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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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여행은 좀 더 느긋하게, 마음 가는 데로, 어쩌다 본 광경과의 만남을 즐기는 사람에겐 정반대의 여행 방식입니다. 또 그런데 무대탐방까지 염두에 둔다고? 아고고..

 

그렇지만 이번 겨울의 홋카이도여행에서 이동에 대한 걱정과, 또한 거기에 오랜만에 가족여행인지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패키지 여행을 택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오 말이죠. 지금까지 봤던 작품의 배경을 지나가는 식이라도! 비슷한 풍경이라도! 하다못해 분위기라도!!! 란 심정으로 여행가기전 봤었던 작품들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작품으론 삿포로 시를 배경으로 하는 카논. 이걸 실시간으로 봤다면 당신은...

 

두 번째로는 은색 아득히. 삿포로를 주 배경으로 눈 내린 풍경과 함께 중학생 때 시작된 인연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긴 호흡으로 표현한 게임. 한번 skip으로 진행했는데도 루트당 한 시간이 걸리는 무시무시한 분량.

 

세 번째로는 중2병 극장판. 주인공들이 사랑의 도피를 한답시고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는데 거기서 여주인공의 부모님을 뵈러 홋카이도로 갑니다. 삿포로시는 짧게 나오지만 명물을 압축해서 보여주죠.

 

과연 전 이번 비에이 - 오타루 - 삿포로 로 이어지는 패키지여행에서 얼마나 건질 수 있었을까요? 그 처절한? 분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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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째- 비에이로 가는 길

치토세 공항에 도착. 공중에서 내려볼때도 그렀지만 찻길 빼고는 전역이 눈에 덮여있는 듯한 풍경의 홋카이도.

 

하도 입국하는 사람이 많아 공항에서 빠져나가는데만 2시간은 서서 줄 섰던 것 같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 아마 평소엔 이자카야인것 같은 곳에서 된장 닭도리탕 같은 한상을 빠르게 먹고 비에이로 출발.

 

중간에 가는 길에 있던 조그만 휴게소에 어딘가 눈에 익는 귀여운 녀석이 있어서 바로 주워왔습니다. 별명으로 '눈의 요정'이라 적혀있는데 그 정체는

블루아카의 세이아가 한 손에 들고 있는 새이기도 하고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서번트x서비스에서도 잠깐 나오는 흰머리오목눈이입니다.

 

어쩌다 득템한 감동도 잠시

 

많은 눈으로 고속도로가 막혀버려 국도를 타고 가느라 첫날에 비에이의 숙소까지 가는데 장장 6시간...  패키지는 그래도 버스 타고 멍 때리고 가니 몸은 편하겠지 하는 편견이 산산조각 난 하루였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숙소에 도착해서 호텔뷔페저녁. 호텔뷔페엔 그다지 기대를 안 했는데..

오호?

오호!

중2병 극장판에서 입맛을 다시며 소개한 (먹지는 못한) 칭기즈칸 구이! 미리 계획된 패키지 음식엔 없어서 먹어볼 기대는 버렸었는데 이런 행운이!

 

아 맛은 단맛 없는 짠 간장 갈비구이였습니다. 한국은 맵기에 대한 정도가 없는 음식이 있는데 일본음식 먹다 보면 여긴 짠맛에 대한 정도가 없을 때가 느껴져요.

후식으로는 당시에도 지금도 화두였던 수성의 마녀 콜라보 제품인 달달한 팝콘과 삿포로 캔 생맥주 및 오이시이우유. 우유 제목에 어그로가 끌려서 집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팝콘은 그냥 팝콘과 딸기맛으로 달달하게 코팅된 팝콘이 섞여있는데 안주로 꽤 괜찮았습니다. 아 빨간 딸기... 빨간 토마토....... 토마토...

... 다행히 막방을 방영하기 전에 가서 다행이군요?

 

왔으니 노천탕 한번 가다가 온천무스메와 만났습니다. 어째서 온천대표 캐릭터인지 모를 디자인이 일품입니다. 저런 옷인 주제에 신발만 털부츠인 것이 묘하게 킹받는 디자인. 분명 외부인은 모를 선정과정이 있었으리라.

 

- 2일째 - 비에이

비에이에선 너른 평원에 펼쳐진 눈부신 설경에서 사진을 찍고

눈을 뚫고

사진 찍고

눈을 뚫고

 

사진 찍는 여정의 연속. 중간에 러브 래터의 배경이 된 곳이 있다 하지만 전 러브래터를 본 세대가 아니어서 말이죠..

 

그렇게 오늘은 무대탐방이라 할만한 게 없다 싶었는데...

오 눈이 이쁘게 쌓여 있는 이 열매는?

카논에서 나온 눈토끼에 (아마도) 쓰인 마가목의 열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주변엔 침엽수 잎만 좀 살아있고 저런 잎은 없어서 나중을 위해 일단 열매만 챙겼습니다.

 

그리고 또 눈보라가 엄청나서 거의 화이트 아웃돼버린 고속도로를 (시속 80km feat 구글맵 gps속도측정) 달리는 버스를 타고 다음 숙소로

 

다 와갈 때가 돼서야 눈보라가 멈춰줬네요..

 

드디어 숙소에 도착하고 저녁뷔페! 그리고 또 뜻밖의 만남!

중2병 극장판에서 (먹지는 못한) 나왔던 홋카이도 미소라면! 이번에도 호텔에 직접 만드는 미소라멘이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혹시 중2병에서 나온 3대 음식을 호텔로 클리어할 수 있나?

 

아 근데 맛은.. 분명 국물은 된장색인데 왜 짠맛이 더 돋보이는 거죠.

 

이후 노천탕 뒤 매체에서 목욕 후에 자주 나오는 푱하고 뚜껑을 따는 우유와 함께 오늘 하루는 종료

 

 

- 3일째 - 오타루와 삿포로

아침의 서프라이즈론 의외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초밥의 기원. 발표의 젖산을 통해 보관성을 높이는 방법이라 들어 시큼할까 했는데 오히려 젓갈하고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짭짤하고 물렁물렁.

 

눈 덮인 산길을 지나서

드디어 '눈 없는' 찻길로 들어서면

 

오타루 운하에 도착!

 

그리고 드디어 성지순례라고 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 가이드말로는 여기가 굉장히 오래된 창고래나요

은색 아득히에서 유즈키를 쫓아갔던, 그리고 어렸을 때 추억이 있던 장소로 등장합니다. 분위기 있는 가로등이 게임에선 추가됐네요.

하긴 빨간 벽돌로 된 건물의 색감이 오타루 운하에 있던 건물들에선 돋보이게 이쁜 건물이라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작중 주인공으로부터 선물 받고 고장 나버린 오르골을 고치러 갔던 오르골관으로

이런저런 오르골들이 있지만 곡들은 대부분 오르골에 쓰이는 클래식, 애니메이션 쪽은 그나마 지브리 정도나 있습니다. 날개를 주세요가 있길래 그거라도 집어오려다가 너의 이름은 음악 코너가 있어서 가져왔네요. 하도 유명하고 오는 사람들이 한 번씩 다 돌려봐서 그런지 사진 아래처럼 손잡이가 빠진 채 고장 난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사이즈 오르골로는 주요 멜로디의 반 정도나 간신히 연주될락 말락 합니다. 덕분에 끝맺음이 미묘한 채 멜로디 앞부분만 반복되는 음악들..  으앙 내가 영상매체들에서 듣던 오르골 소리는 이러치 안아

그러면 좀 더 큰 오르골이면 될까? 했더니 가격이 와우.. 앤티크 오르골당이라 더 비싼 감도 있기야 하겠지만 오르골당 가격 보면 오르골 선물해 준 주인공들이 다 정말로 큰맘 먹었던가 아니면 그냥 오르골 음악을 연주하는 장치던가 하는 거 같습니다. 역시 주인공들은 어릴 때부터 떡잎이 달라.

 

이제 오타루를 나와 아직 눈과 눈 치운 흔적이 남아있는 삿포로 시내를 지나

 

어디선가 본 듯한 눈 덮인 공원을 지나면

 

홋카이도 신궁에 도착합니다.

직선으로 곧게 솟은 나무사이 길이 인상적인 곳인데

 

은색 아득히에서 새해참배 가는 곳으로 늘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죠. 중딩-고딩-성인까지 다루다 보니 다른 만화에선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새해참배를 몇 번을 가는 건지

 

신사에 볼게 많진 않으니 잠깐 짬이 생겨서 이전에 챙긴 마가목 열매를 써서 카논에서 나온 이 눈토끼를 연성해보려고 했습니다.

...

일단 눈이 굉장히 잘 바스러지고 뭉쳐지지 않아서 모양 잡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토끼의 귀여움의 지분을 담당하는 귀를 담당할만한 넓은 잎이 하나도 없습니다. 잎이 붙어있기라도 한 것은 침엽수들밖에 없으니

 

에잇.

 

신사를 나와서 모이와야마 전망대로 향합니다

올라가다 보면 골든 카무이를 통해 접했던 아이누족 문화를 작게 전시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골든 카무이 굿즈도 보이더군요.

 

케이블카를 타고 무시무시한 추위 속에서 야경을 담아낸 뒤

 

은색 아득히에서 지겹게도 본 TV 타워와 오도리 거리 공원으로! 한창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온갖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되어 있고

 

은색 아득히에서 빵구경하러 다녔던 뾰족뾰족한 크리스마스 노점상이 가득한 거리도 설치되어 있어요. 한국에서도 광화문 광장에서 하고 있었더군요.

 

여러 장식들 사이에서 사진 찍다보니 좀 추워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출국 전날 저녁은!

대게!

대게 회!

대게 맑은탕!

대게 마키스시!

대게그라탕!

대게튀김!

유루캠프 극장판에서 대게먹방씬마냥 말없이 클리어하며 삿포로에서 마지막 밤이 가고 있었습니다.

 

- 4일째 - 삿포로 마무리

 

이번 호텔 뷔페 조식에서도 반가운 음식이 등장. 오른쪽 위에 있는 수프카레입니다.

결국 호텔 뷔페에서 어찌저찌 중2병 극장판 3개 음식을 다 찍먹해보네요. 맛은.. 카레탄 맑은 비프스튜?

 

마지막 행선지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시계탑을 버스 안에서 지나가기며 보기.

중2병 극장판에서도 잠깐 나오는데

1905년을 배경으로 하는 골든카무이에서도 나온 만큼 굉장히 오래된 건물입니다. 잘 보면 삿포로 맥주에도 있는 붉은 별이 있죠.

다만 은색 아득히에서도 러시아에서 온 베슬리가 벙찌듯이 관광지? 느낌의 아담한 건물.

 

시계탑은 차창관광이라 길레 그래도 관광버스가 잠깐 멈추기라도 하고 갈 줄 알았는데 그냥 쓱 지나가기만 해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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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그래도 패키지여행치고 매체에서 접했던 홋카이도의 눈이 가득한 겨울 분위기를 잔뜩 체험하고 온 것 같습니다.

제한된 코스 속에서 반가운 장소를 만났을 때 재미는 더 했고요. 한 달 만에 간신히 작성한 여행기지만 여전히 그때 눈 가득한 세상이 떠올려집니다.

 

언젠가 다시 가서 게를 더 많이 먹고 왔었으면..

 

 

- 번외 1 -

왜 홋카이도에서 왔는데 한국이 더 추운 거죠? (홋카이도보다 한국 서울이 5도정도 더 낮았던 걸로 기억)

 

- 번외 2 -

 

promega 치즈 과자, 눈의 연인 과자, 멜론과자, 등등 먹을거리를 이것저것 많이 샀는데 이 바움쿠헨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너무 달지도 덜 덜지도 않은 절묘한 단맛이 일품.

 

은색 아득히에서 품절을 걱정할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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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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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자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결국에 여행의 마지막 날이 왔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어떤 여행이었든 어느 이유에선 간에 각별하겠지만, 오늘 이 여행 이후에는 당분간은 어딘가로 가지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7시 너머로 꽤 여유 있게 잡긴 했지만 오늘 또한 돌아다닐 곳이 아직 많습니다. 

 

  그래도 아마 어제처럼 이야기할 것이 그렇게 넘치진 않겠지요? 하하. 어제는 정말 농밀하게도 이세시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 고로 분량에 여유가 조금 있으니 지금 있는 이 게스트 하우스를 좀 소개를 해볼까요? 지금 막 일어난 침대는 사진과 같습니다. 사실 침대라기보다는 나무로 된 받침대에 요가 좀 깔려있는 모양새지요. 언젠가의 기숙사 생활이 생각나네요. 컨센트는 하나밖에 없으니 꼭 멀티탭을 챙겨야 합니다.

 

  게스트 하우스의 부엌을 탐사하는 건 처음인데 이렇게나 기본적인 요리에 필요한 것들이 갖추어져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재료만 사 온다면 밥해먹는 것이 크게 어렵진 않겠네요. 어젯밤엔 아마 동남아에서 오신 분들이 양파를 졸이고 졸인 카레를 해 먹던데 정말 냄새가 좋아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자카야에서 듬뿍 먹고 와서 망정이었지요.

 

 부엌 한쪽의 상자 안엔 근처 빵가게에서 가져왔다는 빵을 100엔에 사 먹을 수 있습니다. 빵 하나를 꺼내 오븐에 데운 뒤 어제 사 왔던 푸딩과 그리고 녹차로 어제와 대비되는 조촐한 아침상을 차렸습니다. 빵을 살짝 오븐에 굽기만 했는데 왜 이리 맛있을까요. 

  

  아침을 즐기는 동안 식탁 건너편에 게스트 하우스의 집주인도 같이 앉아 아침을 먹으며 잠시 수다를 떱니다. 어디서 왔냐, 어디 갔었냐, 어제 그 강가의 벚꽃길은 지금 이 시기에만 잠깐 핀다는 등등. 타카야마에서 여기까지 왔고 타카야마에선 아직도 눈이 내린다고 하니 살짝 놀라는 눈치입니다.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읽고 여기로 왔다고 하니 아쉽게도 모른다며 한번 봐야겠다고 하십니다. 소설은 일본어로 읽었냐고 하는데 한자 때문에 읽고 쓰기는 도무지 못하겠다고 해줍니다. 한자 싫어요. 세종대왕 만세

 

  게스트 하우스에 가끔 일하러 오는 여자애가 있다는데 게스트 하우스에 한국사람이 오면 꼭 만나고 싶다고 맨날 그런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일하러 오지 않았다고, 또 오라고 하시는데 가까운 시일 안에 방문하는 건 힘들겠지요.

 

  6일간의 짐이 쌓여 무거운 여행캐리어을 이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해야 된다는 게 이곳의 가장 큰 슬픈 단점입니다. 그러고보니 타카야마의 그 좋은 게스트 하우스도 계단으로 캐리어를 끌고 오르내리는 게 힘들었지요.

 

  어딘가 동화 속 건물처럼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를 뒤로하고 걷다가 돌아서서 한 장 찍으니 일본에서의 숙박은 이제 끝남을 자각하는 이 기분이 참 오묘합니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는다. 길고 긴 언덕. 경사 자체는 대단하지 않지만, 어쨌든 계속 언덕이다. 역시나 숨이 찬다. 페달을 밟는 다리가 마비 될 것 같다. "힘내."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게스트 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오늘은 이세 신궁, 그 중에서도 이세 신궁 내궁을 향하여 갑니다. 외궁이 가깝긴 한데 굳이 먼 곳을 향하는 이유는 반쪽달에서 주인공 커플-리카와 유이치가 데이트하러 간 곳이 바로 내궁이거든요! 어제는 주인공 애들처럼 자전거였지만 전 오늘 편안하게 버스를 타고 갑니다. 어제 경험한 언덕길은 이제 사양입니다.

 

  버스로 편안-하게 가다 우지교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기념품 가게에서 한 캐릭터가 반겨줍니다. 아마 너무 성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이세시 옆에 있는 시마시의 공인 캐릭터에는 선정되지 못한 비공인 캐릭터 아오시마 메구가 있습니다. 그래도 어째 인기는 있는지 이젠 이세 시도 포함되어서 여러 물건이 팔리고 있네요. 가게 아저씨가 슬쩍 보더니 SNS에 홍보 좀 해달라며 기념품 하나를 살짝 건네줍니다. 그때의 아저씨, 늦었지만 전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이곳 주변 관광지도입니다. 지금이 저 아래 우지 다리인데.... 엥? 어젯밤 그 밤 언덕길을 자전거로 30분 동안 고생해서 갔던 사루타히코 신사가 여기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어제는 그냥 돌아가설 쉴걸.....

 

 " "여기서부터가 신궁이야." 우지교의 바로 앞에서 나는 말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내궁이 시작하는 우지교 앞에 왔습니다. 이 토리이부터 내궁인가 봅니다. 일요일이라곤 해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옆의 천막에서 무언가 줄이 길게 서 있길래 뭔가 해서 진행요원 같은 분에게 살짝 물어보니 헤이세이 시대에서 레이와 시대를 맞이해 이름을 서명해 기원을 올리고 기념으로 떡 같은 것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선 이제 곧 레이와 시대가 시작됩니다. 헌 시대를 보내고 새 시대를 맞이한다는 느낌으로 여기에 오는가 봅니다. 더불어 이 신사는 일왕의 직계 조상이라는 태양신 아마테라스 신을 모시는 곳이니 더욱 찾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그런 의미도 있어 그런지 다른 신사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토리이를 지나고 신사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신토와 일왕에 대한 것은 생각보다 깊게 자리 잡아 있나 보군요.

 

"그래, 겨울은 지나갔다. 앞으로 봄이 찾아올 거야. 벚꽃이 필 거야. 이스즈강의 기슭이 파릇한 풀로 둬덮일 거야. 강에 물고기가 만드는 파문이 몇 개나 퍼지겠지."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나무로 된 우지교로 이스즈강을 건너가며 찰칵. 여기가 내궁의 숲을 둘러싸듯 흐르는 이스즈강입니다. 

 

"리카는 하나, 둘, 셋 하고 석등을 세기 시작했다. 석등은 대체로 십 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세워져 있었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리카는 숫자를 세어간다. 이십 일, 이십 이, 이십 삼─."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나무로 되어있으니 석등은 아니고... 목등? 아무튼 등롱과 신사내의 벚꽃나무를 찍어보았습니다. 어제 미야가와 강변처럼 많진 않지만 간간히 서있는 벚꽃나무가 신사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 긴 바가지로 물을 퍼서 리카의 손에 부었다. "차가우니까 기분 좋다. 신에게 인사하러 가기 전에 몸을 깨끗이 하는 거지?" "아, 으응. 그렇다고 하더라고." 윽, 그런 것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리카와 유이치가 장난을 치던 곳을 지나가며 본당을 향하다 보면

 

" 나도 모르게 헤헤 웃으며 사진을 보는데, 리카가 이름을 불렀다. 나와 리카는 이스즈강 근처에 있었다. 황실의 조상인 아마테라스 오오미가미를 모시는 이세신궁, 그 앞길에 흐르는 이스즈 강줄기를 본뜬 라인이라고 한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옆길로 사람들이 몰려있기에 뭔가 했더니 이스즈강입니다. 모래알을 셀 수 있을 것만 같이 물이 정말 깨끗합니다. 송사리처럼 생긴 조그만 물고기가 그늘 아래 헤엄치고 있네요.

 

  이외로 이 근처엔 벚꽃나무 없이 초록 빛깔만 가득합니다. 돌아다닐 때마다 만나다 보니 어쩌다 일본 강가=벚꽃길이라는 선입견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네요.

 

  본전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 큰길 옆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면 조용히 나무로 둘러싸인 산책길이 있습니다. 굳이 사람 많은 길로 가지 않고 산책길로 들어서 느긋하게 걸어봅시다.

 

  가다보니 이스즈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습니다. 여긴 또 어디로 향하는 다리일까요?

 

  언젠가 교토 고쇼(왕궁)에서 보았던 것 같이 나무로 몇 겹씩 쌓은 방식으로 지붕을 얹은 조그만 신사가 있습니다. 어찌 한자 옆 히라가나를 읽어보니 카기히신사인거 같은데 더는 모르겠군요. 대부분 본전 쪽으로 가기에 여기는 사람은 얼마 없습니다만 여기까지 오는 사람도 적진 않더군요. 무언가 차이가 있나?

 

  다시 다리를 건너고 쭈욱 가다보니 큰 건물과 마주합니다. 참배하는 곳은 아니고 따로 기도실이나 매점이 있는 건물입니다. 건물 안 쪽에 어떤 한 가족이 갓 중학생이 된 것처럼 새 교복을 입은 아이들과 함께 개인 기도실에 들어가곤 하네요. 앞으로의 기원이라도 올리는 것일까요?

 

" "아아, 부적이구나. 집에 이세신궁 것을 붙여 놨는데." "나란히 붙이면 효과가 훨씬 좋다고 해요." "호오? 그런가?"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 사진을 찍고 줌을 당겨보니 무언가 미니어처 건물 같은 부적이 있습니다. 아니 부적이라는 말이 맞기는 할까요? 슬쩍 가격표를 보니 가격은 대략 자비가 없습니다. 적어도 오천엔에 큰건 몇만엔이 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신사 짓다가 남은 나무로 만들지 않았을까 할 정도네요. 아니 그러지 않으면 이 가격의 설명을 할 수 없습니다. 

 

"투덜거리면서 걷는 내 옆을 리카는 즐거운 듯 걷고 있었다. 긴 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드디어 신궁의 가장 안쪽에 도착했다. 계단을 다 올라간 곳에 본전이 있다. 분발해서 나도 리카도 백 엔짜리 동전을 던져 넣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안쪽으로 가다보니 중간에 가이드가 설명을 하기에 옆에서 살짝 훔쳐 듣고 갑니다. 듣자하니 내궁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코스로 되어있고 외궁은 시계 방향으로 도는 코스라네요? 나중에 외궁도 가볼까요. 추가로 문을 여는 방향이 안쪽이냐 바깥쪽이냐 하는 것도 다르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호오.

 

 "무엇을 빌었냐고? 물론 비밀이다. 손을 모으면서 살짝 리카의 모습을 엿보니, 리카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손을 모으고 있었다. 리카는 무엇을 빌었을까?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본전에는 우리가 신사의 세전함이라고 흔히 생각하는 그 모양의 나무상자는 없고 그냥 여기 지붕 아래 바닥 전체가 세전을 던져두는 장소입니다. 이제보니 그 위에 딸랑딸랑하는 방울도 없네요. 그나마 반쪽달 일러스트에 있던 하얀 천은 매달려 있습니다. 하기서 방울이 있으면 그것까지 한다고 도저히 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소화를 못 시킬 겁니다. 조용히 보니 만 엔짜리 지폐로 매우 분발하신 분도 있습니다. 

 

  본전 안에선 누군가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신토는 일본인의 일생과 함께하는 모양입니다.

 

  이왕에 온 것 바로 돌아가지 않고 관광객 모드로 느긋하게 산책하며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어진 길로 걸어갑니다. 여러모로 손기름이 묻어 반질반질한 나무, 창고, 그리고 또 다른 신사 등 여러 장소가 숲속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함께 이어집니다.

 

"깊은 연못은 초록으로 물들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그러던 중에 만난 내궁 내의 연못과 맞닥뜨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벚꽃나무는 연못에 비치며 마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에서 본 장면과도 비슷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 아베의 즐거웠던 한때. jpg -

 

 돌아오는 길에 무슨 기념관이 있기에 들어가 봤더니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즐거웠던 한 때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금이야 뭐. 하하하하하. 한쪽 구석에서 차를 나눠주기에 한잔 얻어마시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합류합니다.

 

"내궁의 길은 오하라이 마치나 오카게 요코쵸라고 불리고 있다. 이세의 옛 거리가 재현되어 있어 우체국 같은 곳도 옛 느낌을 내게끔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내궁은 이세신궁에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나 같은 토박이들은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우지교를 나와 오른쪽을 보면 옛거리를 재현한 듯한 거리가 있습니다. 진퉁 옛날 거리는 이미 타카야마에서 실컷 맛보긴 했지만서도 반쪽달에서 나온 먹을 것들을 봐야 하니 인파 속에 들어가 봅시다.

 

""멋지다! 우와, 굉장해!" 라고 하면서 옛 거리를 재밌다는 듯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둘러본다. 나는 그런 리카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이것저것 많은 가게들이 있습니다. 아 소고기 스시나 꼬치는 어디든지 있긴 한데 소고기를 뭐 그리 좋은 걸 쓰는지 정말 비싸서 결국 안 사 먹었어요. 아 이세우동도 있네요. 이건 아까 버스 내릴 때 봐 둔 곳이 있어서 일단 넘어갑니다. 전복 꼬치는 처음 보네요! 놀라운 가격 8000원! 패스! 관광지답게 가격엔 자비가 없습니다.

 

  이젠 마치 이세 공인 캐릭터 같은 메구는 옛 거리에서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상품이 이것저것 있네요. 거기에 만쥬나 과자 같은 먹을거리도 참 많습니다. 일본애들은 특히 이런 만쥬들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어디 기념품점만 가면 그 지역 만쥬만 몇 종류씩 있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당장 반쪽달 소설 속에서만 해도 이세 명산물이라고 하는 것이 5개는 훌쩍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카후쿠, 나나코시 만쥬, 츠이타치모치, 아카후쿠 빙수, 아카후쿠 젠자이, 등등등

 

"우동을 먹은 후, 신궁의 뒤쪽으로 돌아 이스즈강의 강변으로 내려갔다. 나는 여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기분 좋다." 리카는 그렇게 말하고 물에 손을 담구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옛 거리에서 잠시 나와 뒤쪽 길로 살짝 돌아내려오면 너른 이스즈강 강변이 있습니다. 하얗게 빛나는 자갈들과 초록 빛깔을 품을 물의 대비가 참 예쁜 장소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돌을 던지며 놀길래 저도 한 때 저수지에서 연습했던 별똥별 물수제비를 보여주고 갑니다. 으.. 오랜만에 하니 생각보다 잘 안 되네요. 분명 돌 모양이 안 좋은 탓일 겝니다.

 

  "나는 분해서 강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집고서 말했다. "리카! 하루살이 유충 볼래?" "뭐야, 그게?" "강에 살고 있는 벌레야! 벌레!" "벌레…." 리카는 굉장히 싫은 듯한 얼굴을 했다. (중략) "오지 마, 진짜! 유이치, 바보!" "어, 어이! 돌 던지지 마! 위험하다니까! 맞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야? 던지지 말라니까!"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이 강을 아까 신사내에서 아까 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깨끗한 물이 이정도 넓이와 이만한 수량으로 있는 것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커다란 잉어가 이렇게나 깨끗한 물에서 헤엄치는 것은 처음 봐요! 슬쩍 물가의 돌을 들어 올려보았지만 딱히 유충이나 가재같은 것은 발견하진 못해 내심 아쉬움을 뒤로하고 옛 거리에서 먹어야 하는 것이 있기에 다시 옛 거리로 향합니다.

 

"─저기, 내 병실에 가자. 아카후쿠가 있으니까, 그거 같이 먹자." "아카후쿠? 그게 뭐야?" "몰라?! 아카후쿠를?!"
"응." "진짜야? 따라와봐! 빨리!" (중략) 그나저나 아카후쿠를 모르다니, 이세 지방에 있을 자격이 없다. 지금부터 한 상자를 통째로 먹여서, 아카후쿠의 위대함을 가르쳐줄 테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츠카사가 내민 것은 아카후쿠였다. 떡을 팥소로 감싼 화과자로, 이 지역 이세의 명물이었다. (중략) 나 참, 왜 다들 아카후쿠만 사 들고 오냐고."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일은 젖혀 두고 간호사실을 다 뒤져 봤지만, 찾고 있는 빨간 포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없다고 생각하니 더 먹고 싶어졌다. 듬뿍 든 팔소. 부드러운 떡. 아아, 사랑스러운 아카후쿠는 어디로."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소설에서도 몇 번이고 튀어나오는 아카후쿠. 특히 사실상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5권을 읽다 보면 계속해서 아카후쿠 아카후쿠 하며 세뇌를 할 정도로 튀어나옵니다. 보기만 해도 달아 보이는 형태인 이 아카후쿠는 직역하면 빨간복으로 아무래도 팥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팥의 빨간?색을 길조로 여기는 음식으로 여기는 건 동아시아 공통인가 봅니다.

 

"본점은 아니지만, 내궁 앞에 있는 가게에서 우리들은 아카후쿠 젠자이를 사먹었다. 리카는 계속해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옛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있는 가게에서 저도 아카후쿠 젠자이를 하나 먹기로 합니다. 아카후쿠는 딱 봐도 엄청나게 달아보여서 나중에 다시 온다면 먹기로 하죠.

 

""아카후쿠 젠자이? 그게 뭐야?" "아카후쿠 팔소랑 떡으로 만든 거야. 그거 정말, 끝내주게 맛있어." "아카후쿠 젠자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리카는 몹시도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아카후쿠 젠자이를 시키면 이렇게 아카후쿠 젠자이와 매실장아찌와 무언가의 조림 그리고 차 한잔이 나옵니다. 언뜻 보면 팥죽에 구운 떡을 올린 모양이네요.

 

 " "아카후쿠 젠자이, 아카후쿠 젠자이, 아카후쿠 젠자이." 리카가 즐거운 듯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중략) 그 뒷모습과 목소리가 마치 어린아이 같아서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중략) "맛있어?" 물어보니 바로 대답한다. "맛있어."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떡을 팥에 찍어서 한입 물어보니 단맛이 입안에 확 퍼집니다. 한번 떡을 팥 속에서 한번 더 데웠다가 끝에만 살짝 물고 젓가락으로 당겨보니 만화처럼 주욱 늘어납니다. 이런, 옆사람이 슬쩍 보더니 웃네요. 아카후쿠에 들어가는 팥소로 만든 팥죽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달달합니다. 즉 엄청나게 맛있어요! 먹다가 단맛에 물릴만하면 시큼하고 짠 일본식 매실장아찌로 괴롭게 입맛을 한번 리셋하고 또 먹다 보니 금세 없어졌습니다. 다음에도 먹고 싶네요.

 

""나, 배고파. 이세우동 먹으러 가지 않을래?" 이세우동이란, 이세 특유의 요리로 매콤한 소스로 간을 한 우동이다. 보통 우동과는 상당히 다르다. 처음 맛을 보여 줬을 때는 충격을 받아서 먹지 못하더니, 어느새 이세우동은 리카가 즐겨 찾는 음식이 되어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아카후쿠 젠자이로 살짝 허기는 채웠지만 그걸로 점심을 때우기는 아쉽습니다. 아까 우지교 앞에서 버스에서 내렸을 때 눈도장 찍었던 집으로 이세우동을 먹으러 갑니다. 30개 한정 300엔으로 할인해주기도 하고요! 대신 아까 옛 거리에서 본 이세우동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무언가 쌓여있던데 여긴 고명은 거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이세 우동에 리카는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뭐야, 이게?" 눈을 동그랗게 하고 그렇게 물어온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처음 보는 사람에겐 여러모로 충격적인 비주얼의 이세우동. 국물은 거의 없다시피 한 녀석이 그렇다고 찍어먹는 츠케멘도 아닌 것이 제 앞으로 대령해 나옵니다.

 

" "그치만 국물이 없잖아. 고명도 없어. 우동에 간장만 뿌린 거잖아." "뭐, 그게 이세 우동이니까." 후루룩거리며 마신다. 나쁘지는 않지만 역시 역 앞의 가게가 더 맛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면을 슬쩍 들어보면 엄청나게 진한 간장국물이 있습니다. 아니 그냥 간장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오사카에서 먹었던 우동도 무진장 짯었지만 이건 국물을 마신다는 개념이 도저히 불가능한 녀석입니다. 유이치는 이세 사람이라 이 짠 국물을 마실 수도 있었던 걸까요?

 

  아 그래서 결국 맛은 어떠냐고요? 반쪽달 소설의 표현을 빌려오지요.

 

" "면이 아무 맛도 안 나! 그냥 삶기만 한 거잖아!" (중략) "혹시 맛이 없어?" "으─음." 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면을 먹고 있다. "응? 맛이 없어?" "으─음." "뭐, 뭐야! 어느 쪽이야?" "으─음." 다 먹을 때까지 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이제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 위해 이세역쪽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버스가 이세 신궁 외궁까지 갑니다. 이왕에 왔으니 외궁도 들려보러 가시죠. 외궁이라 하면 왠지 내궁보다 규모가 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와보니 내궁보다 더 작은 규모이며 사람들도 내궁에 비하면 많이 없고 한산합니다. 

 

  " 이세신궁은 20년에 한 번, 전체를 다시 지어 올린다. 천궁이라는 아주 옛날부터 이어져 오는 의식이었다. 천궁 시기의 이세는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된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대신 외궁에는 20년마다 신사를 다시 짓는 천궁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철거된 본전터의 흔적과 바로 그 옆에 같이 있는 본전을 볼 수 있지요. 내궁에 비해서 볼 건 많이 없어 본전만 찍고 역으로 향합니다.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 나고야로 가서 공항에 갈 순서만 남았습니다. 나고야에 가는 기차는 특급과 급행이 있는데 가격차이가 두배는 나니 적당히 급행을 타는 것이 주머니 사정에 이롭습니다. 대신 좀 더 시간이 걸리긴 하는데 어차피 자리도 텅텅 비어 앉아서 갈수 있겠다 느긋히 타고 가기로 합니다. 

 

  느긋한 기차를 타고 딱히 재밌지도 않은 바깥 풍경을 잠깐 보다가 2시간쯤 졸고 있으면 사람들이 발에 채이는 전파녀와 청춘남의 배경으로 잠깐 등장하는 나고야역에 돌아옵니다. 몇 장 더 찍긴 했는데 주제의 통일성도 유지해야 하니 부록으로 다음에 쓰도록 남겨두기로 하죠.

 

  나고야역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공항열차를 타고 공항에 들려 수속을 마치고, 나고야 공항인데 나고야 근처 특산품은 없는 공항 면세점에서 아는 사람들한테 나눠줄 도쿄바나나와 병아리 만쥬나 사고, 남은 마지막 동전들로 일본에서의 마지막 밥이 될 핫도그로 끼니를 채웁니다. 그동안 잘 먹다가 마지막 날에 와서야 매우 검소한 식사가 되었어요.

 

  마지막날은 생각보다 짧았던 것만 같습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여행이 끝내니 다시한번 돌아다녔던 곳을 회상하며 새삼 다시 아쉬워지기도 하지만, 저의 학창 시절, 대학생 시절, 대학원생 시절을 함께했던 작품들을 하나하나 떠올려가며 섭렵해버린 이번 여행은 어느 때와 달리 풍부하며 특별한 장소로 가득했습니다. 앞으로 다시없을 터인 이런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학창시절 정말 좋아했던 이 소설의, 그것을 정말 기다렸지만 차마 오기를 바라지 않았던, 마지막 권의 마지막 문단으로 끝내려 합니다.

 

"또 오자."
상당히 힘주어서 리카는 말했다.
"또 오자, 유이치."
"응."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진지하게 주장할 건 아니잖아.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6일간의 나고야 없는 나고야 여행기 END.

 

=오늘의 루트=

게스트하우스 --> (버스) --> 이세 내궁 --> (버스) --> 이세 외궁 --> 우지야마다 역 --> 나고야 역 --> 쥬부 공항 --> 한국으로

재미삼아 세어본 여행기를 쓰며 사용한 이미지 양

1~2일차 - 114장, 3일차 - 201장, 4일차 - 140장, 5일차 - 144장, 6일차 - 6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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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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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로 온천에서 맞는 아침!

 

  어젯밤 료칸 근처를 오가는 기차소리에 잠을 조금 못 이루긴 했지만 그만큼 뒹굴거리며 오늘에 대한 계획도 짜고 오늘 갈 곳에 대한 복습도 했기에 인생사 새옹지마!

 

  아침도 최대한 늦는 8시 30분에 달라고 하고 최대한 잠을 청했으나 - 여행오기전에 얻은 불면증, 또다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는 아직도 조금 남아있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이불에서 오랫동안 뒹굴뒹굴이라도 해야겠지요. 뒹굴뒹굴뒹굴뒹구리구리구리

 

  일단 가볍게 아침 목욕 후 밥을 먹으러 갑시다. 어제저녁보다는 간소하지만, 그동안 여행 중 대충 때운 아침을 생각하면 푸짐한 아침이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기한 감촉의 온천달걀. 계란은 요리방법에 따라 그 감촉과 맛이 무궁무진하게 달라지는 게 참 재밌는 식재입니다.

 

  맑아 보이던 국물 안에 깊은 맛이 끝내주었던 순두부 전골. 이 두 개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오늘 일정상 아마 점심은 매우 늦을 전망이니 밥 한 그릇 더 퍼서 든든히 먹고 갑시다.

 

  오늘은 게로 온천에서 나고야를 거쳐 이세 시까지 갑니다. 이 티켓은 나고야까지만 가는 티켓인데 자유석 이어도 4만원이 넘습니다=_= 그리고 나고야에서 이세까지 또 만원 넘는 비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으헝 니혼 차값 비쏴요. 니혼 차값 나뽀요. 징징

 

  자유석은 기차의 제일 앞 량과 제일 뒷 량에만 탈 수 있습니다. 안내방송은 일본어로만 하기에 일본어가 약하다면 눈치껏 해야겠죠? 저는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옆에 같이 기다리던 친구들과 함께 온천에 온 할아버지들께 물어보니 신이 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오늘 가는 이세 시는 나고야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입니다.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의 무대로도 유명하죠. 음?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이 무엇인지 모르시겠다고요?

 

바로 이!!! 아니 잠깐 이것도 맞긴 한데 이건 아니고

 바로 이 라이트노벨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입니다! 표지를 보고도 영 기억이 안 나신다고요? 흑.. 본격적으로 라이트노벨 막 들여올 쯔음 수입 초창기 우리 동년배들은 다 이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이랑 스즈미야 하루히랑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봤단 말입니다. 그때는 이리야 하면 이리야의 하늘 이였단 말입니다. 으헝헝

 

  ...이세신궁으로 유명한 이 이세시는 이미 완결된 지 10년은 훌쩍 넘는 작품인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일본 2003~2006, 한국정발 2005~2007) 의 무대가 되는 곳입니다.

 

  몸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생을 병원에서 지낸 성격 나쁜 여자아이-리카와 현대의학으론 별건 아니지만 아무튼 입원은 해야 하는 병을 얻은 남자아이-유이치의 만남에서 비롯된 주변 인연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지요. 1인칭 시점으로 세심하게 그려내는 심리묘사는 저도 모르게 땀을 손에 쥐며 술술 읽게 내려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 인기는 완결 후 5년이나 지난 후에도 실사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 다만 좀 일찍 나온 애니메이션은... 6화에 이야기를 압축하느라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도 1~4권까지의 후일담 이전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6화로 어떻게든 완결을 내긴 했기에, 어설프게 중간에 끊을 때가 많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그냥저냥 나온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리메이크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품이지요. 

 

  작가 하시모토 츠구무는 이 작품 이후로는 라이트노벨에서 일반 문예계로 옮겨 가서 여러 책을 냈고 일부는 번역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중고로만 구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 노벨 작가에서 문예계로 가서 최근 2017년까지 책을 내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은 제가 알기로 유일한 작가. 

 

  아무튼 이 반쪽 달은 10년도 훨씬 전의 학생시절을 위로하며 두근거리게 하며 발매일을 기다리게 하며 한권한권 구입했던 작품이며, 당시에 구입한 다른 책들은 스즈미야 하루히마져 정리되고 말았지만, 반쪽달은 아직도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시절 추억의 상징으로 언제까지고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 가봐야지 하고 생각한 지 십여 년 후. 오늘 드디어 그곳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오늘은 그동안의 여정보다도 매우 긴 여정을 함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천천히 가볼까요?

 

  기차를 타고 가다가 가벼운 점심 겸으로 산 푸딩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속았습니다. 이거 푸딩이 아니라 일본식 달걀찜입니다. 이런 제ㄱㄹ... 단맛을 기대하며 한 숟가락 뜨는 순간 입안을 적시는 이 형용할 수 없는 짭쪼름한 맛... 

 

  그러고 보니 위에 저렇게 장황하게 써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하긴 또 뭐한데, 사실 공항에 가는 공항버스를 탈 때까지도 이세 시는 이번 여행 플랜에 없었습니다. 워낙에 정황 없이 급하게 챙겨서 떠난 여행이라 혹시 몰라 게로 료칸 이후 오늘 묵을 숙소도 예약을 안 했었거든요. 공항버스를 타고난 다음에야 여유를 찾은 뒤 또 갈 곳이 어디 있나 지도를 켜봤는데 근처에 이세 시가 있더랍니다.

 

   이세..? 이세?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하다가 간신히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떠올리고 마지막 이틀을 급하게 이세 시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설마 했던 숙소를 미리 예약 안 했던 것이 득이 될줄이야! 원래 마지막 이틀은 나고야에서 별 일정 없이 여~유~롭~게 돌아다니거나 호텔에 뒹~굴~거~릴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나고야 없는 나고야 여행이 시작된 것이죠. 

 

  기차값은 더럽게 비싸긴 하긴 한데 게로 온천에서 나고야로 내려오는 풍경은 볼만합니다. 계곡 사이사이로 커브를 따라가는 관성을 타는 맛도 맛이거니와 조금씩 고도를 내려가며 따듯해져 감에 따라서 변하는 식생과 풍경도 재밌습니다. 

 

 이전에 2량짜리 기차로 시골기차다 뭐다 했는데 한량짜리 기차를 발견했습니다. 찰칵. 예-ㅅ날에 오사카 갔을 때 어떻게 기차를 타고난 뒤 한량짜리 기차도 타고 시골 구석의 료칸까지 찾아간 추억이 떠오르네요.

 

  역도시락이 유명한 일본인만큼 지나가다 다양한 도시락이 절 반겨주지만 구경할 시간도 먹을 배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JR역을 벗어나 이세 시로 가는 킨테츠 기차역으로 가지 않으면 가격이 2배는 비싼 특급을 타야 하거든요!

 

  어젯밤 오늘의 계획을 세우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때의 기차 시간이었습니다. 특급이 빨리 가긴 하는데 위 티켓 비용을 보듯 오늘 교통비를 무지막지하게 쓰게 됩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싸게 여유로운 일반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일반 기차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느리기에 이세를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니려 최대한 빨리 타야 했지요.

 

  그러다 보니 나고야역에 도착하자마자 이세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20분 안에 역이동+티켓팅+기차탑승까지 해야 되는지라 마음이 정말 급합니다. 티켓팅까지 하고 나니 딱 기차가 출발하기 5분 전이였습니다. 헥헥헥...휴양이요? 기차 안에서 앉아있는 게 휴양이죠! 그렇게 거의 모든 역에 서는 관성이 느껴지는 기차에서 느긋하게 졸기 시작합니다.

 

"...긴테츠의 우지야마다역(驛)은 정말이지 훌륭한 서양식 건축이다. 일찍이 이세는 분명 하이칼라한 문화도시였을 것이다. 지금은 이미 그 흔적밖에 남지 않았지만."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바다도 안보이는 지루한 경치 속에 졸다보니 어느새 생각보다 빠른 느낌으로 이세에 도착했습니다.  내리는 역은 이세역보다는 이 우지야마다 역이 낫습니다. 특히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을 하려면요! 게로 온천에서 9시에 출발했는데 기차를 타며 바다도 안 보이는 똑같은 경치에 멍 때리며 졸고 있다가 이세에 오니 벌써 오후 2시가 훌쩍 넘는 늦은 점심의 때입니다. 자 이제 드디어 대충 넘긴 긴 프롤로그를 지나 본격적인 반쪽달의 무대탐방을 시작해봅시다!

 

"... 그 이름 그대로, 만푸쿠 식당은 일단 양이 많고, 그런데도 값이 싸서 우리 같은 학생들의 단골집이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오늘 점심 가게로 낙점된 곳은 바로 우지야마다 역 옆에 위치한 만푸쿠(만복)식당 입니다.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에 아예 개별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주인공이 애용하는 - 아마도 작가가 애용했던 - 값싼 덮밥집입니다. 요리하는 장면부터 음식의 모양, 그리고 맛까지 세세하게 소설에 그려내고 있으니, 가난에 시달렸던 작가의 그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됩니다.

 

  영어 따윈 없는 손글씨 메뉴. 하지만 걱정 없게도 제일 오른쪽 카라아게동이라고 커다랗게 써져있는 이 집의 간판 메뉴가 있습니다. 소설에서도 자주 나온 메뉴죠.

 

  구석에 앉아계신 이 집의 주인장 할머니께 [큰소리]로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보고 왔다고 하면 이 방명록을 갔다 주십니다. 이젠 세월도 세월이고 영화가 나온지도 10년이 되어가는데 얼마나 있겠어하고 열어본 방명록에서 깜짝 놀랍니다. 아직도 거의 하루에 한 명꼴로 작성되고 있는 방명록을 보니 저 말고도 이렇게 기억하고 계신 분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13권째인 이 방명록을 보니 오늘 오신 분도 있던데 좀 더 빨리 왔으면 만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분은 이후로도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그런 거친 소리가 나면서 커다란 사발이 우리의 테이블에 놓였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닭튀김덮밥이라는, 여기서밖에 먹지 못하는 명물요리였다. 한마디로 막 튀겨낸 닭튀김을 계란에 범벅해서 그것을 밥 위에 올린 것뿐인 음식이지만, 이것이 제법 맛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이세에서 나와본 적이 없는 주인공(혹은 작가)의 서술 때문인지 몰라도 이세에선 가라아게 동은 여기서만 먹을 수 있었나 봅니다. 가격에 비해 아주 두툼한 닭튀김과 밥이 인심좋게 쌓여있습니다.

 

 "왠지 이 만푸쿠 식당에서는 닭튀김덮밥에 듬뿍 후추를 쳐 준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소설에서 표현되어있던 여기의 트레이드 마크 후추 또한 인심 좋게 갈려 전체에 뿌려져 있습니다. 멀리서 그릇이 다가 올때부터 후추향을 풍길 정도입니다.

 

 "... 그 후추 양이 매일 똑같지가 않고, 가끔 유난히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 분량은 아무래도, 아주머니의 기분에 비례하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을 때의 아주머니는 왠지 후추 병을 심하게 셰이크 해 버리는 것 같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사진을 찍어도 되냐 하니 흔쾌히 V 사인과 함께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시는 주인 할머니. 이젠 힘드신지 가게 한쪽 켠에서 앉아 계시지만 수많은 배고픈 이들을 먹였던 그 포스는 어딜가지 않으십니다.

 

  거기에 쓱 보시더니 같이 포즈를 잡아주시기에 안 찍을 수 없었던 주방장(?). 늦은 오후에 퇴근하며 나중에 또 보자고 합니다. 언젠가 또 볼 수 있을까요.

 

"... 가게 안은 벽이나 바닥, 천장까지 모두 기름으로 찌들었고,...(중략)... 가게 옆에는 신문이니 잡지니 쌓여있고, 왠지 그 위에는 더러운 배구공이 올려져 있고.... 빈말로라도 절대 괜찮은 집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아주머니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적어도 반쪽달 세계관에서조차 오래된 음식점이라 서술된 시점에서 15년이 지난 이 음식점은 벽에 더 이상 빈 공간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곳곳에 역사가 가득합니다. 의미불명의 오래된 포스터부터 각종 스티커 사진, 기름에 찌든 에어컨, 한때 야구를 좋아하셨는지 빛바래다 못해 낡아 떨어지는 야구 신문들, 탁자 아래 숨어있는 서랍에 감춰진 오래된 잡지 등등. 오래된 음식점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분위기에 잠시 취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점심 먹기에 상당히 늦은 시간인데도 근처의 샐러리맨이 계속 오는 것을 보며 이 근처에서도 꽤나 유명한 식당임을 느낄 수 있지요.

 

  잠깐 일본쪽 트위터를 뒤져보니 아까 그 주방장 아저씨 방송도 타신 분이었습니다! 나중에 또 봅시다!

 

"... 이윽고 나와 츠카사는 길이 5미터 정도의 짧은 터널로 뛰어들었다. 긴테츠의 고가 아래다. 그 짧은 터널의, 엉망으로 더러워진 콘크리트에는 온통 낙서가 되어 있었다. 'T씨, 너무 좋아', '이세고교 절대합격', 'LOVE&PEACE', '존은 죽었다', '그것이 어쨌다고'.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대충 역 오른쪽에 역과 연결된 건물 안에 있으니 들르실 분은 역을 나와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됩니다. 저 오른쪽 약간 짧은 터널 쪽 상가에 애니메이션 1화에서 잠깐 나온 장면이 있더라고 하더군요. 

 

 

   불과 하루 전에 있었던 게로온천에선 아직 꽃봉오리 상태였던 벚꽃들이 여기까지 남쪽으로 내려오고 나니 이미 만개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일본에서 벚꽃을 보고 돌아가겠네요. 이전에도 일본엔 몇번 와봤지만 겨울이나 여름이라 앙상한 뼈대나 푸른 나뭇잎만 보고 와서 내심 아쉬웠더라죠.

 

  어제 히다후루카와에서 잠시나마 걸었을 때 자전거를 빌리지 않은걸 사무치게 후회한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오늘은 이 자전거와 함께합니다! 오늘 묵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단돈 500엔에 하루 동안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전거를 빌려줍니다. 

 

  하지만 3단이라도 기어가 있었던 타카야마 렌탈 자전거샵의 자전거에 비해, 오늘은 완전한 동네 마실용, 손잡이 구부러진, 기어 없는 낡은 자전거입니다. 만약 오늘 오르막을 만난다면 전 죽은 목숨이군요. 하하 설마 하니 타카야마처럼 또 오르막이 있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지야마다역에 비하면 훨씬 작은 이세시역 앞을 둘이서 걸었다." -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이세시역 앞에는 이상한 기념물이 있었다. 높이 15미터 정도의 거대한 등롱으로, '이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라는 독창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문구가 쓰여 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애니메이션 1화 첫 화면을 장식한 이세시역입니다. 병원에서 빠져나가 주인공 집 근처로 가려면 여길 거쳐야 하지요.   옛날 역 앞에 있었다는 높이 15미터의 거대한 등롱은 아쉽게도 역의 대대적인 공사 후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역을 전체적으로 리뉴얼 한 모양이더군요. 예전의 기록을 찾아보면 이미 2013년 때부터 공사를 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로 조금이나마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5권에서 세고구치와 미즈타니가 리카 커플을 위해 이 이세시역 근처의 시청에서 혼인신고서를 받으러 가는 건 정말 달콤새콤해서 재밌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때 친구 이상 커플 미만 관계인 둘이서 혼인신고서를 앞에 두고 안절부절 못 하는 파트는 주인공 측의 심각한 부분과 크로스 되어 적절히 양념을 쳐주곤 했었죠.

 

"... 그래서 다들 조금씩은 촌스럽다. 그냥, 다들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중략)... 그러나 미사코 씨에게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 때문에 나는 멍하니 미사코 씨의 얼굴을 응시하고 말았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이후 작 중 최고 발암파트인 3권에서 나오는 미사코 씨를 처음 마중하는 곳이기도 한 이세시역. 무대탐방을 나서는 장소는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진 배경과 소설에서 나온 장소라 생각되는 곳을 골라 다니려 하고 있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은 거의 병원 안이 배경이다보니 이런 발암 파트의 주인공이 나오는 배경이라도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 하릴없이 망루가 서 있는 오래된 역사 앞을 지나 철길을 건너 집으로 가는 지름길인 세코로 접어들었다. 세코라는 것은 '작은 길'을 의미하는 사투리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세코 거리를 돌자, 금성은 집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카와사키의 마치야(町星) 거리로 접어들어 그 한가운데를 걸어간다. 마치야 거리는 만들어진 지 백 년이 넘은 커다란 상가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 거리를 말한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리카와 유이치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이세시역을 지나 북쪽으로 가다 보면 리카와 유이치가 살고 있는 근방으로 추정하는 세코 거리와 마치야 거리가 있습니다. 그중에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한 곳이 바로 이 오래된 여관. 아직도 영업을 한다는 모양입니다. 여관 이외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꽤 오래된 건물이 타카야마 때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이세역을 지나볼까요?

 

" 역에서 조금 떨어진 이 부근은 이제 완전히 적막이 자리잡고 있다. 옛날에는 북적거리는 상점가였지만, 지금은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아버렸다. 색깔도 선명하게 칠해졌던 셔터는 지금은 완전히 녹슬어버렸고, 낮에도 열리는 일이 없다. '문 닫힌 긴자' 라는 슬픈 별명이 붙을 정도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나는 개처럼 헐떡거리며 상점가의 아케이드로 들어왔다. (중략) 대낮인데도 상점의 반 이상은 셔터를 내린 채였다. 어느 마을이나 다 그런 모양이지만, 이세에서도 마을의 공동화라는 녀석이 급속히 진행되어서 역전 상점가는 삭막해져 갔다. 제대로 영업을 하는 가게가 몇 되지 않을 정도였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애니메이션에선 한밤중 풀죽은 유이치가 통과하는 신미치 상점가. 분명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시끌시끌해야 할 것 같은 아케이드 인테리어인데, 나고야나 오사카의 상점가와 달리 왕래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연 가게도 몇 없으니 을씨년스럽다라는 표현이 이렇게 어울릴 수 없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상점가는 위치상으로는 여기인것 같지만 배경은 아까 언급했던 우지야마다역 오른쪽 구석의 상점가입니다.)

 

  반쪽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다음 장소로 가다가 만난 어느 학교. 전통적인 지붕이 결합된 건물 디자인이 재밌네요. 전주같은 곳에는 이런 학교가 있으려나요?

 

 

 " 참고로, 나는 본부 받잡고 시립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몹시 추웠다. 일기예보를 하는 누나는 무슨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듯이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입니다!" 어쩌고 과장하게 떠들어댔고,..."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리카가 유이치에게 책 가져오라고 명령할 때마다 찾는 이세 시 시립 이세 도서관입니다! 오래된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여기만은 상당히 변함없습니다! 리카와 유이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에서 그다지 멀진 않은 곳이긴 하지만 한겨울 밤중에 몇 번이고 왕복했다면 없던 병도 생길만하겠네요.

 

"... 당연하게도 혼자서 탈 때보다 훨씬 페달이 무겁다. 그래도 그것은 매우 행복한 무게였다. 이렇게 나는 살아갈 것이다. 뒤에 리카를 태우고 오른발과 왼발에 힘을 모아 언덕을 올라갈 것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시립 도서관에서 좀 더 가다가 왼쪽으로 돌면 리카와 유이치가 다닌 고등학교 배경으로 추정되는 미에현립 고등학교로 가는 언덕길이 보입니다. 무슨 평지 중간에 톡 튀어나온 언덕을 밀어버리지 않고 그대로 학교터로 삼았는지 좀 높은 곳에 있네요.

 

" "힘내, 유이치." "그래." "파이팅." 리카의 목소리에 힘을 얻어 언덕을 올라간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정정하지요. 매~우 높은 곳에 있습니다. 헥헥헥헥. 기어도 없는 자전거라 일찌감치 포기하고 밀면서 올라가지만 자전거 철댕이 무게가 그대로 다리에 전해지는 각도입니다. 누군가 파이팅이라도 해주면 모르련만. 대충 묘사되는 유이치의 자전거를 보면 그닥 MTB스럽지도 않은데 잘도 둘이 타고 이런 언덕을 올라가네요. 병원에 오래 있느라 근육도 빠졌을 텐데. 

 

"이윽고 우리는 교문에 도착했다...(중략)... 너의 첫 등교니까. 교복도 입었고 말야, 그러니까 기념사진이야. - 이런 말은 다른 애들이 주위에 있기 때문에 물론 말로 하지 않았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수술 전 학교에 가고 싶다는 리카의 요망을 들어주기 위해 여자 교복도 빌리고 병원에서 몰래 나와서 도착한 학교. 훈훈하고 개그도 껴있지만 한편 유이치의 소꿉친구 미즈타니와 리카의 미묘한 신경전도 볼 만했던 파트였지요. 이세엔 2시쯤에야 올 수 있었다 보니, 학교에 왔을 땐 이미 벌써 해가 길어지는 오후 4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생도 이미 없고 우연찮게 애니메이션에서 도착한 시각과 거의 비슷하게 도달했네요.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언덕이 생각보다 길고 각도가 높기에 갓 퇴원한 리카에겐 꽤 힘들 길일 겁니다. 아마 계속 유이치가 자전거에 태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되돌아옵니다.

 

"나는 땅을 박차고 페달을 밟았다....(중략)... 공기가 바람이 되어 나에게, 리카에게 불어왔다....(중략)... 이대로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자전거로 높은 곳에 올라간 자에게 다시 한번 행복 있으리! 내리막은 각도도 상당하고 커브 길이라 적절한 속도로 즐기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전날 언급했다시피 여행자 보험을 깜박해서 다치면 큰일! 거기에 이 자전거를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속도는 적당히 조절합니다. 

 

  이제 바로 그 호다이 산으로 갈까 했는데, 좀 더 서쪽으로 가서 이세 시를 관통하는 커다란 미야가와 강으로 향해봅시다. 소설에서 직접적인 배경으론 등장하진 않았지만, 리카와 유이치가 언젠가 그 강변에 놀러 나가지 않았을까요? 그런 이유를 만들어내며 평범한 관광객 기분으로 서쪽의 강으로 향합니다.

 

  아닛? 가는 도중 무언가 점차 차들이 길에 길게 늘어져 있다 했더니 예상치 못한 광경이 절 반겨주었습니다! 강가에 벚꽃나무 한가득한 길이 앞에 있었습니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인장과 이야기해보니 이곳은 이세 시에서 유명한 벚꽃놀이 스팟이였습니다.) 강변이나 구경하러 갔을 뿐인데 정말 이번 여행은 이래저래 운이 따르네요. 이렇게 이세의 좋은 곳이 반쪽달에 언급이 안 될리가 없을 텐데?

 

" "봄이구나." "그래. 점점 더 따뜻해질 거야. 따뜻해지면 잠깐 병원을 나가서 저기 보이는 강가에도 나가보자. 벚꽃길이 있는데, 굉장히 예쁘거든." "아, 가고 싶어. 가고 싶어." 호들갑스럽게 리카가 말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2권 -

 

  혹시나 해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며 다시 한번 책을 뒤져보니 역시나 유이치가 리카한테 이 벚꽃길을 가보자고 했었습니다! 우연찮게 도착한 이곳에서 분명 이 둘은 언젠가의 봄에 거닐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조금 벅차오릅니다. 인터넷이나 다른사람에게 들은 것이 아닌 스스로 찾아낸 무대탐방 포인트라니... 무언가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벚꽃길을 좀 더 걷기로 합니다.

 

 " "뒤가르"뒤가르의 <티보 가(家)의 사람들>이야."...(중략)... 리카가 웃으면서 내 얼굴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왠지 굉장히 행복한 표정이었다....(중략)... "곧 봄이 오겠지?" "벚꽃, 보러 가자." "응."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 "완연한 봄이네." 한참 지난 후에 리카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벚꽃 구경, 데려가 줘."...(중략)... "나가면, 맛있는 것 사먹어야지."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벚꽃길을 걷다 보니 한켠에 노점들이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곳을 만났습니다. 초코바나나나 빙수 같은 매체에서 자주 본 것부터, 무언가의 꼬치구이, 해물구이, 온면, 정체불명의 낚시게임, 등등

 

" "있잖아, 리카." "왜?" "꽃구경, 가자." "응." "맛있는 것도, 먹자." "응." "같이 가자." "응."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촘촘하게 이어진 벚꽃나무길은 타카야마지역에서의 아쉬움을 한방에 날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거기에 지금 인용한 구절들을 보듯, 소설을 다시 찬찬히 읽다 보니 이 벚꽃을 보러 가자는 대화가 권이 진행됨에 따라 이야기에 맞물려 조금씩 변주돼서 되풀이하는 구절이었다는 것에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이 더욱 뜻깊은 장소가 되어버렸네요.

 

  여기에서 계속 살랑살랑 걷고 싶지만 슬슬 다리도 아프고 오늘 갈 곳은 아직 많이 남아있기에 노점에서 먹을 것 하나 먹고 다리 근육에 다시금 ATP를 충전하여 다음 장소로 향합니다. 

 

"... 결국 억지로 끌려간 것이다. 진찰을 마친 의사가 한마디로 딱 잘라 말했다. "너, 입원해."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이."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강가에서 다시 동쪽으로 쭈욱 달리다 보면 저기 저 멀리 이 이야기의 대부분의 배경을 차지하는 병원의 모티브가 된 이세 케이유 종합병원이 보입니다. 후일담 이전엔 거의 병원 안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소설의 반을 차지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는 장소지요.

 

 " 상점가를 빠져나가자, 허리 높이 정도의 문과 맞닥뜨렸다. (중략)... 그 너머에 3층 건물인 작은 병원이 있다. (중략) 뒤쪽으로 돌아가면 거기에 갈색 묵이 있다. (중략) 야간 출입이 가능한 곳은 이 문뿐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다만 소설에서의 병원의 묘사 및 애니메이션을 비교해 보면 거의 위치만 비슷한 병원입니다. 사실 츠무구 작가도 나중에 설명하길 여러 병원을 합쳐서 만든 가상의 병원이라 하니깐요. 실제 병원은 겉모습만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데다가 증축을 거듭한 건지 시대마다 디자인이 바뀌면서 지어진 성당마냥 겉모습이 다채롭습니다. 

 

"시립 와카바병원에는 동쪽병동과 서쪽병동이 있다. 나의 병실은 서쪽병동으로, 이곳은 주로 가벼운 병에 걸린 환자용이다. 그리고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둔 맞은편이 동쪽병동이었다. 그쪽은 장기 입원환자나 중병에 걸린 환자가 들어온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

 

  사진은 왜이리 찍혔지. 아무튼 여기가 병원 정문입구입니다. 일단 이 사진 기준 왼쪽이 중병에 걸린 리카가 있던 동쪽 병동이 되려나요? 병원물의 흔한 클리쉐인 산책 삼아 휠체어 끌고 병원 앞마당에 나간다는 장면도 찍을 수 없는, 조그마한 정원 하나 없는 시내에 지어진 병원입니다. 그러고 보니 리카가 운동삼아 한다는 것이 옥상에 오르내릴 뿐인 이유가 있었군요.

 

"시립 와카바병원은 마을 고지대에 있어서 옥상에 올라가면 마을의 대부분을 내려다볼 수 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리카는 요즘 매일 병원 안을 걸어다닌다. 옥상은 그 산책 코스의 절반을 찍는 지점으로 최근 1주일치 통계로 보자면 대략 3시 조금 지나 도착하게 되어 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2권 중 -

 

  소설상에선 고지대라고 묘사된 병원이지만 여기는 지극히 평지. 주변 건물이 쬐만하고 병원이 그 중 그나마 높은 편이긴 해서 올라가면 내려다볼 수는 있어 보입니다. 정원조차 없는 병원에서 유일하게 바깥공기를 쐴 수 있게 분리된 공간이라서 그런지 이야기를 하는 공간 대부분이 옥상이었죠. 

 

"아까부터 리카는 바깥을 응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류토산, 즉 호다이산을 응시하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대충 동쪽 병동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호다이산(포대 산)이 보일만한 병실은 저기 어딘가일 겁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묘사처럼 호다이산이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보일지는 조오금 의문입니다.

 

 말 나온 김에 이제 병원에서 오늘의 그리고 반쪽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장소 호다이 산을 향해볼까요? 작중 스쿠터를 빌려서 갔을 만큼 병원에서 꽤나 먼 곳입니다. 햇빛이 희미해져 가기 시작하니 서둘러야겠어요.

 

  가는 도중 독특한 구조의 외골격을 두른 건물이 있어 찍어둡니다. 일본의 학교 건물에도 자주 보이던데 지진 대책일까요?

 

 저걸 보다보니 문득 일본의 한 여고생이 학교벽을 타고 올라가던 이 광고가 생각납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1여고생 = 2특수부대원 취급인가 봅니다.

 

"... 목덜미에 리카의 따듯한 입김을 느끼자, 머리와 온몸의 신경이 완전히 마비되는 것 같았다. (중략) 살아 있는 진짜 여자는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아무튼 그렇게 호다이산으로 가다가 호다이산 근처까지 오면 애니메이션에서도 나왔던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찰칵~ 그때도 나름 작품의 루트를 조사한 티가 나는 배경 선택. 아 그러고보니 작중엔 호다이 산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토라오 산이라고 무르나 봅니다.

 

"열일곱 살의 여자아이한테 교복을 빌려달라니, 에자키 유이치는 정말 바보다. 바보 온달에 멍청이다. 어쩜, 몰라도 그렇게 모를 수가 있는지. 아무리 17년을 알고 지내 온 사이라고 해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법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잠시 가는 길을 멈추고 다리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작중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리카에게 줄 교복을 미유키에게 빌리는 장소로 선정된 다리가 보입니다. 축약된 애니메이션에선 시원스레 빌려주지만, 소설상에선 소꿉친구로서의 어느 정도 호감과 정이 있는 상태이기에 은근은근 리카에 대한 질투심을 내비치곤 합니다. 약속된 소꿉친구의 패배는 이때 또한 여전했군요.

 

   호다이 산의 대충의 위치만 알면 됐겠지 하고 호기롭게 발을 옮겼지만 결국 입구를 못 찾고 산 동쪽을 반 바퀴 돌며 헤매고 말았습니다. 일본어로 찾아보니 다행히도 자세히 설명해 둔 블로그가 있어 따라가기로 합니다.

 

http://unyora-d.hateblo.jp/entry/2017/10/13/232800

 

砲台山(虎尾山)への行き方~『半分の月がのぼる空』聖地~ - うにょら~堂

ライトノベルを原作として多数のメディアミックスも展開された『半分の月がのぼる空』。 作中の重要な場面で何度か舞台となる「砲台山(作中では龍頭山とも)」は、伊勢に実在する山がモデルになっています。 半分の月がのぼる空 - Wikipedia 虎尾山 - Wikipedia 作品の内容等についてはここでは省略します。僕がライトノベルにのめり込むきっかけとなった作品です。 さて、そんな「砲台山」ですが、かつてはネット上を調べてもはっきりと行き方を示した情報はあまり多くありませんでした。僕が初めて砲台山へ行こうとし

unyora-d.hateblo.jp

이 블로거의 설명에 따라갔습니다. 간단하게 다시 제가 설명하자면

 

"그것이 증명된 것은 호다이산 기슭에 도달했을 때였다. 호다이산 즉, 류토산은 표고 100미터 정도의 작은 산으로 정상까지 길이 나 있어, 가벼운 하이킹 코스로 좋았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파란색 원이 방금 지나갔던 다리고, 빨간색 원이 호다이산의 입구가 있는 장소입니다. 구글맵에서 위 장소를 찍고 따라가면 됩니다. 그러면 아마 반쪽달 이후에 호다이산 중턱에 지어진 빽빽한 주택가 사이를 지나가며 올라가게 됩니다. 옛날에는 아마 저기도 등산하는 루트였겠지요?

 

" 달빛에 비추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주차장이었다. 리카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곳이겠지. 나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말했다. "5년 정도 전에 정비공사를 해서 지금은 여기가 정상이 되었어. 하지만 진짜 정상은 좀 더 올라가야 돼."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주택가의 끝 구석까지 올라가면 구글맵의 위치에서 사진과 같은 조그만 공원 입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원이라 해도 정말 매우 조그마한 아기자기한 공터. 적당히 스트레칭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은 장소지요.

 

  그리고 이 입구를 열고 좁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중간에 갈림길이 조금 있는데 대충 왼쪽으로 올라간다고 보고 가면 문제없습니다.

 

"우리는 손을 맞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깊은 숲, 그리고 정적, 거기에 있는 것은 우리뿐이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등산로에 들어서자마자 빽빽한 대나무 숲과, 매년 반쪽달 팬들이 정비를 한다고는 하나 시골 뒷산 오솔길이나 다름없는 길, 그리고 기분 나쁜 어두움과 정적이 몸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산은 정말 조금만 들어가도 마경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렸을 땐 잘도 뒷산으로 올라가서 산 건너건너건너편까지 방향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갔나 싶습니다.

 

예전에 여기서 불미스런 일도 있었다고 하니 어째 조금 식은땀이 납니다. 올라가며 무언가 뒤쪽이 신경 쓰이는 이 느낌. 근처엔 조용한 주택가뿐이라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와 저의 걷는 소리만 나는 것이 괜히 을씨년스럽습니다.

 

   그렇게 5분 정도 올라가면 조금 트인 공터와 함께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계단이 보입니다. 저위엔 작중의 포대는 없고 오래된 기념비가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저 기념비는 사실 우리에겐 씁쓸한 역사가 되는 과정 중 하나. 일본이 과거 하나의 열강으로 인정받게 되는 유이한 사건 중 하나인 러일전쟁의 승리기념비입니다. 작중하고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살짝 옆으로 치웠습니다.

 

"정비되지 않은 탓에 여기저기 잡초가 무성했고, 주위의 수목이 멋대로 그 가지를 뻗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나름 정상에서의 경치를 기대하고 올라왔지만 소설에서 묘사된 것에 비해 거의 10배는 빽빽한 수목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어 주변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안타깝네요. 대신 어디선가 움직이는 생물에 의해 밟힌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푸드득, 이그적, 뿌드드득하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리는 정적인 공간이지요. 

 

  기념비 반대편으로 가보면 작중 포대가 위치했을 것 같은 기념비 안쪽 공간에 무언가 가득 들어있으니, 무엇인가 하면 전세계 반쪽달 팬들이 기념품과 방명록을 놓아둔 곳입니다.

 

  오래되고 갈라지고 습기에 노출되다보니 성한 것이 많이 없긴 하지만 아직 계속해서 또 채워지고 있습니다. 마침 누군가 갔다 놓은 노트는 날짜가 오늘부터네요?? 제가 올라오기 전에 누군가 왔나 봅니다.

  

  역시나! 아까 점심 먹었던 만포쿠 식당에 있던 방명록에 써진 TS 라는 사람이 이 노트를 갔다두었습니다! 아 만났으면 재밌었을텐데.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저도 한자 써 둡니다.

 

 이외에도 팬아트, 일러스트북, 다른나라의 책, 사루타히코 신사의 나무판, 거기에 성지순례용 안내 지도 및 사진까지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옛날 이세 역은 저 커다란 등롱 빼면 정말로 조그마한 역이였네요.

 

"'목숨을 다해 네 것이 되겠다.' 자크의 서명인 'J'라는 문자에 어째서인지 두 줄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인쇄된 선이 아니었다. 나중에 만년필로 그은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정말 아주 조그맣게 'R'이라고 쓰여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1권의 57페이지, 그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적혀 있다. 목숨을 다해 네 것이 되겠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방명록을 보다가 한 페이지를 다 채운 그 대사.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같은 추억을 공유한다는 느낌은 생각 이상으로 달콤했습니다. 방명록을 넘기다가 이 문구를 본 순간 잠시 멍 때리고 말았네요.

 

  앞장으로 앞장으로 오래된 방명록도 구경하다 보니 같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쓴 방명록들도 이따금씩 있습니다. 아마 지금 이걸 보고 계실지도요? 손들어주세요~ 2012년에 반쪽 달을 보신 분은 어떤 루트로 알게 된 건지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리카를 죽이려는 악의 집단은 대체 어떤 사람들입니까!

 

  절 포함한 한국인은 외국으로 가야 하는 까닭에 다들 학생 때 읽고서 성인이 되어서야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보며 은은한 일체감이 느껴집니다. 

 

  나무에 사방이 막힌 정상에서 내려와 아까 계단을 찍었던 조그만 공터로 오면 시내가 오히려 잘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이세의 마을이 보였다. 신궁의 숲이 보였다. 봉화대가 있는 우지야마다역 . 그 앞의 문화회관. 상점가의 아케이드가 하얗게 빛났다. 그것은 넉 달 전과 조금도 변함없는 광경이었다. 밤이 낮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역시 이세의 마을은 초라하고, 빌딩이라고는 제대로 없었다. 내가 17년간 살아온 마을이다. 그리고, 앞으로 리카와 살아갈 마을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아마 저 왼쪽의 신궁의 숲 너머 아까 들렀던 케이유 병원이 있을 듯한데, 너무 멀어서 여기선 도무지 골라낼 수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확대해 살펴보려 해도 렌즈에 들어오는 이미 햇빛이 줄어드는 시간이라 뭉개져 보이기만 하네요. 반쪽달 때보다 강산이 한번 변한 탓인지 생각보다 높은 건물들도 이따금씩 있는 지금의 이세 시내입니다.

 

  아직도 갈 곳이 하나 남아있으니 더 어두워지기 전에 슬슬 내려갑시다. 어렸을 적 동네 야산을 이 잡듯이 돌아다닌 경력이 있어 다행이지, 그래도 조심하지 않으면 여행자보험을 들지 않았던 과거의 저를 매우 타박하게 될 수도 있는 길입니다.

 

  그러고보니 길에 전등이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밤에 켜져 있을까요?

 

  나오고 난 뒤 다시 걸쇠를 걸어주고 다음 장소를 향해 떠납시다. 웬지 다시 오게 될 것 같군요.

 

 

  다음 목적지는 반쪽달 무대탐방에서 2번째로 멀리 있는 사루타히코신사 입니다. 리카가 무녀대행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지요! 2.7km라... 생각보다 먼 길입니다. 내일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작중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갔으므로 + 방금 호다이산 정상에서 반쪽 달 뽕을 많이 맞은 나머지 살짝 흥분한 정신상태로 오늘 가기로 마음먹고 출발합니다.

 

"...(중략) 자전거는 성큼성큼 가속해 나간다. 약간이긴 해도 오르막인데 그런 것은 전혀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풍경이 평소와 전혀 다른 스피드로 뒤로 날아간다. 좀 무서워졌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뭐가 약간이냐 이 주인공아 쉬...ㅂ... ㅎ..헥...엑... 여길 제가 왜 오늘 가자고 했죠? 그저께랑 어제 실컷 그렇게 다리를 혹사시켜두고? 이 자전건 기어도 없다고요? 저 미친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 대충 구글맵에서 3분의 2 지점까지 상당한 오르막길이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서쪽으로 좀 더 빠져나가서 버스가 다니는 큰길 쪽으로 갔으면 아마 완만했을지도요. 여러분 구글맵 길 찾기의 시간과 루트는 고도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아까 그나마 먼길을 대비해 떠나기 전에 들린 편의점에서 언뜻 보면 아리수처럼 쓰여있는 거 같아 산 스포츠 드링크가 절 살려주네요. 이 길은 자판기의 나라 일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오르막길에 음료수 자판기 하나 보이질 않습니다. 헤헥..

 

  어떻게든 끌고 당기고 올라간 만큼 마지막에 30도 각도는 돼 보이는 무지막지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짜잔! 신사의 뒷문에 도착합니다!

 

...

 

  뒷문 쪽으로 도착한 거 보면 역시 이쪽 길이 아니었나 봅니다. 흐엉엉엉 아고 다리야.

 

"역사 선생님 말로는 실은 이세신궁보다 오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원래 이쪽이 예부터 이세에 있는 궁으로, 이세신궁은 나중에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반 바퀴 돌아 정문 쪽으로 나오면 한가운데 오래된 나무가 한가운데를 가려버린 독특한 토리이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니 그대로 두는 것일까요? 사진을 어떻게든 밝게 찍으려 했으나 벌써 해는 다 가라앉고 등불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토리이 뒤에 몸을 숨기고 고개만 내밀어서 우리는 매점의 상황을 살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낙서는 세계적 문화라고 하긴 하는데 일본에 와서 신사의 식수대에 이렇게 무언가 많이 붙어있는 것은 처음 보네요. 여기만의 전통인가?

 

"한마디로 매점이지만 그래도 신사 내인만큼 왠지 엄숙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간이 신사라는 느낌. 미후다도코로라고 한다고 한다....(중략)... 울창한 숲. 커다란 토리이. 자잘하게 깔린 자갈길, 그러나 그 공간에 소란스러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리카와 타카코가 서로 경쟁하듯 시장 한복판처럼 부적을 팔아치우던 매점. 이후 본 어떤 작품에서도 이 작품만큼이나 열정적으로 부적을 팔아치우는 묘사는 본 적이 없죠. 

 

"한 장에 오천 엔이나 하는 거물이다. 제멋대로의 규칙이지만 이것 하나면 부적주머니 열 개 분이다. 일 엔에 1포인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여러가지 부적들. 아쉽게도 오천엔짜리는 전시되지 않았습니다. 내일 들릴 예정인 이세신궁에선 아마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3000엔짜리 부적이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합니다. 뭐죠 저 부적. 신사의 나무라도 떼어서 만든 걸까요?

 

  이런 무대탐방 중 신사가 껴있으면 으레 있을 법한 그 작품의 그림 그려진 나무판은 역시 아쉽게도 없습니다. 세월이 세월이니깐요. 이 밤중에 오게 된 것만 아니어도 제가 한 장 사서 모작이라도 해봤을 텐데요. 언젠가 가실 다른 분들이 한번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 말을 내뱉었을 때는 아키바 리카는 이미 문을 박차고 나가고 있었다. (중략) 무릎을 꿇으라고 말한 건 나다. 그리고 아키바 리카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1초 후에 땅에 무릎을 대고 있었다. (중략)... 나는 그 흰 부적을 덥석 잡았다. 내달리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미후다도코로를 나왔다. 자갈길이라 잘 뛰어지지 않았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부적을 가지고 가는 것을 잊어버린 커플을 위해 리카가 타카코에게 가져다주는 것을 부탁해서 뛰쳐나가는 장면. 성격 나쁜 일진녀가 더 성격나쁜 아이에게 휘둘리는 재밌는 장면. 그 조리를 신고 이 자갈밭을 뛰는 건 꽤나 힘들었을 겁니다.

 

"토리이를 지나, 몸을 잔뜩 기울여 왼쪽으로 돌았다. 전력으로 뛰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찼다. (중략) 그 커플이다. 따라잡아야 한다. 전해 줘야 한다.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요. 머리를 숙이던 아키바 리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머리에 붙어 있던 낙엽이 떠올랐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이제 슬슬 돌아가려고 아까 자전거 있는 쪽으로 돌아가다가 주차장처럼 보이는 장소도 한번 찰칵. 이미 밤이 다 되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하지만 이왕에 밤이 됐으니 한번 더 호다이산에 가볼까요? 아 혹사된 다리가 불평하는 소리가 점점 커져가네요. 어젯밤에 온천에서 쉬었으니 좀만 참아봐라.

 

  가로등도 얼마 없어 매우 깜깜해진 길에서 전조등 키지 않은 자전거는 매우 위험합니다. 저번에 운전중에 후미 반사등조차 없는 자전거가 차도로 달릴 땐 식겁했죠. 이 자전거는 필요할 때 레버를 당겨 바퀴에 발전기가 연결되게 함으로 전조등이 켜지게 하는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충전기를 돌리는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구형인 데다가 소리도 요란하네요. 으... 지친 다리에 부담이 한번 더 가중됩니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니 조금은 살만 합니다.

 

(자알 보면 계단이 보입니다. 자! 화면 명암비 테스트 GO!)

 

  "이세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다. 난류가 키이반도의 남쪽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대단히 추웠다. 우리가 토하는 숨은 순식간에 얼어붙어, 마치 빛에 비춰진 것 같은 백색만을 우리 눈 깊이, 가슴 깊이 남기고 서서히 사라졌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다시 한번 호다이 산에 도착하니 완연한 밤입니다. 아까 봤던 전구는 당연한듯이 켜지지 않았고 핸드폰의 불빛만을 의지하며 조그마한 길 사이로 올라갑니다. 불빛 말고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어렸을 적 밤중에도 산을 타곤 했던 경력으로 돌파합니다. 벚꽃 피는 봄이라 하지만 가볍게 입은 옷은 슬슬 싸늘한 기운을 막아주기엔 역부족이네요.

 

"한동안 둘 다 입을 다문 채 눈앞에 펼쳐진 마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렇게 보니, 분명 예뻤다. 달빛이 비추어서인지 마을은 마치 꿈처럼 흐릿하게 떠 있었다. 망루가 있는 시비로운 역사(驛舍). 그 앞의 큰 건물은 문화회관이다. 지금은 이미 쇠퇴해버린 상점가의 아케이드도 보였다. 역 너머의 강이 달빛에 은색으로 빛났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계단을 뒤로하고 돌아보면 이세 시의 야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나름 이세 야경 스팟이라는데 그럴만한 경치네요. 화려하진 않지만 군데군데 빛나는 소박한 모습입니다. 잠시 추위도 잊고 기차가 하나 더 지나갈 때까지 멍하게 바라봅니다.

 

"반쪽 달이 빛나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리카의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에 달의 은빛이 깃들어 반짝반짝 빛이 났다. 희미하게 샴푸 냄새가 났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아쉽게도 오늘은 초승달이 뜨는 날. 기초교육을 받은 여러분이라면 잘 알겠지만 초승달은 해와 함께 일찍 땅 아래로 꺼진 지 오래여서 도시의 희미한 빛만이 여길 밝혀줍니다. 언젠가 다시 온다면 반달이 떠오르는 날에 맞춰서 오는 것도 나름 풍취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뭇잎 스치는 소리만 들리는 어두운 산속에 있다 보니 살짝 간담이 서늘해 와 슬슬 하산합시다. 잘 아는 동네 산도 밤은 위험한데 하물며 먼 이국 땅의 산속이면. 오늘의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의 무대탐방은 여기서 종료! 아 내일 갈 장소로 무대 탐방할 곳을 하나 남겨두었으니 거기도 같이 가시지요. 

 

  낮에 건넌 다리를 다시 지나가 일단 체크인을 하러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갑니다. 게스트 하우스에 대해선 내일 좀 더 소개를 해보기로 하고 이제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보죠. 

 

  짐을 적당히 두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는 차에 같은 방에 있던 사람에게 말이 걸려옵니다. 저녁은 먹었냐고 혹시 같이 먹지 않겠냐고. 짧고도 길었던 일본여행의 마지막 밤, 오랜만에 혼밥을 면하게 된다니 기꺼이 승낙하고 같이 게스트 하우스를 나섭니다.

 

  가면서 간단하게 이름과 사는 곳을 물어보니, 나고야시에서 북동쪽에 사는 사카모토랍니다. 매체에서도 자주 듣던 이름이라 가명일려나요? 어디에 갈까 했더니 이미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에게 근처 먹을만한 이자카야를 소개받았다고 해서 따라갔습니다. 이자카야 하면 그냥 2차로 술 마시는 곳이려니 하는 곳인가 했는데 가볍게 저녁도 해결하나 봅니다.

 

  꽤나 장사가 잘되는 이자카야인지 사람이 가득해 둘이서 카운터 석에 나란히 앉습니다. 조그만 가스렌지 화로가 눈에 띕니다. 여기서 바로 구워 먹는 메뉴가 있나?

 

  손글씨로 가득한 일본어 메뉴판만 있는 이자카야. 저의 일본어로는 오늘의 추천! 정도 밖에 알아먹질 못하겠네요. 현지인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들어올 생각도 못 할 곳입니다. 이런 손글씨엔 구글번역조차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때문에 주문은 사카모토 씨에게 일임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못 먹어봤을 음식이 뭘까 하고 생각보다 길게 고심하는군요. 

 

  일단 첫 타자는 타코 와사비에 제철 회 모듬! 같이 시킨 생맥주를 절로 입으로 부르는 맛입니다. 타코와사비를 먹어봤냐고 하길래 여기 편의점에서 순두부찌개 레트로트 파는 것처럼 한국 편의점에도 타코와사비 정도는 판다고 응수해줬습니다. 적당히 처음 먹어본다고 하는 것도 좀 그렇더군요. 회는 어떠냐고 물어보니 서양인도 아니고 회도 먹는다고 해줍니다. 활어랑 숙회의 차이점은 좀 있긴 하겠는데 일본어로 그걸 설명할 자신은 없어 넘어갑니다.

 

  너무 한국을 모르는 것 같아 언젠가 한국에 좀 와보라고 권합니다. 같은 동양권에 교류도 많아 언듯 비슷하지만 상당히 다른 식문화가 있다 하면서요.

 

  화로가 있는 이상 안 쓸 순 없죠! 거대한 크기의 모시조개를 그대로 올려 조개구이를 해 먹습니다. 속이 아주 실한 게 좋군요. 

 

  이야기를 해보니 어느 회사의 회계사인데 여행이 무지하고 싶어서 휴가도 안 내고 토요일 오전에 출근해 퇴근하자마자 그대로 기차를 타고 이제 막 이세에 온 참이라 합니다. 내일도 아침에 바로 이세시에서 배를 타고 바다 건너 다하라시로 간 다음에 기차로 나고야 동쪽을 돌아 돌아간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기차 여행을 즐기러 여기까지 왔군요. 대단합니다.

 

  중간에 빵과 같이 시킨 감바스. 어째서 이자카야에 스페인 요리 감바스가? 하고 잠깐 의문이 스치지만 맛있으니 상관없습니다. 새우가 아주 실한 데다가 모짜랠라 치즈도 있어 빵이 적셔 먹으니 아주 그냥 좋습니다.

 

  여기에는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때문에 왔다고 하니 이 사람도 왕년에 애니메이션 좀 봤던 사람인가 봅니다. 나고야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신이 나서 핸드폰을 검색해 보여주네요. 맥거핀 가득했던 전파녀와 청춘남과 훈훈한 아저씨와 양녀 가족 이야기(초반엔)였던 토끼드롭스가 나고야를 배경으로 했었군요!  하지만 내일 나고야에 있을 시간은 거의 없는지라 어딜 잠깐 볼 수 있으련지.. 내일 일정을 짜는 머리가 갑자기 아파옵니다.

 

  소라도 화로에 올려 구워 먹어 봅니다. 오랜만에 먹다 보니 살을 빼기가 생각보다 힘드네요. 덜 익었나?

 

  나이를 물어보며 헤이세이 몇 년에 태어났냐고 물어와 옵니다. 일본인도 아니고 헤이세이 몇 년인지 알 리도 없어 의문부호 가득한 얼굴을 보여주며 말없이 스마트폰으로 헤이세이로는 몇 년인지 찾아보려 하니 그제서야 서기로도 괜찮다고 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일본에선 헤이세이나 이번에 레이와 같은 연호를 주로 쓰나 봅니다. 여기도 참 취향 독특한 갈라파고스 나라라니깐요.

 

  알고 보니 동갑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재밌는 우연이 섞인 만남에 생맥주 한번 더 건배.

 

  이자카야의 마무리는 오차즈케! 라고 신신당부하길래 이미 가득한 배에 오차즈케를 하나 시켜서 밀어 넣습니다. 가츠오 오차즈케라고 쓰여있길래 가쓰오부시를 넣은 건가 했더니 생선살이 들어가 있는 오차즈케네요. 맛은... 그냥 녹차에 밥 만 맛입니다. 별게 있나요. 한국에서 고깃집에서 마무리로 냉면이나 된장찌개에 밥 먹는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거겠죠?

 

  타카야마에서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왔을 때처럼 고생한 몸뚱아리를 어떻게든 씻어내고 좁지만 안락한 나만의 공간 - 이층 침대에 눕습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 이제 금방 또 정신없는 일상이 올 거라 생각하니 조금 싱숭생숭 해집니다. 그래도 그동안 계속 괴롭현던 불면증 하나는 제대로 고쳐...지..ㄴ..거...같.......Zzzzz

 

 

=오늘의 루트=

게로 온천 --> 나고야시 --> 이세시 우지야마다 역-->만포쿠 식당 --> 이세 시역 --> 오래된 마을 --> 이세시 시립도서관 --> 미야가와 강변 벚꽃길 --> 케이유 병원 --> 호다이 산 --> 사루타히코 신사 --> 호다이 산 --> 게스트 하우스

참고한 구글맵

https://www.google.com/maps/d/u/0/viewer?mid=122GIP7IC-n3q6yTFl3MXZKxCUVY&hl=ja&ll=34.485499242473615%2C136.7129867864419&z=16http://d.hatena.ne.jp/riyot/touch/20130511/1368269260 에서 따옴)

 

참고용 반쪽달 8권 권두 일러스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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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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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타카야마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극도의 지침 속에 어떻게 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오랜만에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잠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이번 여행의 본 목적이었던 [휴양]을 위해 게로 온천으로 가는 날입니다!!!! 드디어 쉰다!!! 오늘은 쉬어주겠어!!! 다리야 발야 기뻐해라 오랜만에 휴식이다!!

 

  하지만

 

  게로 온천의 예약한 료칸의 체크인까진 시간이 좀 있으니 오늘은 잠깐 히다후루카와에 들리려고 합니다. 너의 이름은 에서 중간에 나와 작중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곳이기도 하고 미즈하의 마을의 모티브가 된 것처럼 보이는 곳도 조금씩 있는 곳입니다. 흘러가듯이 나오는 장소긴 한데 생각보다 많이들 왔다간 모양이네요.

 

 

덕분에 배경으로 등장하지도 않은 오늘의 출발지 타카야마에서부터 이런 기념품을 팔고 있을 정도죠. 작중과 비슷한 끈의 가격은 35000원에 육박합니다! 끈은 어제 타카야마의 한 박물관에서 직접 만들었으니 구경만 하고 갑시다.

 

  꺼라위키에선 관광안내소에서 어제 이잡듯이 돌아다닌 빙과 무대탐방 지도가 있다고 하는데 이젠 없나 봅니다. 그 지도를 얻으려면 어제 간 자전거 렌탈샵이나 백파이프 카페로 가야 할 것 같네요.

 

  오늘은 타카야마-히다후루카와-게로온천 의 예정인데 기차 시간 계획을 짜기가 어려웠습니다. 시골이라 보통열차는 한 시간에 하나씩 다니고 중간중간 배치된 주황색 JR 타려면 거의 5배 가격인 1710엔을 내야 합니다. 으.. 일본 교통비 비싸요. 어제 빙과와 함께하느라 아직도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10시 20분 기차로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청하고 출발합시다.

 

  2량밖에 없는 기차를 타고 가니 공항의 셔틀전철이나 마을버스가 생각나는 규모. 옛날에 일본의 더 시골에서 한 량짜리 기차를 탄 적도 있긴 합니다. 색깔이 진한 갈색이었나?

 

  기차를 타고 가다 보니 도중 과수원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아침 시장에서 타카야마 지역 사과를 들고 나오신 아주머니의 사과도 굉장히 달고 맛있었죠. 고도가 높은 지역이긴 한데 분지지형이라서 여기도 사과를 키우기 좋을 걸까요?

 

  자! 여기로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의 스타트를 끊습니다! 히다후루카와 역에 도착해서 나온 뒤에 오른쪽으로 향하면 이 광경을 볼 수 있는 육교가 있습니다. 그저께 갔었던 히다이치노미야역보다는 조금 더 나은 시골 역이네요. 

 

  그대로 육교를 그대로 건너 아주 정말. 정말로. 너무나도 잠깐 나온 신사 계단 장면을 위해 머나먼 신사를 향해 잠깐만 걸어가도 시골임을 일깨워주는 풍경을 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시절의 논은 참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추수한 뒤의 밑동이 겨울이 지나도 사라지지도 않은 채 여기저기 굴러다니는데, 날씨는 웬만큼 풀려 밟아보면 발목까지 쑥 꺼지는 지뢰밭이죠. 그래도 밑동만 조심 스래 밟으면 어린아이 몸무게로는 어떻게든 논을 횡단할 수 있기도 합니다. 흙까지 꽝꽝 얼은 겨울쪽이 밑동이 바스락 하면서 밟히기에 이때가 걸어가기엔 느낌이 더 좋지요.

 

  논과 함께 쭈욱 10분쯤 걷다 보면 벌써 분지지역의 경계를 형성하는 산 근처에 도달합니다. 이쪽은 신사 정문 쪽은 아니고 후문 쪽으로 가는 길인데 미즈하가 있던 신사의 모티브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어디에나 있을 돌계단이 있습니다. 

 

  이 계단 위에서 히다후루카와의 정경을 눈에 담을 수 있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가파릅니다 헥헥.. 아직 어제 탈진 직전까지 갔던 다리가 이 계단 올라왔다고 후들거리고 숨은 그새 가빠집니다.

 

   올라오고 나니 조그만 공원과 조용한 공동묘지, 그리고 한켠에 새로 태어난 아이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루보보의 그림이 같이 있습니다. 혼자 여행으로 인한 감수성 폭발의 영향인지 이곳이 히다후루카와의 사람의 일생이 함께하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걸어갑니다.

 

 공원을 끼고 돌면 신사로 올라가는 차도가 보여 따라가면, 옆에서 봄이 왔다고 자라는 여러 식물이 보입니다. 저건 원추리였던가요? 살짝 데쳐서 무치면 맛있죠. 어렸을 때 뒷산에선 원추리가 자라면 맛있는 건 아는지 미처 따기 전에 고라니가 한 발 앞서 뜯어먹곤 했습니다.

 

 산속에서 겨우내 내린 눈 녹은 깨끗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이 주변 그늘에선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보여요.

 

  케타와카미야 신사 자체는 크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신이 있는지라도 알고 가면 좋겠지만 딱히 관광객을 위한 푯말 같은 물건도 없군요. 그래도 꽤 넓고 큰 규모의 신사입니다.

 

  이 계단 때문에 여기까지 왔었죠. 아마도 신사의 딸이라는 것을 근거 삼아 여기에 타키가 물으러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단 3초동안 나온 장면때문에 여기까지 걸어오게 될 줄이야. 애니메이션과 실제 계단 사진은 꽤 다르게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뒤쪽에 있는 저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계단 가위바위보를 위해 디자인을 좀 바꾸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사에서 다시 역을 향해 걷다 보면 산에서 내려온 눈 녹은 물이 길 옆에 같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경치라 잠시 감회에 빠져 물소리를 듣습니다. 물소리 한번 같이 들으며 가시죠.

  제가 자랐던 곳에선 이런 콘크리트 벽이 구석이 무너진 곳이 있어 물이 새기도 했었습니다. 그 물이 새는 부위가 살짝 언덕 위에 있었기에 아래 이어진 하수구까지 물길을 만드는 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자연스레 침식과 퇴적을 배웠었죠.

 

 느긋히 걸어가다 보니 지붕 배수로에 앉아 촐싹거리는 중국 공식 해로운 새 인정도 받았던 참새가 일광욕을 하고 있으니 한 장 찰칵.  도라에몽은 뜬금없이 놓여져있길레 한장 찍었습니다. 지금도 있을까요?

 

  다시 역 근처에 왔습니다. 아무리 철길과 역 근처에서 생활권이 형성된다고 하나 교차로 바로 옆은 좀 시끄럽지 않을까 쓸때없는 걱정을 합니다.

 

  교차로를 건너다 말고 역의 반대편에서 한번 더 찍어봅니다. 그런데 사진이 기울어져버렸네요. 벌써부터 힘이 다했나 봅니다. 헥.

 

  다시 역 안에 들어와 너의 이름은 에서 인형옷 입고 나왔던 히다규 홍보 인형옷 사진 패널을 찍습니다. 마치 한국의 치킨가게의 선전을 닭이 하는 듯하군요. 기본적인 디자인은 사루보보에서도 많이 따온 듯합니다. 마을 규모로 봐선 축제 때나 인형옷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역 안 시설도 애니메이션에서의 묘사보다는 훨씬 낡은 모습입니다.

 

  문득 멀리서 다가오는 전철 소리가 들립니다. 생각하기에 앞서 발이 먼저 빨리 어딘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목표는 여기 막 도착했을 때 사진을 찍었던 그 장소!

 

  빙고! 전철이 역에 들어오는 애니메이션 구도와 어느정도 흡사한 장면이 찍혔습니다. 기차가 한 시간에 하나씩 들어오기에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았네요! 이 구도를 찍는 이 곳은 하도 사람들이 와서 그런지 아예 창문이 열린 채에 창문 아래엔 애니메이션 캡처 프린팅까지 있습니다.

 

  여기 와서 놀란 건 이런 조그만 시골 역에 기도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이 흥행한 곳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겠네요. 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많이 왔길래?

 

 너의 이름은 에서 잠깐 나온 꽤 깔끔한 택시 정류장. 택시 색깔은 다른 모양입니다. 너의 이름은에서 나온 여기서 멀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아 택시를 타시는 분이 있다는 모양입니다. 오늘 저는 이 히다후루카와에 10시 23분 도착 오후 1시 11분 아웃 일정이라 거기까진 가기엔 힘이 부치는군요. 마찬가지 이유로 먼 곳에 있을 고등학교도 패스.

 

  도서관을 향해 가는 길에 멋들여진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이토모리에는 까페 하나 없다 하는데 여긴 그나마 조금 더 사정이 나은가 보군요.

 

  여러가지 디자인의 주택을 맛보며 사람 없는 길을 걸어가다 보면

 

  이토모리 주민센터와 거의 일치해 보이진 않는 낡은 건물과 거의 일치하는 히다도서관이 같이 있습니다. 

 

  이제 너의 이름은 유명세도 다소 사그라들었는지 도서관 저 구석에 아주 조그만하게나마 코너가 있을 뿐입니다.. 예전엔 영화표도 갔다 붙인 곳도 있다 하던데 이젠 남은 건 이 정도네요. 저 사루보보 히다규 인형 사고 싶은데 아쉽게도 파는 곳을 찾진 못 했습니다. 온 기념으로 방명록에 작게나마 한 줄 쓰고 옵니다.

 

  아침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빵만 대충 먹었기에 슬슬 배가 너무나 고파옵니다. 일단 고헤이모치를 먹으러 이곳 후루카와 가게로 왔습니다.

 

  사실 떡집이라기보다는 기념품상점과 정식집이 같이 붙어있는 가게입니다. 저 오른쪽 아래에 고헤이모찌 용으로 포장된 떡도 팔고 있네요.

 

  이 된장소스 바른 고헤이모찌는 여기 메뉴에는 따로 없고, 말을 따로 하면 저렇게 구워서 주십니다. 대충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온 그 떡이 있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아! 키미노나와! 있어요~." 하며 차와 방명록과 함께 주십니다. 오랜만에 보충하는 귀중한 칼로리와 따듯함에 잠시 쉬고 갑니다.

 

  고헤이모찌를 먹은 곳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타카야마 라멘을 팔았던 곳의 배경이 된다는 그 면 가게 집도 있는데, 위치나 건물 모양이나 딱히 닮은 구석이 안 느껴집니다. 굳이 공통점이라면 면 가게라는 걸 텐데...

 

 

  심지어 메뉴엔 타카야마 라멘도 없고 메밀국수가 주 메뉴입니다. 어제 타카야마 라멘을 타카야마에서 먹어서 다행이었네요. 오늘 먹으려고 어제 안 먹었었다간 먹지도 못 할 뻔했습니다. 메밀국수 또한 어제 점심으로 먹은 지라 또 먹기는 꺼려지네요. 만만찮은 가격도 가격이고요. 그냥 아까 대충 300kcal 정도 돼 보이는 고헤이모찌를 점심 삼아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저녁때 료칸에서 화려한 만찬을 기대하죠. (나중에 듣자 하니 아까 들른 후루카와 가게에서 타카야마 라멘이 있는 모양입니다.)

 

  원래 여기서 점심을 먹고 1시 10분 기차를 느긋이 탈 계획이었습니다만, 시간이 현재 12시로 한 시간가량 남았네요. 검색하다 나온 어느 블로거가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온 건널목으로 추정되는 장소라고 하는 곳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구글맵에서 대충 편도 20~25분으로 뜨니 아슬아슬하게 갔다 올 수 있겠지요? 발&다리가 "휴양이래매!!! 휴양이래매!!!!!" 절규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도 아까우니깐요.

 

  목적지가 생각보다 멀다보니 무대탐방하러 간다기보다는 사실상 강변 따라 산책하러 가는 거 같습니다.

 

 

  철로 되어있지만 너의 이름은 작중 콘크리트 다리와 비슷하게 생긴 다리라 찰칵. 실제 배경이 된 곳은 나가노쪽이라고 하더군요. 대충 어디냐고 하시면 일본의 저어어어기 동북쪽?

 

 

매우 복고풍스러운 포스터가 가득한 술가게를 지나

 

 금방이라도 바퀴가 빠질 것 같은 도랑과 집 사이에 오밀조밀하게 주차를 한 집을 지나

 

강가에서 날아가는 새 한 마리와 계속 계속 걸어갑니다.

 

  참. 지금 바람이 역풍이 장난 아니게 붑니다. 날아가던 새가 바람만으로 공중에 멈춘 채 활강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바람이요. 으 역풍을 이겨나가며 걷다 보니 계획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갑니다. 역시 구글맵의 계산 시간은 믿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걸어 다니다 보니 천연 올빽 머리가 되었네요.

 

  마을의 외각에 있는 요양원으로 보이는 복지 시설을 지나면

 

  그동안 지겹게 시골시골 했지만 이제 정말 논밭만 보이는 경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건널목까진 거리가 반 정도나 있군요.

 

  논길을 따라 걷다가 왼쪽을 보면 미즈하가 불평하며 지나가는 하굣길에 지나가는 논밭길(추정) 이라는군요.  조금은 비슷할 지도요?

 

 또 걷고 걸어 비닐하우스 옆에 있는 건널목을 건너서 더더욱 남동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드디어 논 흙길이 이어져 있는 그 건널목에 도착했습니다! 헥헥헥헥헥... 오기로 어떻게든 도착했습니다.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짧은 시간만이라도, 자전거를 빌릴 것 그랬습니다. 어제 자전거로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다운그레이드하여 걷기 시작하니 역체감 하난 확실하네요. 

 

  이 건널목 또한 여러 장소를 조합한 듯하게 그려졌기에 이곳도 조금 비슷한 장소일 뿐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흙길에 이어져 있는 건널목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어찌 생각하면 나름 운치가 있는 장소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이제 돌아가서 게로온천에서 쉬는 일만 남았네요!

  

이제 터덜터덜 다시 역까지 돌아가는 40분이 남았습니다. 철길 따라 돌아가는 도중 2량짜리 열차를 찰칵. 갈 때 역풍이라 올 때는 순풍에 도움을 받을 줄 알았는데 개뿔. 돌아갈 땐 바람이 멈추었습니다. 

 

여기도 벚꽃 피면 좋은 정경이 펼쳐지겠네요.

 

강가 따라 걷다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뭔가 했더니 바로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는 길이였습니다. 

 

  가는 길과 일부로 다른 길로 돌아오지만 기차여행에서 바깥 풍경은 10분 만에 질리듯, 처음엔 고향에 간 것만 같았던 반가운 내음과 풍경들은 어느새 이미 일상이 되어버려 지겨워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그전에 다리가 죽을라 카고 있습니다. 자전거... 자전거..... 전 왜 자전거를...

 

??? 뉘 집인지는 몰라도 야심 차게 지은 집이 도중에 있습니다. 정처 없이 걷는 와중 이런 서프라이즈는 대환영입니다.

 

 

  논 사이에는 이런 길 같지 않는 길이 있곤 하죠. 어렸을 때에 빙의되어 장난 스래 총총총 걸어갑니다.

 

  오랜만에 보는 the 놀이터처럼 보이는 놀이터입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정글짐이 살아있네요! 저 줄지어 있는 타이어는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노는지 모르겠습니다. 뜀틀 삼아 짚고 넘어가기엔 너무 넓고요. 타이어를 밟아가며 사이사이를 점프하며 놀았죠.

 

 옛날 놀이터에는 저런 유격(?) 놀이기구가 있곤 했죠. 어린 몸들이라 다행이지 지금은 저런 곳에 올라갔다 잘못 내려왔다간 전치 몇 달입니다. 으 보기만 해도 발목 삔 곳이 다시 쑤셔오는 것 같습니다.

 

 몇 번째인지도 모를 건널목을 건너고 또 건너 걸어가다 보니...

 

  구몬 학원을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구몬이 일본산이었더군요. 일본 쪽 구몬 로고는 꽤나 귀엽네요. 저는 어렸을 땐 눈높이와 함께했었습니다. 또 어떤 게 있었더라요. 팩스로 받는 빨간펜? 

 

  언젠가 봤던 도쿄궁처럼 해자를 둘러싼 신사를 지나고 나면

 

  후우 역에 돌아왔습니다! 다리는 이미 후들후들하며 도착한 시간이 오후 12시 55분. 기차 시간에서 다행히 15분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역의 인포메이션 센터 옆에 이렇게 조그만하게 코인로커에서 올때 집어넣었던 캐리어를 다시 꺼내고 기차를 타러 갑니다. 여행하다보면 은근 코인락커에 넣을 때가 많아 너무 큰 캐리어는 가지고 다니질 않네요. 

 

  기차를 타기 전에 타키 일행이 지나가는 육교와 기차가 한 시간에 하나씩 있는 휑한 시간표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찍고 나면 이제 오늘 짧지만 멀었던 너의 이름은 히다후루카와의 무대탐방은 종료입니다~ 이제 게로 온천으로 가서 느긋히 보낼 거예요~~

 

  게로까지 가는 기차는 꽤 비쌉니다. 티켓은 지정석과 자유석이 있는데 자유석이 대략 오천 원~만원 정도 더 쌉니다. 이 시기엔 사람이 많이 없으므로 자유석으로 가지요.

 

  특히 자유석이 주로 기차 앞뒤 끝부분에 있는지라 이런 경치를 보려면 자유석을 고른 뒤에 타자마자 앞으로 가면 좋습니다.

 

  터널 안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앞 유리창에 반사되는 걸 보고 앞쪽 사람들이 사진 찍다 인사도 하며 기묘한 사진이 탄생.

 

  타카야마를 지나 그저께 들렸던 히다이치노미야도 지나는데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마을을 반 바퀴 주변을 돕니다. 살짝 쏠리는 코너링을 느끼며 그저께 와서 본 경치를 기차에서 한번 더 보니 맛이 또 다릅니다.

 

  건널목이 보일 때마다 무언가 손짓과 혼잣말을 하며 옆에 지도와 끊임없이 확인을 하시더군요. 

 

  그렇게 계곡 사이사이 기차여행을 즐기다 보면 

 

  게로 온천에 도착합니다! 음.. 그런데 이전에 가봤던 온천마을은 다 산속에 조그마한 1층~2층 건물들이 다닥다닥 있던 곳만 가다가, 여기에 오니 이런 커다란 건물이 있는 풍경은 좀 낯설게 느껴지네요. 3대 온천이라고 부를 만큼 규모가 커서 그럴까요?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조금 달리면 오늘, 아니 이번 여행 휴양이란 주제를 이룰 주역이 되는 보센칸 료칸에 도착합니다.  7층 건물에 호텔 같은 곳이라 예전에 갔던 조그만 곳을 멋대로 상상했다가 약간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타키도 이런 근처에서 하룻밤 묵었을 거라 생각.. 했지만 그곳은 완전 다른 곳이겠군요.

 

  여기저기 리뷰 사이트에서 받은 점수를 패로 만들어서 전시하는 모습. 료칸은 보통 1인 코스가 없는 편인데 여기 보센칸은 1인 숙박이 가능합니다. 물론 저녁과 아침식사 포함해서요! 빙과에서 등장했던 그 료칸이 1인 숙박이 가능하다고 알려졌으면 아마 그곳으로 갔을 겁니다. 음.. 되나요? 굳이 물어보진 않아서 모르겠군요.

 

  생각보다 넓은 방이라 뒹굴뒹굴하기에 모자람이 없군요. 창밖은 시원한 리버뷰입니다. 창문 밖이 바로 벽이었던 여행자 호텔이나 창문조차 없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엄청난 업그레이드네요.

 

  뭔지 몰라도 스마트폰이 하나 있습니다. 대충 이 호텔 시설 소개와 이 근처 게로 온천의 가이드인 것 같습니다. 가지고 다닐 수도 있는 모양. 

 

TV를 틀자마자 갑자기 한국어가 나오길래 봤더니 한국 드라마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장면만 보고 무슨 드라마인지 아시는 분이 있으려나?

 

  채널을 돌리다 보니 어느 고등학교의 취주악부 소개가 뜹니다. 어느 고등학교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유명한가 봅니다. 곧 나올 울려라 유포니엄 극장판이 문득 기대되네요.

 

  상 위엔 간단한 간식으로 떡과 표고버섯 조림이 있습니다. 타카야마 쪽 아침시장에서도 맛본 표고버섯 조림은 여기서도 꽤 좋은 맛입니다. 근데 간식으로도 먹긴 하나? 나중에 다시 온다면 몇 상자 사가야겠습니다.

 

  조금 쉬다가 아직 쉼이 부족하다 하는 다리의 주장을 묵살하고, 여기까지 온 김에 게로 온천 주변을 잠깐 돌아다녀 봅시다. 이 포스터는 누가 그린 건지는 몰라도 게로 온천 여기저지 장식되었있더군요.

 

  나가자마자 갑자기 축제 행렬과 마주쳤습니다. 뭔진 몰라도 일단 찰칵! 이번 여행은 은근히 운 좋은 만남이 있네요. 길이 좁은 만큼 행렬도 아담합니다.

 

  지금은 비성수기여서 그럴까요? 생각보다 열린 상점이 많진 않습니다.

 

  게로 온천. 게로게로. 무엇인지 아시는 분은 일본어를 꽤 하는 분일 겁니다. 여기서 온천물과 관련된 영물로 통하는 개구리를 위한 신사입니다. 히다이치노미야에서도 신사에서 저 개구리를 보았지요.

 

 평범한 안마 가게인가 했는데 18세 이상만 출입 가능하다고 되어있어 잘 봤더니 파칭코 가게입니다. Relax라..?

 

  다른 곳과 디자인이 혼자서 눈에 띄는 이곳의 온천물도 꽤 유명한 모양이더군요. 이 온천만 즐기고 가시는 분도 있는 모양입니다.

 

 한일 공동제작 드라마가 여길 배경으로 찍었다고 하지만 옛날 일이라는 걸 알려주는 양 변색된 포스터.

 

  지나가다 떡꼬치구이를 하나 삽니다. 점심을 벌써 고헤이모찌를 포함해 떡꼬치만 3개로 때우고 있습니다. 맛은 그냥 짭짤한 떡과 간장 탄 맛이었습니다. 그다지 취향은 아니네요.

 

 강으로 나오니 웬 찰리 채플린이 이런 곳에 너무나 슬픈 표정으로 쭈그려 있습니다. 위의 웰컴하고 너무나 대비되는 기묘한 모습.

 

  떡꼬치들만으로는 영 칼로리가 부족해 편의점에 들렸습니다. 그런데 많은 김치들과 순두부찌개 인스턴트 팩을 보고 놀랐습니다. 일본에서 순두부찌개를 상당히 좋아한다던데 이런 물건도 있군요. 예전에 오사카여행에서 들린 한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시켰습니다만 샐러드는 나오는데 김치는 따로 시켜야 돼서 참으로 슬펐던 적이 있었죠.

 

   넓은 강을 건너는 큰 다리를 건너다보면 건너편에 강가에 마련된 무료 노천탕이 있습니다. 그런데 탈의실도 없고 어떻게 사용들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에 주민이 걍 사용한 게 전통마냥 남아있는 걸까요? 보다 보니 간단히 족욕이나 하는 듯합니다.

 

  강을 건너면 매우 커다란 고양이가 앞을 지키는 커다란 기념품점이 있습니다. 이 길 건너편에도 못지않게 넓디란 기념품점이 있긴한데 저 고양이 때문에 눈길이 간 덕분에 여길 먼저 들어가게 되더랍니다. 여러분 이렇게 랜드마크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념품 종류가 먹는 거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 게 대단합니다만 그중에 특히 맛있었던 게 이 크런치 비슷한 과자. 공항에서 웬만한 기념품은 판다니 짐이 될까 봐 사진으로 찜만 해두고 갑니다. (하지만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이 곳에서 파는 것 중 대부분은 공항에 없습니다.)

 

 기념품 중에 가장 독특했던 물건. 일본도 가위라니 대체 누구의 발상이죠? 그것도 대충 만든 것도 아니고 옆에 있는 설명을 보니 이 지역의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나 봅니다. 

 

  타카야마에서 좀 더 따듯한 낮은 지대로 오긴 했지만 아직 벚꽃은 필랑말랑 밀당중입니다. 봄에 일본에 왔는데 벚꽃은 못 보고 갈 것 같은 불안감이 언습하네요.

 

  처음엔 게로온천 료칸에 오자마자 쓰러져서 방에서 굴러다닐 계획이었는데, 그동안 돌아다닌 관성 때문인지 여기 도착해서도 너무 많이 걷고 말았습니다. 바깥에 있는 족욕탕에서 잠시 휴식. 키에 비해 작은 발이라 다리보다 발바닥이 먼저 아파옵니다. 수고했다 짜식.

 

 간신히 숙소에 기어 돌아와 쓰러져 있으려니 어딘가에서 덜컹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기차가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방 괜찮네요.

 

  목욕탕은 지하에 대욕탕이 하나 있습니다. 호텔료칸의 규모에 비해선 조금 작아보이는 욕탕과 노천탕이 하나씩 있죠. 저녁을 먹기 전에 한번 몸을 씻으러 갑시다. 아쉽게도 하루마다 여탕과 남탕이 바뀌는 기믹은 없나 보군요. 가는 도중에 온천탁구대가 있어 반가웠으나 이번에 같이 칠 사람은 없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온천은 평범했습니다. 특이할 점은 노천탕이 생각보다 약간 불안해질 정도로 바깥에 개방적이었다는 정도겠네요.

 

  목욕하자마자 오늘 저녁 만찬을 즐기러 가봅니다. 예약할 땐 영어로 가이세키 형식이라 적혀있는데, 가이세키라고 하면  보통 생각하듯 방 안에서 음식을 먹는 건 아니고 식당에서 한상 차려진 음식을 약간의 서빙과 함께 먹는 방식입니다.

 

  저녁 코스를 히다규 코스로 해서 히다규 고기를 또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사진과 같이 전통조리방식대로 무슨 잎에 소스와 함께 쪄서 먹는 방식이죠. 안 그래도 녹아내릴듯한 고기가 더더욱 부드럽게 익습니다. 미친 밥도둑이네요.

 

   고기를 익게 하는 동안 차가운 전채부터 먹습니다. 이 새우는 대체 뭐길래 집게 다리가 이리 길답니까? 민물새우 중 하나인 징거미새우랑 닯게 생겼는데 그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민물새우는 처음 먹네요.

 

  여러 요리들과 돈코츠 국물 찌개. 이 진한 국물 맛이 정말 끝내줍니다. kya~

 

  산이고 바다고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들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특히 양념에 절은 소고기의 감칠맛은 장난 아니어서 한 점 한 점 밥과 함께 아껴가며 먹었습니다. 기념품점에 보면 바로 불 위에 올려 바로 요리할 수 있게 잎을 포장한 것도 팔더군요.

 

  후우~ 아침과 점심을 대충 먹으며 보냇 더니 저녁은 끊임없이 들어갑니다. 밥조차 맛있어서 계속 퍼먹다 보니 저 밥 한 사발을 다 비웠네요! 평소 먹던 것의 2~3배는 먹은 셈이니 오늘은 소화제는 먹고 자는 게 현명할 것 같습니다. 

 

  저녁 과식 후 돌아오니 펴져있는 이부자리에 바로 쓰러져 뒹굴거리다가 슬슬 잠에 들려는 참에 또 덜컹덜컹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보기엔 좋네요. 보기엔... 이후 자려고 할 때마다 자정 근처 막차까지 덜컹덜컹 소리가 나서 잠에 들지 못합니다. 그냥 일어나서 한번 더 온천에 몸을 담그고 오지요. 후으으...저번 여행 때 밤하늘 아래 노천탕에서 별을 올려다보는건 꽤나 운치있었기에 이번에도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저녁쯤 구름이 몰려오는 바람에 별을 보이지 않습니다.

 

  기차소리 때문에 막차가 다닐 자정까진 자긴 글렸으니 내일 이세에 가서 돌아다닐 작품의 복습을 실시합니다. 저 또한 하도 본지 오래된 거라 잊어버릴 것 같으니 말이죠. 다행히 오랜만에 봐도 지금 작품과 꿀리지 않게 재밌는 작품입니다. 어떤 것이냐고요? 그건 내일을 느긋히 기대해 주시지요.

 

  이렇게 게로 온천에서의 그동안에 비하면 아주 조금은 마음 편한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오늘의 루트=

타카야마시 - (기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 (기차) - 게로온천

참고한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구글맵

1.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AW_DS7vu68SkEJmBlI7LavOolkY&ll=36.19630607824682%2C138.0820692328614&z=7

2.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cMuO7yZdi_Jvgh4KcCbAoXfK0t8&ll=36.75176688365327%2C136.0705921&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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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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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5박 6일 나름 장기 여행을 떠났다 왔습니다.

 

  박사과정생으로서 이 휴가를 딜하기 위해 3~4주간의 건강을 깎아먹으며 데이터를 내려고 한 일정으로 인해 여행 전 가벼운 감기가 오기도 한건 안 자랑. 그래도 휴가를 받은 게 어딤니까. 대학원생인데. THE 대학원생인데 말입니다.

 

  아마 당분간은 앞으로 4월에 이런 휴가를 낼 기회가 없겠다는 판단하에 오랫동안 가고 싶었던 곳을 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언젠가 보러 가겠다고 마음먹었던했던 4월 3일에 일본 타카야마 근처 히다이치노미야에서 펼쳐지는 이키비나 축제에 맞추어 가기로 했지요.

 

http://ikibinatest.web.fc2.com/ikibina_hyouka/index.html

 

2016年・飛騨生きびな祭「氷菓」ファンイベント

2016年4月3日(日)斎行 今年こそ晴天に恵まれますように…!

ikibinatest.web.fc2.com

- 올해는 언제 어떤 일정으로 시작되는지 여행 전 홈페이지 같은 걸 못 찾았기에 실제로 하는 지조차 확신하지 못했음 -

 

  하지만 일에 치이다가 비몽사몽 한 정신에 간신히 비행기 예약을 하고 처음 며칠 숙소 정도만 예약한 만큼, 계획은 거의 짜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처음엔 지도도 대충 보고 타카야마를 나고야가 아닌 도쿄에서 가려고 했었던걸 생각하면 나름 여행 시작부터 운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정신없이 일단 비행기를 타겠다는 것만 머릿속에 넣고 간 만큼, 이번 여행은 여기저기 돌아다니기보다 "휴양"을 목표로 삼았습니다. 네 처음엔 말이죠 처음엔... 여러분 혹 앞으로도 계속 길게 이어질 이 포스팅들을 보신다면 이 "휴양이 목적"이었다는 점을 뇌 속 해마 한 구석에 살짝쿵 간직하고 있어 주시면 감사합니다.

 

  혼자서 훌쩍 떠난 여행이기에 그때그때의 감상을 혼자서 다니면서 계속 속으로 이야기하곤 했었습니다. 이제 이어지는 포스팅은 무대의 사진만 열거하는 것이 아닌, 저와 한 번 더 같이 여행을 다니면서 같이 느끼길 바라며 하나하나 떠올리며 기록하는 글이 될 예정인지라 별별 이야기도 만연체로 이야기하며 매우 길어질 것입니다. 느긋히 같이 따라가 주시겠습니까?

 

 

여행 1일차 시작

 

  나고야행 비행기 출발시간은 아침 7시와 오후 2시 중 하나를 고를 수 있었는데, 대학원생이 되기 전 패기 넘치는 때였다면 아침 7시 출발을 했겠지만 이젠 그랬다간 여행지에서 이미 쓰러져 있겠죠. 느긋하게 오후 2시를 타고 가기로 합니다.

 

  비행기로 나고야에 거의 도착하기 전 보인 눈이 앉아있는 산들. 4월 초입입니다만 아직도 눈이 남아있습니다. 생각해보니 이번에 갈 타카야마마을은 직역해보면 높은 산 마을이네요. 옷을 생각보다 덜 따듯하게 가져왔는데 괜찮을는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철도로 일단 나고야역에 도착해 제일 처음 한 일은 다음날 아침 타카야마행 메이테츠 버스를 예약하러 가는 것입니다. 헌데 벌써부터 트러블 발생. 내일 오전 첫차로 타카야마에 가려했는데 이미 꽉 찼다고 합니다. 

 

  구글맵에 뜨는 비슷한 시간에 출발하는 루트는 JR 타카야마 행 급행열차뿐인데 이건 티켓 가격이 무려 6000엔으로 버스값의 두배는 되는 주제에 가는 시간은 크게 차이가 없지요. 여행 초입부터 생긴 트러블에 잠시 티켓 구매소 앞에서 멍을 때림니다.

 

https://www.highwaybus.com/gp/info/lineDetail?lineGroupNo=2&lineId=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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高速バス路線の詳細情報

www.highwaybus.com

그러다가 들어간 이 일본 고속버스 예약 페이지에서 타카야마에 가는 JR 고속버스 노선이 있다는 것을 발견합니다. 전철 말고도 고속버스 또한 JR과 메이테츠로 나뉘어 있나 봅니다. 아슬아슬하지만 다행히 내일 이키바나 축제 전에 도착할 수 있는 시간대에 자리가 남아있습니다.

 

  이미 6시가 훌쩍 넘어 배가 고파왔지만 일단 버스 예약부터 하러 짐을 끌고 간간히 보이는 JR express bus 표지를 향해 걸어갔습니다.

 

  그런데 이게 또 JR 고속버스 승차장은 나고야 역 서쪽 끝, 그리고 메이테츠 고속버스 승차장은 동쪽 끝에 있기에 나고야역 중앙을 통과하고 지나가야 되는데 처음 가보면 복잡하기 그지없습니다. 그래도 지하 1층에서 양쪽으로 크게 뚫린 길로 쭈욱 가면 되기는 한데 저는 지하 2층 상점가에서 길을 찾다가 엄청 헤메고 말았습니다. 가끔 JR express bus 라고 써있는 표지판이 나오긴 한데 간격이 상당히 떨어져 있는지라 확신을 가지고 서쪽으로 쭈욱 가셔야 합니다.

 

 어떻게든 가서 다음날 아침 8시 45분 나고야역 출발 버스 예약 티켓을 구했습니다. 히다이치노미야의 이키비나 축제는 오후 1시부터인데 이 시간대에 출발하면 12시 45분에 도착하는 조금 빡빡한 시간입니다. 만일 여유롭게 가고 싶다면 더 빠른 티켓을 구하는 것이 좋겠지요.

 

  버스 예매까지 어찌하고 한숨 놓고 숙소에 짐을 맡기고 저녁을 먹었습니다. 메뉴는 숙소 근처 건물 높은 층에 있는 trip advisor 맛집의 히츠마부시 라는 장어덮밥 세트. 한 세트에 3900엔으로 더럽게 비쌉니다. 그래도 이번 여행 주제를 "휴양"으로 잡은 만큼 먹는 거에 절약하지 않겠다는 마음가짐이었기에 숫자를 보는 순간 약간 뛰던 심장을 다스리고 주문합니다.

 

  일본식 장어덮밥은 처음 먹어보는데 나름 씹는 맛도 있고 사진처럼 이래저래 먹는 재미도 있긴 한데... 너무나 배가 고프고 지쳐 손발이 떨리는 상태에서 먹어 그런지 혀도 지쳐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에 한국에서 먹었던 바로 불 앞에서 구워 먹는 장어가 더 맛있었던 거 같습니다.

 

  그래도 내일부터 이어질 스테미너 보충에는 성공하고 숙소에 돌아와 여행 전날까지도 연구실에서 불태웠던 후유증과 함께 쓰러져 나고야에서 첫 밤을 맞이했습니다.

 

여행 2일차 시작

 

  어느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다행히 어젯밤 알람은 맞추고 잤네요. 무리한 실험의 스트레스로 얻어버린 불면증 때문에 어제 그렇게 몸은 힘들었는 데에도 정말 간신히 잠들었습니다. 전날 밤 편의점에서 뭔가 사서 아침으로 먹겠다는 조금이나마 있었던 계획은 어느 순간 머릿속 타노스가 스톤을 다 모았는지 깔끔하게 사라져 있었기에 공복 상태로 짐을 끌고 나고야역으로 향합니다. 이 정도로 잠만 잤다가 나오면 아무리 비즈니스호텔이라지만 아깝습니다.

 

  역으로 가는 길에 있던 메이드 카페 광고판. 메이드 카페에 가는 사람들이여 속지 말지어다. 어차피 요리는 안쪽에 계신 분들이 하리니. 모에모에 뀽! 전 애기븝미에양! 맛있어져랑! 같은 거 하지 말고 걍 옷만 입고 서빙만 해주고 이쁜 옷 구경이나 하는 곳이라면 환영인데 말이죠. 전 항마력이 부족하니 딱히 이번 여행에서 갈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버스 타기 전에 나고야역 안에 있는 도시락 가게에서 아침 겸 점심 도시락을 하나 사서 갑시다. 일본에 무진장 저렴한 도시락 가게가 있다는 유머글을 가끔씩 봅니다만 여기 도시락은 다 죄다 비쌉니다. 저녁 이외 한 끼 식비를 700엔 정도로 생각했는데 여기 가격을 보자마자 제 마음의 기준점을 1000엔으로 상향시켰습니다.

 

  고속버스를 탔는데 다행히 usb 충전장치가 있습니다. 그리고 간단한 트레이도 설치가 가능하네요. 도시락을 까먹을 수 있는지 타기 전에 직원분들에게 물어보긴 했습니다만 무릎 위에 두고 먹어야 되나 조금 걱정했기에 다행입니다.

 

  이번에 산 도시락은 나고야성 도시락입니다. 한자를 못 읽지만 아마 성 사진이 있으니 나고야성이란 거겠죠. 뭐 먹을까 한참 고민하다가 나고야라고 쓰여있는 이름만 보고 샀습니다. 이렇게 네임벨류란 것이 중요한 겁니다 여러분.

 

  맛은 글쌔요... 데워줄까요?라고 물어보지 않았기에 그냥 먹는 건가 싶어 가져왔습니다만 차갑게 식은 도시락은 그렇게 매력적이진 않았습니다. 기대했던 새우튀김과 돈가스는 이미 짜디짠 소스로 눅눅져있었습니다. 거기에 가장 큰 문제가 도시락 면적의 4분의 3 가량이 간장 베이스 맛내기입니다. 벌써부터 김치가 그리워지려 하는군요 훌쩍. 적어도 데웠다면 괜찮았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의외로 저 구석의 조그만 주먹밥이 가장 맛있었네요.

 

  버스를 타고 가다 중간에 조그만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휴게시간이 짧아 뭐 먹긴 힘들지요. 그래도 한국 휴게소에는 없는 메뉴들이 신선합니다.

 

  맑은 하늘. 따듯한 날씨. 이제 막 피기 시작하려는 벚꽃. 다행히 하늘도 맑고 봄을 맞이해 이제 따듯해 지려라 봅니다.

 

  어느 산을 관통하는 터널을 지나는 순간 눈 쌓인 산이 반겨주더니, 심지어 터널을 하나 더 지나니 눈이 내리고 있습니다! 이런 날씨에 정말로 오늘 그 이키바나 축제를 할 수나 있을까요?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어찌 눈 속을 뚫으며 예정시간보다 늦게 타카야마 버스 터미널에 도착했지만 이키비나 축제를 하는 히다이치노미야는 여기서 좀 더 떨어져 있습니다. JR 기차역에서 기차로 가려고 했더니 다음 기차가 1시 반이랩니다. 으헉? 어제 체크했던 구글맵 경로엔 여기에 버스로 도착하고 바로 기차가 하나 있었을 텐데 착각이었을까요? 

 

  그렇게 멘붕 하다가 방금 있었던 버스터미널로 가서 안내원에게 물어보니 다행히 타카야마에서 게로 온천으로 가는 버스가 있는데 이 버스가 도중에 히다이치노미야를 들린다고 해주십니다. 버스 시간표를 주며 메인펜으로 표시도 해주심니다. 대략 1시간마다 하나씩 버스가 있는데 다행히도 바로 다음에 12시 20분에 도착하는 버스가 있었습니다. 조금만 늦었다면 축제가 시작하고서야 갈 뻔했네요.

 

  그런데 이 가까운 타카야마의 버스 터미널이나 JR기차역에서조차 딱히 이 히다이치노미야의 이키비나 축제에 대한 것은 포스터 한 장조차 보지 못 했습니다. 히나마츠리에 대한 내용은 간간히 보이긴 한데... 진짜 하긴 하는 건가? 불안감은 더해지고 있습니다.

 

 고속버스는 아니고 매 정류장마다 정차하며 가는 천천히 가는 마을버스지만 히다이치노미야가 그렇게 먼 곳은 아니기에 잠시 멍 때리면 금방 도착합니다. 시골이라 그런지는 몰라도 구글맵에 없는 경로로 더듬어 가니 묘하게 여행의 맛이 나기 시작합니다.

 

  버스에서 관광객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그럴듯한 장소로 가길래 따라갑니다. 다행히도 이키비나 축제를 하긴 하나 보네요. 그런데도 타카야마쪽에서조차 아무런 정보가 없다니.

 

  행사의 하이라이트 이키비나 행렬 출발은 오후 1시부터입니다. 애니메이션에선 오전 11시부터라 사람들이 훨씬 정신없이 바빴었죠. 예전에 있던 빙과 물건 판매 시간은 이젠 없나 봅니다.

 

 축제를 준비하는 사람들과... 어? 빙과 물건을 파는 가판대가 커다랗게 있습니다. 슬슬 잊혀지나 했는데 아직 하고 계셨군요. 하나밖에 남지 않은 빙과 문집이 그려진 만쥬와 이유는 몰라도 히다규가 포함된 인스턴트 카레 1인분을 집었습니다. 나머지는 빙과라고 적힌 쿠키와 무슨 천, SD화된 열쇠고리 등이 있습니다.

 

  ... 그리고 빙과 쌀이 있습니다. 어째서? 그러고 보니 치탄다 집안이 농사를 해서 그런 걸까요. 저걸로 밥을 지어서 주먹밥을 만들어 먹는 인증을 하는 사람이 어딘가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난로에서 끓이고 있는 감주를 하나 샀습니다. 아까 버스보다는 해가 나오긴 했어도 강한 바람에 나무 위에 쌓인 눈이 흩날릴 정도로 추워서 따뜻한 한 모금이 간절하네요.

 

 시작하기 전에 한 바퀴 돌아봅니다. 한 구석에 이전 이키비나 축제의 사진들이 있네요. 이번엔 어떤 분이 이키비나를 맡게 될까요? 앞에 있는 히나마츠리 일본 전통 인형들은 은근히 무섭습니다.

 

  나중에 게로 온천에 갔을 때 만날 예정이었던 개구리를 벌써 만나고 말았네요. 등 뒤에 개구리가 두 마리 있다는 것은... 혹시 양다리?

 

  역시 이런 장소에는 이런 그림 그려진 나무판 하나 없으면 아쉽지요? 작년에 오신 분들이 고퀄 그림을 그리고 가셨습니다.

 

  아무래도 시치고산과 관련된 것이라 그럴까요? 어린아이들도 분장해서 부모님과 함께 이키비나 행렬에 참가합니다. 행렬 이후 나중에 신사 안에서 무슨 의식을 한번 더 진행하는 것 같더군요.

 

 

"아... 이런... 좋지 않아. 이건 좋지 않아." - 빙과 22화 중

 

  오후 1시가 조금 지나자 이키비나가 등장하고 행렬이 출발했습니다! 다행히 다들 분 떡칠은 아니고 적당히 하얗게 분장했습니다. 이키비나를 맡으신 만큼인지 상당히 예쁘신 분입니다. 사실 자연스럽게 머리를 내려뜨렸으면 더 예쁜 분이지 않을까요 ㅎㅎ 

 

  워낙에 사람이 많아서 힘들긴 하겠지만 이제부터 행렬 참가자 말고는 최대한 모자이크를 넣으려고 합니다. 힘들긴 하겠지만요 ㅜㅜ

 

 행렬은 생각 이상으로 상당히 깁니다. 이 와중에 이키비나 맡으신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미묘하게 옅은 웃음을 계속 유지하더군요. 대단합니다.

 

 

 

 뭔지는 몰라도 대나무 든 도깨비가 행렬의 선두에 서서 대나무로 탁탁 치며 나아갑니다. 꼬맹이들이 옆에서 장난스럽게 도깨비는 밖으로~ 하며 도깨비들을 괴롭히곤 합니다.

 

" (전략) 하지만 오늘은 그저 오비나 역일 뿐이야. 이런 느긋한 신분에 거짓말은 나오지 않아. " - 빙과 22화 중

 

  그런데 이키비나 말고도 이 앞장선 검은 옷을 입으신 분도 꽤 한 미모하고 계십니다. 검은 옷을 입은 오비나 역은 히나 인형에서 일왕에 해당하지요. 역할이 역할인지 처음에 출발할 때 잠시 이키비나와 이야기할 때 빼곤 시종일관 딱딱한 표정으로 걷고 있었지만요.

 

 오기 전까진 대체 축제를 하나마나 걱정했는데 와보니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다들 행렬을 둘러싸서 사진 찍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행렬이 걸어다는 도중 잠깐잠깐 멈추면서 사진 찍는 시간까지 주네요 ㅎㅎㅎ 나중에 보니 사진 콘테스트까지 있어서 그런지 다들 장비가 후덜덜합니다.

 

  오는 도중에 눈이 오는 것을 보다시피 여긴 아직 손이 얼 정도로 추워서 벚꽃도 아직 꽃망울만 생긴 것을 볼 수 있습니다. 빙과 애니메이션처럼 이때쯤에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려면 이상기후라 생각될 정도로 따듯해야 할 것입니다.

 

   빙과에선 양산을 드는 사람이 두 명이 있어 이키비나에 호타로가 붙어 갔습니다만 이번 행렬을 보니 앞에 오비나 역과 뒤에 어떤 남자 역에만 양산이 붙어 있습니다. 때문에 작중 호타로처럼 이키비나의 뒷덜미를 힐끔힐끔 쳐다볼 수는 없지요 ㅎㅎㅎ

 

  이게 그 빙과에서 공사 중이었던 것으로 나온 쵸큐교로 보이는 강을 건너는 다리에 행렬이 도착합니다. 다만 애니메이션을 본 머릿속 기억과 대조하니 빙과의 지형지물 묘사와 실제 지형은 꽤나 차이가 큽니다. 다리의 이름도 다르네요. 신사 이외엔 다 창작이라 봐도 무방할 정도.

 

  실제로 이키비나 행렬이 가는 루트는 빙과에서 묘사된 것과 달리 상당히 짧습니다. 원래 건너기로 예정된 첫 번째 다리까지의 거리가 빙과에선 훨씬 멀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글에서 저 다리를 쵸큐교 다리라고 부르기로 한 이유는 저 다리와 그다음 다리 사이의 풍경이 빙과에서 묘사된 것과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그건 또 나중에 이 근처를 산책하며 이야기하도록 하죠! 다만 다리와 근처 배경은 신사 토리이 바로 앞의 조그만 다리가 모티브입니다.

 

  이 다리 다음에 빙과에서 대신 건너는 토오지교 다리(지형적으로 볼 때)는 굉장히 멀리 있습니다. 지금 행렬도 느릿느릿 느긋하게 진행하는데 저기까지 갔다간 금세 저녁 먹을 때가 되어버리겠네요.

 

  

  어랏 찍다 보니 오비나 역이 활짝 웃으시는 사진 GET~

 

그러고 보니 아마 무사 역할인 것 같은 이분의 외모도 지지 않습니다.  쿄애니가 괜히 조연을 이쁘게 그린 건 아니었군요.

 

다리를 건너 조금만 더 걸어가면 있는 히다이치노미야 전철역에서 사진 타임. 그동안 어둑했다가 이제야 해가 구름 사이로 나와 비추기 시작해서 다들 눈을 게슴츠레 뜨고 계십니다. 애니메이션처럼 강 양쪽을 한 바퀴 돌진 않고 이 역에서 이대로 U턴한뒤 아까 다리로 다시 건너 돌아옵니다. 생각보다 루트가 짧지요?

 

나고야 TV에서도 찍으러 왔습니다. 오늘 뉴스에서 나올지도 모르겠네요.

 

  신사에 도착해 토리이 아래서 다시 한번 SUPER 촬영 TIME~! 이외에도 중요 포인트마다 멈춰서 찰영 타임을 중간중간 가지면서 행렬을 진행했기에 짧은 루트지만 거의 한 시간이 쓱 지났네요.

 

  이런 축제에 와보면 할아버지들의 장비를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셀카봉의 최종 진화 형태군요.

 

  신사에 들어와 행렬에 흐트러진 몸가짐을 정리하고 본전 안으로 들어가 분장한 어린아이들과 부모님들이 함께 불결함을 씻어내는 의식을 진행하러 가며 이키비나 행렬을 끝이 납니다. 안쪽에서 뭘 하는지는 볼 수 없어 이제 돌아가 볼까 합니다.

 

  호오 이 뒤에도 아직 일정이 남아있습니다. 이 히다이치노미야를 주제로 작곡한 곡을 합창하거나, 전통음악에 맞춘 전통 춤 등이 뒤이어 공연을 하길래 조금 지켜봅니다.

 

 

  가볍게 점심 겸 간식을 여기에 설치된 간단한 포장마차에서 해결했습니다. 돈지루(돼지 된장국)와 사토시가 먹고 있던 것 같은 만쥬 튀김 그리고 주먹밥입니다. 상당히 추운데 손은 내밀고 사진을 찍으며 느릿느릿 걷다 보니 이 따듯한 국물이 매우 그리웠습니다. 그런데 날씨가 추워서 그런지 금세 식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김을 내뿜고 있으니 이 얼마나 추운 날씨인지.

 

  다른 한쪽에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온소바도 팔던데 차가운 주먹밥에 식은 돈지루를 먹다 보니 조금 부럽습니다. 이제 행렬 구경은 다 했으니 빙과 무대탐방 사진찍기를 시작합니다! 일단 신사부터겠네요.

 

일단 여기부터 시작해보죠. 미나시 신사의 이키비나 축제의 판넬부터 한 장 찍습니다.

 

  참 그러고 보니 무대탐방이란 앱(https://play.google.com/store/apps/details?id=jp.linknetwork.anitrip&hl=ko)이 있어서 이렇게도 찍어보았습니다. GPS와 연동해서 맵에 각 배경의 위치를 띄워주고, 사진 찍을 때 애니메이션에서 나왔던 화면도 같이 보여주는 등 재미난 기능이 많아서 빙과 무대 탐방때는 요긴하게 사용했습니다. 이번 무대탐방 사진에는 이 AR 사진들을 올려볼까요?

 

 

 

  미나미 신사를 빠르게 한 바퀴 돌며 찍었으니 이제 여기 히다이치노미야를 느긋하게 산책이나 하러 가시죠.

 

  신사를 나와서 애니메이션처럼 다리가 수리 중이었다면 이키비나 행렬이 더 나아갔을 길을 걸으러 가봅니다. 아까 건넌 다리에서 다른 다리까지 갑시다.

 

 

" 치탄다가 보이질 않아. 신경 쓰여. 신경 쓰인다. " - 빙과 22화 중 -

 

  그 다리를 지난뒤의 강변의 길을 들어서면 벚나무가 가득합니다! 상당한 이상기온으로 벚꽃이 이키비나 축제할 때쯤 펴서 이쪽길로 행렬이 이동했다면 그 자체로 그림이 되라라 의심치 않을 벚나무 터널입니다. 빙과에서 굳이 이 길로 유도했던 그 금발의 기분이 이해가 되네요. 지금이야 앙상하지만 벚꽃이 필때의 광경을 상상하니 차라리 이키비나 축제를 뒤로 미루면 안 되나 하는 생각까지 듭니다. 

 

  피지 않은 벚꽃길을 10분 정도 걷다 보니 드디어 대신 건넜을 토오지교 다리입니다. 다만 보듯 이전 다리와 마찬가지로 이름도 크기도 다르지만요. 하지만 그 두 다리 사이에 있는 벚꽃길과 돌아오는 길에 있는 그 벚나무를 보면 전체적인 모티브는 여기서 따온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이쪽으로 행렬이 진행된다면 2시간은 걸렸을 것 같아요.

 

" 그래, 철에 맞지 않게 핀 벚꽃이다. 오늘의 루트만으로밖에 볼 수 없는 거지. " - 빙과 22화 중 -

 

  빙과에서 다리를 건넌 다음 본격적으로 벚꽃들이 보인 것처럼 여기에도 강변 반대쪽까지 벚나무로 이루어진 터널이 있습니다. 이 시기에 와서 이키비나 축제를 보는 것도 좋지만 벚꽃이 필 시기에 여기서 벚꽃들도 한번 구경해보고 싶습니다. 다만 음식점이 있기는 한지 의심스러운 오래된 마을이라 든든히 배를 채운 뒤에 가야 할 겁니다.

 

  지나가다 죽창이 떨어진 게 있어 어렸을 적 추억과 함께 가지고 놀면서 걸어갑니다. 어렸을 때가 아무래도 더 잘 휘둘렀던 거 같아요. 풍차돌리기, 8자 돌리기며 해보다가 바람에 언 손이 고통을 호소해 놓아주었습니다.

 

  그대로 걸어가다 만나는 아까 이키비나 행렬이 U턴했던 조그마한 역에 도착해 반대쪽으로 넘어가면

 

  행렬 도중과 애니메이션 최후반부 엔딩을 장식한 많은 버팀목에 기댄 커다란 벚나무의 모티브인 와룡 벚나무가 있습니다. 다른 벚나무와 마찬가지로 앙상할 뿐이지만 벚꽃철에는 타카야마에서도 화려한 축제를 한다고 하니 그 시기에 맞춰서 휴가를 따낸 분이라면 한번 놀러 와도 좋을 것입니다.

 

 

  슬슬 산책하다 이제 돌아가려 하니 버스는 앞으로 2시간 뒤, 전철은 앞으로 1시간 뒤에나 온답니다. 더 이상 어딜 돌아다니기엔 첫날부터 너무 힘을 쓰는 것 같아 그대로 역에서 멍 때립니다. 한 시간에 한번 꼴로 타카야마에 돌아가는 기차가 오는데 방금 지나간 모양입니다. 오늘 원래 계획은 이후 시간이 되면 히다후루카와에 들렸다가 타카야마로 돌아가려 했는데 이미 시간이 늦어져서 이만 타카야마의 숙소에 가서 쉬기로 합니다. 

 

  역에서 멍 때리다가 기차를 타고 타카야마에 도착해 잠시 역의 기념품점을 물색합니다. 이전엔 신경도 안 썼는데 이젠 기념품을 줘야 하는 사람이 늘어나서 여행 갈 때마다 늘 고민입니다. 이 지역엔 여기 도착하자마자 봤던 사루보보라는 인형이 주력상품입니다. 어머니가 딸에게 이것저것 기원하며 주는 선물이었다더군요. 그리고 가격이 상당한 '끈' 기념품이 있는데 그건 내일 이야기하기로 하...

 

  오 이런... 이 사람들 결국 저질렀군요. 너의 이름은의 미즈하 자매와 비슷한 캐릭터가 있는 무녀술이 있습니다. 다행히 라벨을 보건대 미인주-쿠치카미자케 방식으로 만들지 않은 것이 일말의 양심일까요?

 

 

  역을 나와 숙소로 가는 도중 반가운 포스터들이 있습니다. 왼쪽은 지금까지 썼던 무대탐방 앱 광고 포스토도 있네요. 빛바랜 포스터가 빙과 방영부터 시간이 꽤 지났음을 다시 한번 상기시켜줍니다.

 

  오늘은 값싼 게스트하우스입니다~ 혼자서 다니니 샤워와 잠만 자는 용도인 숙소는 비즈니스호텔조차 비싸게 느껴지네요. 샤워할 때 뜨거운 물만 팍팍 나오면 됩니다. 다만 대부분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한 사람에 할당된 콘센트는 하나이니 멀티탭을 챙겨가는 건 필수입니다. 오늘은 이만 저녁 먹고 푹 쓰러져야겠습니다. 오늘의 무대탐방은 이걸로 종료~!

 

  오늘 밥을 영 대충 때우면서 돌아다녔으니 저녁은 호화롭게 갑니다! 이 근처의 특산품 히다규 야키니쿠!!! 한국에서 못 해본 혼밥족의 최고봉 고기구이를 일본에서 해보게 될 줄이야. 헌데 역 근처에 있는 커다란 야키니쿠점으로 오고 보니 사람이 워낙 많아서 예약판에 이름을 적어두고 오~래 기다려야 합니다. 7시 좀 너머에 갔는데도 거진 한 시간 반을 기다렸네요. 예약판을 쓸쩍 보니 저 말고도 혼밥족이 꽤 많네요.

 

  기다리는 동안 점내에 조그만하게 마련된 기념품들을 좀 구경할까요? 돼지해여서 그런지 몰라도 돼지모양의 귀여운 사루보보도 있습니다. 아는 사람 중에 돼지띠가 있으니 하나 사가긴 하는데 엄청 비쌉니다. 히다규 0.5~1인분 값이군요 흑.

 

  이 지역을 돌아다니는 내내 이 감자튀김을 대체 무슨 맛인가 싶었습니다. 감자튀김에 쇠고기 맛 나면 괜히 슬퍼질 것 같은데 말이죠. 대충 바비큐 맛 감자칩 같은 걸까요?

 

  그냥 기다리긴 뭐하니 메뉴판을 보며 미리 뭘 먹을지 정합시다. 일본 3대 소고기 중 하나라는 히다규답게 가격도 자비 없습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마블링을 보니 오늘 기름칠은 단디 하겠네요. 이번 여행, 먹을 땐 먹기로 어제 정하긴 했는데 단품의 가격이 무자비하기도 하고 거기에 몇 g인지도 모르겠어서 대체 어느 정도나 먹어야 할지 가늠도 되질 않습니다.   한참 고민했는데 적절한 가격인 1인용 세트가 있어 그걸로 먹기로 하지요.

 

  뭔가 혼자서 6명은 들어갈 듯한 넓은 자리를 차지하니 괜히 가슴이 뿌듯합니다. 옆에는 저와 같이 혼자서 오신 분들이 계셨습니다.

 

  고기와 같이 시킨 샐러드 밥 된장국 세트. 이렇게 보니 고기가 몇 점 되어 보이지는 않는데 윤이 나는 것이 미칠 지경입니다. 요즘 운동한답시고 단백질을 외치느라 일부로 낮은 등급 고기만 먹었는데 이런 마블링을 오랜만에, 아니 이 정도로 지방이 촘촘하게 박힌 것은 처음 봅니다.

 

  귀한 몸이니 일단 2점만 살그머니 올려 모든 신경을 집중해 굽기 시작합니다. 그동안 소고기 구워온 솜씨를 이때 발휘해야죠. 아래 연탄처럼 생겨먹은 구멍 아래 사실 가스불이 타고 있습니다. 보통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위에서 내려오는 환풍기가 아니라 옆부분에 길쭉한 구멍들로 환풍이 되는데 이쪽이 굽기에 덜 불편해서 편하긴 하네요. 한국에선 가끔씩만 보입니다만 숯불은 더 연기가 많이 나기 때문에 힘든 거려나요? 아니면 제가 한국에서 고급 소고기집을 못 가 봐서 모르는 거겠죠 흑.

 

  앞뒤로 살짝 구어 새하얀 밥에 살그머니 올려 먹으니. 하아...... 너무나 부드러운 조직에서 순식간에 기름과 육즙이 흘러나와 혀가 황홀해집니다. 너무 부드러워 씹는 것조차 아깝습니다. 

 

  고기에서 송송 흘러나온 기름이 사정없이 끓다가 떨어져 불이 붙습니다. 고기 기름이 표면에서 부글부글 거리는 뒤집은 순간 보이는 광경에 할 말을 잃고 감상합니다.

 

  결국 못 참고 그나마 싼 갈빗살을 하나 더 시켰습니다. 그러나 마블링이 죽이는 만큼 느끼함은 제곱이 되어 추가로 시킨 갈빗살은 맛은 여전합니다만 넘기기가 조금 힘들었습니다. 김치라도 있었으면 좋겠다만. 하지만 다 추가 요금이죠. 먹을 것에 아끼지 않는다곤 했지만 묘하게 그걸 시키긴 아깝습니다.

 

  그러고 보니 여긴 식사 메뉴로 비빔밥이나 시장국밥도 팝니다. 일본 야키니쿠집의 유래를 보자면 이해는 되는데 한국사람도 이런 고기를 먹고 후식으로 또 기름진 비빔밥은 힘들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며 갈빗살을 마무리합니다.

 

  계산할 때 한국 고깃집처럼 박하사탕을 주는데 작지만 매우 강렬한 녀석입니다. 입안이 기름으로 가득해 느글느글함이 씻겨 내려가며 시원해지지만 한편 그 기름맛이 사라지는 게 아쉽기도 합니다.

 

 이맘때다 보니 이 고깃집을 포함해 여기저기 하니마츠리 장식이 많습니다. 이것도 상당히 간략화된 편이겠지요?

 

  만족스런 저녁의 여운과 함께 숙소로 돌아와 잠시 구경하다 본 세계지도. 어째선지 몰라도 태국과 베트남에서 온 사람들이 서로 경쟁하듯 이곳에 왔답니다.

 

  저녁에 먹었던 고기의 기억을 안주삼아 오늘 밤은 이 맥주인지 칵테일인지 모를 캔을 하나 따서 마무리합니다. 아마 대충 사랑의 스콜 white sour? 제목만 봐선 도저히 무슨 맛인지 모르겠는데 먹어보니 약간 달달한 요거트에 보드카 살짝 탄 칵테일 같은 맛입니다. 달달하고 부드럽지만 나름 알코올을 주장해 살짝 멍해진 머릿속으로 내일은 타카야마를 돌아다니며 본격적인 빙과 무대탐방을 하니 매우 긴 하루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오늘 밤이 지나갑니다.

 

 

= 오늘의 루트 =

한국 - 나고야 주부 국제공항 - 나고야시 - (버스) - 타카야마시 - (버스) - 히다이치노미야 - (기차) - 타카야마시

참고한 빙과 무대탐방 구글맵

https://goo.gl/maps/coxFbxJQ1bmHHyZt7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D2STSOlqddalD3KnisOwi3rCKhY&ll=35.51220800821844%2C137.37012099999993&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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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얼마전에 일본에 다녀왔습니다.

 

5박 6일. 오랜만에 긴 여행. 휴가를 받는 과정도 힘들었지만, 그만큼 시간이 없어 정말로 비행기 날짜와 대략적인 일정만을 간신히 잡고 훌쩍 떠난 여행이였습니다. 

이 가져온 것들만 봐도 대충 어디 갔다왔는지 아실 분은 아실듯 싶습니다

아무튼 그 무대탐방을 겸한 여행에 대한 이야기는 1000장에 달하는 사진을 일단 어떤걸 업로드할지 정리하면서 차차 해외여행편에서 썰을 풀기로 하고

 

오늘의 주제는 음식 포스팅답게 저 오른쪽 구석이 있는 닛산 컵누들의 신제품 미소(된장맛) 컵라면 입니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것 같다고요?

 

옙 그 슈-퍼 AI 키즈나 아이가 광고하는 그 컵라면입니다. 이눔아 왜 컵라면 CM에 출현했는데 먹지를 못해ㅜㅜ 그래선지 웬 아저씨가 대신 CM먹방을 맛깔나게 찍는 안습함을 자랑하는 CM입니다.

 

  자 저도 이녀석 앞에서 먹방을 찍어보겠습니다.

 

건더기가 풍부~ 하기사 하나에 1800원짜리 컵라면인데

  열자마자 미소된장냄새가 강하게 풍김니다. 그런데 왤까요? 짠맛은 분명 냄새로 느낄 수 없을텐데 벌써부터 짠맛이 입에 돕니다. 그러고보니 일본의 면 요리는 죄다 짯어.

야야 침떨어진다

  역시 이런건 라면CM에서 조차 못 먹는 AI 앞에서 먹어줘야 제맛이죠.

 

 딱딱한 면을 좋아하는지라 뜨거운 물 붓고 2분쯤 지난뒤 휘휘 한번 저어주며 조금만 더 익히고

 

바로 앞에서 염장질을 위해 한번 공중에서 흔들어주며 냄새를 사방에 풍기고 먹으면 맛이 두배!

 

뺏어먹는 라면이 세상에서 가장 맛있다고 하지만, 그 뺏어먹는 걸 봉쇄할수 있는 환경이라면 남들이 지켜보는 앞에서 대놓고 먹는 라면의 맛 또한 지지 않죠. 비슷한 예로는 남들보다 반박자 빠르게 먹는 PC방의 참깨라면이 있겠습니다.

 

  오호. 생각 이상으로 구수하고 진한 국물이 입술부터 시작해 온 입속 점막을 후려칩니다. 다른말로 하면 된장 맛이 섞인 강렬한 소금맛과 아미노산 가득한 조미료맛이 개쩐다는 거죠.

 

  어설프게 건강을 생각하다 맛을 잃은 라면들이 살그머니 전두엽을 지나가다 발뻗어 눈물샘을 자극하는 맛입니다.

 

라면 CM에 나왔는데 왜 먹지를 못하누 이AI야...왜 먹지를 못해

  암튼 신제품 미소 컵누들은 꽤 맛있었습니다. 진한 된장향과 함께 더해진 감칠맛 덕택인지 예전에 먹었던 seafood 맛보다 더 맛있는 것 같습니다. 다시 말하면 환기가 힘든 방에서 먹었다간 냄새가 잘 안 빠져나간다는 거죠. 덕분에 좀 추웠습니다. 안그래도 오늘 꽃샘추위였는데 젠장.

 

   같이 광고하는 다른 시오(소금맛) 라멘하고 뭐 또 하나도 사오려고 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가져온 건 이거 하나. 여행 도중에 보긴 했는데 그때 사면 짐이 될것 같은데다가, 마지막 쌓은 동전처리 겸 공항 편의점까지 존버를 했었죠. 하지만 마치 절정이 지나간 끝물에 존버하곤 했던 지난 제 시간처럼, 시간이 없어 서둘러 출국 수속하고 면세품점의 편의점으로 갔더니 흔한 seafood 밖에 없었습니다 된장.

 

집에 갈 날이라 심신 다 지쳤을 때 어디선가 들려온 목소리

  그나마 이 미소맛이라도 공항으로 가는 기차 타기전에 전철역 편의점에서 구했기 망정이죠. 그때 불현듯 몸을 스치고 지나간 신의 목소리를 듣고 뭔가에 홀린듯이 하나 사들고 공항으로 가는 전철에 몸을 던졌습니다. 그 때 아니였으면 이 미소맛도 못 먹어볼 뻔했네요. 이게 다 FSM님 덕분입니다. 라멘!

 

 

추가

 그 케무리쿠사의 츠키미(달구경) 라멘도 먹어볼려고 했는데 지나가는 편의점-페밀리마트에선 안보이더군요. 어디에서 따로 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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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속도가 느린 연재입니다만, 이제 배필3를 접었으니 더 빨리 쓸수 있을 거라고 희망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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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1일


쿨럭.

방이 춥다. 너무 춥다.

8시에 일어났으나 이불의 온기에 온몸을 방어하며 있다보니...

8시 30분 -_-;

그래요. 이미 우리는 편안함에 찌들어 있는 거에요. 여행은 힘든 겁니다. 대학 들어와서 운동도 별로 안한 녀석들이 갑작스럽게 가기는 체력이 부족하고 부족한게죠.


음음 일단 늦은 아침을 먹으려고 식당에 왔습니다. 어제 사온 여러 음식들이 보이는군요.

이건 어제 오사카 난바거리에 있는 8b 크림롤빵 집에서 사온 빵 한조각 입니다.


꾸...꿀꺽




친구들이 사온 것은 인스턴트 라면입니다.


근데 라면 주제에 조리법이 복잡합니다;;;;



끓이고 면을 따로 빼서 뜨거운 물을 넣고 건더기와 소스를 넣고 etc etc -_-;



어찌됫든 오늘의 아침 완성~



라면은 평벙한 간장맛이였습니다 ㅋㅋㅋ




이제와서 기억하시는 분이 있으실진 모르겠습니다만 첫째날에서 나오는 빌딩이 보입니다 ㅋ.



날씨가 맑으니 유스호스텔에서도 보이더군요


왠지 유스호스텔에 있는 하회탈 장식 ㅋㅋㅋㅋ. 누가 가져왔을까요?


이래저래 하다보니 결국 오늘도 9시 30분에 출발했습니다 ㅋㅋㅋ



일단 오늘 오전에 갈 곳은 '호류지' 입니다. 원래 오늘 하루는 나라 공원에만 있을려고 했는데 시간이 애매하기도 하고 해서 들려보러 가는 겁니다.



이런 풍경을 보면 왠지 일본같네요 ㅋ



위에 지도에서 보이는 것처럼 버스정류장이 가깝기에 버스를 타고 가기로 했지요.

일본에서 처음 타보는 버스입니다 *_* 저기 운전석 위에 있는 전광판에 요금이 표시되는데 조금씩 올라가는게 무진장 무섭습니다 ㅎㄷㄷ



참 의자 배열이 특이하더군요. 그리고 휠체어 전용 석은 여기서 처음 봤네요. 요즘엔 우리나라 파란 버스에서도 자주 보이지만요 ㅎ



호류지 도착!


근데 별건 없습니다.

우리나라 절이 일본식 정원 풍으로 단장되었다 쯤으로 표현하면 되겠군요.


맨날 산골짜기에 있는 절만 보다가 이렇게 평원에 있는 절을 보니 신기하긴 합니다.



그러니 이렇게나 과감하게 넓을 수 있는 거겠지요 ㅎㄷ.


하지만 불교신자도 아니고, 건물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한국에서 이미 절이란 절은 여기저기 끌려다녔던 저에겐 역시 절은 감흥이 없구려.




고로 제 친구 A는 어느새 다른(?) 즐거움을 찾았습니다.




저랑 친구B는 멀리서 지켜봐 주기만 했습니다 ㅋㅋㅋ



대체 친구 A와 무슨 이야기를 했을까요? 물어봐도 가르쳐주지 않더군요 ㅋㅋ. 최소 이메일은 주고받을 줄 알았는데 말이죠.



아무튼 호류지의 존재 의미라고 하는 금당에 들어가려는데...



1000엔 이라굽쇼!!?!!

1000엔을 내고 들어가서 볼 수 있는 것은 달랑 금당 건물 하나.

세계 최고古의 목조 건물이라고 해도 우리에겐 일본의 듣보잡 절일뿐.

게다가 어제 친구 B가 지갑을 잃어버린 참.



결국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매표소에서 사진 한방

보존이 워낙 잘 되 있어서 최고 목조건물이란 느낌도 나지 않더군요.


아까 그분이 들어가는 것만 보고 왔습니다 ㅜㅜ ㅋ



결국 금당 이외에 주위에 있는 건물들이나 구경하기로 했습니다. 저건 금줄과 비슷한 걸까요?



왠지 절 안에 있는 사당같은 분위기가 드는게 묘합니다 -_-;



이런건 사당에서 절로 역수입 된 걸까요. 아니면 그 반대일까요. 아니면 원래 있었던 걸까요.



왠지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종각보다 포스가 떨어지는 느낌입니다. 애시당초 나무 굵기가 저거밖에 안되다니!



이것만 넘어가면... 금당 *_*


넘어가 볼까 1초정도 고민했답니다.



절에 일본식 정원 분위기가 나는게 신선합니다.



이런 쬐끄만 불상이 여기저기 퍼져 있습니다.



이정도로 하고 호류지는 이만 나서도록 하지요.  크고 편안한(?) 절이였습니다.


나라 JR역으로 가기 위해 JR역까지 걸어가는 중ing...

은근히 멉니다 -_-;



오전도 안 지났는데 벌써 지칩니다 -_-; 위에 사진에 나온 다리를 건너고 있지요.



헥헥 조금 헤멧지만 JR역에 도착~ 일본은 사제 열차 회사가 많아서 헷갈려요.



오후엔 오늘의 하이라이트 나라 공원!

근데 말이죠..

JR역부터 나라 공원까지는 은근히 멀답니다 -_-;

그래서 일단 중간의 산죠도리 상점가에서 점심을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근데 여기

비. 싸. 요.


아니 뭐 관광지 특수도 있고 하니 그렇다고 해도

비. 싸. 요.



결국 그렇게 20분은 헤멘 끝에 그렇저럭 합리적일까 말까 하는 가격의 집을 찾았습니다.


특이하게 카레 가루를 입한 치킨 라이스에 또 카레를 부어서 주는 카레오므라이스카레치킨라이스.


맛있습니다!


드디어 나라 공원으로 출발!

정말로 아담한 신사입니다 ; 이런 곳에 사는 신도 있나 보군요.



system : 사슴에 대한 귀염도가 200% 증가하셨습니다.




ㅎㄷㄷ




나라공원에 꽤나 넓기에 공원 입구에서 지도 하나 받아갑시다 :)



헥헥. JR역에서 한 30분은 걸어온 것 같습니다. 다음에 오게 되면 자전거라도 하나 빌려야 겠어요.


사슴이당!



사슴이당당!!




그렇지만 곧 들어나는 사슴의 무서움. 어떤 할머니에 비닐봉지 안에 있는 과자의 냄새를 감지하고 한 마리가 따라가자


그걸보고 사슴들이 순식간에 몰려들었습니다 ;  무서운 것들!


한글이 써있는 게 왠지 색다르군요.




여 여길 보렴!

친구 A : 이리온~
사슴 : 뭐 줄거에요? 줄거임? 손에 뭐 있음? (햘짝) 에이 없네.



먹이를 주는 시늉만 해도 무진장 몰려옵니다 ㅋㅋ. 아 확인하고 나선 가버리지만요.




왠지 손대기 무서웠습니다.




이 사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나라공원 첫번째 목적지인 카스가타이샤에 도착했습니다.

지도로 보면 나라공원 오른쪽 끝에 있어요. 헥헥.


...
 
근데 입장료 때문에 들어가진 않았습니다. 돈이 없어요 돈이.


입구에서 오미쿠지나 하나 뽑고 갔지요 ㅋ. 이번에 나온 친구A의 오미쿠지는 중길.


카스가타이샤 신사의 특징인 수많은 등롱들입니다. 저거 다 안을 개조해서 전구라도 넣어두면 야경이 끝내줄 텐데 아쉽네요.


아 참고로 여긴 사슴신이 있다고 합니다. 사슴신 동상 샘물에서 한 컷 ㅋ



이런 조그만 신사가 정말 많군요.

진심으로 비는 사람도 있는 것 같고 말이죠. 왠지 저런 큰 신사보다 더 정감이 갑니다 ㅎㅎ




나라공원이 워낙 넓어 벌써 오후늦은 시간이 되었네요. 사슴들이 다들 쉬고 있습니다 ㅋㅋ



레알 표정이 자비롭지 않습니까. 오오 사슴신 오오.


정말로 귀여운 녀석ㄷ..


헉.


사슴 : 훗. 놀랐냐? 아직 내공이 부족하군

사슴 : 카메라 초보자 녀석 같으니, 이쪽이 얼짱각도란다. 훗

사슴 : 또 먹이 낚시냐? 질리지도 않는군.

또 낚시를 시도했으나 이미 파악당한 친구A


여.. 여긴 어디지?

길을 한번 잃었습니다ㅋㅋ 나라공원 동쪽 반대편에서 한참 헤맷네요. 여러 앙증맞은 다양한 경차가 눈에 띕니다 ㅎ



신사에서 언덕 두개쯤 넘어 있는 니가츠도 절.

무엇보다 여긴 입장료가 무료입니다!!!!!! 이것이 부처님의 자비로우심인가!!



여기 전망이 참 좋습니다 ㅎ 넓은 나라공원을 돌아다니느라 혹사당한 다리가 쉬기엔 딱이네요.



여기도 등롱이 많습니다 그려.


위에 것을 찍는 절 찍은 친구 B


절내 풍경을 찍는 저를 찍는 친구B를 찍는 친구 A가 찍은 사진. 카셉션?



멀리서 보이는 우든 롤러코스터.
왠지 우든 롤러코스터를 보니 에버랜드에 있었던 그 우든 롤러코스터가 생각나지 말입니다.
그건 정말 무섭지 말입니다.
왜 탓는지 말입니다.



절 아래 있던 샘물. 소소하게 쓰인 음용수가 아니라는 표지


근데 그러면 마시고 싶어지는게 젊은 것들의 혈기☆    는 아닌가?



북쪽에 있는 주택가를 통해 내려오고 있습니다.



작은 절, 작은 신사에 이어 이젠 작은... 머죠 이게? 앞치마 비슷한게 입혀져 있고? 음?

일본엔 작은게 참 많군요. 누구든지 작은 먼가를 건드리면 ㅈ..아니 아님니다.

또 낚시를 시도하나 이번엔 전부 무시하는 만렙 사슴들.


헌데 그러고보니 사슴이 여기저기 많으니 당연한 거지만 아직까지 인식을 못 한게 있는데,


길바닥에 사슴 똥 천지입니다.



확대해서 보여드림니다



우리는 급히 신발 바닥을 확인했으나, 이미...

사슴 조심하세요..



여기가 대불전이 있는 토다이지 입니다. 아 다이부츠덴이 있는 동대지 이라고 해야되나. 음 이게 아닌가?

여기가 바로 다이부츠덴! 혹은 대불전!


이런 굉장히 유명한 걸 보는데 입장료가 500엔 밖에 안됩니다!

그런데 일정에 조심하십시오

이거 11~2월엔 4:30까지밖에 운영 안합니다 -_-;


저흰 간신히 4:20에 도착;;;;;;;;



이게 그 유명한 대불입니다.



무진장 큽니다.

옆에 있는 금불상도 큽니다.


구석에 서있는 저것도 큽니다.


이렇게 사진으로는 그 크기를 설명하기 힘드므로 예를 들자면,


여기 한 기둥에 구멍이 뚤려있습니다.


이 사람이 간신히 지나갈 만한 꽤 큰 구멍이 바로 저 대불의 콧구멍 크기라고 합니다. ㅎㄷㄷ

저 구멍을 지나가면 1년치 액땜이 된다고 하더군요.

근데 예전의 에바스 신사도 그렇고 왜 꼭 일년치일까요. 아 이것이 상술인가.



전 공간이 무진장 남더군요 ㅜㅜ. 마를데로 마를 몸이라 말이지요.

위에 저 중국인 아저씨는 밖에서 사람들이 팔을 끌어당기고 나서야 간신히 통과하더군요 :)

가끔 몸이 끼는 사고가 일어날 것만 같습니다 ㅋ


머 머리에 사슴뿔이 달려있는 스님 열쇠고리라니.


절대 달고 싶지 않군.



밖에 나왔더니 벌써 해가 뉘역뉘역 지기 시작합니다.


1초 후 이해하게 되는 무서움.jpg


결국에 낚시에 성공하신 친구 A



ANG?


기념품 가게에서 발견한 사슴 인형.

귀엽고 귀엽고 귀여워서 귀요미라 결국 지르고 말았습니다.

또한 전 결국 사슴의 귀여움을 참지 못하고 사슴 전병까지 샀습니다.

살 때 조심하세요. 사슴 전병을 파는 근처에 사슴들이 잔뜩 모여있습니다.

'사기만 하면 달려듭니다'

'무섭게 달려듭니다'

'제 앞에서 샀던 분은 사자마자 털렸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친구들이 주의를 환기하고 전 재빨리 사는 식으로 샀네요 ㅋㅋ



인간 VS 사슴

저기 멀리 보이는 것이 그 흉포한 귀여움을 가지고 있다는 사슴입니다. 이런 저를 본 것 같군요.

이럴 때는 당황하지 말고 다가갑시다.


저거, 주는 사람 입장에서 보면 무진장 무섭습니다. 순간적으로 튼튼한 이빨들이 보이는데...으헉헉.

손이 깨물릴 것 같아요.

저 목 쭉 뻗은 것 좀 보십시오. 눈에 보이지 않는 속도로 달려듭니다.


오른쪽 구석에 먹이를 노리는 매의 눈빛.


슬슬 무서워집니다..

사슴A : 저게 그 고갱님?
사슴B : 알고보니 호갱님이라네봐!
사슴C : 모두 꺼졋! 전병은 내거다!

소식을 들은 사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습니다;;;;;;;;


뭐 아직까진 전병을 보채는 사슴들이 귀엽네요.


귀엽...지요?


먹이를 노리는 귀여..운 허리 돌림이지...요?



귀여...



전병을 주지 않으면 유혈사태가 일어날 것이오.


사슴 : 나 비싼사슴이야.

전병이 떨어진 저에겐 사슴은 시크한 표정만을 보여줄 뿐..

사슴이 인간을 조련하는과 노는 동영상이 있긴 하지만 모자이크가 어려워서 넘어갈렵니당.




그렇게 사슴과 하루종일 놀다가, 아까 점심때 음식점을 찾아다닌 것에 교훈을 얻어

저녁은 어제 갔던 오사카 난바역으로 갔습니다!

바로 어제 보기만 했던 이 튀김집!

먼져 일단 입가심을 위해 도테야키라는 것을 주문했습니다. 소 힘줄을 푹 조린 음식인데 굉장히 맛있더군요.


튀김 소스는 저 중간에 큰 통에 있는 것을 씁니다. 이 가게에 이 자리에 앉는 사람들 공유이기에 저기에 입에 댄 튀김을
찍어먹어선 안됩니다. 보통 옆에 있는 양배추를 그릇 삼아 소스를 뜨지요.




그리고 오늘의 메인인 튀김!!


튀김 종류가 이렇게나 있답니다 ㅎㄷㄷ


토마토 튀김도 시켜봤습니다 ㅋㅋ


토마토 튀김이 무슨맛이였냐 하시면.. 밖은 튀김 안은 방울 토마토의 미묘한 요리의 신세계를 맛봤다고나 할까요.





결국 참지 못하고 맥주마져 시켜버렸습니다 ㅋㅋ. 친구B가 술을 마시지 않기에 친구 A랑 둘이서 다 마셨지만요.


이게 그 영수증입니다. 튀김이 맛있긴 하지만 한두개 먹다보면 어느새 ㅜㅜ. 으헝헝.


그래도 잘 먹었습니다~



그리고 지칠듯이 지친 우리는 유스호스텔로 ㄱ.




to be continue..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님니다!



아침에 먹었던  8b 기억하시나요. 맛있어서 결국 통채로 사왔습니다.


오늘의 간식 :) 얌냠


이후 목욕하고 빨래하고, 등등 슬슬 빨래감이 많아지는게 불안하군요.


유스호스텔에서의 빨래 널기.jpg 

 같은 방을 쓰던 사람에게 얻은 여행의 지혜(?)입니다 ㅋㅋㅋ




이제야 진짜 오늘의 일정 끌! 내일부터 드디어 교토 시작이군요.





To be continue...



-------------------------------------------------목차------------------------------------------------

4일째               나라 - 귀엽구나! 사슴은 참 귀엽구나! 근데... 무섭다.
5일째               교토 서부 - 반짝반짝 금각사~☆ 아름답게 빛... 나....네...?
6일째               은각사 주변, 어느 한 료칸 - 만년 콩라인 은각사. 그리고 료칸에서의 편안한 하룻밤
7일째               교토 동부 - 기대하고 기대하던 연애의 신이 있는 신사! 신년 오미쿠지에 써 있는 연애운은 과연?
8일째               신주쿠, 우에노, 오다이바 - 한국의 대학생으로서 적(?)을 알자! 도쿄대로 출격! 헉 그런데...
9일째               아키하바라 - 이곳이 성지(?)인가. 
10일째             요코하마 - 오늘은 밥은 뷔페다! 전쟁이다! 오오오!!!!     .......오?
11일째             하코네 - 나무네. 나무다. 나무군
12일째             마루노이치, 긴자, 시부야, 신주쿠 - 쇼핑천국 쇼핑지옥
13일째             다시 미나미 -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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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1월 10일

일어났습니다

9시 입니다.



돈에 쪼들려 부지런해야 한다는 우리의 각오는 이틀만에 저 바다건너 희미해지는 어선처럼 사라져버렸습니다.

오늘 아침은 어젯 밤 편의점에 들려서 산 소소한 약 280엔 짜리 주먹밥과 약 500엔짜리 야키소바. 약 900엔 짜리 아침식사는 사치일 뿐입니다.

유스호스텔 벽에 있었던 글입니다 ㅋ. 일단 일본인 인 듯 한데 글씨체는 추서체2인 저를 능가하는군요.

오늘의 갈 곳은 여기입니다! 오사카에서 가장 번화가인 신사이바시스시 거리와 먹자골목, 덴덴타운 등이 있는 난바-미나미 지역입니다.

뭔가 뱅뱅 도는 듯한 여정이지만 하루 종일 여기서만 돌아다닐 예정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ㅋㅋㅋ

일단 만화의 거리 덴덴타운을 지나 난바파크로 갑시다.

동쪽에 아키하바라가 있다면 서쪽엔 덴덴타운이 있다! 라는 말이 있다고 하더군요. 이카하바라나 여기나 원래 전자상가였는데 만화에 침식당했다고 합니다. ㅋ


명성만큼 건물 전체에 캐릭터로 도배된 것이 뭔가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 아 물론 나중에 쓰겠지만 아키하바라는 훨씬 굉장(?) 합니다 )

친구들도 저도 그렇게 큰 관심은 없기에 평소에 볼 수 없는 특이한 분위기만 느끼고 가려 했으나,
결국 친구들은 공인 겜 마니아인 저에게 이끌려 결국 게임 상점은 들어가야만 했습니다 ㅋ

 
그때 발매된 지 얼마 안된 메달오브 아너 게임 ㅎ.  우리돈으로 약 9만원쯤 합니다 . ㅎㄷㄷ
아 그리고 PC판은 더럽게 찾기가 어렵, 아니 없었습니다. -_-;



중고 게임들도 팔고 있더군요. 사실 새거 파는 곳 보다 중고 파는 코너가 훨씬 큰 느낌입니다 -_-ㅋ


패미콤 이전의 옛날 게임기부터 최신 게임기의 조종기부터 추억의 게임팩들부터 DVD까지 같은 공간에 있는 것이 꽤나 재밌더군요 ㅎㅎ

Q : 여긴 뭐 하는 곳일까요?


A : 단거 파는 까페입니다 -_-;;;;;; 디자인이 왜 저 모양인지는 주인장만 알겠지요.



이후에 난바타운으로 고고~ 했는데, 지도에서는 분명 여기 근방일 텐데 난바타운이 보이질 않았습니다;
누구한테 물어볼 겸 해서 근처 건물 안에 들어갔는데.. 어떤 선글라스 아저씨가 친구A에게 신분증을 요구했습니다. 헉?
알고보니 난바타운 아래 있는 건물은 경마도박장이였습니다;; 그래서 동안(?)인 친구A에게 나이가 되나 알아본 것이였고요 ㅋ.  그 친구A 결국 여권까지 꺼냇답니다 -_-;


난바 타운이라고 별건 아니고 쇼핑가 인데 디자인이 흐물흐물 해서 멋진 곳입니다.


하지만 이런 쇼핑가의 옷가게들은 어차피 거의 브랜드 상품이니 일본이나 한국이나 별 차이는 없습니다 ㅋ


때문에 이런 재밌는 물건들을 파는 가게를 구경하는데 많은 시간을 보냈네요 ㅎ. 여러가지 아이디어 넘치는 상품이 여기저기 가득 했습니다 *_*


꽤 오래 된 것 같은 라디오 ㅎㄷ

우리나라에서도 팔고 있지요? 의사 결정용 주사위 :)



남자의 영원한 친구(?) 인 티슈박스 입니다. 신기하게도 세로로 새워서 사용하나 보네요.



이게 다 뭘까요?





정답은 '스피커' 입니다. 헐...


30분 마다 물을 넣어줘야 할 듯한 다양한 디자인의 가습기에
 

벽에 빔프로젝터 같이 작동하는 등 다양한 시계에


요리하다보니 참 가지고 싶은 생활용품들도 이것저것 있습니다. 오오오.

 저 계량컵은 비커의 눈금 조절 하는 것 처럼 옆에서 보는 것이 아니라 무려 위에서 보면서 계량할 수 있어요!


이렇게 보면 평범한 오래된 고서지만,


사실 속이 비여있습니다 ㅋㅋㅋ 만화에서나 보던 물건 숨기는 용도로 쓰는 책이 정말 팔긴 파는군요 ㅋㅋ



아  그러고보니 옷을 좋아하는 친구A는 옷가게 둘러볼 때 텐션이 마구마구 오르고 오르고~ 덕분에 저와 친구 B는  마구 끌려다녔습니다 ㅜㅜㅋ


끌려다니는 와중에 발견한 마음에 드는 가방. 하지만 앞으로 남은 12일 동안 가지고 다닐 수가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ㅜ
아 물론 비싸기도 했고요.


길가던 도중 발견한 귀욤귀욤 광고판. 지금 와선 뭐하던 집인지는 기억이 나질 않는군요.



이래저래 아이쇼핑하다보니 벌써 점심시간. 그 유명한 먹자 골목을 향해 출발했습니다.


뭔가 50년은 되보이는 카메라부터 최신 디지털 카메라까지 전시하고 있던 카메라의 역사가 서린 카메라 가게를 지나서


여기가 바로 먹자 골목입니다! 별게 다 있습니다! (system : 여긴 누구 나는 어디 혼란 저주에 걸렸습니다)

먹자 골목에 들어서자 마자 눈에 확 들어오던 상점입니다 ㅎㄷㄷ
Q-무슨 상점일까요?






A-중국집이라도 되는 줄 알았는데 빠칭코 였습니다. 헐.


이 험상궂게 생기신 분 또한 저번 여행기에서도 나온 상업의 신 에비스 랍니다. 



이 거리에 여러 맛집이 많긴 하지만 그 중에서 우리가 목표하던 건은 긴류라멘 본점! 드디어 일본에서 먹는 첫 라멘입니다! 그것도 역사가 있는 라멘집입니다! 사실 라멘이 여기 먹자골목에서 가장 쌉니다!

이 긴류라멘집은 본점은 포장마차고 분점은 건물 안이여서 얼핏 보면 이상해 보이긴 하지만 그것이 역사라는 것이겠죠.

주문은 자동 매표기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wow. 메뉴는 단 두가지. 돈고츠라멘과 차슈멘. 차슈멘은 사실 차슈만 많이 올려놓은 것이니 사실 메뉴는 하나나 다름없지만 바로 그것이 역사라는 것이겠죠(2)
친구 B와 저는 돈고츠라멘을, 친구 A는 차슈멘을 시켰습니다.
 

뭐 역사가 긴 라멘집이라고 안에 나이 그득한 아저씨나 할아버지가 있진 않고 청년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ㅋ 아마 국물 만들 때만 관여하실까 싶네요.


줄서서 오랫동안 기다린 끝에 드디어 라멘 대령이요!

가장 놀란 것은


차슈가 이렇게 많다니!!!!!!!


한국에서 먹었던 라멘들은 거의 차슈가 하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여기선 차슈가 푸짐합니다 우오오. 가격도 700엔! 그리 다르지 않은데 고기가 충만합니다! 오오 고기 고기 고기고기고기고기괴괴기!!!!

그렇다면 차슈멘은?
이건 아예 면하고 고기하고 같이 집어서 먹어도 고기가 남아있을 정도의 포스를 자랑합니다.
THIS IS JAPAN?
양이 정말 푸짐해서 엄청나게 배불리 먹었습니다. 비린내가 하나도 안 나는 국물맛도 일품이였네요.

새해라 그런지 좀 돌아다니다 보면 거리에 기모노를 입으신 분들이 종종 보이네요. 저 솜은 정말 따듯해 보여요 ㅎ

실제로 보니 상상 이상으로 화려하고 상상 이상으로 치마 폭이 짧더군요; 잘도 걸어다님니다. 왼쪽 위에 찍히신 남자분은 부담스러워서 모자이크 처리해 드렸습니다


도톤보리 강 위의 에비스바시 다리 위에서 보는 쿠리코 런너. 밤에 보는게 훨씬 멋지다고 합니다.



에비스바시에서 인디벤드 공연하는 것을 발견. 평소라면 길가다가 바빠서 그냥 지나쳤겠지만, 여행중이라는 여유로움 덕분에 이번엔 편하게 감상해봤습니다. ㅎ 평소엔 배경만 깔던 베이스 기타가 꽤나 비중있게 등장하는 곡이여서 감명이 깊었습니다 ㅎ


그런데 저 가랑이 사이로 치는 타악기가 참 신기했네요. 이때만 해도 저건 그냥 의자 비슷한 거 가지고 하는 줄 알았는데... 나중에 저걸 다시 보긴 하는데 이름이 뭔지 까먹었네요.


여기가 신사이바시스지 입구입니다! 이 근방에서 가장 유명한 대형 쇼핑 아케이드이지요. 조금만 방심하면 일행하고 떨어져 버리는 사람 수! 옷가게들! 먹을 곳!


그리고 오락실!!!!!!!

오락실 발견!!! 그것도 SEGA 직영!!! 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


세가 직영답게 (그때당시) 최근에 아케이드 판으로 나왔다는 프로젝트 DIVA가 있었습니다. 고3때 교실에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친구 PSP를 빌려 신나게 한 리듬 게임 중 하나이지요. 그 때의 추억을 되살릴까 하면서 하려는 데...

(간단히 설명하면 저기 나온 표시와 표시가 곂치는 순간에 버튼을 누르는 리듬게임의 일종입니다)

잠깐 저에대해 설명을 하자면, 전 이때 오락실에서 카드의 개념을 모르고 있었던 순수한 시절이였습니다. 오락기 옆에 카드를 뽑는 곳이 있었는데 여기에 돈을 충전하고 카드를 대고 게임을 하는 전자화폐 같은 개념인 줄만 알았었지요. 

그래서 300엔의 거금을 들여 카드를 사서 한판이나 하고 갈까 하고 오락 기기에 연결했는데.. 
역시나 게임이 진행되지 않았습니다. 당황해하다가 뒤에 기다리는 사람한테 물어봤더니 당황한 표정으로 '돈을 넣야죠!' 그 사람도 당황, 나도 당황, 친구도 당황  -_-ㅋ

(지금 생각하면 어차피 일본에서 밖에 못 할 게임인데 이 카드에 산 비용이 아깝기만 합니다)
결국 카드 사놓고 100엔 넣고 한 판밖에 못 했습니다 ;; 그것도 예전에 PSP로 했던 난이도로 그냥 했더니 적응 안되서 2판째는 그냥 중도에 FAIL. ㅜㅜ

이때 처음 오락실에서는 카드로 자신의 기록을 저장한 다는 것을 알았지요. 에고고야.


일본에서만 볼 수 있는 새로운 총게임들도 많았습니다.*_* 게등위가 테클 걸만한 어린 꼬마애가 총게임을 열시미 하고 있는 걸 지켜보니 흐믓(?)하군요. 무엇보다 모든 총게임의 총이 제대로 작동을 하니 눈물이 앞을 가릴 뿐입니다 ㅜㅜ


오락실 입구 가까이 or 1층은 인형뽑기 기계들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평범한 인형들 보다는 만화 관련 물품이 대다수 이더군요. 그런데 이 인형뽑기 기계 종류가 한 두개가 아님니다 ; 우리나라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위에서 보는 것, 옆에서 보는 것, 한쪽에서 건드려서 떨어뜨리는 것, 뱅글뱅글 돌아가는 것, 등등.
보다보면 건드리기만 하면 뽑힐 것만 같은데 절대로 뽑히지 않게 하는 디자인에 대해 연구하고 연구한 흔적들이 보입니다 =_=;


공주님 옷을 파는 가게일까요? 근데 기모노도 있고 저 구석엔 차이나 드레스도 있고, 안에선 남자들이 나오고??
system : 혼란이 10 증가했습니다.


좀 쉴까해서 케이크 가게인 달로와요에 들어가서 쉬었습니다.
뭔가 사서 가져가는 케이크와 안에서 먹는 케이크 종류가 약간 다른 거 같더군요. 가이드북에는 쇼트 케이크가 500엔 정도라고 적혀 있으나,

(1년동안 보관하고 있었던 영수증)
실제로 자리에 앉아서 먹으려면 저 정도는 내야합니다 -_-; 아까 먹은 라멘보다 훨씬 비쌉니다 ;
일본 갔다와서 누나가 한국에도 저 달로와요 지점이 있다는 말에 좌절했다는 것은 안자랑

아무튼 이건 홍차+딸기쇼트케이크+망고 아이스크림+마카롱 세트입니다.
맛있어요! 너무 맛있어요!!! 입에서 녹는다는 것이 뭔 지 확실하게 보여줘요!!

홍차가 꽤 많아서 마시고 남은 홍차에 이것 저것 넣어서 벌주 만들어서 장난치기도 했습니다 ㅋ

하고 훈훈하게 나가려는데..

친구B가 지갑을 잃어버렸습니다!!


쉐도우 : 거짓말이지?! 이제 여행 3일째인데 지갑이 없어지다니!! 아직 10일은 더 여기에 있어야 하는데!!!!
친구 A : 패닉멘붕정신붕괴ㅈ@$#$^%*
친구 B : (system 대답이 없다. 단순한 시체인듯 하다.)

방금 들렀다 나온 달로와요 가게를 직원 양해아래 샅샅이 뒤졌으나 지갑은 없는 것이, 아무래도 저 인파 속에서 다닐 때 소매치기라도 당해 버린 모양입니다. -_-;

저흰 앞으로 더욱더 가난한 여행을 보네야 하게 된 것입니다. 으헝헝 ㅜㅜ


이후 애플 스토어를 지나 젊은 층을 겨냥한 아메니카 무라에 들려서 모자를 사기도 했으나, 저희가 그때 그야말로 멘붕의 정점에 있어서 그런지, 당시 사진이 남아 있질 않습니다.(애플스토어는 대략 http://dekinai.tistory.com/4 이렇게 생겼습니다)

그때 아메리카 무라에 있는 한 가게에서 산 모자 ㅎ.
이때 그 가게 직원이 절 한국의 일본유학생 인 줄 착각했었습니다 ㅋ. 이유를 물어보니 일본어를 일본 유학생 수준으로 한대나 뭐래나 *-_-*  아 다시한번 말하지만 정말 일상대화 할까말까 한 수준이에요.

근데 모자 사고 난 뒤 보니 이거 한국제품입니다.



아무튼 그때 당시 저희 셋은 전부 멘붕상태 였던 것이 확실합니다.


그렇게 정신줄 놓고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밤입니다.



여기저기서 술집 할인 쿠폰이라던지 안주 시키면 술은 공짜 리필(!) 쿠폰이라던지 나눠주는 시간입니다 ㅋ

마라토너 밤 ver.jpg 생각보다 멋지진 않았습니다 :)


한국이나 일본이나
공짜폰 사기(?) 가 성행합니다

자전거가 많은 것이 참 부러운 거리입니다. 어떻게 이 사람많은 거리에서 타는 지는 몰라도


소고기 야끼니쿠 집. 왠지 우리말로 직역하면 불고기(;)가 되지만 평범한 고기구이 집입니다. 아 물론 가격이 상상을 초월합니다


유명한 대게 집이라네요. 저 위에 커다란 게가 계속 움직이는데 심히 압뷁입니다. 대갯살이 4조각 있는 점심 세트가 1050엔 입니다 -_-; 그리고 그 4조각이라는게 다릿 살 4조각도 아니고 '대각선 방향으로 썰은 다릿 살' 4조각입니다. 다 모으면 다리 하나도 안 될 겁니다 ;;


줄이 길게 있었던 튀김집. 고소한 냄새가 폴폴 흘러나옵니다 으헝헝.



여기 사람들이 광고판 크기로 한판 벌였던 적이 있다고 합니다. 저런 큰 것들이 당시에 남은 것들.

정말.. 큽니다..


같은 연유로 '상당히 큰' 앙증맞은 복어 ㅎ



오늘의 저녁은 여기입니다. 돈까스 전문점 키무카츠! 지도에 표시된 곳 근처에서 한참 맴돌다가

나중에야 찾았는데 알고보니 어떤 극장 지하 음식점 코너에 있었더랍니다.

조금 많이 비싼 곳이긴 한데, 오늘 지갑 잃어버려 멘붕 된 것도 치료 할 겸 사치를 좀 부리러 갔습니다 :)

일단 에페타이져(?) 로 채썰어 놓은 양배추와 소스를 줍니다. 저 소스는 메밀국수 양념에 쓰는 거 같기도 하고 식초 같기도 하고, 암튼 처음 먹어보는 샐러드용 소스. 참고로 양배추는 무한 제공입니다.


이게 메인입니다 *_* 밥을 따로 해서 저렇게 줍니다!

돈까스는 생각보다 작습니다! 이걸 누구 코에 붙이냐!



하..하지만 이 극강의 비쥬얼은..꿀꺽..

돼지고기 등심이 25겹으로 곂쳐진 이 비쥬얼은 보기만 해도 식욕을 자극합니다.


지금 이걸 쓰고 있는 저도 배가 고파 미치겄습니다. 저 돈까스는 아주 그냥 입안에 사르르 녹아버리는 게 아주 그냥 아까울 지경입니다.



맛은 플레인, 검은 후추, 마늘 맛을 각각 시켰네요. 개인적으로 마늘 맛이 제일 좋았습니다 :)


깔끔~

돈까스 조각이 8개 밖에 안 되기 때문에 밥과 함께 먹는 양을 잘 조절하느라 고생꽤나 했습니다. ㅜ
조절 실패하면 밥하고 양배추만 먹어야 하지요 :)

(옛날 스크린 도어 없었을 당시 서울 지하철이 생각났습니다. 게다가 여긴 체감상 더 빠르더군요 ㅎㄷ)

그리하여 먹을 것으로 정신이 충만해진 우리는 조금은 홀가분한 기분으로 오늘 여행 일정을 마쳤습니다.





To be continue......



p.s
내일 아침을 대비하기 위해 잠깐 들린 편의점에서 신라면 발견 ㅋ 근데 179엔이나 합니다 -_-; 양도 한국과 똑같습니다
이뭐병.

친구B의 지갑실종건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이야기 해 보자면 일단 여권이나 그런 것은 지갑안에 있지 않았고, 가지고온 예산을 전부 지갑안에 넣고다닌 것은 아니였기에 천만다행입니다. 그렇다고 해도 반절 가까운 여행자금이 날아간 것은 뼈아프게 다가왔지요 ㅜ. 일단 카드를 쓸 수 있는 곳에서는 친구A의 비자카드를 쓰고 저랑 친구A가 조금씩 나눠주는 것으로 해결하기로 했습니다. 그래도 친구B는 여행 끝까지 돈을 아끼고 또 아껴야만 했지만요.

오늘의 교훈 1 - 소매치기 조심! 건망증 조심! (어느 쪽이였는지는 지금도 모르겠네요)
오늘의 교훈 2 - 여행 중에 여행 자금을 한 곳에 몰아 두지 맙시다.



-------------------------------------------------목차------------------------------------------------

3일째               미나미 - 몸으로 느껴보는 일본의 시내의 공기. 그리고 먹자먹자 먹자골목! 
4일째               나라 - 귀엽구나! 사슴은 참 귀엽구나! 근데... 무섭다.
5일째               교토 서부 - 반짝반짝 금각사~☆ 아름답게 빛... 나....네...?
6일째               은각사 주변, 어느 한 료칸 - 만년 콩라인 은각사. 그리고 료칸에서의 편안한 하룻밤
7일째               교토 동부 - 기대하고 기대하던 연애의 신이 있는 신사! 신년 오미쿠지에 써 있는 연애운은 과연?
8일째               신주쿠, 우에노, 오다이바 - 한국의 대학생으로서 적(?)을 알자! 도쿄대로 출격! 헉 그런데...
9일째               아키하바라 - 이곳이 성지(?)인가. 
10일째             요코하마 - 오늘은 밥은 뷔페다! 전쟁이다! 오오오!!!!     .......오?
11일째             하코네 - 나무네. 나무다. 나무군
12일째             마루노이치, 긴자, 시부야, 신주쿠 - 쇼핑천국 쇼핑지옥
13일째             다시 미나미 -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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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써보는 대학생 3명의 단순 프로필

  쉐도우 - 이걸 쓰는 사람. 조용한 성격이지만 아무도 나서지 않으면 답답해서 자기가 나서는 인간. 일상적인 일본어 대화까진 가능하나 한자를 무지막지하게 싫어해서 그 이상의 공부는 하지 않음. 아 그리고 고3때의 후유증으로 스트레스에 대해 몸이 약하다. 무지무지 약하다.

  친구 A - 쉐도우의 같은 과에 있는 발이 매우 넓은 친구. 키는 조금 작은 편이지만 인간관계가 좋아서 여친도 있었다. 헌데 건망증이 좀 심하다. 시간감각이 느긋한 편.
 
 친구 B - 매우 조용한 성격. 키가 크지만 말랐다. 현재 우리 과에서 상당히 공부를 잘 하는 녀석으로 어디있냐고 물어보면 거의 도서관인 친구다. 매우 독실한 기독교 신자라 지금까지 입에 술도 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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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편 줄거리

-여행 2달 전
 쉐도우 - ㅇㅋ. 나도 일본 생각하고 있었어. 그럼 일본으로 결정?
친구 A,B - ㅇㅇ 가자!

 가자!

가자!

가자!.....

...

-여행 약 2주 전 어느 한 까페

쉐도우 - 어째서 우린 현재 아무 준비도 못 했지....OTL
친구 A - 할 수 없잖아. 중간고사에 기말고사에 바빳고....OTL
친구 B - ......


  인터넷이나 어디서나 해외여행에 대해 찾아보면 늦어도 2달전부터 계획을 짜고 조사한다고 하지요. 그러나 우린 지금까지 아무 준비도 하고 있기는 커녕 구글에 일본이라고 검색 해보지도 않았던 것입니다!!!

이런 절망적인 상황에서 정해져 있던 것이라곤 우리 셋이 이번 방학에 시간이 있는 날이 1월6~1월 22일 이라는 사실하나.

지금에서야 늦었다는 것을 깨닫다니 ㅜㅜ

그러나, 절실히 여행을 가고 싶었던 우리는 지금부터라도 여행준비에 착수하기로 결정!


일단 가이드북 오사카, 도쿄 편 두권을 사서 예상 일정을 짜보고,

인XX크에서 간신히 3자리가 남아있는 1월 8일~1월 20일 비행기표를 예약해서 일정 강제 확정. 이미 왠만큼 싼 곳은 전부 완매였고 정말 간신히 남아있던 자리를 찾았습니다.

저는 오사카 일정 계획담당
친구 B는 도쿄 일정 계확담당
친구 A는 숙소 및 기타 예약 관련 담당. 하여 준비를 시작했지요.

다행히 유스호스텔을 모두 예약하긴 했지만 이래저래 이미 꽉 찬 곳이 많아서 유스호스텔 일정이 ABCB 같이 하루만 지내야 하는 유스호스텔까지 생기기도 했었어요. 여러분은 꼭 미리 준비하십시오 꼭!


숙박비 할인한다고 유스호스텔 회원 가입도 하고.

여행경비 계산해서 환전도 하고

여권도 확인.....
친구 A - 어 근데 내 여권 어딧지? 못 찾겠다.



잘 못하면 여권 때문에 친구 한 녀석은 같이 가지 못 할 수도 있었던 상황! 다행히 정말 다행히 비행기 출발일 하루 전에 재발행에 성공!!

고마워요 한국의 빨리빨리 정신!

교훈 2 - 일단 여권을 제일 먼져 확인합시다!

              (모자이크는 필수입니다 :)

그렇게 D-day를 맞이하고 오후 2시경 한국에 bye bye~

한국의 눈 쌓인 풍경을 비행기에서 바라보니 멋지네요 ㅎ

처음 경험해보는 성층권에서 구름바다 내려보기. 멋있었습니다 ㅜㅜ


첫 비행기 기내식은 삼각김밥 -_-ㅋㅋㅋ 기념할 만한 첫 기내식이 삼각김밥하고 오렌지 쥬스라니 ㅋㅋㅋ 아오 ㅋㅋㅋ


일본에 도착해서 들리는 일본어 인삿말에 드디어 일본에 왔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칸사이 패스를 사면 같이 주는 가이드 북. 지도도 있고 지하철 역도 있고 쓸만하다)

내리자마자 공항에서 칸사이 패스사고 유스호스텔이 있는 신오사카역까지 가려고 표를 끊는데..

                         (급행을 안 타면 한참동안 멍~ 하고 가고가고 또 갑니다.)

분명 공항에서 전철 타는 곳에서 신오사카역까지 1100엔이라고 표시되어 있어 1100엔짜리 표를 끊었으나

중간에 환승이 안 됩니다!!

알고보니 중간에 표를 다시 끊는 값까지 합해서 신오사카까지 1100엔 -_- 아놔.

교훈3 - 일본에선 철도회사 따라 중간에 환승 안되는 것이 많습니다. 잘 알고 갑시다 ㅜ
(200엔 정도 버린다고 해도 우리돈으로 하면 2000원이 넘습니다!)

결국 원래 계획이였다면 신오사카역 에서 짐을 맡기고 갈 생각이였던 스카이빌딩을,
교통비 아낀다고 짐을 주렁주렁 가지고 키타 우메다 역에 있는 스카이빌딩을 보러갔습니다.

이곳은 사실 빌딩 그 자체보다는 그 지하 1층과 옥상이 유명해서 가는 곳이지요.


이곳 지하 1층은 일본의 옛날 골목을 재현해 놓았는데 분위기가 끝내주네요! 


조그만 신사까지 있습니다 ㅋㅋㅋ 작아도 신사라고 오미쿠지가 엄청나게 묶여 있었습니다요 ㅋㅋㅋㅋ


(오코노미야키 가게로 현지에도 인기가 많다는 키지. 뜻은 알게 뭐얌)

그리고 고대하던 일본에서 첫 식사를 위해 가이드북에 있던 오코노미야키 가게, 키지로 갔습니다.

         (짦아보이죠? 그런데 저기서부터 기다리는데 1시간 이상 걸림니다 ;;)
그러나
유명한 집인지 입구 밖에서 기다리는데 1시간
들어와서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30분 -_-;; 으악.

교훈 4 - 유명한 집에 갈 때는 줄 서면서 속 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간단한 과자를 챙겨갑시다.


요리하는 걸 직접 보여주는 장인의 손길.jpg



사진포즈 잡으시는 게 너무 귀요미. 귀욤귀욤. 일본에서 만난 할아버지들은 다들 재밌는 분들이였습니다 ㅎ



아무튼 맛있었습니다 ㅜㅜ 흐그흐그.  한시간 반이나 기다렸는데 맛이 없으면 안되죠 ㅜㅜ 으헝헝

                               (공중정원 전망대 티켓입니다. 공중정원 전망대가 173m 높이라 저렇게 되어 있다네요.)


이후 스카이 빌딩 옥상 공중정원 전망대에 고고고~. 저기 저 위에 보이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올라갔어요.


어디론가 빨려들어갈 것 같이 공중에 붕 띄어진 에스컬레이터 ㅎㅎ


공중정원 에 올라갔더니 바닥이 반짝반짝, 하늘도 반짝반짝, 야경도 반짝반짝, 커플도 꾸역꾸역. 어흑.


형광등에서 나오는 빛이 형광물질을 발광시키는 구조인듯? 흰색 염료에는 형광물질이 포함되어 있다는데 흰색 옷들이 모두 발광하더군요. 자외선이였을까요?


궁합 1단계 밖에 안되던 커플 :)

의자에 앉아서 거기있는 금속봉을 각각 잡으면 둘의 궁합을 알려준다는 장치입니다 ㅎㅎ

궁상맞은 남자 셋이던 저희는 같이 앉기도 뭐해 각각 앉아서 사진을 찍는데...

궁합 최고단계의 친구 A의 나르시스트 위엄.ㅎㄷㄷ 저렇게 화려한 것이 궁합 최고단계입니다 ㅎㄷ


이렇게 오사카의 야경을 감상하다 밤이 깊어 신오사카 유스호스텔로 갔습니다.

문제는...

호스텔로 가는 길을 몰랐었어요!!!!!

호스텔 예약을 맡았던 친구A가 유스호스텔 위치를 정확히 알아가지고 오지 못 한 겁니다 ;;; 역에서 내리자마자 저흰 헤매기 시작했지요.

교훈 4 - 위치는 자세히. 정말 자세히 알아가자!

다행히 친구 A가 한 친절하신 여성을 찾아서 유스호스텔에 갈 수 있었네요. 그분도 유스호스텔이 어딘지 몰라서 경찰서까지 같이 가서 유스호스텔 위치를 알아내서 유스호스텔까지 저희를 인도해주시는 포스!

오오..! THIS IS JAPAN!! 

그렇게 간신히 유스호스텔 체크인 시간 30분 전에 들어가 쓰러져 잠들었습니다.

불안했던 여행 준비였으나 이렇게 무사히 어떻게든 일본에서의 첫날이 막을 내렸습니다.




To be continue...

-------------------------------------------------목차------------------------------------------------

D-???~D-day    한국, 우메다, 신오사카 - 가슴이 벌렁벌렁 하게하는 그들의 긴박한 야매 여행준비. 그리고 일본도착!
2일째               오사카, 고베 - 신사다! 축제다! 미인이다!
3일째               미나미 - 몸으로 느껴보는 일본의 시내의 공기. 그리고 먹자먹자 먹자골목! 
4일째               나라 - 귀엽구나! 사슴은 참 귀엽구나! 근데... 무섭다.
5일째               교토 서부 - 반짝반짝 금각사~☆ 아름답게 빛... 나....네...?
6일째               은각사 주변, 어느 한 료칸 - 만년 콩라인 은각사. 그리고 료칸에서의 편안한 하룻밤
7일째               교토 동부 - 기대하고 기대하던 연애의 신이 있는 신사! 신년 오미쿠지에 써 있는 연애운은 과연?
8일째               신주쿠, 우에노, 오다이바 - 한국의 대학생으로서 적(?)을 알자! 도쿄대로 출격! 헉 그런데...
9일째               아키하바라 - 이곳이 성지(?)인가. 
10일째             요코하마 - 오늘은 밥은 뷔페다! 전쟁이다! 오오오!!!!     .......오?
11일째             하코네 - 나무네. 나무다. 나무군
12일째             마루노이치, 긴자, 시부야, 신주쿠 - 쇼핑천국 쇼핑지옥
13일째             다시 미나미 -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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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이 여행가기 두달 전. 젊디 젊은 세명의 대학생이 식당에 모였다.

쉐도우 - 야 우리도 대학생인데 이번 겨울 방학 때 해외 여행 함 가야 되지 않겠냐?
친구A - ok. 나도 그럴 생각이였어. 근데 어디로 가게?
친구B - 일본 어때?
쉐도우 - ㅇㅋ. 나도 일본 생각하고 있었어. 그럼 일본으로 결정?
친구 A,B - ㅇㅇ 가자!

그렇게 간단하고 간단하게 해외여행이라곤 고등학생 시절 여러가지로 처참했던 
중국 수학여행이외엔 없었던 새내기 대학생 3명의 일본 여행이 결정되었다.

그들의 여행이 막 시작하려 하고 있었다.



To be continue....



이 여행기는 이 블로그에서 시간 나는 대로 연재 됩니다.
-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 때문에 일본 여행을 포기하신 분들게 이 글을 바침니다 -



라는 분위기를 내고 싶었습니다July%2021,2006_3.gif 그런데 쓰기가 영 힘들군요 :)

1월 8일~1월 20일 까지 약 2주동안 일본에서 느꼈던 이야기를 써보려 합니다.

아 물론 2012년 1월 8일~1월 20일 이 아닌, 2011년 1월 8일~1월 20일 입니다.msn031.gif
(그 무서운 후쿠시마 원자력 사고가 일어나기 약 2달 전이였지요. nice timing?)




탄소연대 측정 결과 약 1년전에 씌여졌다고 알려진 19장 분량의 기록을 해석번역암호해독과정 을 거쳐



A4용지로 약 12페이지 분량의 현대적인 문서로 탈바꿈 한 것


+


그들이 전적으로 의존참고 했다고 알려진 참고도서

+


기록과 함께 발굴된 수많은 팜플렛, 영수증, 입장표, 지도, 기타 등등의 참고 자료들

+



셋이서 모은 약 5GB 의 사진들...

||

이 남겨진 기억의 조각들을 하나하나 모아, 이제 희미해져 가는 일년전의 일본여행을 여행기를 통해 되살리고자 합니다.



저희 셋의 여행에 재밌게 따라와 주세요~ September%2025,2005_part2_4.gif




-------------------------------------------------목차------------------------------------------------

D-???               한국 어느 식당 - 해외여행을 결정한 어떤 날
D-???~D-day    한국, 우메다, 신오사카 - 가슴이 벌렁벌렁 하게하는 그들의 긴박한 야매 여행준비. 그리고 일본도착!
2일째               오사카, 고베 - 신사다! 축제다! 미인이다!
3일째               미나미 - 몸으로 느껴보는 일본의 시내의 공기. 그리고 먹자먹자 먹자골목! 
4일째               나라 - 귀엽구나! 사슴은 참 귀엽구나! 근데... 무섭다.
5일째               교토 서부 - 반짝반짝 금각사~☆ 아름답게 빛... 나....네...?
6일째               은각사 주변, 어느 한 료칸 - 만년 콩라인 은각사. 그리고 료칸에서의 편안한 하룻밤
7일째               교토 동부 - 기대하고 기대하던 연애의 신이 있는 신사! 신년 오미쿠지에 써 있는 연애운은 과연?
8일째               신주쿠, 우에노, 오다이바 - 한국의 대학생으로서 적(?)을 알자! 도쿄대로 출격! 헉 그런데...
9일째               아키하바라 - 이곳이 성지(?)인가. 
10일째             요코하마 - 오늘은 밥은 뷔페다! 전쟁이다! 오오오!!!!     .......오?
11일째             하코네 - 나무네. 나무다. 나무군
12일째             마루노이치, 긴자, 시부야, 신주쿠 - 쇼핑천국 쇼핑지옥
13일째             다시 미나미 - 여행을 마무리할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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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프롤로그 만으로도 상당히 기력을 쓴 듯한 느낌September%2025,2005_part1_1.gif 겨울 방학이 끝나기 전에 완결하는 것이 일단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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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먹으면서 찍은 음식사진들을 일단 아무 설명없이 다 올립니다 ㅎ

이미지 폭주 주위하세요 ~





자세한 설명은 나중에 할게요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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