아래로 꺼진 지 오래여서 도시의 희미한 빛만이 여길 밝혀줍니다. 언젠가 다시 온다면 반달이 떠오르는 날에 맞춰서 오는 것도 나름 풍취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뭇잎 스치는 소리만 들리는 어두운 산속에 있다 보니 살짝 간담이 서늘해 와 슬슬 하산합시다. 잘 아는 동네 산도 밤은 위험한데 하물며 먼 이국 땅의 산속이면. 오늘의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의 무대탐방은 여기서 종료! 아 내일 갈 장소로 무대 탐방할 곳을 하나 남겨두었으니 거기도 같이 가시지요. 

 

  낮에 건넌 다리를 다시 지나가 일단 체크인을 하러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갑니다. 게스트 하우스에 대해선 내일 좀 더 소개를 해보기로 하고 이제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보죠. 

 

  짐을 적당히 두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는 차에 같은 방에 있던 사람에게 말이 걸려옵니다. 저녁은 먹었냐고 혹시 같이 먹지 않겠냐고. 짧고도 길었던 일본여행의 마지막 밤, 오랜만에 혼밥을 면하게 된다니 기꺼이 승낙하고 같이 게스트 하우스를 나섭니다.

 

  가면서 간단하게 이름과 사는 곳을 물어보니, 나고야시에서 북동쪽에 사는 사카모토랍니다. 매체에서도 자주 듣던 이름이라 가명일려나요? 어디에 갈까 했더니 이미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에게 근처 먹을만한 이자카야를 소개받았다고 해서 따라갔습니다. 이자카야 하면 그냥 2차로 술 마시는 곳이려니 하는 곳인가 했는데 가볍게 저녁도 해결하나 봅니다.

 

  꽤나 장사가 잘되는 이자카야인지 사람이 가득해 둘이서 카운터 석에 나란히 앉습니다. 조그만 가스렌지 화로가 눈에 띕니다. 여기서 바로 구워 먹는 메뉴가 있나?

 

  손글씨로 가득한 일본어 메뉴판만 있는 이자카야. 저의 일본어로는 오늘의 추천! 정도 밖에 알아먹질 못하겠네요. 현지인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들어올 생각도 못 할 곳입니다. 이런 손글씨엔 구글번역조차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때문에 주문은 사카모토 씨에게 일임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못 먹어봤을 음식이 뭘까 하고 생각보다 길게 고심하는군요. 

 

  일단 첫 타자는 타코 와사비에 제철 회 모듬! 같이 시킨 생맥주를 절로 입으로 부르는 맛입니다. 타코와사비를 먹어봤냐고 하길래 여기 편의점에서 순두부찌개 레트로트 파는 것처럼 한국 편의점에도 타코와사비 정도는 판다고 응수해줬습니다. 적당히 처음 먹어본다고 하는 것도 좀 그렇더군요. 회는 어떠냐고 물어보니 서양인도 아니고 회도 먹는다고 해줍니다. 활어랑 숙회의 차이점은 좀 있긴 하겠는데 일본어로 그걸 설명할 자신은 없어 넘어갑니다.

 

  너무 한국을 모르는 것 같아 언젠가 한국에 좀 와보라고 권합니다. 같은 동양권에 교류도 많아 언듯 비슷하지만 상당히 다른 식문화가 있다 하면서요.

 

  화로가 있는 이상 안 쓸 순 없죠! 거대한 크기의 모시조개를 그대로 올려 조개구이를 해 먹습니다. 속이 아주 실한 게 좋군요. 

 

  이야기를 해보니 어느 회사의 회계사인데 여행이 무지하고 싶어서 휴가도 안 내고 토요일 오전에 출근해 퇴근하자마자 그대로 기차를 타고 이제 막 이세에 온 참이라 합니다. 내일도 아침에 바로 이세시에서 배를 타고 바다 건너 다하라시로 간 다음에 기차로 나고야 동쪽을 돌아 돌아간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기차 여행을 즐기러 여기까지 왔군요. 대단합니다.

 

  중간에 빵과 같이 시킨 감바스. 어째서 이자카야에 스페인 요리 감바스가? 하고 잠깐 의문이 스치지만 맛있으니 상관없습니다. 새우가 아주 실한 데다가 모짜랠라 치즈도 있어 빵이 적셔 먹으니 아주 그냥 좋습니다.

 

  여기에는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때문에 왔다고 하니 이 사람도 왕년에 애니메이션 좀 봤던 사람인가 봅니다. 나고야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신이 나서 핸드폰을 검색해 보여주네요. 맥거핀 가득했던 전파녀와 청춘남과 훈훈한 아저씨와 양녀 가족 이야기(초반엔)였던 토끼드롭스가 나고야를 배경으로 했었군요!  하지만 내일 나고야에 있을 시간은 거의 없는지라 어딜 잠깐 볼 수 있으련지.. 내일 일정을 짜는 머리가 갑자기 아파옵니다.

 

  소라도 화로에 올려 구워 먹어 봅니다. 오랜만에 먹다 보니 살을 빼기가 생각보다 힘드네요. 덜 익었나?

 

  나이를 물어보며 헤이세이 몇 년에 태어났냐고 물어와 옵니다. 일본인도 아니고 헤이세이 몇 년인지 알 리도 없어 의문부호 가득한 얼굴을 보여주며 말없이 스마트폰으로 헤이세이로는 몇 년인지 찾아보려 하니 그제서야 서기로도 괜찮다고 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일본에선 헤이세이나 이번에 레이와 같은 연호를 주로 쓰나 봅니다. 여기도 참 취향 독특한 갈라파고스 나라라니깐요.

 

  알고 보니 동갑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재밌는 우연이 섞인 만남에 생맥주 한번 더 건배.

 

  이자카야의 마무리는 오차즈케! 라고 신신당부하길래 이미 가득한 배에 오차즈케를 하나 시켜서 밀어 넣습니다. 가츠오 오차즈케라고 쓰여있길래 가쓰오부시를 넣은 건가 했더니 생선살이 들어가 있는 오차즈케네요. 맛은... 그냥 녹차에 밥 만 맛입니다. 별게 있나요. 한국에서 고깃집에서 마무리로 냉면이나 된장찌개에 밥 먹는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거겠죠?

 

  타카야마에서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왔을 때처럼 고생한 몸뚱아리를 어떻게든 씻어내고 좁지만 안락한 나만의 공간 - 이층 침대에 눕습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 이제 금방 또 정신없는 일상이 올 거라 생각하니 조금 싱숭생숭 해집니다. 그래도 그동안 계속 괴롭현던 불면증 하나는 제대로 고쳐...지..ㄴ..거...같.......Zzzzz

 

 

=오늘의 루트=

게로 온천 --> 나고야시 --> 이세시 우지야마다 역-->만포쿠 식당 --> 이세 시역 --> 오래된 마을 --> 이세시 시립도서관 --> 미야가와 강변 벚꽃길 --> 케이유 병원 --> 호다이 산 --> 사루타히코 신사 --> 호다이 산 --> 게스트 하우스

참고한 구글맵

https://www.google.com/maps/d/u/0/viewer?mid=122GIP7IC-n3q6yTFl3MXZKxCUVY&hl=ja&ll=34.485499242473615%2C136.7129867864419&z=16http://d.hatena.ne.jp/riyot/touch/20130511/1368269260 에서 따옴)

 

참고용 반쪽달 8권 권두 일러스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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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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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밝았습니다! 여행 전에 휴가를 위해 불타오르다가 얻게 된 불면증이 아직도 맹렬하게 괴롭힌 탓에 자기 전 마신 한 캔의 술도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아 잠이 좀 부족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오늘 돌아다닐 곳이 많으니 더 이상 늦게 행동하면 안 되겠죠.

 

  오늘은 본격적으로 빙과의 주요 배경이 된 타카야마를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후... 긴 여행의 예감이 드는군요. 그와 비례해 이 글도 엄청나게 늘어지겠지요. 일단 출발해 봅시다~

 

  좋은 시설의 게스트 하우스인만큼 가벼운 아침까지! 1인당 빵 두 개와 간단한 페이스트들, 그리고 직접 만들 수 있는 수프! 차이니즈 스탁은 뭔가 하고 먹어봤다가 입만 버렸습니다. 웩 sea weed는 미역국스러운 건가 싶었는데 그냥 미역만 있었습니다. 된장은 알아서 지참? 덕분에 제일 왼쪽 옥수수 수프가 저의 유일한 동반자였습니다.

 

  타카야마 시내만 돌아다닐 거라면 걷는 것으로도 괜찮겠지만 오늘은 자전거 렌탈 샵에서 걷는 것에 비해 3배는 효율이 좋다는 문명의 이기,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그냥 바구니 자전거나 생각했는데 기대도 하지 않은 3단 기어에 플랫한 손잡이입니다. 관리도 잘 돼있어 반짝반짝. 기대 이상의 자전거에 기분이 UP. 오랜만에 밟아보는 페달의 감촉에 더더욱 UPUP!

 

  젊은 남자 혼자서 자전거 빌린다니깐 주인 할아버지가 잠시 쓰윽 보더니 "너의 이름은? 빙과?"라고 물으십니다. 하하 그렇지요 하하하. 빙과라고 하니 꺼라위키에서 봤던 빙과 무대탐방용 지도를 줍니다. 꺼라위키에선 역에 있다 했는데 없어 슬퍼하던 차에 여기에서 받게 될 줄이야. 주인 할아버지와 함께 지도를 보며 빙과의 무대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들릴 수 있는 아침시장이나 박물관 위치도 친절하게 알려주십니다. 

 

  잘 알려진 강가에 있는 타카야마 아침시장과 달리, 또 하나의 아침시장을 여는 오래된 건물 앞을 할아버지께 듣고 찾아갔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은근 이것저것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에 외국인 대상 투어가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가이드가 설명하고 있어 슬며시 끼어들어서 살짝 듣고 빠져나옵니다. 혼자 여행하며 맛보는 재미죠.

 

  이 주변 지형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그런지 몰라도 사과가 종류가 참 많습니다. 시식할 수 있어 먹어보니 다들 조금씩 풍미가 다르면서도 단맛이 일품입니다. 참 일본이나 우리나 과일 달달한 거 좋아합니다. 저번에 동남아 갔더니 망고와 파인애플 외 과일들은 달기보다는 신맛이 너무 많아서 슬펐었죠.

 

  채소와 쌀을 파는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사루보보 인형을 만났습니다. 보통 다른 곳은 저 몸통에 있는 글씨가 "히다"라고 써 있는데, 이건 직접 만들어서 "타카야마"로 적혀 있다고 하네요. 여기에선 직접 만들지 않으면 진열도 못한다고 말씀하시긴 하는데 정말인진 모르겠니다만, 다른 기념품점에는 다 히다로 적혀있기도 하니 희소성을 노리고 넘어가드립니다. 몇 개씩 사니 조금 세일해주신 건 덤. 쌀파는 봉투가 어쩐지 정겹습니다.

 

  이쪽은 잘 알려진 타카야마 아침시장 쪽입니다. 여기에도 빙과 배경이 있긴한데 사람이 지금은 너무 많아서 아침시장 구경이나 하고 나중에 사진을 찍기로 했네요. 나중에 다시 와도 되겠죠?

 

   그렇겠죠?

 

 

  지나가다 조그만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길래 먹어봤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갑자기 카논에서 아유가 행복하게 붕어빵을 먹는 애니메이션 캡처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이 이렇게 나오는 일본의 붕어빵이다!라고 아주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하하하 참 어찌 아시고 하하하. 한켠에 있는 방명록에 한국사람은 없다고 하니 몇 자 남기고 왔습니다. 다음에 오시는 분이 찍어주시겠죠. 참 붕어빵은 맛은 비슷한데 한입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가 재밌었습니다.

 

  왜인지 롤라도 이런 표고버섯 간장조림 반찬을 이렇게 포장해 파는 곳이 많았습니다. 근데 꽤나 맛있긴 합니다. 익숙한 약간 매운 간장 맛이 우리 입맛에도 맞네요. 짐을 벌써 많이 만들고 싶진 않아 집어 들진 않았지만 나중에 한번 만들어 볼까요? 맛을 보건대 대충 따라 하려면 간장 미림 고추를 섞어 달인 물에 표고버섯을 절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데 포스터가 걸려있는 히다규 꼬치와 술을 파는 집이 있었습니다. 어째서죠? 두 작품에서 히다규 꼬치가 나온 적이 있던가? 풍성한 아주머니의 입담에 살 뻔했지만 히다규는 전날 밤에 많이 먹기도 했고 아직 낮이니 술 마시고 라이딩은 위험하기에 밤에 다시 오기로 하고 일단 발을 옮깁니다.

 

  아침시장도 구경했으니 본격적인 빙과 무대탐방은 점심을 먹고나기로 하고 일단 점심을 해결하러 갑니다. 자전거 할아버지께 들었던 여기서 꽤나 전통 있다는 소바 가게로 향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 하니 한국말로 된 먹는 방법 만화도 주네요. 누가 그렸을까요? 오호 설명이 꽤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메밀면은 학생식당이나 대충 하는 집의 소바는 만화처럼 금방 면이 망가지곤 하지요. 흑

 

  역시 소바 하면 차가운 거여야지 VS 바깥이 존내 추운데 무슨, 온소바로 가자!

 

  이 두가지 의견이 머릿속에서 한 5분은 투쟁하다 결국엔 덴푸라소바를 주문했습니다. 날씨가 어제보다 맑아졌긴 한데 아직도 상당히 추워서 일단 몸을 덥혀야겠어요. 소바면이 메밀의 거칠함이 살아있으면서도 찰랑거리니 이거 꽤나 맛있네요. 만화에서 나온 것처럼 후루륵. 가격이 좀 센 것이 슬픈 단점이네요.

 

  배도 채우고 이제 본격적인 무대탐방이다! 하고 히에 신사를 향해 발을 땟으나 금방 중간에 새고 말았습니다. 제목은 빙과 무대탐방인데 아직까지 시작도 못 하고 있네요 하하. 여긴 타카야마 국립박물관의 별관에 있는 타카야마 예술작품관입니다. 대나무로 만든 등롱, 여러 가지 나무 공예품, 그리고 이 곳이 있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온 끈 만들기 체험!

 

  그냥 박물관 같은 것이 있길래 흐느적거리며 들어갔다가 만난 예상치 못한 반가움에 바로 체험을 신청했습니다. 만든 끈 + 단색 끈 해서 2200엔. 끈을 사면 2900엔 이상 하는 것을 생각하면 체험하는 비용으로 크게 아깝지 않습니다.

 

  만드는 것은 3색 끈. 너의 이름은 에서 나왔던 것에 비해 단순한 형태라, 얼마 안되는 순서를 잘 기억해두고 따라 하는 것을 반복하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순서를 틀려도 옆에서 지켜보고 말해주십니다. 생각보다 간단해서 집에서 비슷하게 만들어봐도 괜찮을 것 같네요.

 

  완성! 3색은 여러 가지 색의 끈에서 고를 수 있는데, 만들고 나서 보니 뭔가 한국적인 조합이 되었어요. 가르쳐주신 분이 한국인의 피가 무의식 중에 고른 게 아닐까 하십니다. 짧은 버전이라 그런지 애니메이션처럼 두 번 감지는 못하고 한번 감아서 간신히 매듭지을 정도네요. 손목이 조금 더 굵으면 매듭보다는 애니메이션 같이 걸쇠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가르쳐주신 아주머니에 뒤이어 오신 장인 포스를 가지신 주인 할머님이 한국에서 드라마의 그분을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았었냐 하면서 농을 걸어주십니다. 어찌 이 미천한 자에게 그런 황송할 말씀을.

 

자 드디어 본격적인 빙과 무대탐방의 시작!!! 도보 15분이라는 히에 신사로 갑시다! 아 자전거는 좋네요. 정말 좋아요. 걸을 때는 느끼지 못하는 이 밟을 때마다 슝슝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란!

 

  이였는데 잠시 히에신사로 가기 전 바로 앞에 있는 삼나무 뭐시기 신메이 신사의 계단을 보고 말았습니다. 히에신사보다 더 낡고 긴 이 시골틱한 돌계단이 있는데 이쪽이 더 '너의 이름은'에 나온 돌계단스럽게 보입니다. 올라가 보니 타카야마시가 대충 보이는 높은 곳까지 계단이 있네요. 아쉽지만 더 이야기 했다간 빙과를 시작도 못 하게 될 것 같으니 이번엔 생략합니다.

 

" 역시 정월. 차림새가 눈부신 사람도 있군. " - 빙과 20화 중

 

  짠 여기가 히애신사의 입구입니다. 빙과 20화에서 치탄다가 기모노 입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호타로를 새해 참배에 불러내서 만나는 곳이지요. 그리고 호타로는 그대로 가슴에 스트라이~크! 생각해보면 후반부로 갈수록 치탄다도 굉장히 요망해졌어요. 장난 스페셜리스트 타카기 못지않습니다.

 

  1쿨 오프닝과 20화에 나온 장면들. 1기 오프닝에서부터 이 신사가 나온줄은 여기 오고서야 알았네요. 저도 따라서 신사로 들어갑니다.

 

   마찬가지로 1쿨 오프닝에서 나오는 본전 올라가는 계단 앞에 있는 빨간색 토리이.

 

  너의 이름은 의 빨간색 토리이의 배경이라고도 선전하던데 글쎄요? 그렇게까진 닮진 않았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조금 닮았을지도요?

 

"에너지 소비가 평온한 1년을 보낼 수 있기를. " - 빙과 20화 중

 

  계단을 놀라가 본전에 도착하니 거대한 신목과 함께 소원 비는 곳이 있습니다.  저도 사진을 찍으며 마음속으로 호타로와 같은 소원을 빌어봅니다. 돌아가서 제발 쓸데없는 일이 늘어나지 않기를.               이뤄지진 않겠죠. 압니다 알고말고요 흑흑

 

  신사내의 무녀복을 입고 부적을 팔던 매점입니다. 가끔 일본의 절에도 들리는데 파는 게 비슷해..아니 그냥 똑같아서 일본에서 절과 신사의 차이가 어떤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기 왼쪽에 조금만 건물들이 주르륵 있습니다. 대충 저쯤에 있는 창고에 갇혀있었겠지요.

 

  아마 대충 둘이 갇혀있던 곳은 이렇게 생겼겠지요? 다만 새로 지어져서 호타로 정도의 힘으론 틈조차 생길 것 같진 않네요. 자 이만 히에신사를 뒤로하고 다른 곳을 향해 페달을 밟습니다.

 

 "무사히 고교생이 된 너에게 누나로서 한 가지 어드바이스를 해 줄게. 고전부에 들어가렴." - 빙과 2화 중 -

 

2화 8화 때 나온 호타로 집 근처입니다. 호타로 집이 있었을 것 같은 곳은 지금은 공터만 남았네요.

 

 

  11화에 나왔던 호타로의 집 근처 도로입니다. 도로가 뭐 중요하나 싶지만 11화 빙과부 모두에게 한소리 들은 데다가 이리스와 대담 후 풀 확 죽은 호타로의 귀중한 모습이 있던 장면이기도 하지요. 배경을 따라가다 보니 재밌었던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 호타로가 얼마나 풀이 죽었는지 배경을 보면 집에 가는 길을 지나치기까지 합니다. 그 에너지 절약가 호타로가 말이죠!

"하지만 그런 후쿠 짱을 아직도 좋아하는 내가 가장 화가 나!" - 빙과 21화 중 -

 

  강 근처는 많이 모여있으니 금방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있단 먼 곳부터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여긴 21화 그 씁쓸한 발렌타인 이야기가 펼쳐지던 하나사토 구름다리입니다. 두 사람만 좋으면 그만이라 하지만 작중 다른 두 사람이나 보는 저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이바라네 집은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지 이바라의 하굣길로 보이는 이곳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제 더더욱 시내와 떨어진 먼 곳으로 갑니다. 지나가다 보이는 하수도구에 잠깐 찰칵. 어렸을땐 저런 하수도구 안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모험 기분을 양껏 내곤 했었지요.

 

  가는 도중 길을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는 없고 대신 이런 지하도가 있습니다. 자전거로도 갈 수 있게 되어있네요. 상당히 낡은 모습입니다. 어디선가 싱하형이 10초 만에 달려올법한 지하도네요.

 

 지금 목표하는 곳은 서쪽끝에 있는 타카야마 전경을 볼 수 있는 스카이파크. 이름 그대로 높은 곳에 있긴 한데 아직은 완만한 길이라서 3단으로 어찌 올라갈 만 한데 도중 자전거 주차장이 만났습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자전거 주차장이?

 

  헥.....헥..........자전거 주차장을 지나고나서부터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단단히 기억하십시오. 구글맵에서는 위아래가 없습니다. 으앙 살려줘요. 거기 지나가던 트럭 아저씨 좀 태워주소.

 

  기어가 3단밖에 없긴 하지만 MTB였어도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건 힘들었을 겁니다. 어찌 터벅터벅 끌면서 15분은 구부정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점심 먹고 신사에 갈 때만 해도 바람이 스쳐나가는 사이클링에 기분이 좋았지만 어느샌가 하드한 트레이닝이 되어버렸습니다. 헉헉...

 

  어떻게 올라왔습니다! 위에 펼쳐진 너른 잔디밭에서 현지 사람들은 자동차에 어린이용 조그만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가족단위로 놀고 있더군요. 

 

  일단 올라왔으니 기념 삼아 한 장 찍었습니다. 나중에 절 포함해 찍어주신 분에게 물어봤더니 걸어서 올라온 적은 있어도 자전거 끌고 올라오는 사람은 못 봤다고 합니다. 하하하 이런 하하하

 

"뭐라고 할지. 그... 신경 쓰인다." - 빙과 18화 중 -

 

18화 선생님의 헬리콥터 이야기에서 잠깐 나왔던 타카야마 전경입니다. 정말로 잠깐 나왔던 장면이요. 다행히도 올라오니 날씨가 맑아 멀리까지 보이는 좋은 날이었기에 망정이지 풍경도 안 좋았으면 여기 대체 왜 왔나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호타로가 작 중 처음으로 자신의 의문을 해결하려 한 사건의 배경이니 조금은 특별하게 대접해주도록 하죠.

 

  일단 땀좀 식히고 체력게이지도 올릴 겸 올라오느라 더워 벗어던진 옷가지를 다시 입고 풀밭에서 잠시 죽어있겠습니다. 너무나 몰골이라 그대로 보여드리긴 좀 그렇네요.

 

  일어나 한 바퀴만 돌고 내려가려는데 저 멀리 남자아이들이 절벽에서 로프를 달고 오르내리며 놀고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저런 거 참 좋아했죠. 다만 저렇게 흙 절벽에 로프가 아니라, 그냥 바위 절벽 틈을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어른이 있었다면 참 조마조마하게 보셨을 것 같네요. 

 

  자전거로 높게 올라온 자에겐 복이 있나니. 내려가는 길은 싱거울 정도로 시원합니다. 다만 이번에 여행 오기 전 깜박하고 여행자 보험을 들지 않았으므로 어디까지나 속도는 적당히 조절하며 바람을 타고 내려갑니다. 커브만 없었어도 어렸을 적 때처럼 페달이 헛도는 속도까지 내볼 텐데.

 

  엥? 이제 한 숨 쉴 겸 카페에 가는 도중 꽤 큰 세가 월드 건물을 발견합니다. 제가 또 이런 곳을 그냥 지나갈 수 없죠.

 

  저런 UFO캣쳐는 박스크기 1cm 차이에 따라 난이도가 급변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가장 빨리 뽑은 건 한 2000엔에 뽑았었네요. 그런데 바로 옆 지하의 중고매장에서 1500엔에 팔고 있는 걸 보고 멘붕 한 건 안자랑. 아마 고수들은 1000엔정도에 뽑나 봅니다. 대단들 하네요.

 

  아직 한국에선 보지 못한 게임들도 있네요. 패그오는 이름만 들었는데 아케이드도 있네요? 미쿠는 수많은 캐릭터가 뜨고 지는 가운데서도 아직 건재합니다. 거기에 이..거대한 경마장은 대체 뭐지요? 파칭코처럼 코인 따는 기계들도 있고 은근히 입문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슬쩍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스카이파크에 가면서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여유롭게 게임센터에 오래 있진 못 했습니다. 바로 나와 다시 달리던 도중 맥도날드를 발견합니다. 조금만 더 가면 있는 옛시가지와 상점가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패스트푸드점이죠. 빙과에 나오는 학생들을 저기로 가끔 갈려나요.

 

  달리고 달려 다리가 좀 후들거릴 쯔음 드디어 백파이프 카페에 도착합니다. 게스트 하우스 지도에도 있던 거 보면 빙과 이외에도 원래 꽤 유명한 곳인 듯합니다.

 

"내게 고백이라도 할 셈이야?" "고백이라고 한다면 그럴지도 몰라요." - 빙과 2화 중 -

 

  운 좋게도 사람이 많이 없어 그 자리에 갈 수 있었습니다. 방석에 비해 다소 딱딱한 의자, 나무 빛깔의 침착해지는 인테리어, 그에 반하는 많은 추시계들의 움직이는 딸깍딸깍하는 소리가 모순된 공간입니다. 사람이 없는 참에 조용히 들어보니 복수의 시계가 엇박자로 서로 똑딱똑딱하는 게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3화에서 저 흔들거리는 추가 하트 모양으로 바뀌는 연출은 새콤달콤했지요.

 

"저기...실은 저...! 저, 오레키 씨께!" - 빙과 3화 중 -

 

  작중 비엔나 초콜릿과 커피를 마신걸 떠오르고 시킨결과 메뉴가 이리 되어버렸습니다. 비엔나 커피와 초콜렛 케이크. 슬슬 지쳐가고 있기에 단맛으로 칼로리 보충을 합니다. 분위기 값인지 가격대는 은근히 있습니다. 그나저나 만나는 장소로 이런 좋은 분위기의 장소를 지정한 호타로라니. 얘도 은근히 속셈이 있었을까요.

 

  방명록은 최근까지도 계속 갱신되고 있었습니다. 빙과도 꽤 되었는데 많이들 오고 계시군요. 저도 시원찮은 실력이나마 그림 하나 남기고 옵니다. 배틀필드가 배움필드가 되기 전에 쓰던 직접 만든 치탄다 옆모습 엔딩버전 배틀필드 엠블럼을 그려넣고 옵니다. 인터넷 엠블럼 공유 사이트에 올려놨었는데 게임하다가 그 엠블럼 쓰는 사람한테 죽으면 반갑기도 하고 뭔가 짜증이 나기도 하고 오묘한 기분이었죠.

 

바로 근처에 이리스한테 비싼 거 떼어먹었던 찻집으로 갑니다. 뭔가 오늘은 문이 굳게 닫혀있어 들어가긴 힘든 포스를 자랑하네요.

 

이제 치탄다 집 쪽으로 가봅니다. 실제 치탄다가의 모델이 된 집은 이곳에 없지만 집이 있는 부근과 어떻게 그곳에 갔는지 경로는 따라 짚으며 갈 수 있지요. 아까 카페에서 시계를 눈여겨 보신분이 있다면 아시겠지만 벌써 오후 5시에 닿고 있습니다. 햇빛이 뉘엿뉘엿하네요. 일단 구글맵에서 걸어서 한시간이니 자전거로는 한 20분이면 되겠죠? 까페에서 충전도 했으니 또 자전거를 신나게 타 봅시다.

 

"그야 자전거 타기가 즐거운 거라고. 바람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각력으로 달려 나간다." - 빙과 4화 중 -

 

  아무튼 가는 길은 잘 재현되어 있습니다. 가끔 가는 방향이 역방향으로 되기도 하며 왔다갔다해서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순서대로 가진 못 하지만요. 좁은 길에 독특하게 꺾인 표지판은 자동차가 지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나요? 

 

  문제는 말입니다. 대략 여기서부터 치탄다집까지 가는 길은 매우 완만하게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입니다. 평범한 연구실에 박혀있는 사람에겐 너무나 혹독한 길이 이어집니다.

 

  이제 구글맵상으로 1/3 지점입니다만 벌써 저는 녹초가 되었습니다. 아 이제 그만 돌아갈까 가봤자 집도 없을 텐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 몰라 일단 가자 아무튼 반쯤 이미 탈진 상태입니다. 어디선가 초콜릿 바라도 챙겨 왔어야 했는데. 사실 치탄다의 그 가느다란 다리는 집을 오가며 생긴 실전압축근육으로 가득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깐 18화에서 너무나도 가볍게 호타로에게 뒤에 탈래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겠죠.

 

  솔직히 구글맵에서 여기가 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반 조금 넘은 수준이었습니다. 헥헥헥... 완만한 오르막길을 너무 얕보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5시 30을 넘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돌아올 땐 이미 껌껌한 길을 달릴 수 도 있을 텐데 호흡은 과호흡 상태.

  ㅎ허ㅎ헉 후우.. 사진 찍으며 쉴 때조차 숨은 멈출 기세를 보이질 않습니다. 스카이파크 가면서 이미 너무 혹사당한 다리로 오르막길 자전거 페달 밟을 기운이 없어 천천히 밀면서 올라갑니다. 이거 걷는 것보다 더 힘들게 가는 거 아닐까요.

 

  치탄다 가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걸어서!!! ...허ㅎ헢ㅎ허ㅔㅁ...  이미 비교할 기운도 없습니다. 집이 있을 평야 대신 뭔가 조그마한 언덕과 함께 사찰이 하나 있습니다. 구글맵에선 불교 사찰이라는데 토리이가 있네요. 아 몰라요. 저기까지 가는 잠깐의 길조차 오르막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나 이제 돌아갈 길을 모색할 시간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서 바로 그 배경이 된 고등학교까지 치탄다의 등굣길을 짚어보며 가보기로 하였죠.

 

 그런데 구글맵이 가르쳐 주는 길이 영 이상합니다. 대충 이런 길을 구글맵이 가라고 합니다. 대체 이런 길은 왜 알고 있나 싶습니다...만 따라가보죠. 한번 왔던 길로 가고 싶진 않으니깐요.

 

 

  6시 다되어가 해가 지기 직전 석양을 받는 비닐하우스는 거기서 풍겨오는 특유의 거름냄새 빼고는 꽤 좋은 경치입니다. 문제는 이 카메라 오토 HDR 옵션으로는 영 해를 잘 못 찍는 거 같습니다. 저쪽에서 무슨 폭발이라도 일어난 비주얼이네요. 어렸을 때 등굣길에 태풍에 구멍송송뚫린 비닐하우스 보면 은근 마음이 아프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까 치탄다네 집 갈 때는 계속 오르막이라고 했었지요? 자전거로 올라간 자에겐 복이 있나니! 밭 사이의 길을 잠시 지나니 계속해서 내리막길이 신나게 펼쳐집니다. 치탄다도 지각은 안 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신나는 내리막이니깐요! 

 

  15분 정도 계속 내리막길을 가다 보니 학교에 도착합니다. 해가 이제 막 산을 넘어가려 하고 있네요. 그나마 아직 밝을 때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저 오른쪽 건물 위치가 대략 애니메이션에서 옛날에 화재가 일어났다는 건물 위치쯤 되려나요.

 

  보다시피 학교랑 운동장 사이에 웬 길이 하나 있습니다. 덕분에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빙과 14화에서 저기 저 4층 지구과학실 고전부 부실에서 2쿨 들어 급격히 귀여워진 호타로가 사토시를 불러 밀가루를 던졌었죠. 한동안 빙과의 인기 캐릭터로서 짤방화 되기도 했었네요.

 

 

 

  일단 여기까지 먼길을 수고해준 3단 자전거와 함께. 오늘 자전거 빌린 값을 제대로 뽑고 있습니다. 대충 애니메이션 포스터 그림이 되었을 벚꽃나무도 보이지요?

 

  해가 지는 시간에 와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하교했기에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구경할 수 있었네요.

 

  애니메이션의 그 좋은 벚꽃과 함께하는 등굣길은 이 주변의 공사로 아쉽게도 이제 사라져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무언가 아쉬움에 반대쪽에서도 찰칵. 이 등굣길이 은근 작중에서 많이 나오는 이쁜 길이였는데 사라져서 아쉽네요.

 

자 이제 길을 돌려 시내로 갑니다. 해가 벌써 다 져가서 제대로 사진이나 찍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작중 병원이 나오지도 않는 것 같은데 여기 이리스의 가족이 운영하는 병원 위치(실제 병원은 옛날에 이전)는 어찌 알았나 싶습니다. 이왕 왔으니 찍고는 가는 게 무대탐방 마음이죠. 한자는 못 읽기에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타카야마는 써있는게 뭔가 관공서인 모양입니다.

 

  하 드디어 아침에 보았던 강가에 돌아왔습니다. 아침 시장을 보고 난 뒤 7시간 만입니다. 다리가 페달 밟을 때마다 살살 떨리긴 하는데 그나마 이젠 평지만 있어 다행입니다. 듣자 하니 이렇게 계속 장시간 운동을 할 땐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계속해서 칼로리 섭취를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전 이미 글렀나 봅니다. 헤...에...엑...

 

  오프닝과 위염유발 스토리 21화 발렌타인데이에서 나온 그 후도우다리입니다. 왔을 때만 해도 불이 꺼져있었는데 사진 찍고 돌아가려는 순간 불이 들어왔습니다. 후 다시 찍어야죠. 지금 다시 보니 눈발에 들어간 작화의 정성이 대단합니다.

 

  사각형의 흐릿한 램프가 다리를 은밀하게 비춰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램프가 켜졌다는 것은 정말로 어두워지는 것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거네요. 그럼 더 빨리!라고 하고 싶지만 이미 체력은 한계라 그냥 느긋히 움직입니다.

 

  그 밸런타인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됩니다. 다리를 건너서 좀만 가면 사토시가 눈 맞으며 멍 때리다 전화를 거는 히다 신사 앞이 있습니다. 사토시나 이바라나 이 에피소드에선 참... 달콤달콤한 22화 마지막 스토리를 위해 일부로 바로 전 발렌타인 데이를 더더욱 씁쓸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건넌 다리를 또 건너 다시 반대편 강가로 돌아와 남쪽을 향해 터덜터덜 자전거를 끌고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이미 끊어져버린 것으로 잘 알려진 야요이 다리 아래의 조그만 다리. 이젠 왜 다시 만들지 않는 걸까요? 어린애가 지나가다 물에 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아...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 갑니다. 

 

  구글맵에 선발대가 찍은 위치 따라 가는데 참 이런 곳도 잘 체크하고 가는구나 싶습니다. 18화에서 학교에서 치탄다랑 도서관 데이트를 하러 가는 도중에 있는 야요이 다리 근처 교차로의 풍경입니다.

 

 이런... 야요이 다리에서 빙과 오프닝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 예쁜 계단식 물길을 찍으려 했으나 이미 너무나 어두워져 버렸습니다. 제 스마트폰으로는 전문가 모드로도 이게 한계입니다 훌쩍. 오프닝 엔딩을 편집해서 모으는 오프닝 엔딩 영상 마니아에겐 매우 슬픈 순간입니다. 빙과의 오프닝 2개는 참으로 좋았죠. 내용, 연출, 음악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었습니다.

 

  추가로 야요이 다리의 광경입니다. 학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스팟에 있는 다리인 만큼 자주 나오곤 했죠. 너무 어두워져서 무대탐방앱의 AR기능을 쓰면 캐릭터가 너무 튀어서 못 찍을 것 같습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면 간략하게다." - 빙과 1화 중 -

 

 대부분 이야기가 방과 후 해지기 전에 진행되는 흐릿하지만 따듯한 빛깔 속에 진행되는 빙과인 만큼, 어두운 밤에 진행되는 이야기는 대부분 어둡고 진지하며 답답함을 일으키는 에피소드입니다. 여기는 1화 B파트에서 치탄다에게 괜한 거짓말을 하고 찔금찔금 거리며 변명하는 초반부의 호타로를 볼 수 있는 횡단보도이죠.

 

"하지만 이래서는 마치 누나는... 설마 그럴 리가." - 빙과 5화 중 -

 

  고전부에 억지로 들어가게 한 누나에게 편지를 또 정중하게 보네는 착한 동생 호타로를 볼 수 있는 우체통. 주인공보다 더 위를 달리는 캐릭터는 추리 관련 컨텐츠에 자주 나오는 클리쉐죠. 하지만 이 우체통을 찍는 시점에서 저의 체력은 바닥엔 바닥이 있다는 주식판의 명언을 실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자주 보이는 길 사진보다는 중요 에피소드에서 나온 중요 장면이나 찍기로 했죠.

 

  라고 제가 방금 말했나요? 지금 이 혼마치 상점가는 9화에서 호타로가 이리스의 마수에 걸려버리는 매우 중요한 씬에 있던 배경인데! 여행의 본래 목적이었던 느긋함과 휴양은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지 오래입니다. 거의 좀비 같은 상태군요.

 

  다시 또 강을 건너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1쿨 오프닝의 배경과 치탄다가 호타로를 은밀하게 불러 조인트 까던 11화 배경이 되었던 미야가와 강변을 볼 수 있습니다. 아! 지금은 어두워서 거의 못 보지만요! 일단 자전거도 비슷하게 두고 사진은 찍어둡니다. 

  키치다리를 배경으로 은은한 야경은 참 멋있지만 그만큼 여긴 광원이 적어 마음이 뒤숭숭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쪽 길은 아까 오전에 왔던 아침시장이 있던 길입니다. 그때 좀 찍어놨어야 했어요 흑. 이렇게 늦을지는 몰랐져..

 

  아까 오전에 아침시장에서 히다규꼬치랑 술 팔던 집이 웬 애니메이션과 관계가 있나 했었지요? 근데 다시 여기 오면서 보니 빙과 1쿨 오프닝 배경으로 나왔던 장소였습니다! (대충 상상도 못 할 정체 짤) 오전에 밤에 다시 와서 한잔 할 거라는 약속을 했었긴 했지만 전 지금 저녁도 먹지 못한 상태로 장소를 클리어하고 있으니 지금은 영 아닙니다. 언젠가 다시 여기 올 때 들리도록 하지요.

 

  18화 도서관 데이트가 끝난 뒤 둘이 헤어지기 전 건너는 카지 다리입니다.  저 익살스런 상도 여전하네요. 헤어질 때 거의 해가 넘어가고 있었으니 치탄다가 자기 집에 들어가려면 그 언덕길의 시골길에서 완전히 어두운 클라이밍을 했어야 했을 겁니다. 아무리 매일 같은 등굣길로 단련된 무쇠다리를 가진 시골여자 치탄다라도 상당히 힘들 길일 테지요.

 

  귀중한 오후 시간을 전부 소비하며 치탄다 있는 집까지 고생하며 올라갔던 그 경험은, 애니메이션에서 한번 치탄다의 집에 가본 호타로가 "도착할 쯤엔 완전히 밤이겠군" 하면서 이건 빚이라 느끼는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아주 조금의 쓸모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1,4,9,10,18화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구도로 많이도 등장했던 상점가 중간에 위치한 카지다리 근처 교차로에서 살짝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면

 

  11화에서 미야가와 근처에서 치탄다에게 확인사살 당한 뒤 영혼 나간 상태로 앉아있던 동그란 벤치가 있습니다. 온 김에 옆 화장실 들려서 손을 씻는데 물이 너무나 차갑습니다. 안 그래도 추운 타카야마가 해가 떨어지며 더욱 추워져 버렸습니다.

  자전거로 따듯해지는 몸은 그나마 나으나, 나아가는 방향을 지시하는 손은 가장 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굳어가 이젠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는 움직임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물 묻은 손이 얼어붙을 것만 같습니다. 그나마 주머니 속에 가져온 핫팩 하나가 간신히 오늘 동상을 걸리는 것만은 피할 수 있게 해 주겠네요.

 

  1쿨 오프닝에 등장한 마네키네코인데 오프닝에선 빙과라는 글자에 가려 안보인 얼굴을 실제로 보니깐 생각보다 무섭게 생겼습니다. 왜 오프닝에서 가렸는지 알 것만 같네요.

 

  후우... 혼마치 상점가의 자잘한 배경은 이제 스킵하죠. 힘들기도 하고 자전거 렌탈 가게가 닫는 오후 8시가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어 잠깐만요. 뭔가 빼먹은 중요한 곳이 있는 것 같은데?

 

  아까부터 치탄다와 호타로의 도서관 데이트를 몇 번이고 말했는데 그 중요한 도서관을 빼먹었습니다! 동쪽으로 자전거로 5분 거리이긴 한데 또다시 "오르막길"입니다. 이제 그만 살려줘요 제발... 저의 체력을 시험하는 여행 3일째입니다. 어떻게 여기에 도착했는지 이미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잠시 내부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금방 나왔습니다. 거기에 도서관 안에서 데이트 중인 고딩커플이 있어 너무나 훈훈해 오래 있긴 힘들더군요. 

 

  이제 자전거를 반납하러 다시 한번 달려갑니다. 이렇게 타카야마에서의 오늘의 바보 같은 힘들지만 보람찬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 빙과의 무대탐방은 종료합니다. 후우.. 여기까지 따라와주신 분도 수고하셨어요.

 

  도서관을 나와 렌탈 자전거 샵으로 가는데 8시 가까이 되었다고 주변이 아주 깜깜합니다. 당연하게도 밤에 전조등 없는 자전거는 달려선 안됩니다. 여기 렌탈 자전거는 항상 전조등이 켜져있네요. 어두운 길을 혼자 달리다 문득 고개를 드니 너무나 어두워 긴장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지는 밤하늘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밝디 밝은 오리온 자리가 렌탈 바이크 가게가 있는 서쪽으로 절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미야가와 남쪽엔 벚꽃나무가 가득한 강가가 있습니다. 이 시기엔 밤늦게까지 불을 밝혀두는 분위기 좋은 장소라 하니 한 몇 주 후쯤 타카야마에서 축제할 때 여행 온다면 겸사겸사 들려보는 것도 좋겠지요.

 

  어찌 8시에 맞춰서 자전거 대여점에 돌아왔습니다. 이미 10시간 정도 자전거에 몸을 맡겼더니 도착하자마자 쓰러져서 거의 30분은 헥헥거리고 다리와 팔은 에너지 부족으로 지멋대로 진동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주인아저씨가 대체 어디까지 갔다 왔길래 이리 다 죽어가냐고 놀란 얼굴로 맞이해주십니다. 이번에도 죽기 직전의 얼굴이라 온전히 보여드리긴 슬프게도 힘드네요.

 

  의자에 쓰러져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아침에 빙과 무대탐방 지도도 주셨던 인상 좋으신 주인분이 예전에 왔던 황당한 손님 이야기를 재미삼아 해주십니다. 저번 5월쯤에 중국인 2명이 [오후 8시에] 자전거를 빌러러 와서 시라카와고까지 가겠다고 했답니다. 시라카와고는 여기보다 더 추운 마을인데 걸어서 14시간 거리입니다. 거기에 제가 오늘 갔던 길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오르막인데 말이죠.

 

  결국 그날 밤에 자전거를 훔쳐 타는 것으로 생각한 경찰에 걸려서 다시 끌려와서 호텔에 강제투숙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라서 다음날에 또 자전거를 빌려서 시라카와고로 다시 출발했으나... 그날 밤에 어느 민가의 창고 구석에 덜덜 떨고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해서 또 끌고 왔답니다. 그 친구들 왈 '모험을 하고 싶었어요'라고. 얼어 죽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그런데 저도 자전거 샵에서 30분은 쓰러져있었는데도 과호흡이 여전한 것이 저도 오늘 잘 못 했으면 어찌 될지 모르는 탈진 상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읍헤엑허헉.. 여러분은 꼭 초코바라도 챙기고 라이딩하시길.

 

  9시가 가까이 오는지라 얼마 안 되는 타카야마의 음식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지만 간신히 파이널 오더 직전 시간에 한 음식점에 쳐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생각도 안 한 행운이 찾아왔네요. 바로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오는 타카야마 라멘이 있었습니다! 히에 신사도 그렇고 끈 만들기도 그렇고 은근히 너의 이름은 관련된 것도 있는 타카야마입니다. 오늘 소비한 칼로리를 생각할 때 라멘만으론 모자랄 것 같아 규동 세트도 같이 시켜줍니다.

 

  손과 몸을 녹여줄 따듯한 데운 사케도 한잔. 순식간에 깔끔히 흡입했으나 오늘은 아마도 먹은 것에 비해 무리해서 근손실이 있겠죠? 요즘 근력운동한다는 미명아래 가볍게 운동을 해도 단백질을 마구 먹어대는지라 조금은 신경이 쓰입니다.

 

  다시 터덜터덜 간신히 게스트룸에 기어들어가 간신히 샤워장에 몸을 집어넣고 침대에 쓰러지기 직전 어떻게든 내일 너의 이름은 무대가 있는 히다후루카와에 갈 예정을 세웁니다. 내일은 히다후루카와에 있다가 게로온천으로 갈 것인데 여긴 시골이라 기차 한번 놓치면 2시간이 추가될지 모르니 시간을 잘 잡아야만 합니다.

 

   나중에 타카야마에 혹시 빙과 때문에 오실 분에게 팁 하나로 오늘의 마무리를 하자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세..ㅇ ....ZZZ

 

= 오늘의 루트 =

 숙소-아침시장-히에신사-호타로집-스카이파크-백파이프까페-치탄다집터-고등학교-미야가와강변 기타 등등-숙소

참고한 빙과 무대탐방 구글맵 -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D2STSOlqddalD3KnisOwi3rCKhY&ll=35.51220800821844%2C137.37012099999993&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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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누님이 사온 베트남 인스턴트 라면 두번째 리뷰!


이번엔 쌀국수입니다!


 오늘의 주인공은 이번에도 Acecook에서 나온

Xưa & Nay [beef flavour 고기육수 맛] 입니다.



  어디보자 조리법은..


...


읽지 못 하겠지만 읽을만 합니다?


특이하게 면을 끓이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물을 그냥 부워주는 마치 컵라면과 같은 방식입니다.

쌀면이라 그런 줄 알았는데 다른 면도 이렇게 나오더라고요.


허 근데 칼로리가 240kcal?!


마침 집에 있던 농X  모라면의 칼로리랑 비교해 봤습니다.


495kcal VS 240 Kcal!!. 오오 이것이 쌀국수의 위용인가.


고작 밥 한공기 분량의 칼로리입니다.



포장을 뜯으면 두둥! 봉지 가득 쌀국수가 있군요.



그리고 봉투가 4개나 있습니다 ㄷㄷ





보통으로 파와 고수, 콩고기가 다소 있는 것 부터




언뜻 보면 마늘 빤것처럼 보이지만 아마 기름인 이것




 거기에  paste soup와 분말 가루가 있습니다.




다 뿌려두면 이런 모양~☆


저 paste soup는 뭔가 고기 육수를 응축시킨 듯한 느낌입니다.



이제 물을 붇고 3분 기다려주고...



....


...





짠!


..아


..저 노란 기름 좀 보소

근데 저 기름이 존맛



 섞어주면 이런 비쥬얼입니다.


기름이 동동 떠있는게 정말이지 맛있는 고기육수가 연상되서 참지 못 하겠네요.



그럼 제가 한번 먹어보겠습니다!


츄릅 처릅 꿀꺽 후르륵 스루륵 스릅 캬!



이 국물의 기름 보이십니까? 정말 맛있습니다 캬.



 국물이 정말 맛있어서 평소에 라면 국물 안 먹는 저조차 다 비워버리게 하는 마력을 자랑했습니다.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쌀국수 면은 물론이고 인스턴트 스러운 조미료 맛이 포함된 기름 동동 떠 있는 고기 육수 국물은 농후했습니다. 베트남 가시면 꼭 사오시길 추천합니다.

  혹시 나중에 먹을 기회가 있다면 요리 중에 숙주나물을 꼭 넣어서 같이 끓이는 것을 추천합니다. 진짜 궁합 최고!


근데 한 가지 단점이 있다면...


240kcal 밖에 안 되서 금방 배고파요...힝... 본격 인스턴트 다이어트 식



총평


맛 - 5/5  인스턴트 특유의 조미료 스러운  농후한 고기육수 쌀국수 국물 맛이 그대로!

양 - 2/5 면의 양 자체는 많아 보이는데 쌀국수라 그런지 칼로리가 240kcal밖에 안되서 금방 배고파오는 안습 ㅜ 이것이 바로 인스턴트 다이어트 식!

건더기 - 4/5 고기기름이 동동 띄어진 비쥬얼에  콩고기와 고수가 적당히 들어있어 맛을 돋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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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학회 갈때 일본에 경유해서 갔었기 때문에 잠깐 도쿄관광을 하고 갔습니다.


그러다가 우연히 정말 우연히 닛포리역에서 꽤나 괜찮은 라멘집에 가서 소개합니다. 해외 음식접 소개는 이 블로그에선 처음이군요 ㅋ 원래 다른 곳에 가려고 했는데 망한건지 장기 휴업인지 닫혀있어서 돌아다니다가 들어간 곳이네요.


아니 진짜로


 

가게의 이름은 멘야 아오이(라고 했던듯). 그리고 번역해 드리고 싶으나 전 한자를 모름니다 흑 ㅜㅋㅋㅋ



닛뽀리(nippori)역에서 바로 갈 수 있는 조그마한 라멘집입니다.




닛포리 역에서 포트 타워 출구 쪽으로 나오면




이런 구름다리가 나오는데 저기 정면에 보이는 곳이 이 라멘집입니다.




건물 안에서 간판은 이런 모양이고요 ㅎ


한 7명 정도 앉을 수 있는 카운터석과 2인용 테이블이 2개 있는 조그마한 집이지만


제가 갔던 시간은 3시임에도 불구하고 계속 사람들이 오더군요. ㄷㄷ



  여기의 주 메뉴은 도쿄풍(아주머니왈) 츠케멘입니다. 면과 국물이 따로 나오는 라멘이지요. 면발은 거의 우동급으로 쫄깃쫄깃함의 극치는 보여주고 국물은 간장 베이스의 매우 진한 국물맛을 보여줍니다.


  라멘 주문은 식권 방식입니다만 아쉽게도 영어는 병기되어 있질 않습니다. 거기에 더해 아주머니도 영어를 거의 못 하시기 때문에 일본어를 조금 알고 있으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아주머니가 상당히 친절하시게 접대해주시기 때문에 아주머니가 추천하는 메뉴를 몸 짓으로 대강 알아듣고 그걸 그냥 주문해도 될 것 같습니다.




  위에서 안 말했는데 면이 정말 많습니다.

 뭔가 추가로 더 시키려고 했는데 아주머니가 면이 많으니 괜찮다고 강조할 정도로 말이죠. 아침을 대강 6시에 공항에서 샌드위치 사다먹고 오후 3시라 무지하게 배고팠는데 진짜 간신히 다 먹었어요. 맛있어서 차마 남기지도 못 하고 먹었네요 ㅜ


  거의 다 먹을 쯤엔 저 찍어먹기용으로 매우 진하고 짠 국물에 따뜻한 물을 부어서 국물로도 맛 볼 수 있게 해 주십니다. 국물이 정말 끝내줘요!


  가게 홍보용으로 있는 선전을 살펴보니 일본어를 잘 못 해 완전히는 모르겠습니다만 라멘 관련 대회에서 상도 받고 한 집입니다. 정말 맛있었어요.




 그리고 식당 주위를 둘러보았더니... 엇?



 May J ?!?!?!?!?!!?1


누군지 모르시는 분께 잠깐 설명하자면 일본의 제가 꽤나 좋아하는 R&B 가수로 시원하고 맑은 목소리와 댄스 피아노 작곡까지 가능한 핫한 분입니다.



May J. Be mine 라이브 영상



겨울 왕국의 Let it go 일본어 더빙 버전에서 노래도 이분이 맡으셨죠.



  아무튼 이 사람도 와서 사인도 하고 간거 보면 생각보다 일본에서 맛집 인가 봅니다? ㅋㅋㅋ 아무튼 맛있으니 도쿄에서 저 근처 닛뽀리(nippori)역 갈 일 있으면 한번 가보시길. 배는 일단 잘 비워두고요. 저는 참고로 3시에 먹고 10시까지 배불러서 혼났습니다. 저녁때도 놓치고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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