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메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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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여행은 좀 더 느긋하게, 마음 가는 데로, 어쩌다 본 광경과의 만남을 즐기는 사람에겐 정반대의 여행 방식입니다. 또 그런데 무대탐방까지 염두에 둔다고? 아고고..

 

그렇지만 이번 겨울의 홋카이도여행에서 이동에 대한 걱정과, 또한 거기에 오랜만에 가족여행인지라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패키지 여행을 택했습니다.

 

그래도.. 그래도오 말이죠. 지금까지 봤던 작품의 배경을 지나가는 식이라도! 비슷한 풍경이라도! 하다못해 분위기라도!!! 란 심정으로 여행가기전 봤었던 작품들을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 작품으론 삿포로 시를 배경으로 하는 카논. 이걸 실시간으로 봤다면 당신은...

 

두 번째로는 은색 아득히. 삿포로를 주 배경으로 눈 내린 풍경과 함께 중학생 때 시작된 인연이 성인까지 이어지는 모습을 긴 호흡으로 표현한 게임. 한번 skip으로 진행했는데도 루트당 한 시간이 걸리는 무시무시한 분량.

 

세 번째로는 중2병 극장판. 주인공들이 사랑의 도피를 한답시고 일본 전역을 돌아다니는데 거기서 여주인공의 부모님을 뵈러 홋카이도로 갑니다. 삿포로시는 짧게 나오지만 명물을 압축해서 보여주죠.

 

과연 전 이번 비에이 - 오타루 - 삿포로 로 이어지는 패키지여행에서 얼마나 건질 수 있었을까요? 그 처절한? 분투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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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째- 비에이로 가는 길

치토세 공항에 도착. 공중에서 내려볼때도 그렀지만 찻길 빼고는 전역이 눈에 덮여있는 듯한 풍경의 홋카이도.

 

하도 입국하는 사람이 많아 공항에서 빠져나가는데만 2시간은 서서 줄 섰던 것 같습니다.

 

오랜 기다림 끝, 아마 평소엔 이자카야인것 같은 곳에서 된장 닭도리탕 같은 한상을 빠르게 먹고 비에이로 출발.

 

중간에 가는 길에 있던 조그만 휴게소에 어딘가 눈에 익는 귀여운 녀석이 있어서 바로 주워왔습니다. 별명으로 '눈의 요정'이라 적혀있는데 그 정체는

블루아카의 세이아가 한 손에 들고 있는 새이기도 하고

홋카이도를 배경으로 한 서번트x서비스에서도 잠깐 나오는 흰머리오목눈이입니다.

 

어쩌다 득템한 감동도 잠시

 

많은 눈으로 고속도로가 막혀버려 국도를 타고 가느라 첫날에 비에이의 숙소까지 가는데 장장 6시간...  패키지는 그래도 버스 타고 멍 때리고 가니 몸은 편하겠지 하는 편견이 산산조각 난 하루였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숙소에 도착해서 호텔뷔페저녁. 호텔뷔페엔 그다지 기대를 안 했는데..

오호?

오호!

중2병 극장판에서 입맛을 다시며 소개한 (먹지는 못한) 칭기즈칸 구이! 미리 계획된 패키지 음식엔 없어서 먹어볼 기대는 버렸었는데 이런 행운이!

 

아 맛은 단맛 없는 짠 간장 갈비구이였습니다. 한국은 맵기에 대한 정도가 없는 음식이 있는데 일본음식 먹다 보면 여긴 짠맛에 대한 정도가 없을 때가 느껴져요.

후식으로는 당시에도 지금도 화두였던 수성의 마녀 콜라보 제품인 달달한 팝콘과 삿포로 캔 생맥주 및 오이시이우유. 우유 제목에 어그로가 끌려서 집어들 수밖에 없었습니다.

 

팝콘은 그냥 팝콘과 딸기맛으로 달달하게 코팅된 팝콘이 섞여있는데 안주로 꽤 괜찮았습니다. 아 빨간 딸기... 빨간 토마토....... 토마토...

... 다행히 막방을 방영하기 전에 가서 다행이군요?

 

왔으니 노천탕 한번 가다가 온천무스메와 만났습니다. 어째서 온천대표 캐릭터인지 모를 디자인이 일품입니다. 저런 옷인 주제에 신발만 털부츠인 것이 묘하게 킹받는 디자인. 분명 외부인은 모를 선정과정이 있었으리라.

 

- 2일째 - 비에이

비에이에선 너른 평원에 펼쳐진 눈부신 설경에서 사진을 찍고

눈을 뚫고

사진 찍고

눈을 뚫고

 

사진 찍는 여정의 연속. 중간에 러브 래터의 배경이 된 곳이 있다 하지만 전 러브래터를 본 세대가 아니어서 말이죠..

 

그렇게 오늘은 무대탐방이라 할만한 게 없다 싶었는데...

오 눈이 이쁘게 쌓여 있는 이 열매는?

카논에서 나온 눈토끼에 (아마도) 쓰인 마가목의 열매! 그런데 아무리 봐도 주변엔 침엽수 잎만 좀 살아있고 저런 잎은 없어서 나중을 위해 일단 열매만 챙겼습니다.

 

그리고 또 눈보라가 엄청나서 거의 화이트 아웃돼버린 고속도로를 (시속 80km feat 구글맵 gps속도측정) 달리는 버스를 타고 다음 숙소로

 

다 와갈 때가 돼서야 눈보라가 멈춰줬네요..

 

드디어 숙소에 도착하고 저녁뷔페! 그리고 또 뜻밖의 만남!

중2병 극장판에서 (먹지는 못한) 나왔던 홋카이도 미소라면! 이번에도 호텔에 직접 만드는 미소라멘이 있어서 가져왔습니다. 혹시 중2병에서 나온 3대 음식을 호텔로 클리어할 수 있나?

 

아 근데 맛은.. 분명 국물은 된장색인데 왜 짠맛이 더 돋보이는 거죠.

 

이후 노천탕 뒤 매체에서 목욕 후에 자주 나오는 푱하고 뚜껑을 따는 우유와 함께 오늘 하루는 종료

 

 

- 3일째 - 오타루와 삿포로

아침의 서프라이즈론 의외로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던 초밥의 기원. 발표의 젖산을 통해 보관성을 높이는 방법이라 들어 시큼할까 했는데 오히려 젓갈하고 비슷한 느낌이더군요. 짭짤하고 물렁물렁.

 

눈 덮인 산길을 지나서

드디어 '눈 없는' 찻길로 들어서면

 

오타루 운하에 도착!

 

그리고 드디어 성지순례라고 할 수 있는 장소에 도착! 가이드말로는 여기가 굉장히 오래된 창고래나요

은색 아득히에서 유즈키를 쫓아갔던, 그리고 어렸을 때 추억이 있던 장소로 등장합니다. 분위기 있는 가로등이 게임에선 추가됐네요.

하긴 빨간 벽돌로 된 건물의 색감이 오타루 운하에 있던 건물들에선 돋보이게 이쁜 건물이라 대표적으로 등장하는 듯합니다.

그리고 작중 주인공으로부터 선물 받고 고장 나버린 오르골을 고치러 갔던 오르골관으로

이런저런 오르골들이 있지만 곡들은 대부분 오르골에 쓰이는 클래식, 애니메이션 쪽은 그나마 지브리 정도나 있습니다. 날개를 주세요가 있길래 그거라도 집어오려다가 너의 이름은 음악 코너가 있어서 가져왔네요. 하도 유명하고 오는 사람들이 한 번씩 다 돌려봐서 그런지 사진 아래처럼 손잡이가 빠진 채 고장 난 것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정도 사이즈 오르골로는 주요 멜로디의 반 정도나 간신히 연주될락 말락 합니다. 덕분에 끝맺음이 미묘한 채 멜로디 앞부분만 반복되는 음악들..  으앙 내가 영상매체들에서 듣던 오르골 소리는 이러치 안아

그러면 좀 더 큰 오르골이면 될까? 했더니 가격이 와우.. 앤티크 오르골당이라 더 비싼 감도 있기야 하겠지만 오르골당 가격 보면 오르골 선물해 준 주인공들이 다 정말로 큰맘 먹었던가 아니면 그냥 오르골 음악을 연주하는 장치던가 하는 거 같습니다. 역시 주인공들은 어릴 때부터 떡잎이 달라.

 

이제 오타루를 나와 아직 눈과 눈 치운 흔적이 남아있는 삿포로 시내를 지나

 

어디선가 본 듯한 눈 덮인 공원을 지나면

 

홋카이도 신궁에 도착합니다.

직선으로 곧게 솟은 나무사이 길이 인상적인 곳인데

 

은색 아득히에서 새해참배 가는 곳으로 늘 등장하는 곳이기도 하죠. 중딩-고딩-성인까지 다루다 보니 다른 만화에선 한두 번 갈까 말까 한 새해참배를 몇 번을 가는 건지

 

신사에 볼게 많진 않으니 잠깐 짬이 생겨서 이전에 챙긴 마가목 열매를 써서 카논에서 나온 이 눈토끼를 연성해보려고 했습니다.

...

일단 눈이 굉장히 잘 바스러지고 뭉쳐지지 않아서 모양 잡기도 힘들기도 했지만, 토끼의 귀여움의 지분을 담당하는 귀를 담당할만한 넓은 잎이 하나도 없습니다. 잎이 붙어있기라도 한 것은 침엽수들밖에 없으니

 

에잇.

 

신사를 나와서 모이와야마 전망대로 향합니다

올라가다 보면 골든 카무이를 통해 접했던 아이누족 문화를 작게 전시하고 있습니다. 편의점 같은 곳에서 골든 카무이 굿즈도 보이더군요.

 

케이블카를 타고 무시무시한 추위 속에서 야경을 담아낸 뒤

 

은색 아득히에서 지겹게도 본 TV 타워와 오도리 거리 공원으로! 한창 크리스마스 시즌이라 온갖 일루미네이션으로 장식되어 있고

 

은색 아득히에서 빵구경하러 다녔던 뾰족뾰족한 크리스마스 노점상이 가득한 거리도 설치되어 있어요. 한국에서도 광화문 광장에서 하고 있었더군요.

 

여러 장식들 사이에서 사진 찍다보니 좀 추워도 크리스마스 시즌에 온 보람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여행의 하이라이트

 

출국 전날 저녁은!

대게!

대게 회!

대게 맑은탕!

대게 마키스시!

대게그라탕!

대게튀김!

유루캠프 극장판에서 대게먹방씬마냥 말없이 클리어하며 삿포로에서 마지막 밤이 가고 있었습니다.

 

- 4일째 - 삿포로 마무리

 

이번 호텔 뷔페 조식에서도 반가운 음식이 등장. 오른쪽 위에 있는 수프카레입니다.

결국 호텔 뷔페에서 어찌저찌 중2병 극장판 3개 음식을 다 찍먹해보네요. 맛은.. 카레탄 맑은 비프스튜?

 

마지막 행선지는 공항으로 가는 길에 시계탑을 버스 안에서 지나가기며 보기.

중2병 극장판에서도 잠깐 나오는데

1905년을 배경으로 하는 골든카무이에서도 나온 만큼 굉장히 오래된 건물입니다. 잘 보면 삿포로 맥주에도 있는 붉은 별이 있죠.

다만 은색 아득히에서도 러시아에서 온 베슬리가 벙찌듯이 관광지? 느낌의 아담한 건물.

 

시계탑은 차창관광이라 길레 그래도 관광버스가 잠깐 멈추기라도 하고 갈 줄 알았는데 그냥 쓱 지나가기만 해서 놀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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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 그래도 패키지여행치고 매체에서 접했던 홋카이도의 눈이 가득한 겨울 분위기를 잔뜩 체험하고 온 것 같습니다.

제한된 코스 속에서 반가운 장소를 만났을 때 재미는 더 했고요. 한 달 만에 간신히 작성한 여행기지만 여전히 그때 눈 가득한 세상이 떠올려집니다.

 

언젠가 다시 가서 게를 더 많이 먹고 왔었으면..

 

 

- 번외 1 -

왜 홋카이도에서 왔는데 한국이 더 추운 거죠? (홋카이도보다 한국 서울이 5도정도 더 낮았던 걸로 기억)

 

- 번외 2 -

 

promega 치즈 과자, 눈의 연인 과자, 멜론과자, 등등 먹을거리를 이것저것 많이 샀는데 이 바움쿠헨이 제일 맛있었습니다. 너무 달지도 덜 덜지도 않은 절묘한 단맛이 일품.

 

은색 아득히에서 품절을 걱정할만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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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늑대와 향신료 원작자였던 하세쿠라 이스나가 VR에 맛에 들려 

https://shadowofangel.tistory.com/2213

 

그 어떤 VR보다 인간적인 - Project Lux - HTC VIVE 게임리뷰 #39

옛날 옛적 작년 11월 쯤에 재밌는 소식이 들어와 블로그에 포스팅 한 것이 있었습니다. 한 히로인에 몰빵(?)과 중세 경제학을 섞은 스토리로 대성공한 늑대와 향신료의 원작자인 하세쿠라 이스나씨가 VR 게임을 하..

shadowofangel.tistory.com

 이 Project Lux 를 만들고 늑대와 향신료도 VR로 만들겠다고 하더니 결국 만들었습니다.

 

Spice and wolf VR. 그 호로를 드디어 VR 안에서?

  Project LUX의 플레이 방식을 보건데 여러분이 상상하는 것과 같은 수준은 아마 아닐거라 생각하는데... 어디 제가 여러분의 돈과 시간을 위해 먼저 플레이 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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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델링이 음... 과하게 어려보인다.
원작을 읽는 듯한 느낌이 나는 둘이서 이야기 주절주절주절

  어딘가의 창고 구석 의자에 덩그러히 놓여진 우리들. 뭔가 하다 밖에서 발소리가 들리며 로렌스와 호로가 들어옵니다. 그리고 로렌스는 의자에 앉으면서 플레이어와 [합체] 되어 호로와 수다를 떨기 시작하는데...

 

  기본적으로 전작이라 불릴만한 Project LUX와 같이 우리는 한 자리에 계속 시선만 움직이고, 그 앞에서 움직이는 캐릭터를 사랑스럽게 지켜보며 둘이서 대화하는 것을 지켜보는 VR 애니메이션 형태입니다. 아쉽게도 눈동자가 우릴 향해 움직여주는 것을 빼면 본편에서 호로와 상호작용을 하진 않지요.

 

TA-WA-KE 를 바로 옆자리에서 들을 수 있다는 것이 이 게임의 최고 덕목이 아닐까요?
매우 어리게-짜리몽땅하게 만들어진 모델링으로 요망한 포즈는 모순이 넘치고 있습니다  

 캐릭터 모델링은 원작에 비해 짜리몽땅한 가분수 캐릭터인 점만 빼면 그리 나쁘진 않습니다. 특히 눈동자를 굴리면서 온몸으로  부산을 떠는 캐릭터를 보고만 있어도 흐믓한 기분이 들죠. 다만 머리카락을 세세히 나타내려고 한 건 좋은데 스샷에서 보다시피 가까운 거리에선 머리카락이나 꼬리의 질감 표현은 좀 아쉽습니다. project LUX의 머리카락이 좀 더 좋았던거 같은데. 그래도 VR에 [장발]캐릭터이며 머리카락이 몸을 뚫고 가지 않는 정도의 물건은 희귀합니다. 칭찬합시다 여러분.

 

호로는 귀엽구나!
데굴데굴 바뀌는 표정을 흐믓하게 바라봐주자

  좁은 창고가 넓은 마당마냥 이리저리 움직이며 바로 옆에서 수다를 떠는 둘을 바라보면 참 재밌습니다. 네 둘이요. 게임들을 살펴보면 플레이어=주인공을 위해 주인공의 목소리를 없애는 게임들은 동서양 불문하고 많습니다. 그래도 전 목소리가 있는게 좋지 않을까 했는데, 이 늑대와 향신료 VR에서 로렌스의 목소리가 나오니 아무리 시야가 우리 플레이어라도 생각 이상으로 괴리감이 꽤 있습니다.

 

  로렌스와 호로의 대화를 다시 듣는 건 즐거운 일입니다만... VR인데 무언가 좀 아쉬운 이 느낌. 이게 정말 하세쿠라 이스나가 VR을 접하면서 원했던 것이였을까.

 

제작진도 그걸 아는지 본편이 끝나기 전에 호로가 우릴 향해 살짝 인사한다. 요오망한 것

  상당히 아쉽게도 분량은 매~~~~~~~~~~우 적습니다. 아무리 그래도 project LUX 보다는야 길 줄 알았건만 본편은 20~30분으로 그냥 애니메이션 한편 본다고 생각하면 되겠습니다. 너무 빨리 끝나버려서 당분간 멍 떠렸네요.

 

본편이 끝나면 언락되는 호로와의 상호작용 타임. 할 수 있는게 그리 많지는 않다.
잘 어루만지면 재밌는 반응을 볼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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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릭터성 - 그 호로가 그 목소리로 돌아왔다. (5/5)

그래픽 - VR캐릭터 장발인데 머리카락이 몸을 뚫지 않는 자연스러운 장발이야!!!! (4/5)

스토리 - 오랜만에 둘이서 주고받는 짧은 외전격 만담. 무언가 사건이 일어나길 원했다면 아쉬울 터 (3/5)

플레이 - 1인칭인데 -3자처럼 느껴지는 상호작용이 영 부족한 VR 애니메이션. (2/5)

 

총평 - VR게임 제작자들은 스팀 게임 환불 가능 시간을 생각 안하는 것이 아닐까.(3/5)

         아 호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품평따위야(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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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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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로 온천에서 맞는 아침!

 

  어젯밤 료칸 근처를 오가는 기차소리에 잠을 조금 못 이루긴 했지만 그만큼 뒹굴거리며 오늘에 대한 계획도 짜고 오늘 갈 곳에 대한 복습도 했기에 인생사 새옹지마!

 

  아침도 최대한 늦는 8시 30분에 달라고 하고 최대한 잠을 청했으나 - 여행오기전에 얻은 불면증, 또다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공포는 아직도 조금 남아있어 저를 괴롭히고 있습니다. 그래도 최소한 이불에서 오랫동안 뒹굴뒹굴이라도 해야겠지요. 뒹굴뒹굴뒹굴뒹구리구리구리

 

  일단 가볍게 아침 목욕 후 밥을 먹으러 갑시다. 어제저녁보다는 간소하지만, 그동안 여행 중 대충 때운 아침을 생각하면 푸짐한 아침이 식당에서 기다리고 있습니다!

 

신기한 감촉의 온천달걀. 계란은 요리방법에 따라 그 감촉과 맛이 무궁무진하게 달라지는 게 참 재밌는 식재입니다.

 

  맑아 보이던 국물 안에 깊은 맛이 끝내주었던 순두부 전골. 이 두 개가 특히 맛있었습니다. 오늘 일정상 아마 점심은 매우 늦을 전망이니 밥 한 그릇 더 퍼서 든든히 먹고 갑시다.

 

  오늘은 게로 온천에서 나고야를 거쳐 이세 시까지 갑니다. 이 티켓은 나고야까지만 가는 티켓인데 자유석 이어도 4만원이 넘습니다=_= 그리고 나고야에서 이세까지 또 만원 넘는 비용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으헝 니혼 차값 비쏴요. 니혼 차값 나뽀요. 징징

 

  자유석은 기차의 제일 앞 량과 제일 뒷 량에만 탈 수 있습니다. 안내방송은 일본어로만 하기에 일본어가 약하다면 눈치껏 해야겠죠? 저는 제대로 못 알아들어서 옆에 같이 기다리던 친구들과 함께 온천에 온 할아버지들께 물어보니 신이 나서 설명해주셨습니다.

 

  오늘 가는 이세 시는 나고야에서 남서쪽에 위치한 오래된 도시입니다.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의 무대로도 유명하죠. 음?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이 무엇인지 모르시겠다고요?

 

바로 이!!! 아니 잠깐 이것도 맞긴 한데 이건 아니고

 바로 이 라이트노벨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입니다! 표지를 보고도 영 기억이 안 나신다고요? 흑.. 본격적으로 라이트노벨 막 들여올 쯔음 수입 초창기 우리 동년배들은 다 이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이랑 스즈미야 하루히랑 이리야의 하늘 UFO의 여름 봤단 말입니다. 그때는 이리야 하면 이리야의 하늘 이였단 말입니다. 으헝헝

 

  ...이세신궁으로 유명한 이 이세시는 이미 완결된 지 10년은 훌쩍 넘는 작품인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일본 2003~2006, 한국정발 2005~2007) 의 무대가 되는 곳입니다.

 

  몸이 좋지 않아 대부분의 생을 병원에서 지낸 성격 나쁜 여자아이-리카와 현대의학으론 별건 아니지만 아무튼 입원은 해야 하는 병을 얻은 남자아이-유이치의 만남에서 비롯된 주변 인연을 다루고 있는 소설이지요. 1인칭 시점으로 세심하게 그려내는 심리묘사는 저도 모르게 땀을 손에 쥐며 술술 읽게 내려가게 만드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 인기는 완결 후 5년이나 지난 후에도 실사 영화로 만들어질 정도! 다만 좀 일찍 나온 애니메이션은... 6화에 이야기를 압축하느라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그래도 1~4권까지의 후일담 이전의 이야기를 어떻게든 6화로 어떻게든 완결을 내긴 했기에, 어설프게 중간에 끊을 때가 많았던 그때를 생각하면 그냥저냥 나온 거 같습니다. 그렇지만 언젠가 리메이크된다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작품이지요. 

 

  작가 하시모토 츠구무는 이 작품 이후로는 라이트노벨에서 일반 문예계로 옮겨 가서 여러 책을 냈고 일부는 번역되기도 했지만 지금은 중고로만 구할 수 있습니다. 라이트 노벨 작가에서 문예계로 가서 최근 2017년까지 책을 내며 꾸준히 작품활동을 하는 사람은 제가 알기로 유일한 작가. 

 

  아무튼 이 반쪽 달은 10년도 훨씬 전의 학생시절을 위로하며 두근거리게 하며 발매일을 기다리게 하며 한권한권 구입했던 작품이며, 당시에 구입한 다른 책들은 스즈미야 하루히마져 정리되고 말았지만, 반쪽달은 아직도 저와 함께하고 있습니다. 아마 그 시절 추억의 상징으로 언제까지고 남아있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그곳에 가봐야지 하고 생각한 지 십여 년 후. 오늘 드디어 그곳에 가보게 되었습니다. 그만큼 오늘은 그동안의 여정보다도 매우 긴 여정을 함께하게 될 것 같습니다. 시간이 있으시다면 천천히 가볼까요?

 

  기차를 타고 가다가 가벼운 점심 겸으로 산 푸딩을 꺼냈습니다. 그런데 속았습니다. 이거 푸딩이 아니라 일본식 달걀찜입니다. 이런 제ㄱㄹ... 단맛을 기대하며 한 숟가락 뜨는 순간 입안을 적시는 이 형용할 수 없는 짭쪼름한 맛... 

 

  그러고 보니 위에 저렇게 장황하게 써놓고 이제 와서 이렇게 말하긴 또 뭐한데, 사실 공항에 가는 공항버스를 탈 때까지도 이세 시는 이번 여행 플랜에 없었습니다. 워낙에 정황 없이 급하게 챙겨서 떠난 여행이라 혹시 몰라 게로 료칸 이후 오늘 묵을 숙소도 예약을 안 했었거든요. 공항버스를 타고난 다음에야 여유를 찾은 뒤 또 갈 곳이 어디 있나 지도를 켜봤는데 근처에 이세 시가 있더랍니다.

 

   이세..? 이세? 어디서 많이 들어봤는데?... 하다가 간신히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떠올리고 마지막 이틀을 급하게 이세 시로 계획을 수정했습니다! 설마 했던 숙소를 미리 예약 안 했던 것이 득이 될줄이야! 원래 마지막 이틀은 나고야에서 별 일정 없이 여~유~롭~게 돌아다니거나 호텔에 뒹~굴~거~릴 예정이었는데, 이렇게 나고야 없는 나고야 여행이 시작된 것이죠. 

 

  기차값은 더럽게 비싸긴 하긴 한데 게로 온천에서 나고야로 내려오는 풍경은 볼만합니다. 계곡 사이사이로 커브를 따라가는 관성을 타는 맛도 맛이거니와 조금씩 고도를 내려가며 따듯해져 감에 따라서 변하는 식생과 풍경도 재밌습니다. 

 

 이전에 2량짜리 기차로 시골기차다 뭐다 했는데 한량짜리 기차를 발견했습니다. 찰칵. 예-ㅅ날에 오사카 갔을 때 어떻게 기차를 타고난 뒤 한량짜리 기차도 타고 시골 구석의 료칸까지 찾아간 추억이 떠오르네요.

 

  역도시락이 유명한 일본인만큼 지나가다 다양한 도시락이 절 반겨주지만 구경할 시간도 먹을 배도 없습니다. 지금 당장 JR역을 벗어나 이세 시로 가는 킨테츠 기차역으로 가지 않으면 가격이 2배는 비싼 특급을 타야 하거든요!

 

  어젯밤 오늘의 계획을 세우는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때의 기차 시간이었습니다. 특급이 빨리 가긴 하는데 위 티켓 비용을 보듯 오늘 교통비를 무지막지하게 쓰게 됩니다. 그러니 조금이라도 더 싸게 여유로운 일반 기차를 타고 가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일반 기차가 자주 있는 것도 아니고 상당히 느리기에 이세를 조금이라도 더 돌아다니려 최대한 빨리 타야 했지요.

 

  그러다 보니 나고야역에 도착하자마자 이세로 출발하는 기차를 타기 위해 20분 안에 역이동+티켓팅+기차탑승까지 해야 되는지라 마음이 정말 급합니다. 티켓팅까지 하고 나니 딱 기차가 출발하기 5분 전이였습니다. 헥헥헥...휴양이요? 기차 안에서 앉아있는 게 휴양이죠! 그렇게 거의 모든 역에 서는 관성이 느껴지는 기차에서 느긋하게 졸기 시작합니다.

 

"...긴테츠의 우지야마다역(驛)은 정말이지 훌륭한 서양식 건축이다. 일찍이 이세는 분명 하이칼라한 문화도시였을 것이다. 지금은 이미 그 흔적밖에 남지 않았지만."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바다도 안보이는 지루한 경치 속에 졸다보니 어느새 생각보다 빠른 느낌으로 이세에 도착했습니다.  내리는 역은 이세역보다는 이 우지야마다 역이 낫습니다. 특히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을 하려면요! 게로 온천에서 9시에 출발했는데 기차를 타며 바다도 안 보이는 똑같은 경치에 멍 때리며 졸고 있다가 이세에 오니 벌써 오후 2시가 훌쩍 넘는 늦은 점심의 때입니다. 자 이제 드디어 대충 넘긴 긴 프롤로그를 지나 본격적인 반쪽달의 무대탐방을 시작해봅시다!

 

"... 그 이름 그대로, 만푸쿠 식당은 일단 양이 많고, 그런데도 값이 싸서 우리 같은 학생들의 단골집이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오늘 점심 가게로 낙점된 곳은 바로 우지야마다 역 옆에 위치한 만푸쿠(만복)식당 입니다.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에 아예 개별 에피소드가 있을 정도로 주인공이 애용하는 - 아마도 작가가 애용했던 - 값싼 덮밥집입니다. 요리하는 장면부터 음식의 모양, 그리고 맛까지 세세하게 소설에 그려내고 있으니, 가난에 시달렸던 작가의 그 애착이 어느 정도인지 가늠이 됩니다.

 

  영어 따윈 없는 손글씨 메뉴. 하지만 걱정 없게도 제일 오른쪽 카라아게동이라고 커다랗게 써져있는 이 집의 간판 메뉴가 있습니다. 소설에서도 자주 나온 메뉴죠.

 

  구석에 앉아계신 이 집의 주인장 할머니께 [큰소리]로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보고 왔다고 하면 이 방명록을 갔다 주십니다. 이젠 세월도 세월이고 영화가 나온지도 10년이 되어가는데 얼마나 있겠어하고 열어본 방명록에서 깜짝 놀랍니다. 아직도 거의 하루에 한 명꼴로 작성되고 있는 방명록을 보니 저 말고도 이렇게 기억하고 계신 분이 많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벌써 13권째인 이 방명록을 보니 오늘 오신 분도 있던데 좀 더 빨리 왔으면 만날 수도 있었겠다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저분은 이후로도 만나게 될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 그런 거친 소리가 나면서 커다란 사발이 우리의 테이블에 놓였다. 맛있는 냄새가 진동했다. 닭튀김덮밥이라는, 여기서밖에 먹지 못하는 명물요리였다. 한마디로 막 튀겨낸 닭튀김을 계란에 범벅해서 그것을 밥 위에 올린 것뿐인 음식이지만, 이것이 제법 맛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이세에서 나와본 적이 없는 주인공(혹은 작가)의 서술 때문인지 몰라도 이세에선 가라아게 동은 여기서만 먹을 수 있었나 봅니다. 가격에 비해 아주 두툼한 닭튀김과 밥이 인심좋게 쌓여있습니다.

 

 "왠지 이 만푸쿠 식당에서는 닭튀김덮밥에 듬뿍 후추를 쳐 준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소설에서 표현되어있던 여기의 트레이드 마크 후추 또한 인심 좋게 갈려 전체에 뿌려져 있습니다. 멀리서 그릇이 다가 올때부터 후추향을 풍길 정도입니다.

 

 "... 그 후추 양이 매일 똑같지가 않고, 가끔 유난히 많이 들어가기도 한다. 그 분량은 아무래도, 아주머니의 기분에 비례하는 것 같았다. 기분이 좋을 때의 아주머니는 왠지 후추 병을 심하게 셰이크 해 버리는 것 같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사진을 찍어도 되냐 하니 흔쾌히 V 사인과 함께 인자한 미소를 지어주시는 주인 할머니. 이젠 힘드신지 가게 한쪽 켠에서 앉아 계시지만 수많은 배고픈 이들을 먹였던 그 포스는 어딜가지 않으십니다.

 

  거기에 쓱 보시더니 같이 포즈를 잡아주시기에 안 찍을 수 없었던 주방장(?). 늦은 오후에 퇴근하며 나중에 또 보자고 합니다. 언젠가 또 볼 수 있을까요.

 

"... 가게 안은 벽이나 바닥, 천장까지 모두 기름으로 찌들었고,...(중략)... 가게 옆에는 신문이니 잡지니 쌓여있고, 왠지 그 위에는 더러운 배구공이 올려져 있고.... 빈말로라도 절대 괜찮은 집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말하고 싶지도 않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아주머니가 할머니가 될 때까지, 적어도 반쪽달 세계관에서조차 오래된 음식점이라 서술된 시점에서 15년이 지난 이 음식점은 벽에 더 이상 빈 공간을 허락하지 않겠다는 듯이 곳곳에 역사가 가득합니다. 의미불명의 오래된 포스터부터 각종 스티커 사진, 기름에 찌든 에어컨, 한때 야구를 좋아하셨는지 빛바래다 못해 낡아 떨어지는 야구 신문들, 탁자 아래 숨어있는 서랍에 감춰진 오래된 잡지 등등. 오래된 음식점을 좋아하는 분이라면 이 분위기에 잠시 취해 있을 수 있을 겁니다.

 

  점심 먹기에 상당히 늦은 시간인데도 근처의 샐러리맨이 계속 오는 것을 보며 이 근처에서도 꽤나 유명한 식당임을 느낄 수 있지요.

 

  잠깐 일본쪽 트위터를 뒤져보니 아까 그 주방장 아저씨 방송도 타신 분이었습니다! 나중에 또 봅시다!

 

"... 이윽고 나와 츠카사는 길이 5미터 정도의 짧은 터널로 뛰어들었다. 긴테츠의 고가 아래다. 그 짧은 터널의, 엉망으로 더러워진 콘크리트에는 온통 낙서가 되어 있었다. 'T씨, 너무 좋아', '이세고교 절대합격', 'LOVE&PEACE', '존은 죽었다', '그것이 어쨌다고'.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대충 역 오른쪽에 역과 연결된 건물 안에 있으니 들르실 분은 역을 나와 왼쪽으로 조금만 걸어가면 됩니다. 저 오른쪽 약간 짧은 터널 쪽 상가에 애니메이션 1화에서 잠깐 나온 장면이 있더라고 하더군요. 

 

 

   불과 하루 전에 있었던 게로온천에선 아직 꽃봉오리 상태였던 벚꽃들이 여기까지 남쪽으로 내려오고 나니 이미 만개하고 있습니다! 다행히 일본에서 벚꽃을 보고 돌아가겠네요. 이전에도 일본엔 몇번 와봤지만 겨울이나 여름이라 앙상한 뼈대나 푸른 나뭇잎만 보고 와서 내심 아쉬웠더라죠.

 

  어제 히다후루카와에서 잠시나마 걸었을 때 자전거를 빌리지 않은걸 사무치게 후회한 것을 기억하시는지요. 오늘은 이 자전거와 함께합니다! 오늘 묵을 게스트 하우스에서 단돈 500엔에 하루 동안 마음껏 쓸 수 있는 자전거를 빌려줍니다. 

 

  하지만 3단이라도 기어가 있었던 타카야마 렌탈 자전거샵의 자전거에 비해, 오늘은 완전한 동네 마실용, 손잡이 구부러진, 기어 없는 낡은 자전거입니다. 만약 오늘 오르막을 만난다면 전 죽은 목숨이군요. 하하 설마 하니 타카야마처럼 또 오르막이 있겠습니까? 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하

 

"우지야마다역에 비하면 훨씬 작은 이세시역 앞을 둘이서 걸었다." - 반쪽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이세시역 앞에는 이상한 기념물이 있었다. 높이 15미터 정도의 거대한 등롱으로, '이세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라는 독창성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는 문구가 쓰여 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애니메이션 1화 첫 화면을 장식한 이세시역입니다. 병원에서 빠져나가 주인공 집 근처로 가려면 여길 거쳐야 하지요.   옛날 역 앞에 있었다는 높이 15미터의 거대한 등롱은 아쉽게도 역의 대대적인 공사 후 지금은 사라지고 없습니다. 역을 전체적으로 리뉴얼 한 모양이더군요. 예전의 기록을 찾아보면 이미 2013년 때부터 공사를 하고 있던 것 같습니다.  그래로 조금이나마 모습이 남아 있습니다.

 

  5권에서 세고구치와 미즈타니가 리카 커플을 위해 이 이세시역 근처의 시청에서 혼인신고서를 받으러 가는 건 정말 달콤새콤해서 재밌는 부분이었습니다. 그때 친구 이상 커플 미만 관계인 둘이서 혼인신고서를 앞에 두고 안절부절 못 하는 파트는 주인공 측의 심각한 부분과 크로스 되어 적절히 양념을 쳐주곤 했었죠.

 

"... 그래서 다들 조금씩은 촌스럽다. 그냥, 다들 일반적이라는 얘기다. ...(중략)... 그러나 미사코 씨에게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 그 '무언가' 때문에 나는 멍하니 미사코 씨의 얼굴을 응시하고 말았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이후 작 중 최고 발암파트인 3권에서 나오는 미사코 씨를 처음 마중하는 곳이기도 한 이세시역. 무대탐방을 나서는 장소는 애니메이션에서 그려진 배경과 소설에서 나온 장소라 생각되는 곳을 골라 다니려 하고 있습니다만, 애니메이션은 거의 병원 안이 배경이다보니 이런 발암 파트의 주인공이 나오는 배경이라도 몇 안 되는 장소입니다. 

 

"... 하릴없이 망루가 서 있는 오래된 역사 앞을 지나 철길을 건너 집으로 가는 지름길인 세코로 접어들었다. 세코라는 것은 '작은 길'을 의미하는 사투리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세코 거리를 돌자, 금성은 집 너머로 사라져 버렸다. 카와사키의 마치야(町星) 거리로 접어들어 그 한가운데를 걸어간다. 마치야 거리는 만들어진 지 백 년이 넘은 커다란 상가가 줄줄이 늘어서 있는 거리를 말한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리카와 유이치가 다니는 고등학교에서 이세시역을 지나 북쪽으로 가다 보면 리카와 유이치가 살고 있는 근방으로 추정하는 세코 거리와 마치야 거리가 있습니다. 그중에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한 곳이 바로 이 오래된 여관. 아직도 영업을 한다는 모양입니다. 여관 이외에서 주위를 둘러보면 꽤 오래된 건물이 타카야마 때처럼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이제 다시 남쪽으로 방향을 돌려 이세역을 지나볼까요?

 

" 역에서 조금 떨어진 이 부근은 이제 완전히 적막이 자리잡고 있다. 옛날에는 북적거리는 상점가였지만, 지금은 가게 대부분이 문을 닫아버렸다. 색깔도 선명하게 칠해졌던 셔터는 지금은 완전히 녹슬어버렸고, 낮에도 열리는 일이 없다. '문 닫힌 긴자' 라는 슬픈 별명이 붙을 정도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나는 개처럼 헐떡거리며 상점가의 아케이드로 들어왔다. (중략) 대낮인데도 상점의 반 이상은 셔터를 내린 채였다. 어느 마을이나 다 그런 모양이지만, 이세에서도 마을의 공동화라는 녀석이 급속히 진행되어서 역전 상점가는 삭막해져 갔다. 제대로 영업을 하는 가게가 몇 되지 않을 정도였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애니메이션에선 한밤중 풀죽은 유이치가 통과하는 신미치 상점가. 분명 많은 사람들이 오가며 시끌시끌해야 할 것 같은 아케이드 인테리어인데, 나고야나 오사카의 상점가와 달리 왕래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연 가게도 몇 없으니 을씨년스럽다라는 표현이 이렇게 어울릴 수 없습니다. (나중에 알고보니 애니메이션에서 등장하는 상점가는 위치상으로는 여기인것 같지만 배경은 아까 언급했던 우지야마다역 오른쪽 구석의 상점가입니다.)

 

  반쪽달에 있어 매우 중요한 다음 장소로 가다가 만난 어느 학교. 전통적인 지붕이 결합된 건물 디자인이 재밌네요. 전주같은 곳에는 이런 학교가 있으려나요?

 

 

 " 참고로, 나는 본부 받잡고 시립도서관에 다녀오는 길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몹시 추웠다. 일기예보를 하는 누나는 무슨 천재지변이라도 일어난 듯이 "오늘은 올 겨울 들어 가장 추운 날입니다!" 어쩌고 과장하게 떠들어댔고,..."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리카가 유이치에게 책 가져오라고 명령할 때마다 찾는 이세 시 시립 이세 도서관입니다! 오래된 애니메이션인데도 불구하고 여기만은 상당히 변함없습니다! 리카와 유이치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는 병원에서 그다지 멀진 않은 곳이긴 하지만 한겨울 밤중에 몇 번이고 왕복했다면 없던 병도 생길만하겠네요.

 

"... 당연하게도 혼자서 탈 때보다 훨씬 페달이 무겁다. 그래도 그것은 매우 행복한 무게였다. 이렇게 나는 살아갈 것이다. 뒤에 리카를 태우고 오른발과 왼발에 힘을 모아 언덕을 올라갈 것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시립 도서관에서 좀 더 가다가 왼쪽으로 돌면 리카와 유이치가 다닌 고등학교 배경으로 추정되는 미에현립 고등학교로 가는 언덕길이 보입니다. 무슨 평지 중간에 톡 튀어나온 언덕을 밀어버리지 않고 그대로 학교터로 삼았는지 좀 높은 곳에 있네요.

 

" "힘내, 유이치." "그래." "파이팅." 리카의 목소리에 힘을 얻어 언덕을 올라간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정정하지요. 매~우 높은 곳에 있습니다. 헥헥헥헥. 기어도 없는 자전거라 일찌감치 포기하고 밀면서 올라가지만 자전거 철댕이 무게가 그대로 다리에 전해지는 각도입니다. 누군가 파이팅이라도 해주면 모르련만. 대충 묘사되는 유이치의 자전거를 보면 그닥 MTB스럽지도 않은데 잘도 둘이 타고 이런 언덕을 올라가네요. 병원에 오래 있느라 근육도 빠졌을 텐데. 

 

"이윽고 우리는 교문에 도착했다...(중략)... 너의 첫 등교니까. 교복도 입었고 말야, 그러니까 기념사진이야. - 이런 말은 다른 애들이 주위에 있기 때문에 물론 말로 하지 않았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수술 전 학교에 가고 싶다는 리카의 요망을 들어주기 위해 여자 교복도 빌리고 병원에서 몰래 나와서 도착한 학교. 훈훈하고 개그도 껴있지만 한편 유이치의 소꿉친구 미즈타니와 리카의 미묘한 신경전도 볼 만했던 파트였지요. 이세엔 2시쯤에야 올 수 있었다 보니, 학교에 왔을 땐 이미 벌써 해가 길어지는 오후 4시가 되어가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학생도 이미 없고 우연찮게 애니메이션에서 도착한 시각과 거의 비슷하게 도달했네요. 운이 좋다고 해야 하나?

 

  언덕이 생각보다 길고 각도가 높기에 갓 퇴원한 리카에겐 꽤 힘들 길일 겁니다. 아마 계속 유이치가 자전거에 태우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을 하면서 되돌아옵니다.

 

"나는 땅을 박차고 페달을 밟았다....(중략)... 공기가 바람이 되어 나에게, 리카에게 불어왔다....(중략)... 이대로 어디까지든 갈 수 있을 것 같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자전거로 높은 곳에 올라간 자에게 다시 한번 행복 있으리! 내리막은 각도도 상당하고 커브 길이라 적절한 속도로 즐기는 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전날 언급했다시피 여행자 보험을 깜박해서 다치면 큰일! 거기에 이 자전거를 온전히 믿을 수 없으니 속도는 적당히 조절합니다. 

 

  이제 바로 그 호다이 산으로 갈까 했는데, 좀 더 서쪽으로 가서 이세 시를 관통하는 커다란 미야가와 강으로 향해봅시다. 소설에서 직접적인 배경으론 등장하진 않았지만, 리카와 유이치가 언젠가 그 강변에 놀러 나가지 않았을까요? 그런 이유를 만들어내며 평범한 관광객 기분으로 서쪽의 강으로 향합니다.

 

  아닛? 가는 도중 무언가 점차 차들이 길에 길게 늘어져 있다 했더니 예상치 못한 광경이 절 반겨주었습니다! 강가에 벚꽃나무 한가득한 길이 앞에 있었습니다. (나중에 게스트하우스에서 주인장과 이야기해보니 이곳은 이세 시에서 유명한 벚꽃놀이 스팟이였습니다.) 강변이나 구경하러 갔을 뿐인데 정말 이번 여행은 이래저래 운이 따르네요. 이렇게 이세의 좋은 곳이 반쪽달에 언급이 안 될리가 없을 텐데?

 

" "봄이구나." "그래. 점점 더 따뜻해질 거야. 따뜻해지면 잠깐 병원을 나가서 저기 보이는 강가에도 나가보자. 벚꽃길이 있는데, 굉장히 예쁘거든." "아, 가고 싶어. 가고 싶어." 호들갑스럽게 리카가 말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2권 -

 

  혹시나 해 자전거에서 내려 걸어가며 다시 한번 책을 뒤져보니 역시나 유이치가 리카한테 이 벚꽃길을 가보자고 했었습니다! 우연찮게 도착한 이곳에서 분명 이 둘은 언젠가의 봄에 거닐고 있었을 거라고 생각하니 가슴이 조금 벅차오릅니다. 인터넷이나 다른사람에게 들은 것이 아닌 스스로 찾아낸 무대탐방 포인트라니... 무언가 두근거리는 마음과 함께 벚꽃길을 좀 더 걷기로 합니다.

 

 " "뒤가르"뒤가르의 <티보 가(家)의 사람들>이야."...(중략)... 리카가 웃으면서 내 얼굴을 말끄러미 바라보았다. 왠지 굉장히 행복한 표정이었다....(중략)... "곧 봄이 오겠지?" "벚꽃, 보러 가자." "응."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 "완연한 봄이네." 한참 지난 후에 리카가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게." "벚꽃 구경, 데려가 줘."...(중략)... "나가면, 맛있는 것 사먹어야지."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벚꽃길을 걷다 보니 한켠에 노점들이 줄지어 영업하고 있는 곳을 만났습니다. 초코바나나나 빙수 같은 매체에서 자주 본 것부터, 무언가의 꼬치구이, 해물구이, 온면, 정체불명의 낚시게임, 등등

 

" "있잖아, 리카." "왜?" "꽃구경, 가자." "응." "맛있는 것도, 먹자." "응." "같이 가자." "응."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걸어도 걸어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촘촘하게 이어진 벚꽃나무길은 타카야마지역에서의 아쉬움을 한방에 날리기에 충분했습니다. 거기에 지금 인용한 구절들을 보듯, 소설을 다시 찬찬히 읽다 보니 이 벚꽃을 보러 가자는 대화가 권이 진행됨에 따라 이야기에 맞물려 조금씩 변주돼서 되풀이하는 구절이었다는 것에 뒤늦게 깨달았습니다. 생각지도 못한 곳이 더욱 뜻깊은 장소가 되어버렸네요.

 

  여기에서 계속 살랑살랑 걷고 싶지만 슬슬 다리도 아프고 오늘 갈 곳은 아직 많이 남아있기에 노점에서 먹을 것 하나 먹고 다리 근육에 다시금 ATP를 충전하여 다음 장소로 향합니다. 

 

"... 결국 억지로 끌려간 것이다. 진찰을 마친 의사가 한마디로 딱 잘라 말했다. "너, 입원해." 정말 군더더기 하나 없이."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강가에서 다시 동쪽으로 쭈욱 달리다 보면 저기 저 멀리 이 이야기의 대부분의 배경을 차지하는 병원의 모티브가 된 이세 케이유 종합병원이 보입니다. 후일담 이전엔 거의 병원 안에서만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소설의 반을 차지한다 해도 부족함이 없는 장소지요.

 

 " 상점가를 빠져나가자, 허리 높이 정도의 문과 맞닥뜨렸다. (중략)... 그 너머에 3층 건물인 작은 병원이 있다. (중략) 뒤쪽으로 돌아가면 거기에 갈색 묵이 있다. (중략) 야간 출입이 가능한 곳은 이 문뿐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다만 소설에서의 병원의 묘사 및 애니메이션을 비교해 보면 거의 위치만 비슷한 병원입니다. 사실 츠무구 작가도 나중에 설명하길 여러 병원을 합쳐서 만든 가상의 병원이라 하니깐요. 실제 병원은 겉모습만 봐도 오래되어 보이는 데다가 증축을 거듭한 건지 시대마다 디자인이 바뀌면서 지어진 성당마냥 겉모습이 다채롭습니다. 

 

"시립 와카바병원에는 동쪽병동과 서쪽병동이 있다. 나의 병실은 서쪽병동으로, 이곳은 주로 가벼운 병에 걸린 환자용이다. 그리고 작은 마당을 사이에 둔 맞은편이 동쪽병동이었다. 그쪽은 장기 입원환자나 중병에 걸린 환자가 들어온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

 

  사진은 왜이리 찍혔지. 아무튼 여기가 병원 정문입구입니다. 일단 이 사진 기준 왼쪽이 중병에 걸린 리카가 있던 동쪽 병동이 되려나요? 병원물의 흔한 클리쉐인 산책 삼아 휠체어 끌고 병원 앞마당에 나간다는 장면도 찍을 수 없는, 조그마한 정원 하나 없는 시내에 지어진 병원입니다. 그러고 보니 리카가 운동삼아 한다는 것이 옥상에 오르내릴 뿐인 이유가 있었군요.

 

"시립 와카바병원은 마을 고지대에 있어서 옥상에 올라가면 마을의 대부분을 내려다볼 수 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수술을 받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체력이 필요하다고 해서 리카는 요즘 매일 병원 안을 걸어다닌다. 옥상은 그 산책 코스의 절반을 찍는 지점으로 최근 1주일치 통계로 보자면 대략 3시 조금 지나 도착하게 되어 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2권 중 -

 

  소설상에선 고지대라고 묘사된 병원이지만 여기는 지극히 평지. 주변 건물이 쬐만하고 병원이 그 중 그나마 높은 편이긴 해서 올라가면 내려다볼 수는 있어 보입니다. 정원조차 없는 병원에서 유일하게 바깥공기를 쐴 수 있게 분리된 공간이라서 그런지 이야기를 하는 공간 대부분이 옥상이었죠. 

 

"아까부터 리카는 바깥을 응시한 채 꼼짝도 하지 않았다. 정확하게 표현하면 류토산, 즉 호다이산을 응시하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대충 동쪽 병동으로 추정되는 곳에서 호다이산(포대 산)이 보일만한 병실은 저기 어딘가일 겁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의 묘사처럼 호다이산이 가까이 있는 것이 아니라서 보일지는 조오금 의문입니다.

 

 말 나온 김에 이제 병원에서 오늘의 그리고 반쪽달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하는 장소 호다이 산을 향해볼까요? 작중 스쿠터를 빌려서 갔을 만큼 병원에서 꽤나 먼 곳입니다. 햇빛이 희미해져 가기 시작하니 서둘러야겠어요.

 

  가는 도중 독특한 구조의 외골격을 두른 건물이 있어 찍어둡니다. 일본의 학교 건물에도 자주 보이던데 지진 대책일까요?

 

 저걸 보다보니 문득 일본의 한 여고생이 학교벽을 타고 올라가던 이 광고가 생각납니다.

 

 

...이쪽이나 저쪽이나 1여고생 = 2특수부대원 취급인가 봅니다.

 

"... 목덜미에 리카의 따듯한 입김을 느끼자, 머리와 온몸의 신경이 완전히 마비되는 것 같았다. (중략) 살아 있는 진짜 여자는 대단해요. 정말 대단해."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아무튼 그렇게 호다이산으로 가다가 호다이산 근처까지 오면 애니메이션에서도 나왔던 다리가 하나 있습니다. 찰칵~ 그때도 나름 작품의 루트를 조사한 티가 나는 배경 선택. 아 그러고보니 작중엔 호다이 산이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토라오 산이라고 무르나 봅니다.

 

"열일곱 살의 여자아이한테 교복을 빌려달라니, 에자키 유이치는 정말 바보다. 바보 온달에 멍청이다. 어쩜, 몰라도 그렇게 모를 수가 있는지. 아무리 17년을 알고 지내 온 사이라고 해도 할 말이 있고 못할 말이 있는 법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잠시 가는 길을 멈추고 다리에서 동쪽을 바라보면 작중 학교에 데려다 주기 위해 리카에게 줄 교복을 미유키에게 빌리는 장소로 선정된 다리가 보입니다. 축약된 애니메이션에선 시원스레 빌려주지만, 소설상에선 소꿉친구로서의 어느 정도 호감과 정이 있는 상태이기에 은근은근 리카에 대한 질투심을 내비치곤 합니다. 약속된 소꿉친구의 패배는 이때 또한 여전했군요.

 

   호다이 산의 대충의 위치만 알면 됐겠지 하고 호기롭게 발을 옮겼지만 결국 입구를 못 찾고 산 동쪽을 반 바퀴 돌며 헤매고 말았습니다. 일본어로 찾아보니 다행히도 자세히 설명해 둔 블로그가 있어 따라가기로 합니다.

 

http://unyora-d.hateblo.jp/entry/2017/10/13/232800

 

砲台山(虎尾山)への行き方~『半分の月がのぼる空』聖地~ - うにょら~堂

ライトノベルを原作として多数のメディアミックスも展開された『半分の月がのぼる空』。 作中の重要な場面で何度か舞台となる「砲台山(作中では龍頭山とも)」は、伊勢に実在する山がモデルになっています。 半分の月がのぼる空 - Wikipedia 虎尾山 - Wikipedia 作品の内容等についてはここでは省略します。僕がライトノベルにのめり込むきっかけとなった作品です。 さて、そんな「砲台山」ですが、かつてはネット上を調べてもはっきりと行き方を示した情報はあまり多くありませんでした。僕が初めて砲台山へ行こうと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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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블로거의 설명에 따라갔습니다. 간단하게 다시 제가 설명하자면

 

"그것이 증명된 것은 호다이산 기슭에 도달했을 때였다. 호다이산 즉, 류토산은 표고 100미터 정도의 작은 산으로 정상까지 길이 나 있어, 가벼운 하이킹 코스로 좋았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파란색 원이 방금 지나갔던 다리고, 빨간색 원이 호다이산의 입구가 있는 장소입니다. 구글맵에서 위 장소를 찍고 따라가면 됩니다. 그러면 아마 반쪽달 이후에 호다이산 중턱에 지어진 빽빽한 주택가 사이를 지나가며 올라가게 됩니다. 옛날에는 아마 저기도 등산하는 루트였겠지요?

 

" 달빛에 비추어진 것은 아무것도 없는 주차장이었다. 리카의 기억과는 전혀 다른 곳이겠지. 나는 오토바이에서 내려 말했다. "5년 정도 전에 정비공사를 해서 지금은 여기가 정상이 되었어. 하지만 진짜 정상은 좀 더 올라가야 돼."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주택가의 끝 구석까지 올라가면 구글맵의 위치에서 사진과 같은 조그만 공원 입구를 발견할 수 있습니다. 공원이라 해도 정말 매우 조그마한 아기자기한 공터. 적당히 스트레칭이나 할 수 있을까 싶은 장소지요.

 

  그리고 이 입구를 열고 좁은 등산로를 따라 올라가면 됩니다. 중간에 갈림길이 조금 있는데 대충 왼쪽으로 올라간다고 보고 가면 문제없습니다.

 

"우리는 손을 맞잡은 채 걷기 시작했다. 깊은 숲, 그리고 정적, 거기에 있는 것은 우리뿐이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등산로에 들어서자마자 빽빽한 대나무 숲과, 매년 반쪽달 팬들이 정비를 한다고는 하나 시골 뒷산 오솔길이나 다름없는 길, 그리고 기분 나쁜 어두움과 정적이 몸을 감싸기 시작합니다. 산은 정말 조금만 들어가도 마경이나 다름없습니다. 어렸을 땐 잘도 뒷산으로 올라가서 산 건너건너건너편까지 방향을 잃지 않고 목적지까지 갔나 싶습니다.

 

예전에 여기서 불미스런 일도 있었다고 하니 어째 조금 식은땀이 납니다. 올라가며 무언가 뒤쪽이 신경 쓰이는 이 느낌. 근처엔 조용한 주택가뿐이라 나뭇잎과 나뭇가지가 스치는 소리와 저의 걷는 소리만 나는 것이 괜히 을씨년스럽습니다.

 

   그렇게 5분 정도 올라가면 조금 트인 공터와 함께 정상으로 가는 마지막 계단이 보입니다. 저위엔 작중의 포대는 없고 오래된 기념비가 덩그러니 서 있습니다. 저 기념비는 사실 우리에겐 씁쓸한 역사가 되는 과정 중 하나. 일본이 과거 하나의 열강으로 인정받게 되는 유이한 사건 중 하나인 러일전쟁의 승리기념비입니다. 작중하고 비슷하게 보이기 위해 살짝 옆으로 치웠습니다.

 

"정비되지 않은 탓에 여기저기 잡초가 무성했고, 주위의 수목이 멋대로 그 가지를 뻗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나름 정상에서의 경치를 기대하고 올라왔지만 소설에서 묘사된 것에 비해 거의 10배는 빽빽한 수목이 주변을 가득 채우고 있어 주변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조금 안타깝네요. 대신 어디선가 움직이는 생물에 의해 밟힌 나뭇가지와 나뭇잎에 푸드득, 이그적, 뿌드드득하는 소리만 간헐적으로 들리는 정적인 공간이지요. 

 

  기념비 반대편으로 가보면 작중 포대가 위치했을 것 같은 기념비 안쪽 공간에 무언가 가득 들어있으니, 무엇인가 하면 전세계 반쪽달 팬들이 기념품과 방명록을 놓아둔 곳입니다.

 

  오래되고 갈라지고 습기에 노출되다보니 성한 것이 많이 없긴 하지만 아직 계속해서 또 채워지고 있습니다. 마침 누군가 갔다 놓은 노트는 날짜가 오늘부터네요?? 제가 올라오기 전에 누군가 왔나 봅니다.

  

  역시나! 아까 점심 먹었던 만포쿠 식당에 있던 방명록에 써진 TS 라는 사람이 이 노트를 갔다두었습니다! 아 만났으면 재밌었을텐데. 어떤 사람이었을까요? 저도 한자 써 둡니다.

 

 이외에도 팬아트, 일러스트북, 다른나라의 책, 사루타히코 신사의 나무판, 거기에 성지순례용 안내 지도 및 사진까지 있습니다. 이 사진을 보니 옛날 이세 역은 저 커다란 등롱 빼면 정말로 조그마한 역이였네요.

 

"'목숨을 다해 네 것이 되겠다.' 자크의 서명인 'J'라는 문자에 어째서인지 두 줄의 선이 그어져 있었다. 인쇄된 선이 아니었다. 나중에 만년필로 그은 것이다. 그리고 그 옆에 작은, 정말 아주 조그맣게 'R'이라고 쓰여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1권의 57페이지, 그 마지막 부분에, 이렇게 적혀 있다. 목숨을 다해 네 것이 되겠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방명록을 보다가 한 페이지를 다 채운 그 대사. 얼굴도 모르는 사람과 함께 같은 추억을 공유한다는 느낌은 생각 이상으로 달콤했습니다. 방명록을 넘기다가 이 문구를 본 순간 잠시 멍 때리고 말았네요.

 

  앞장으로 앞장으로 오래된 방명록도 구경하다 보니 같은 한국에서 온 사람들이 쓴 방명록들도 이따금씩 있습니다. 아마 지금 이걸 보고 계실지도요? 손들어주세요~ 2012년에 반쪽 달을 보신 분은 어떤 루트로 알게 된 건지 한번 물어보고 싶네요. 리카를 죽이려는 악의 집단은 대체 어떤 사람들입니까!

 

  절 포함한 한국인은 외국으로 가야 하는 까닭에 다들 학생 때 읽고서 성인이 되어서야 이곳에 도달할 수 있었다는 이야기들을 보며 은은한 일체감이 느껴집니다. 

 

  나무에 사방이 막힌 정상에서 내려와 아까 계단을 찍었던 조그만 공터로 오면 시내가 오히려 잘 보이는 곳이 있습니다.

 

"이세의 마을이 보였다. 신궁의 숲이 보였다. 봉화대가 있는 우지야마다역 . 그 앞의 문화회관. 상점가의 아케이드가 하얗게 빛났다. 그것은 넉 달 전과 조금도 변함없는 광경이었다. 밤이 낮으로 바뀌었을 뿐이다. 역시 이세의 마을은 초라하고, 빌딩이라고는 제대로 없었다. 내가 17년간 살아온 마을이다. 그리고, 앞으로 리카와 살아갈 마을이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아마 저 왼쪽의 신궁의 숲 너머 아까 들렀던 케이유 병원이 있을 듯한데, 너무 멀어서 여기선 도무지 골라낼 수가 없습니다. 사진으로 확대해 살펴보려 해도 렌즈에 들어오는 이미 햇빛이 줄어드는 시간이라 뭉개져 보이기만 하네요. 반쪽달 때보다 강산이 한번 변한 탓인지 생각보다 높은 건물들도 이따금씩 있는 지금의 이세 시내입니다.

 

  아직도 갈 곳이 하나 남아있으니 더 어두워지기 전에 슬슬 내려갑시다. 어렸을 적 동네 야산을 이 잡듯이 돌아다닌 경력이 있어 다행이지, 그래도 조심하지 않으면 여행자보험을 들지 않았던 과거의 저를 매우 타박하게 될 수도 있는 길입니다.

 

  그러고보니 길에 전등이 달려 있습니다. 하지만 과연 밤에 켜져 있을까요?

 

  나오고 난 뒤 다시 걸쇠를 걸어주고 다음 장소를 향해 떠납시다. 웬지 다시 오게 될 것 같군요.

 

 

  다음 목적지는 반쪽달 무대탐방에서 2번째로 멀리 있는 사루타히코신사 입니다. 리카가 무녀대행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던 곳이지요! 2.7km라... 생각보다 먼 길입니다. 내일 버스를 타고 갈까 하다가, 작중 주인공들이 자전거를 타고 갔으므로 + 방금 호다이산 정상에서 반쪽 달 뽕을 많이 맞은 나머지 살짝 흥분한 정신상태로 오늘 가기로 마음먹고 출발합니다.

 

"...(중략) 자전거는 성큼성큼 가속해 나간다. 약간이긴 해도 오르막인데 그런 것은 전혀 아랑곳하지도 않는다. 풍경이 평소와 전혀 다른 스피드로 뒤로 날아간다. 좀 무서워졌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뭐가 약간이냐 이 주인공아 쉬...ㅂ... ㅎ..헥...엑... 여길 제가 왜 오늘 가자고 했죠? 그저께랑 어제 실컷 그렇게 다리를 혹사시켜두고? 이 자전건 기어도 없다고요? 저 미친 거 아닙니까? 하하하하 대충 구글맵에서 3분의 2 지점까지 상당한 오르막길이 절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면 서쪽으로 좀 더 빠져나가서 버스가 다니는 큰길 쪽으로 갔으면 아마 완만했을지도요. 여러분 구글맵 길 찾기의 시간과 루트는 고도를 고려하지 않습니다.

 

 아까 그나마 먼길을 대비해 떠나기 전에 들린 편의점에서 언뜻 보면 아리수처럼 쓰여있는 거 같아 산 스포츠 드링크가 절 살려주네요. 이 길은 자판기의 나라 일본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이 오르막길에 음료수 자판기 하나 보이질 않습니다. 헤헥..

 

  어떻게든 끌고 당기고 올라간 만큼 마지막에 30도 각도는 돼 보이는 무지막지한 내리막길을 내려가면 짜잔! 신사의 뒷문에 도착합니다!

 

...

 

  뒷문 쪽으로 도착한 거 보면 역시 이쪽 길이 아니었나 봅니다. 흐엉엉엉 아고 다리야.

 

"역사 선생님 말로는 실은 이세신궁보다 오래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한다. 원래 이쪽이 예부터 이세에 있는 궁으로, 이세신궁은 나중에 생긴 것일지도 모른다고 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반 바퀴 돌아 정문 쪽으로 나오면 한가운데 오래된 나무가 한가운데를 가려버린 독특한 토리이를 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나무니 그대로 두는 것일까요? 사진을 어떻게든 밝게 찍으려 했으나 벌써 해는 다 가라앉고 등불에 불이 하나씩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토리이 뒤에 몸을 숨기고 고개만 내밀어서 우리는 매점의 상황을 살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낙서는 세계적 문화라고 하긴 하는데 일본에 와서 신사의 식수대에 이렇게 무언가 많이 붙어있는 것은 처음 보네요. 여기만의 전통인가?

 

"한마디로 매점이지만 그래도 신사 내인만큼 왠지 엄숙한 구조로 되어 있다. 간이 신사라는 느낌. 미후다도코로라고 한다고 한다....(중략)... 울창한 숲. 커다란 토리이. 자잘하게 깔린 자갈길, 그러나 그 공간에 소란스러운 여자아이의 목소리가 울리고 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리카와 타카코가 서로 경쟁하듯 시장 한복판처럼 부적을 팔아치우던 매점. 이후 본 어떤 작품에서도 이 작품만큼이나 열정적으로 부적을 팔아치우는 묘사는 본 적이 없죠. 

 

"한 장에 오천 엔이나 하는 거물이다. 제멋대로의 규칙이지만 이것 하나면 부적주머니 열 개 분이다. 일 엔에 1포인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여러가지 부적들. 아쉽게도 오천엔짜리는 전시되지 않았습니다. 내일 들릴 예정인 이세신궁에선 아마 있겠지요? 그렇다고 해도 3000엔짜리 부적이 있는 것만으로도 굉장합니다. 뭐죠 저 부적. 신사의 나무라도 떼어서 만든 걸까요?

 

  이런 무대탐방 중 신사가 껴있으면 으레 있을 법한 그 작품의 그림 그려진 나무판은 역시 아쉽게도 없습니다. 세월이 세월이니깐요. 이 밤중에 오게 된 것만 아니어도 제가 한 장 사서 모작이라도 해봤을 텐데요. 언젠가 가실 다른 분들이 한번 해주시길 기대합니다. 

 

 

"그러나 그 말을 내뱉었을 때는 아키바 리카는 이미 문을 박차고 나가고 있었다. (중략) 무릎을 꿇으라고 말한 건 나다. 그리고 아키바 리카는 아무런 망설임도 없이 1초 후에 땅에 무릎을 대고 있었다. (중략)... 나는 그 흰 부적을 덥석 잡았다. 내달리기 시작했다. 문을 열고 미후다도코로를 나왔다. 자갈길이라 잘 뛰어지지 않았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부적을 가지고 가는 것을 잊어버린 커플을 위해 리카가 타카코에게 가져다주는 것을 부탁해서 뛰쳐나가는 장면. 성격 나쁜 일진녀가 더 성격나쁜 아이에게 휘둘리는 재밌는 장면. 그 조리를 신고 이 자갈밭을 뛰는 건 꽤나 힘들었을 겁니다.

 

"토리이를 지나, 몸을 잔뜩 기울여 왼쪽으로 돌았다. 전력으로 뛰다 보니 숨이 턱까지 찼다. (중략) 그 커플이다. 따라잡아야 한다. 전해 줘야 한다. 기다려. 잠깐만 기다려요. 머리를 숙이던 아키바 리카의 모습이 떠올랐다. 그 머리에 붙어 있던 낙엽이 떠올랐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이제 슬슬 돌아가려고 아까 자전거 있는 쪽으로 돌아가다가 주차장처럼 보이는 장소도 한번 찰칵. 이미 밤이 다 되었습니다. 이제 돌아가야 할 시간. 하지만 이왕에 밤이 됐으니 한번 더 호다이산에 가볼까요? 아 혹사된 다리가 불평하는 소리가 점점 커져가네요. 어젯밤에 온천에서 쉬었으니 좀만 참아봐라.

 

  가로등도 얼마 없어 매우 깜깜해진 길에서 전조등 키지 않은 자전거는 매우 위험합니다. 저번에 운전중에 후미 반사등조차 없는 자전거가 차도로 달릴 땐 식겁했죠. 이 자전거는 필요할 때 레버를 당겨 바퀴에 발전기가 연결되게 함으로 전조등이 켜지게 하는 장치가 달려 있습니다.

 

  그런데 충전기를 돌리는데 생각보다 힘이 많이 들어가는 구형인 데다가 소리도 요란하네요. 으... 지친 다리에 부담이 한번 더 가중됩니다. 그래도 돌아가는 길은 내리막이니 조금은 살만 합니다.

 

(자알 보면 계단이 보입니다. 자! 화면 명암비 테스트 GO!)

 

  "이세의 겨울은 그렇게 춥지 않다. 난류가 키이반도의 남쪽을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늘은 대단히 추웠다. 우리가 토하는 숨은 순식간에 얼어붙어, 마치 빛에 비춰진 것 같은 백색만을 우리 눈 깊이, 가슴 깊이 남기고 서서히 사라졌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다시 한번 호다이 산에 도착하니 완연한 밤입니다. 아까 봤던 전구는 당연한듯이 켜지지 않았고 핸드폰의 불빛만을 의지하며 조그마한 길 사이로 올라갑니다. 불빛 말고는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어둠은 어렸을 적 밤중에도 산을 타곤 했던 경력으로 돌파합니다. 벚꽃 피는 봄이라 하지만 가볍게 입은 옷은 슬슬 싸늘한 기운을 막아주기엔 역부족이네요.

 

"한동안 둘 다 입을 다문 채 눈앞에 펼쳐진 마을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이렇게 보니, 분명 예뻤다. 달빛이 비추어서인지 마을은 마치 꿈처럼 흐릿하게 떠 있었다. 망루가 있는 시비로운 역사(驛舍). 그 앞의 큰 건물은 문화회관이다. 지금은 이미 쇠퇴해버린 상점가의 아케이드도 보였다. 역 너머의 강이 달빛에 은색으로 빛났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계단을 뒤로하고 돌아보면 이세 시의 야경이 펼쳐져 있습니다. 나름 이세 야경 스팟이라는데 그럴만한 경치네요. 화려하진 않지만 군데군데 빛나는 소박한 모습입니다. 잠시 추위도 잊고 기차가 하나 더 지나갈 때까지 멍하게 바라봅니다.

 

"반쪽 달이 빛나고 있었다. 시리우스가 빛나고 있었다. 그 빛은 우리를 비추고 있었다. 바람이 불어 리카의 머리카락이 나부꼈다. 머리카락 한올 한올에 달의 은빛이 깃들어 반짝반짝 빛이 났다. 희미하게 샴푸 냄새가 났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1권 중 -

 

  아쉽게도 오늘은 초승달이 뜨는 날. 기초교육을 받은 여러분이라면 잘 알겠지만 초승달은 해와 함께 일찍 땅 아래로 꺼진 지 오래여서 도시의 희미한 빛만이 여길 밝혀줍니다. 언젠가 다시 온다면 반달이 떠오르는 날에 맞춰서 오는 것도 나름 풍취가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나뭇잎 스치는 소리만 들리는 어두운 산속에 있다 보니 살짝 간담이 서늘해 와 슬슬 하산합시다. 잘 아는 동네 산도 밤은 위험한데 하물며 먼 이국 땅의 산속이면. 오늘의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의 무대탐방은 여기서 종료! 아 내일 갈 장소로 무대 탐방할 곳을 하나 남겨두었으니 거기도 같이 가시지요. 

 

  낮에 건넌 다리를 다시 지나가 일단 체크인을 하러 게스트 하우스로 돌아갑니다. 게스트 하우스에 대해선 내일 좀 더 소개를 해보기로 하고 이제 슬슬 저녁을 먹으러 가보죠. 

 

  짐을 적당히 두고 저녁을 먹으러 나가려는 차에 같은 방에 있던 사람에게 말이 걸려옵니다. 저녁은 먹었냐고 혹시 같이 먹지 않겠냐고. 짧고도 길었던 일본여행의 마지막 밤, 오랜만에 혼밥을 면하게 된다니 기꺼이 승낙하고 같이 게스트 하우스를 나섭니다.

 

  가면서 간단하게 이름과 사는 곳을 물어보니, 나고야시에서 북동쪽에 사는 사카모토랍니다. 매체에서도 자주 듣던 이름이라 가명일려나요? 어디에 갈까 했더니 이미 게스트 하우스 주인장에게 근처 먹을만한 이자카야를 소개받았다고 해서 따라갔습니다. 이자카야 하면 그냥 2차로 술 마시는 곳이려니 하는 곳인가 했는데 가볍게 저녁도 해결하나 봅니다.

 

  꽤나 장사가 잘되는 이자카야인지 사람이 가득해 둘이서 카운터 석에 나란히 앉습니다. 조그만 가스렌지 화로가 눈에 띕니다. 여기서 바로 구워 먹는 메뉴가 있나?

 

  손글씨로 가득한 일본어 메뉴판만 있는 이자카야. 저의 일본어로는 오늘의 추천! 정도 밖에 알아먹질 못하겠네요. 현지인과 함께하지 않는다면 들어올 생각도 못 할 곳입니다. 이런 손글씨엔 구글번역조차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때문에 주문은 사카모토 씨에게 일임합니다. 외국인 관광객이라면 못 먹어봤을 음식이 뭘까 하고 생각보다 길게 고심하는군요. 

 

  일단 첫 타자는 타코 와사비에 제철 회 모듬! 같이 시킨 생맥주를 절로 입으로 부르는 맛입니다. 타코와사비를 먹어봤냐고 하길래 여기 편의점에서 순두부찌개 레트로트 파는 것처럼 한국 편의점에도 타코와사비 정도는 판다고 응수해줬습니다. 적당히 처음 먹어본다고 하는 것도 좀 그렇더군요. 회는 어떠냐고 물어보니 서양인도 아니고 회도 먹는다고 해줍니다. 활어랑 숙회의 차이점은 좀 있긴 하겠는데 일본어로 그걸 설명할 자신은 없어 넘어갑니다.

 

  너무 한국을 모르는 것 같아 언젠가 한국에 좀 와보라고 권합니다. 같은 동양권에 교류도 많아 언듯 비슷하지만 상당히 다른 식문화가 있다 하면서요.

 

  화로가 있는 이상 안 쓸 순 없죠! 거대한 크기의 모시조개를 그대로 올려 조개구이를 해 먹습니다. 속이 아주 실한 게 좋군요. 

 

  이야기를 해보니 어느 회사의 회계사인데 여행이 무지하고 싶어서 휴가도 안 내고 토요일 오전에 출근해 퇴근하자마자 그대로 기차를 타고 이제 막 이세에 온 참이라 합니다. 내일도 아침에 바로 이세시에서 배를 타고 바다 건너 다하라시로 간 다음에 기차로 나고야 동쪽을 돌아 돌아간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기차 여행을 즐기러 여기까지 왔군요. 대단합니다.

 

  중간에 빵과 같이 시킨 감바스. 어째서 이자카야에 스페인 요리 감바스가? 하고 잠깐 의문이 스치지만 맛있으니 상관없습니다. 새우가 아주 실한 데다가 모짜랠라 치즈도 있어 빵이 적셔 먹으니 아주 그냥 좋습니다.

 

  여기에는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때문에 왔다고 하니 이 사람도 왕년에 애니메이션 좀 봤던 사람인가 봅니다. 나고야를 배경으로 한 애니메이션이 있다고 신이 나서 핸드폰을 검색해 보여주네요. 맥거핀 가득했던 전파녀와 청춘남과 훈훈한 아저씨와 양녀 가족 이야기(초반엔)였던 토끼드롭스가 나고야를 배경으로 했었군요!  하지만 내일 나고야에 있을 시간은 거의 없는지라 어딜 잠깐 볼 수 있으련지.. 내일 일정을 짜는 머리가 갑자기 아파옵니다.

 

  소라도 화로에 올려 구워 먹어 봅니다. 오랜만에 먹다 보니 살을 빼기가 생각보다 힘드네요. 덜 익었나?

 

  나이를 물어보며 헤이세이 몇 년에 태어났냐고 물어와 옵니다. 일본인도 아니고 헤이세이 몇 년인지 알 리도 없어 의문부호 가득한 얼굴을 보여주며 말없이 스마트폰으로 헤이세이로는 몇 년인지 찾아보려 하니 그제서야 서기로도 괜찮다고 합니다. 생각 이상으로 일본에선 헤이세이나 이번에 레이와 같은 연호를 주로 쓰나 봅니다. 여기도 참 취향 독특한 갈라파고스 나라라니깐요.

 

  알고 보니 동갑이었습니다. 여행지에서 재밌는 우연이 섞인 만남에 생맥주 한번 더 건배.

 

  이자카야의 마무리는 오차즈케! 라고 신신당부하길래 이미 가득한 배에 오차즈케를 하나 시켜서 밀어 넣습니다. 가츠오 오차즈케라고 쓰여있길래 가쓰오부시를 넣은 건가 했더니 생선살이 들어가 있는 오차즈케네요. 맛은... 그냥 녹차에 밥 만 맛입니다. 별게 있나요. 한국에서 고깃집에서 마무리로 냉면이나 된장찌개에 밥 먹는 느낌으로 마무리하는 거겠죠?

 

  타카야마에서 게스트하우스에 돌아왔을 때처럼 고생한 몸뚱아리를 어떻게든 씻어내고 좁지만 안락한 나만의 공간 - 이층 침대에 눕습니다.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 이제 금방 또 정신없는 일상이 올 거라 생각하니 조금 싱숭생숭 해집니다. 그래도 그동안 계속 괴롭현던 불면증 하나는 제대로 고쳐...지..ㄴ..거...같.......Zzzzz

 

 

=오늘의 루트=

게로 온천 --> 나고야시 --> 이세시 우지야마다 역-->만포쿠 식당 --> 이세 시역 --> 오래된 마을 --> 이세시 시립도서관 --> 미야가와 강변 벚꽃길 --> 케이유 병원 --> 호다이 산 --> 사루타히코 신사 --> 호다이 산 --> 게스트 하우스

참고한 구글맵

https://www.google.com/maps/d/u/0/viewer?mid=122GIP7IC-n3q6yTFl3MXZKxCUVY&hl=ja&ll=34.485499242473615%2C136.7129867864419&z=16http://d.hatena.ne.jp/riyot/touch/20130511/1368269260 에서 따옴)

 

참고용 반쪽달 8권 권두 일러스트 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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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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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밝았습니다! 여행 전에 휴가를 위해 불타오르다가 얻게 된 불면증이 아직도 맹렬하게 괴롭힌 탓에 자기 전 마신 한 캔의 술도 딱히 도움이 되진 않아 잠이 좀 부족합니다. 그렇다하더라도 오늘 돌아다닐 곳이 많으니 더 이상 늦게 행동하면 안 되겠죠.

 

  오늘은 본격적으로 빙과의 주요 배경이 된 타카야마를 돌아다닐 예정입니다. 후... 긴 여행의 예감이 드는군요. 그와 비례해 이 글도 엄청나게 늘어지겠지요. 일단 출발해 봅시다~

 

  좋은 시설의 게스트 하우스인만큼 가벼운 아침까지! 1인당 빵 두 개와 간단한 페이스트들, 그리고 직접 만들 수 있는 수프! 차이니즈 스탁은 뭔가 하고 먹어봤다가 입만 버렸습니다. 웩 sea weed는 미역국스러운 건가 싶었는데 그냥 미역만 있었습니다. 된장은 알아서 지참? 덕분에 제일 왼쪽 옥수수 수프가 저의 유일한 동반자였습니다.

 

  타카야마 시내만 돌아다닐 거라면 걷는 것으로도 괜찮겠지만 오늘은 자전거 렌탈 샵에서 걷는 것에 비해 3배는 효율이 좋다는 문명의 이기, 자전거를 빌렸습니다. 그냥 바구니 자전거나 생각했는데 기대도 하지 않은 3단 기어에 플랫한 손잡이입니다. 관리도 잘 돼있어 반짝반짝. 기대 이상의 자전거에 기분이 UP. 오랜만에 밟아보는 페달의 감촉에 더더욱 UPUP!

 

  젊은 남자 혼자서 자전거 빌린다니깐 주인 할아버지가 잠시 쓰윽 보더니 "너의 이름은? 빙과?"라고 물으십니다. 하하 그렇지요 하하하. 빙과라고 하니 꺼라위키에서 봤던 빙과 무대탐방용 지도를 줍니다. 꺼라위키에선 역에 있다 했는데 없어 슬퍼하던 차에 여기에서 받게 될 줄이야. 주인 할아버지와 함께 지도를 보며 빙과의 무대뿐만 아니라 중간중간 들릴 수 있는 아침시장이나 박물관 위치도 친절하게 알려주십니다. 

 

  잘 알려진 강가에 있는 타카야마 아침시장과 달리, 또 하나의 아침시장을 여는 오래된 건물 앞을 할아버지께 듣고 찾아갔습니다. 규모는 작아도 은근 이것저것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에 외국인 대상 투어가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입구에서 가이드가 설명하고 있어 슬며시 끼어들어서 살짝 듣고 빠져나옵니다. 혼자 여행하며 맛보는 재미죠.

 

  이 주변 지형이 사방이 산으로 둘러싸인 분지여서 그런지 몰라도 사과가 종류가 참 많습니다. 시식할 수 있어 먹어보니 다들 조금씩 풍미가 다르면서도 단맛이 일품입니다. 참 일본이나 우리나 과일 달달한 거 좋아합니다. 저번에 동남아 갔더니 망고와 파인애플 외 과일들은 달기보다는 신맛이 너무 많아서 슬펐었죠.

 

  채소와 쌀을 파는 할머니께서 직접 만드셨다는 사루보보 인형을 만났습니다. 보통 다른 곳은 저 몸통에 있는 글씨가 "히다"라고 써 있는데, 이건 직접 만들어서 "타카야마"로 적혀 있다고 하네요. 여기에선 직접 만들지 않으면 진열도 못한다고 말씀하시긴 하는데 정말인진 모르겠니다만, 다른 기념품점에는 다 히다로 적혀있기도 하니 희소성을 노리고 넘어가드립니다. 몇 개씩 사니 조금 세일해주신 건 덤. 쌀파는 봉투가 어쩐지 정겹습니다.

 

  이쪽은 잘 알려진 타카야마 아침시장 쪽입니다. 여기에도 빙과 배경이 있긴한데 사람이 지금은 너무 많아서 아침시장 구경이나 하고 나중에 사진을 찍기로 했네요. 나중에 다시 와도 되겠죠?

 

   그렇겠죠?

 

 

  지나가다 조그만 붕어빵을 파는 곳이 있길래 먹어봤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 갑자기 카논에서 아유가 행복하게 붕어빵을 먹는 애니메이션 캡처 사진을 보여주며 이것이 이렇게 나오는 일본의 붕어빵이다!라고 아주머니가 말씀하십니다. 하하하 참 어찌 아시고 하하하. 한켠에 있는 방명록에 한국사람은 없다고 하니 몇 자 남기고 왔습니다. 다음에 오시는 분이 찍어주시겠죠. 참 붕어빵은 맛은 비슷한데 한입에 쏙 들어가는 사이즈가 재밌었습니다.

 

  왜인지 롤라도 이런 표고버섯 간장조림 반찬을 이렇게 포장해 파는 곳이 많았습니다. 근데 꽤나 맛있긴 합니다. 익숙한 약간 매운 간장 맛이 우리 입맛에도 맞네요. 짐을 벌써 많이 만들고 싶진 않아 집어 들진 않았지만 나중에 한번 만들어 볼까요? 맛을 보건대 대충 따라 하려면 간장 미림 고추를 섞어 달인 물에 표고버섯을 절이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애니메이션과는 전혀 상관없어 보이는데 포스터가 걸려있는 히다규 꼬치와 술을 파는 집이 있었습니다. 어째서죠? 두 작품에서 히다규 꼬치가 나온 적이 있던가? 풍성한 아주머니의 입담에 살 뻔했지만 히다규는 전날 밤에 많이 먹기도 했고 아직 낮이니 술 마시고 라이딩은 위험하기에 밤에 다시 오기로 하고 일단 발을 옮깁니다.

 

  아침시장도 구경했으니 본격적인 빙과 무대탐방은 점심을 먹고나기로 하고 일단 점심을 해결하러 갑니다. 자전거 할아버지께 들었던 여기서 꽤나 전통 있다는 소바 가게로 향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 하니 한국말로 된 먹는 방법 만화도 주네요. 누가 그렸을까요? 오호 설명이 꽤 잘 되어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메밀면은 학생식당이나 대충 하는 집의 소바는 만화처럼 금방 면이 망가지곤 하지요. 흑

 

  역시 소바 하면 차가운 거여야지 VS 바깥이 존내 추운데 무슨, 온소바로 가자!

 

  이 두가지 의견이 머릿속에서 한 5분은 투쟁하다 결국엔 덴푸라소바를 주문했습니다. 날씨가 어제보다 맑아졌긴 한데 아직도 상당히 추워서 일단 몸을 덥혀야겠어요. 소바면이 메밀의 거칠함이 살아있으면서도 찰랑거리니 이거 꽤나 맛있네요. 만화에서 나온 것처럼 후루륵. 가격이 좀 센 것이 슬픈 단점이네요.

 

  배도 채우고 이제 본격적인 무대탐방이다! 하고 히에 신사를 향해 발을 땟으나 금방 중간에 새고 말았습니다. 제목은 빙과 무대탐방인데 아직까지 시작도 못 하고 있네요 하하. 여긴 타카야마 국립박물관의 별관에 있는 타카야마 예술작품관입니다. 대나무로 만든 등롱, 여러 가지 나무 공예품, 그리고 이 곳이 있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온 끈 만들기 체험!

 

  그냥 박물관 같은 것이 있길래 흐느적거리며 들어갔다가 만난 예상치 못한 반가움에 바로 체험을 신청했습니다. 만든 끈 + 단색 끈 해서 2200엔. 끈을 사면 2900엔 이상 하는 것을 생각하면 체험하는 비용으로 크게 아깝지 않습니다.

 

  만드는 것은 3색 끈. 너의 이름은 에서 나왔던 것에 비해 단순한 형태라, 얼마 안되는 순서를 잘 기억해두고 따라 하는 것을 반복하면 크게 어렵지 않습니다. 순서를 틀려도 옆에서 지켜보고 말해주십니다. 생각보다 간단해서 집에서 비슷하게 만들어봐도 괜찮을 것 같네요.

 

  완성! 3색은 여러 가지 색의 끈에서 고를 수 있는데, 만들고 나서 보니 뭔가 한국적인 조합이 되었어요. 가르쳐주신 분이 한국인의 피가 무의식 중에 고른 게 아닐까 하십니다. 짧은 버전이라 그런지 애니메이션처럼 두 번 감지는 못하고 한번 감아서 간신히 매듭지을 정도네요. 손목이 조금 더 굵으면 매듭보다는 애니메이션 같이 걸쇠를 이용하는 것이 낫겠습니다.

 

  가르쳐주신 아주머니에 뒤이어 오신 장인 포스를 가지신 주인 할머님이 한국에서 드라마의 그분을 닮았다는 소리를 들어보지 않았었냐 하면서 농을 걸어주십니다. 어찌 이 미천한 자에게 그런 황송할 말씀을.

 

자 드디어 본격적인 빙과 무대탐방의 시작!!! 도보 15분이라는 히에 신사로 갑시다! 아 자전거는 좋네요. 정말 좋아요. 걸을 때는 느끼지 못하는 이 밟을 때마다 슝슝 앞으로 나아가는 느낌이란!

 

  이였는데 잠시 히에신사로 가기 전 바로 앞에 있는 삼나무 뭐시기 신메이 신사의 계단을 보고 말았습니다. 히에신사보다 더 낡고 긴 이 시골틱한 돌계단이 있는데 이쪽이 더 '너의 이름은'에 나온 돌계단스럽게 보입니다. 올라가 보니 타카야마시가 대충 보이는 높은 곳까지 계단이 있네요. 아쉽지만 더 이야기 했다간 빙과를 시작도 못 하게 될 것 같으니 이번엔 생략합니다.

 

" 역시 정월. 차림새가 눈부신 사람도 있군. " - 빙과 20화 중

 

  짠 여기가 히애신사의 입구입니다. 빙과 20화에서 치탄다가 기모노 입은 모습 보여주고 싶다고 호타로를 새해 참배에 불러내서 만나는 곳이지요. 그리고 호타로는 그대로 가슴에 스트라이~크! 생각해보면 후반부로 갈수록 치탄다도 굉장히 요망해졌어요. 장난 스페셜리스트 타카기 못지않습니다.

 

  1쿨 오프닝과 20화에 나온 장면들. 1기 오프닝에서부터 이 신사가 나온줄은 여기 오고서야 알았네요. 저도 따라서 신사로 들어갑니다.

 

   마찬가지로 1쿨 오프닝에서 나오는 본전 올라가는 계단 앞에 있는 빨간색 토리이.

 

  너의 이름은 의 빨간색 토리이의 배경이라고도 선전하던데 글쎄요? 그렇게까진 닮진 않았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보는 경치는 조금 닮았을지도요?

 

"에너지 소비가 평온한 1년을 보낼 수 있기를. " - 빙과 20화 중

 

  계단을 놀라가 본전에 도착하니 거대한 신목과 함께 소원 비는 곳이 있습니다.  저도 사진을 찍으며 마음속으로 호타로와 같은 소원을 빌어봅니다. 돌아가서 제발 쓸데없는 일이 늘어나지 않기를.               이뤄지진 않겠죠. 압니다 알고말고요 흑흑

 

  신사내의 무녀복을 입고 부적을 팔던 매점입니다. 가끔 일본의 절에도 들리는데 파는 게 비슷해..아니 그냥 똑같아서 일본에서 절과 신사의 차이가 어떤지 잘 모르겠더라고요.

 

  저기 왼쪽에 조금만 건물들이 주르륵 있습니다. 대충 저쯤에 있는 창고에 갇혀있었겠지요.

 

  아마 대충 둘이 갇혀있던 곳은 이렇게 생겼겠지요? 다만 새로 지어져서 호타로 정도의 힘으론 틈조차 생길 것 같진 않네요. 자 이만 히에신사를 뒤로하고 다른 곳을 향해 페달을 밟습니다.

 

 "무사히 고교생이 된 너에게 누나로서 한 가지 어드바이스를 해 줄게. 고전부에 들어가렴." - 빙과 2화 중 -

 

2화 8화 때 나온 호타로 집 근처입니다. 호타로 집이 있었을 것 같은 곳은 지금은 공터만 남았네요.

 

 

  11화에 나왔던 호타로의 집 근처 도로입니다. 도로가 뭐 중요하나 싶지만 11화 빙과부 모두에게 한소리 들은 데다가 이리스와 대담 후 풀 확 죽은 호타로의 귀중한 모습이 있던 장면이기도 하지요. 배경을 따라가다 보니 재밌었던 것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때 호타로가 얼마나 풀이 죽었는지 배경을 보면 집에 가는 길을 지나치기까지 합니다. 그 에너지 절약가 호타로가 말이죠!

"하지만 그런 후쿠 짱을 아직도 좋아하는 내가 가장 화가 나!" - 빙과 21화 중 -

 

  강 근처는 많이 모여있으니 금방 둘러볼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 있단 먼 곳부터 돌아다니기로 했습니다. 여긴 21화 그 씁쓸한 발렌타인 이야기가 펼쳐지던 하나사토 구름다리입니다. 두 사람만 좋으면 그만이라 하지만 작중 다른 두 사람이나 보는 저나 힘들었던 에피소드. 이바라네 집은 시내에서 많이 떨어져 있는지 이바라의 하굣길로 보이는 이곳은 멀리 떨어져 있습니다.

 

이제 더더욱 시내와 떨어진 먼 곳으로 갑니다. 지나가다 보이는 하수도구에 잠깐 찰칵. 어렸을땐 저런 하수도구 안을 지나가는 것만으로도 모험 기분을 양껏 내곤 했었지요.

 

  가는 도중 길을 건너야 하는데 횡단보도는 없고 대신 이런 지하도가 있습니다. 자전거로도 갈 수 있게 되어있네요. 상당히 낡은 모습입니다. 어디선가 싱하형이 10초 만에 달려올법한 지하도네요.

 

 지금 목표하는 곳은 서쪽끝에 있는 타카야마 전경을 볼 수 있는 스카이파크. 이름 그대로 높은 곳에 있긴 한데 아직은 완만한 길이라서 3단으로 어찌 올라갈 만 한데 도중 자전거 주차장이 만났습니다. 어째서 이런 곳에 자전거 주차장이?

 

  헥.....헥..........자전거 주차장을 지나고나서부터 경사가 가파른 오르막이 계속됩니다. 단단히 기억하십시오. 구글맵에서는 위아래가 없습니다. 으앙 살려줘요. 거기 지나가던 트럭 아저씨 좀 태워주소.

 

  기어가 3단밖에 없긴 하지만 MTB였어도 자전거를 타고 올라가는 건 힘들었을 겁니다. 어찌 터벅터벅 끌면서 15분은 구부정한 언덕길을 따라 올라갑니다. 점심 먹고 신사에 갈 때만 해도 바람이 스쳐나가는 사이클링에 기분이 좋았지만 어느샌가 하드한 트레이닝이 되어버렸습니다. 헉헉...

 

  어떻게 올라왔습니다! 위에 펼쳐진 너른 잔디밭에서 현지 사람들은 자동차에 어린이용 조그만 자전거를 가지고 와서 가족단위로 놀고 있더군요. 

 

  일단 올라왔으니 기념 삼아 한 장 찍었습니다. 나중에 절 포함해 찍어주신 분에게 물어봤더니 걸어서 올라온 적은 있어도 자전거 끌고 올라오는 사람은 못 봤다고 합니다. 하하하 이런 하하하

 

"뭐라고 할지. 그... 신경 쓰인다." - 빙과 18화 중 -

 

18화 선생님의 헬리콥터 이야기에서 잠깐 나왔던 타카야마 전경입니다. 정말로 잠깐 나왔던 장면이요. 다행히도 올라오니 날씨가 맑아 멀리까지 보이는 좋은 날이었기에 망정이지 풍경도 안 좋았으면 여기 대체 왜 왔나 하고 있었을 겁니다. 그래도 호타로가 작 중 처음으로 자신의 의문을 해결하려 한 사건의 배경이니 조금은 특별하게 대접해주도록 하죠.

 

  일단 땀좀 식히고 체력게이지도 올릴 겸 올라오느라 더워 벗어던진 옷가지를 다시 입고 풀밭에서 잠시 죽어있겠습니다. 너무나 몰골이라 그대로 보여드리긴 좀 그렇네요.

 

  일어나 한 바퀴만 돌고 내려가려는데 저 멀리 남자아이들이 절벽에서 로프를 달고 오르내리며 놀고 있습니다. 저도 어릴 때 저런 거 참 좋아했죠. 다만 저렇게 흙 절벽에 로프가 아니라, 그냥 바위 절벽 틈을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어른이 있었다면 참 조마조마하게 보셨을 것 같네요. 

 

  자전거로 높게 올라온 자에겐 복이 있나니. 내려가는 길은 싱거울 정도로 시원합니다. 다만 이번에 여행 오기 전 깜박하고 여행자 보험을 들지 않았으므로 어디까지나 속도는 적당히 조절하며 바람을 타고 내려갑니다. 커브만 없었어도 어렸을 적 때처럼 페달이 헛도는 속도까지 내볼 텐데.

 

  엥? 이제 한 숨 쉴 겸 카페에 가는 도중 꽤 큰 세가 월드 건물을 발견합니다. 제가 또 이런 곳을 그냥 지나갈 수 없죠.

 

  저런 UFO캣쳐는 박스크기 1cm 차이에 따라 난이도가 급변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가장 빨리 뽑은 건 한 2000엔에 뽑았었네요. 그런데 바로 옆 지하의 중고매장에서 1500엔에 팔고 있는 걸 보고 멘붕 한 건 안자랑. 아마 고수들은 1000엔정도에 뽑나 봅니다. 대단들 하네요.

 

  아직 한국에선 보지 못한 게임들도 있네요. 패그오는 이름만 들었는데 아케이드도 있네요? 미쿠는 수많은 캐릭터가 뜨고 지는 가운데서도 아직 건재합니다. 거기에 이..거대한 경마장은 대체 뭐지요? 파칭코처럼 코인 따는 기계들도 있고 은근히 입문효과를 내는 것이 아닌가 슬쩍 생각합니다.

 

  아쉽게도 스카이파크에 가면서 생각보다 시간을 너무 많이 써서 여유롭게 게임센터에 오래 있진 못 했습니다. 바로 나와 다시 달리던 도중 맥도날드를 발견합니다. 조금만 더 가면 있는 옛시가지와 상점가에선 전혀 볼 수 없는 패스트푸드점이죠. 빙과에 나오는 학생들을 저기로 가끔 갈려나요.

 

  달리고 달려 다리가 좀 후들거릴 쯔음 드디어 백파이프 카페에 도착합니다. 게스트 하우스 지도에도 있던 거 보면 빙과 이외에도 원래 꽤 유명한 곳인 듯합니다.

 

"내게 고백이라도 할 셈이야?" "고백이라고 한다면 그럴지도 몰라요." - 빙과 2화 중 -

 

  운 좋게도 사람이 많이 없어 그 자리에 갈 수 있었습니다. 방석에 비해 다소 딱딱한 의자, 나무 빛깔의 침착해지는 인테리어, 그에 반하는 많은 추시계들의 움직이는 딸깍딸깍하는 소리가 모순된 공간입니다. 사람이 없는 참에 조용히 들어보니 복수의 시계가 엇박자로 서로 똑딱똑딱하는 게 오묘한 분위기를 자아냅니다. 3화에서 저 흔들거리는 추가 하트 모양으로 바뀌는 연출은 새콤달콤했지요.

 

"저기...실은 저...! 저, 오레키 씨께!" - 빙과 3화 중 -

 

  작중 비엔나 초콜릿과 커피를 마신걸 떠오르고 시킨결과 메뉴가 이리 되어버렸습니다. 비엔나 커피와 초콜렛 케이크. 슬슬 지쳐가고 있기에 단맛으로 칼로리 보충을 합니다. 분위기 값인지 가격대는 은근히 있습니다. 그나저나 만나는 장소로 이런 좋은 분위기의 장소를 지정한 호타로라니. 얘도 은근히 속셈이 있었을까요.

 

  방명록은 최근까지도 계속 갱신되고 있었습니다. 빙과도 꽤 되었는데 많이들 오고 계시군요. 저도 시원찮은 실력이나마 그림 하나 남기고 옵니다. 배틀필드가 배움필드가 되기 전에 쓰던 직접 만든 치탄다 옆모습 엔딩버전 배틀필드 엠블럼을 그려넣고 옵니다. 인터넷 엠블럼 공유 사이트에 올려놨었는데 게임하다가 그 엠블럼 쓰는 사람한테 죽으면 반갑기도 하고 뭔가 짜증이 나기도 하고 오묘한 기분이었죠.

 

바로 근처에 이리스한테 비싼 거 떼어먹었던 찻집으로 갑니다. 뭔가 오늘은 문이 굳게 닫혀있어 들어가긴 힘든 포스를 자랑하네요.

 

이제 치탄다 집 쪽으로 가봅니다. 실제 치탄다가의 모델이 된 집은 이곳에 없지만 집이 있는 부근과 어떻게 그곳에 갔는지 경로는 따라 짚으며 갈 수 있지요. 아까 카페에서 시계를 눈여겨 보신분이 있다면 아시겠지만 벌써 오후 5시에 닿고 있습니다. 햇빛이 뉘엿뉘엿하네요. 일단 구글맵에서 걸어서 한시간이니 자전거로는 한 20분이면 되겠죠? 까페에서 충전도 했으니 또 자전거를 신나게 타 봅시다.

 

"그야 자전거 타기가 즐거운 거라고. 바람을 가로지르며 자신의 각력으로 달려 나간다." - 빙과 4화 중 -

 

  아무튼 가는 길은 잘 재현되어 있습니다. 가끔 가는 방향이 역방향으로 되기도 하며 왔다갔다해서 애니메이션에서 나온 순서대로 가진 못 하지만요. 좁은 길에 독특하게 꺾인 표지판은 자동차가 지나가는데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려나요? 

 

  문제는 말입니다. 대략 여기서부터 치탄다집까지 가는 길은 매우 완만하게 계~~~~~~~~~속 이어지는 오르막길입니다. 평범한 연구실에 박혀있는 사람에겐 너무나 혹독한 길이 이어집니다.

 

  이제 구글맵상으로 1/3 지점입니다만 벌써 저는 녹초가 되었습니다. 아 이제 그만 돌아갈까 가봤자 집도 없을 텐데 그래도 여기까지 왔는데 아 몰라 일단 가자 아무튼 반쯤 이미 탈진 상태입니다. 어디선가 초콜릿 바라도 챙겨 왔어야 했는데. 사실 치탄다의 그 가느다란 다리는 집을 오가며 생긴 실전압축근육으로 가득했던 것입니다! 그러니깐 18화에서 너무나도 가볍게 호타로에게 뒤에 탈래라는 이야기가 나온 것이겠죠.

 

  솔직히 구글맵에서 여기가 골인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아직 반 조금 넘은 수준이었습니다. 헥헥헥... 완만한 오르막길을 너무 얕보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은 오후 5시 30을 넘고 있습니다. 서두르지 않으면 돌아올 땐 이미 껌껌한 길을 달릴 수 도 있을 텐데 호흡은 과호흡 상태.

  ㅎ허ㅎ헉 후우.. 사진 찍으며 쉴 때조차 숨은 멈출 기세를 보이질 않습니다. 스카이파크 가면서 이미 너무 혹사당한 다리로 오르막길 자전거 페달 밟을 기운이 없어 천천히 밀면서 올라갑니다. 이거 걷는 것보다 더 힘들게 가는 거 아닐까요.

 

  치탄다 가에 도착했습니다!!! 거의 걸어서!!! ...허ㅎ헢ㅎ허ㅔㅁ...  이미 비교할 기운도 없습니다. 집이 있을 평야 대신 뭔가 조그마한 언덕과 함께 사찰이 하나 있습니다. 구글맵에선 불교 사찰이라는데 토리이가 있네요. 아 몰라요. 저기까지 가는 잠깐의 길조차 오르막입니다.

 

  어떻게 어떻게 여기까지 왔으나 이제 돌아갈 길을 모색할 시간입니다.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여기서 바로 그 배경이 된 고등학교까지 치탄다의 등굣길을 짚어보며 가보기로 하였죠.

 

 그런데 구글맵이 가르쳐 주는 길이 영 이상합니다. 대충 이런 길을 구글맵이 가라고 합니다. 대체 이런 길은 왜 알고 있나 싶습니다...만 따라가보죠. 한번 왔던 길로 가고 싶진 않으니깐요.

 

 

  6시 다되어가 해가 지기 직전 석양을 받는 비닐하우스는 거기서 풍겨오는 특유의 거름냄새 빼고는 꽤 좋은 경치입니다. 문제는 이 카메라 오토 HDR 옵션으로는 영 해를 잘 못 찍는 거 같습니다. 저쪽에서 무슨 폭발이라도 일어난 비주얼이네요. 어렸을 때 등굣길에 태풍에 구멍송송뚫린 비닐하우스 보면 은근 마음이 아프곤 했던 기억이 납니다.

 

  아까 치탄다네 집 갈 때는 계속 오르막이라고 했었지요? 자전거로 올라간 자에겐 복이 있나니! 밭 사이의 길을 잠시 지나니 계속해서 내리막길이 신나게 펼쳐집니다. 치탄다도 지각은 안 했을 것 같습니다. 이렇게 신나는 내리막이니깐요! 

 

  15분 정도 계속 내리막길을 가다 보니 학교에 도착합니다. 해가 이제 막 산을 넘어가려 하고 있네요. 그나마 아직 밝을 때 도착해서 다행입니다. 저 오른쪽 건물 위치가 대략 애니메이션에서 옛날에 화재가 일어났다는 건물 위치쯤 되려나요.

 

  보다시피 학교랑 운동장 사이에 웬 길이 하나 있습니다. 덕분에 좀 더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습니다.

 

  빙과 14화에서 저기 저 4층 지구과학실 고전부 부실에서 2쿨 들어 급격히 귀여워진 호타로가 사토시를 불러 밀가루를 던졌었죠. 한동안 빙과의 인기 캐릭터로서 짤방화 되기도 했었네요.

 

 

 

  일단 여기까지 먼길을 수고해준 3단 자전거와 함께. 오늘 자전거 빌린 값을 제대로 뽑고 있습니다. 대충 애니메이션 포스터 그림이 되었을 벚꽃나무도 보이지요?

 

  해가 지는 시간에 와서 좋은 점도 있습니다.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하교했기에 여유롭게 사진을 찍으며 구경할 수 있었네요.

 

  애니메이션의 그 좋은 벚꽃과 함께하는 등굣길은 이 주변의 공사로 아쉽게도 이제 사라져서 찾아볼 수 없습니다.

 

  무언가 아쉬움에 반대쪽에서도 찰칵. 이 등굣길이 은근 작중에서 많이 나오는 이쁜 길이였는데 사라져서 아쉽네요.

 

자 이제 길을 돌려 시내로 갑니다. 해가 벌써 다 져가서 제대로 사진이나 찍을 수 있을지 걱정되기 시작합니다.

 

 작중 병원이 나오지도 않는 것 같은데 여기 이리스의 가족이 운영하는 병원 위치(실제 병원은 옛날에 이전)는 어찌 알았나 싶습니다. 이왕 왔으니 찍고는 가는 게 무대탐방 마음이죠. 한자는 못 읽기에 뭐하는 곳인지는 모르겠으나 타카야마는 써있는게 뭔가 관공서인 모양입니다.

 

  하 드디어 아침에 보았던 강가에 돌아왔습니다. 아침 시장을 보고 난 뒤 7시간 만입니다. 다리가 페달 밟을 때마다 살살 떨리긴 하는데 그나마 이젠 평지만 있어 다행입니다. 듣자 하니 이렇게 계속 장시간 운동을 할 땐 배가 고프지 않아도 계속해서 칼로리 섭취를 해줘야 한다고 하는데 아무래도 전 이미 글렀나 봅니다. 헤...에...엑...

 

  오프닝과 위염유발 스토리 21화 발렌타인데이에서 나온 그 후도우다리입니다. 왔을 때만 해도 불이 꺼져있었는데 사진 찍고 돌아가려는 순간 불이 들어왔습니다. 후 다시 찍어야죠. 지금 다시 보니 눈발에 들어간 작화의 정성이 대단합니다.

 

  사각형의 흐릿한 램프가 다리를 은밀하게 비춰주고 있습니다. 여기에 램프가 켜졌다는 것은 정말로 어두워지는 것이 얼마 안 남았다는 거네요. 그럼 더 빨리!라고 하고 싶지만 이미 체력은 한계라 그냥 느긋히 움직입니다.

 

  그 밸런타인 이야기는 아직도 진행됩니다. 다리를 건너서 좀만 가면 사토시가 눈 맞으며 멍 때리다 전화를 거는 히다 신사 앞이 있습니다. 사토시나 이바라나 이 에피소드에선 참... 달콤달콤한 22화 마지막 스토리를 위해 일부로 바로 전 발렌타인 데이를 더더욱 씁쓸하게 만든 것 같은 느낌도 듭니다.

 

  건넌 다리를 또 건너 다시 반대편 강가로 돌아와 남쪽을 향해 터덜터덜 자전거를 끌고 가다 보면 만날 수 있는, 이미 끊어져버린 것으로 잘 알려진 야요이 다리 아래의 조그만 다리. 이젠 왜 다시 만들지 않는 걸까요? 어린애가 지나가다 물에 빠지기라도 한 걸까요. 아... 이제 완전히 어두워져 갑니다. 

 

  구글맵에 선발대가 찍은 위치 따라 가는데 참 이런 곳도 잘 체크하고 가는구나 싶습니다. 18화에서 학교에서 치탄다랑 도서관 데이트를 하러 가는 도중에 있는 야요이 다리 근처 교차로의 풍경입니다.

 

 이런... 야요이 다리에서 빙과 오프닝에 비중 있게 등장하는 예쁜 계단식 물길을 찍으려 했으나 이미 너무나 어두워져 버렸습니다. 제 스마트폰으로는 전문가 모드로도 이게 한계입니다 훌쩍. 오프닝 엔딩을 편집해서 모으는 오프닝 엔딩 영상 마니아에겐 매우 슬픈 순간입니다. 빙과의 오프닝 2개는 참으로 좋았죠. 내용, 연출, 음악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었습니다.

 

  추가로 야요이 다리의 광경입니다. 학교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스팟에 있는 다리인 만큼 자주 나오곤 했죠. 너무 어두워져서 무대탐방앱의 AR기능을 쓰면 캐릭터가 너무 튀어서 못 찍을 것 같습니다.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라면 간략하게다." - 빙과 1화 중 -

 

 대부분 이야기가 방과 후 해지기 전에 진행되는 흐릿하지만 따듯한 빛깔 속에 진행되는 빙과인 만큼, 어두운 밤에 진행되는 이야기는 대부분 어둡고 진지하며 답답함을 일으키는 에피소드입니다. 여기는 1화 B파트에서 치탄다에게 괜한 거짓말을 하고 찔금찔금 거리며 변명하는 초반부의 호타로를 볼 수 있는 횡단보도이죠.

 

"하지만 이래서는 마치 누나는... 설마 그럴 리가." - 빙과 5화 중 -

 

  고전부에 억지로 들어가게 한 누나에게 편지를 또 정중하게 보네는 착한 동생 호타로를 볼 수 있는 우체통. 주인공보다 더 위를 달리는 캐릭터는 추리 관련 컨텐츠에 자주 나오는 클리쉐죠. 하지만 이 우체통을 찍는 시점에서 저의 체력은 바닥엔 바닥이 있다는 주식판의 명언을 실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자주 보이는 길 사진보다는 중요 에피소드에서 나온 중요 장면이나 찍기로 했죠.

 

  라고 제가 방금 말했나요? 지금 이 혼마치 상점가는 9화에서 호타로가 이리스의 마수에 걸려버리는 매우 중요한 씬에 있던 배경인데! 여행의 본래 목적이었던 느긋함과 휴양은 이미 어디론가 가버린 지 오래입니다. 거의 좀비 같은 상태군요.

 

  다시 또 강을 건너 남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1쿨 오프닝의 배경과 치탄다가 호타로를 은밀하게 불러 조인트 까던 11화 배경이 되었던 미야가와 강변을 볼 수 있습니다. 아! 지금은 어두워서 거의 못 보지만요! 일단 자전거도 비슷하게 두고 사진은 찍어둡니다. 

  키치다리를 배경으로 은은한 야경은 참 멋있지만 그만큼 여긴 광원이 적어 마음이 뒤숭숭하기도 합니다

 

 

  사실 이 쪽 길은 아까 오전에 왔던 아침시장이 있던 길입니다. 그때 좀 찍어놨어야 했어요 흑. 이렇게 늦을지는 몰랐져..

 

  아까 오전에 아침시장에서 히다규꼬치랑 술 팔던 집이 웬 애니메이션과 관계가 있나 했었지요? 근데 다시 여기 오면서 보니 빙과 1쿨 오프닝 배경으로 나왔던 장소였습니다! (대충 상상도 못 할 정체 짤) 오전에 밤에 다시 와서 한잔 할 거라는 약속을 했었긴 했지만 전 지금 저녁도 먹지 못한 상태로 장소를 클리어하고 있으니 지금은 영 아닙니다. 언젠가 다시 여기 올 때 들리도록 하지요.

 

  18화 도서관 데이트가 끝난 뒤 둘이 헤어지기 전 건너는 카지 다리입니다.  저 익살스런 상도 여전하네요. 헤어질 때 거의 해가 넘어가고 있었으니 치탄다가 자기 집에 들어가려면 그 언덕길의 시골길에서 완전히 어두운 클라이밍을 했어야 했을 겁니다. 아무리 매일 같은 등굣길로 단련된 무쇠다리를 가진 시골여자 치탄다라도 상당히 힘들 길일 테지요.

 

  귀중한 오후 시간을 전부 소비하며 치탄다 있는 집까지 고생하며 올라갔던 그 경험은, 애니메이션에서 한번 치탄다의 집에 가본 호타로가 "도착할 쯤엔 완전히 밤이겠군" 하면서 이건 빚이라 느끼는 그 감정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게 한다는 아주 조금의 쓸모라도 있는 것 같습니다.

 

  1,4,9,10,18화 여기저기서 여러 가지 구도로 많이도 등장했던 상점가 중간에 위치한 카지다리 근처 교차로에서 살짝 다시 북쪽으로 올라가면

 

  11화에서 미야가와 근처에서 치탄다에게 확인사살 당한 뒤 영혼 나간 상태로 앉아있던 동그란 벤치가 있습니다. 온 김에 옆 화장실 들려서 손을 씻는데 물이 너무나 차갑습니다. 안 그래도 추운 타카야마가 해가 떨어지며 더욱 추워져 버렸습니다.

  자전거로 따듯해지는 몸은 그나마 나으나, 나아가는 방향을 지시하는 손은 가장 앞에서 바람을 맞으며 굳어가 이젠 핸드폰을 꺼내 사진 찍는 움직임조차 힘들 지경입니다. 물 묻은 손이 얼어붙을 것만 같습니다. 그나마 주머니 속에 가져온 핫팩 하나가 간신히 오늘 동상을 걸리는 것만은 피할 수 있게 해 주겠네요.

 

  1쿨 오프닝에 등장한 마네키네코인데 오프닝에선 빙과라는 글자에 가려 안보인 얼굴을 실제로 보니깐 생각보다 무섭게 생겼습니다. 왜 오프닝에서 가렸는지 알 것만 같네요.

 

  후우... 혼마치 상점가의 자잘한 배경은 이제 스킵하죠. 힘들기도 하고 자전거 렌탈 가게가 닫는 오후 8시가 가까이 오고 있습니다. 어 잠깐만요. 뭔가 빼먹은 중요한 곳이 있는 것 같은데?

 

  아까부터 치탄다와 호타로의 도서관 데이트를 몇 번이고 말했는데 그 중요한 도서관을 빼먹었습니다! 동쪽으로 자전거로 5분 거리이긴 한데 또다시 "오르막길"입니다. 이제 그만 살려줘요 제발... 저의 체력을 시험하는 여행 3일째입니다. 어떻게 여기에 도착했는지 이미 생각도 나지 않습니다. 잠시 내부에 들어가 휴식을 취하고 금방 나왔습니다. 거기에 도서관 안에서 데이트 중인 고딩커플이 있어 너무나 훈훈해 오래 있긴 힘들더군요. 

 

  이제 자전거를 반납하러 다시 한번 달려갑니다. 이렇게 타카야마에서의 오늘의 바보 같은 힘들지만 보람찬 정말 좋아하는 작품인 빙과의 무대탐방은 종료합니다. 후우.. 여기까지 따라와주신 분도 수고하셨어요.

 

  도서관을 나와 렌탈 자전거 샵으로 가는데 8시 가까이 되었다고 주변이 아주 깜깜합니다. 당연하게도 밤에 전조등 없는 자전거는 달려선 안됩니다. 여기 렌탈 자전거는 항상 전조등이 켜져있네요. 어두운 길을 혼자 달리다 문득 고개를 드니 너무나 어두워 긴장했던 마음이 순식간에 풀어지는 밤하늘이 그곳에 있었습니다. 밝디 밝은 오리온 자리가 렌탈 바이크 가게가 있는 서쪽으로 절 안내하고 있었습니다.

 

  미야가와 남쪽엔 벚꽃나무가 가득한 강가가 있습니다. 이 시기엔 밤늦게까지 불을 밝혀두는 분위기 좋은 장소라 하니 한 몇 주 후쯤 타카야마에서 축제할 때 여행 온다면 겸사겸사 들려보는 것도 좋겠지요.

 

  어찌 8시에 맞춰서 자전거 대여점에 돌아왔습니다. 이미 10시간 정도 자전거에 몸을 맡겼더니 도착하자마자 쓰러져서 거의 30분은 헥헥거리고 다리와 팔은 에너지 부족으로 지멋대로 진동모드에 들어갔습니다. 주인아저씨가 대체 어디까지 갔다 왔길래 이리 다 죽어가냐고 놀란 얼굴로 맞이해주십니다. 이번에도 죽기 직전의 얼굴이라 온전히 보여드리긴 슬프게도 힘드네요.

 

  의자에 쓰러져 휴식을 취하는 동안 아침에 빙과 무대탐방 지도도 주셨던 인상 좋으신 주인분이 예전에 왔던 황당한 손님 이야기를 재미삼아 해주십니다. 저번 5월쯤에 중국인 2명이 [오후 8시에] 자전거를 빌러러 와서 시라카와고까지 가겠다고 했답니다. 시라카와고는 여기보다 더 추운 마을인데 걸어서 14시간 거리입니다. 거기에 제가 오늘 갔던 길과는 비교도 안 되는 오르막인데 말이죠.

 

  결국 그날 밤에 자전거를 훔쳐 타는 것으로 생각한 경찰에 걸려서 다시 끌려와서 호텔에 강제투숙 되었답니다. 그런데 그걸로도 모자라서 다음날에 또 자전거를 빌려서 시라카와고로 다시 출발했으나... 그날 밤에 어느 민가의 창고 구석에 덜덜 떨고 있는 것을 경찰이 발견해서 또 끌고 왔답니다. 그 친구들 왈 '모험을 하고 싶었어요'라고. 얼어 죽지 않은 게 다행입니다.

  그런데 저도 자전거 샵에서 30분은 쓰러져있었는데도 과호흡이 여전한 것이 저도 오늘 잘 못 했으면 어찌 될지 모르는 탈진 상태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허읍헤엑허헉.. 여러분은 꼭 초코바라도 챙기고 라이딩하시길.

 

  9시가 가까이 오는지라 얼마 안 되는 타카야마의 음식점들이 대부분 문을 닫고 있었지만 간신히 파이널 오더 직전 시간에 한 음식점에 쳐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생각도 안 한 행운이 찾아왔네요. 바로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오는 타카야마 라멘이 있었습니다! 히에 신사도 그렇고 끈 만들기도 그렇고 은근히 너의 이름은 관련된 것도 있는 타카야마입니다. 오늘 소비한 칼로리를 생각할 때 라멘만으론 모자랄 것 같아 규동 세트도 같이 시켜줍니다.

 

  손과 몸을 녹여줄 따듯한 데운 사케도 한잔. 순식간에 깔끔히 흡입했으나 오늘은 아마도 먹은 것에 비해 무리해서 근손실이 있겠죠? 요즘 근력운동한다는 미명아래 가볍게 운동을 해도 단백질을 마구 먹어대는지라 조금은 신경이 쓰입니다.

 

  다시 터덜터덜 간신히 게스트룸에 기어들어가 간신히 샤워장에 몸을 집어넣고 침대에 쓰러지기 직전 어떻게든 내일 너의 이름은 무대가 있는 히다후루카와에 갈 예정을 세웁니다. 내일은 히다후루카와에 있다가 게로온천으로 갈 것인데 여긴 시골이라 기차 한번 놓치면 2시간이 추가될지 모르니 시간을 잘 잡아야만 합니다.

 

   나중에 타카야마에 혹시 빙과 때문에 오실 분에게 팁 하나로 오늘의 마무리를 하자면 아침에 일찍 일어...나..세..ㅇ ....ZZZ

 

= 오늘의 루트 =

 숙소-아침시장-히에신사-호타로집-스카이파크-백파이프까페-치탄다집터-고등학교-미야가와강변 기타 등등-숙소

참고한 빙과 무대탐방 구글맵 -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D2STSOlqddalD3KnisOwi3rCKhY&ll=35.51220800821844%2C137.37012099999993&z=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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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토막 1000원이라니! 한 토막이 저거 한 토막이면 대략 100g쯤 할거 같은데 ㄷㄷ

 

 

소긋소긋

 

파슷파슷

 

 

짜잔~

주말에 뭘 먹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에미야 밥상에서 맛나보이는 메뉴가 떳습니다.

하지만 밖에서 사먹기는 한파가 매섭습니다. 이불밖은 위험해

 

 

그래서 요리했습니다.

 

에미야밥상 따라하기 첫번째 시리즈 - 호일버터연어찜 -

 

 

 

 

일단 연어를 구해야겠지요?

 

일본에선 싼 생선 취급인지 된장국과 함께 서민의 이상적인 아침상이라 하면서 개나소나 구워 식탁에 올라와 히로인의 매력을 어필하는 연어입니다만

 

한국에선 대충 주인공이 비싸서 못 먹는 금돔과 비스므리하게 느껴집니다.

그래도 밖에서 사먹는 것보다는 싸다고 생각하며 위로받는 것이 바로 집밥의 매력이죠!

 

용감히 집어와줍니다. 오늘은 2인분을 만들것이라 대충 500~600g쯤 집어왔네요.

 

 

 

연어 토막을 사왔는데 토막 크기가 마치 연어 스테이크를 하라고 강요하는 듯한지라 조심스럽게 칼로 소분했습니다.

 

연어가 꽤나 부드러우므로 집에 있는 가장 좋은 칼을 꺼내와 박박 갈아서 단번에 잘라줍시다.

아 저 영롱한 연어의 물결치는 자태를 보십시오! 저것이 바로 지상낙원이란 것입니다 여러분!

일단 청주 살짝 뿌리고 소금을 쌀짝 뿌린뒤 잠시 둔뒤에 키친 타월로 물기를 닦아냅니다.

 

 

그리고 양면에 소금과 후추로 밑간을 합니다. 사실상 이 요리에서 간을 내는 가장 주요한 작업이므로 이 단계에서 간을 잘 맞춰야 합니다.

평소에 스테이크 구울때랑 비슷하게 뿌리면 대강 맞을겁니다? 아니면 냉부에서 보듯 치울 사람 생각안하고 위에서 막 뿌려도 의외로 잘 맞습니다.

 

사실 근데 간이야 뭐 짜면 밥이랑 먹으면 되고 싱거우면 김치에 싸먹으면 됩니다. 참 쉽죠?

 

적절하게 뜯어낸 알류미늄 호일에 적절하게 채썬 양파를 적절하게 올려준 뒤

 

시메지 버섯(?)을 올려주고 콘소메(?)를 뿌리....뭐?

...에미야 밥상 보면서 따라가는데 시메지 버섯은 또 뭐고 콘소메는 또 뭡니까. 그런게 한국에서 자취하는 집에 있을리가 없잖아요.

대충 비슷하게 생겼으면서 맛있는 만가닥버섯을 적절하게 뿌려주고

뭔가 좀 부족할때 넣는 마법의 가루 MSG치킨스톡을 빻아서 적절하게 흐트려놓으면 됩니다. 너무 넣어주면 미친듯이 짜지니 '적절하게'가 포인트입니다.

 

 

주인공 연어를 올리고 버터를 올리면 완성! 버터 풍미를 과히 좋아하는 편은 아니라 조그만하게.

...근데 여러분. 알루미늄 호일은 생각보다 작습니다. 두 토막까지만 넣어서 하세요. 억지로 3개 했다가 터지는 줄 암.

 

 

 

이제 가련하게 후라이팬 위에 올리고

 

 

 

뚜껑을 닫고 약불에서 15분 기다리면 끝!

 

속이 전혀 보이지 않아 이게 적절하게 익었는지 증발해버렸는지 석탄요리가 되가는지 독요리가 됬는지 미지의 화학반응으로 형광색을 내는지

전혀 모르겠음에도 불구하고 불안에 떨며 존버하는 마냥 기다리는 것이 바로 처음하는 찜요리의 매력이죠.

 

 

 

기다리는 시간동안 남은 불로 적절하게 같이 먹기에 적절한 냉이 된장찌개도 만들면서 시간을 때우고

몇번이고 열어버리고 싶은 욕망을 어찌어찌 잠재우다보면

 

 

 

 

 

짜잔!

 

 

 

 

 

 

 

 

 

 

 

마무리로 파슬리와 가니쉬용 채소를 하나 얹어주면 완성! 와사비마요도 살짝 만들어줬습니다.

 

한번 직접 먹어보겠습니다. 이제 이 요리는 제겁니다.

 

 

 

 

ah...

 

연어를 그냥 스테이크처럼 구웠을때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이 부드럽게 녹아내리는 촉촉한 살결.

버터와 연어의 풍미를 끌어안은 양파와 버섯들.

느끼할 수도 있는 맛을 잡아주는 와사비마요 소스.

 

 

 

 

*이 요리는 척 노리스의 엄지 척 등급을 받았습니다*

 

 

 

  알루미늄 호일을 쓰는지라 설거지거리도 크게 안나오면서도 간단하게 조리할 수 있는데 맛은 뛰어난 좋은 요리였습니다.

다만 민감한 분은 요리를 먹으며 젖가락이 호일에 닿을 때마다 느껴지는 특유의 금속맛이 위화감을 부여하고, 알루미늄 호일에 바로 조리를 하는 것은 요근래 건강상 지양하는 방향이기에 다음에 다시 이 요리를 한다면 양면 후라이팬 같은 것을 써볼까 합니다.

 

알고보니 이게 또 미국에서 1950년대 식기세척기로 만들던 바보도 할 수 있는 요리의 발전형인거 같더군요. 

https://bbs.ruliweb.com/community/board/300143/read/58340352

 

약 50년 역사의 미국 전?통 요리.jpg | 유머 게시판 | 루리웹

   이 신선해보이는 연어찜이 그 주인공이다요리법은 간단한데     간

bbs.ruliweb.com

 

  다음에 또 맛나보이는 것이 보이면 돌아오겠습니다. See you~

2016/09/12 - [걸즈 앤 판처] 도전! 안치오 고교의 명물 파스타 요리하기!

 

[걸즈 앤 판처] 도전! 안치오 고교의 명물 파스타 요리하기!

현재 4DX로 극장판과 같이 볼 수 있는 걸즈 앤 판처 OVA '이것이 바로 진정한 안치오 전 입니다!'를 보다보면 안치오 고교가 오아라이 고교와의 2차전을 위해 탱크를 새로 사옵니다.  그리고 그걸

shadowofangel.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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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 아무래도 스포가 좀 있습니다. 거기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전작들에 대한 스포도 조금씩 포함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대흥행작 너의 이름은. 은 그동안 감독이 전작들을 봐온 분이라면 혹시 저건가? 저건 여기서 따왔네! 라고 생각할 법한 화면이 많이 등장합니다. 그동안의 원기옥(?)을 모아 터뜨렸다는 느낌이죠. 또한 신카이 마코토 감독도 너의 이름은. 소개글에서 이렇게 말했죠 '옛날부터의 DEEP 팬 들에게 (중략) 이 영화를 가장 즐길 수 있는 사람은 역시 여러분입니다.'


  그러니 찾아서 즐겨봐야죠! 너의 이름은. 을 보고 등장한 모티브들을 생각나는 대로 뒤죽박죽 모아봤습니다. 몇 개는 조금 억지로 연결한 것도 있을지도?


*너의 이름은. 의 화면은 예고편과 공개된 이미지가 있으면 최대한 따와봤습니다.



1. 시간이 흘러가는 연출.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한 장소에서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하는 풍경. 그 시간은 하루일 수도 며칠일 수도 계절별일 수도 있습니다. 그의 작품이라면 거의 한번씩은 있다고 보면 됩니다.


- minori 사의 wind - a breath of heart - (2002) 오프닝 1 - wind -


- minori 사의 봄의 발소리(はるのあしおと) (2004) 오프닝 - 春-feel coming spring -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이젠 없으면 아쉬운 연출.





2. 시공간의 격리로 연락이 어려운 커플



"지금 거신 전화는 전원이 꺼져있거나..."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애니메이션에선 타키가 전화거는 장면&미즈하가 도쿄로 온 장면에서 잠깐 등장하고 넘어가지만, 소설에선 이 전에도 연락을 시도해봤는데 '왜인지' 안 된다고 합니다. 아마 시공간의 뒤틀림이라 그런 걸지도?



- ほしのこえ- 별의 목소리 (2002) -


  별의 목소리에서도 두 명이 수 광년 떨어져서 문자가 몇 년동안 도착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던 것이 생각납니다.




3. 시골의 여캐릭터, 도시의 남캐릭터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이건 많이들 알고 있죠.


- 株式会社Z会 「クロスロード」- 주식회사 Z회 수험생 응원 광고 '크로스로드' (2014) -


  Z회 광고에서 나온 시골과 도시의 아이가 서로 만난다는 모티브가 이번 영화에서 잘 쓰였습니다.




4. 꿈속에서 서로를 만나는 커플. 그리고 그 사실을 잊어가는 것


"꿈속에서 서로의 몸이 바꼈다고?"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꿈속에서 서로를 보고 그 사실을 잊어가는 것. 이것과 비슷한 것이 예전에도 있었지요.



- 雲のむこう、約束の場所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


  약간 다르지만 여기선 꿈 속에 갖혀 있는 여주인공을, 남주인공이 꿈을 통해 꿈속의 여주인공을 보게되죠. 그 기억은 명확하진 않으나 어쨋든 남주인공이 여주인공을 찾으러 가는 계기가 되고... 그리고 피날레에 마침내 꿈에서 깬 여주인공은...




5. 어스름한 황혼에 시공간을 뛰어넘어 만나는 커플


"거기에... 있는거야?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지는 태양을 넘어 어두워져가며 빛의 줄어들음에 아직 눈이 적응을 못한 황혼. 그때 이 두 주인공이 만나는 연출은 너의 이름은. 의 주요 장면 중 하나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장면은...


- 雲のむこう、約束の場所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


  매우 비슷한 장면이 전작 구름의 저편에서 등장했습니다. 현실세계의 남주인공과 꿈속 세계에 있는 여주인공과의 시공간을 뛰어넘은 만남이 성사되는 장면. 명장면중 하나죠. 비교해서 보면 연출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는 재미도 좋습니다 :)



- minori 사의 ef - a fairy tale of the two - (2006) 오프닝 - 悠久の翼(eternal feather) -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조금은 다르지만 비슷한 느낌으로 다른 두 세계의 사람의 만남이 그려진 ef 오프닝과 별을 쫓는 아이의 한 장면.


6. 일상을 대표하는 요리하는 장면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대표적인 욕구인 식욕을 자극하는 음식 씬. 특히나 요리하는 장면을 일상의 대표로 삼아 자주 등장합니다. 그 중에서도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도마에서 칼로 써는 장면은 계속 나오고 있습니다. 칼로 재료를 썰어질때 그리고 도마에 칼이 딱 하고 닿는 소리와 함께 장면이 전환하는데 자주 쓰고 있죠. 소리를 좋아하는 감독 스타일상 써먹기 좋은 소재인가 봅니다.




7. 스케치하며 나는 연필의 간질간질한 소리


"너가 어디에 있든 찾으러 갈거야"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타키가 스케치 할 때 연필을 클로즈업해서 연필이 갈리는 사각사각하는 소리를 들려주는데, 마치 한 때 유행했던 3D 소리 마냥 귀가 간질간질 합니다.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전작 언어의 정원에서도 구두를 스케치하는데 이때의 소리가 참 기분 좋게 들리죠. 이런 소리를 집중해서 들으니 그냥 일반관하고 메가박스 M2관에서하고 들리는게 좀 다르더랍니다. 아이맥스는 또 어떨지 모르겠네요. 왠만하면 음향시설이 빵빵한 극장을 골라서 가봅시다.



8. 일하라 학생들이여


"일하는 레스토랑 이름은 IL GIARDINO DELLE PAROLE 이탈리아 어로 -언어의 정원-"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작품들 보면 참 학생들이 일하는 장면이 많이 나옵니다. 학생의 아르바이트에 뭔가 생각이 있나 싶을 정도로요.


- 雲のむこう、約束の場所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 株式会社Z会 「クロスロード」- 주식회사 Z회 수험생 응원 광고 '크로스로드' (2014) -


  학생이 어떠한 꿈을 가지고, 그 목적을 이루기 위해 일하는 장면들. 그 노력을 보여주기 좋은 걸지도?




9. 장엄하고도 아름다운 혜성의 풍경


" 그 날, 별이 떨어지던 날, 그것은 마치 꿈의 경치와도 같이 아름다운 풍경이였다 "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각지에서 보이는 우주의 장관.


-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 초속 5 센치미터 (2007) -


  초속 5cm에서 우주선이 발사되는 장면을 떠오르게 합니다. 방향은 올라가는 것으로 반대입니다만 ㅎ


- 雲のむこう、約束の場所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


상당히 떨어진 곳에서도 보이는 거대한 풍경이란 점에서는 이 미스터리한 탑과도 일관성이 있는 것 같습니다.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또한 이 풍경은...


- ほしのこえ- 별의 목소리 (2002) -


  별의 목소리의 이 풍경을 떠올리게 만드네요.



10. 초반 수업을 통한 작품에 대한 모티브 제시. 그리고 분필 소리


"저녁, 낮도 밤도 아닌 시간. 사람의 윤곽이 흐려져서 그가 누구인지 알 수 없게 되는 시간."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유키노 선생님이 랑랑한 목소리로 저녁-황혼-타소카레-가와타레도키-카타와레도키 에 대해 작품 초반부에 설명하며 이 시간이 중요할 것이라 제시하는 부분. 근데 이전에도 황혼을 참 좋아했던 감독이라 이전에도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는지, 요즘에 생각난 것인지, 일본에선 기본 개념 같은 건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별을 쫓는 아이에서도 선생님의 입을 통해 작품에 중요한 키워드인 저승-저세계-땅속세계-아가르타 에 대한 개념을 알려주지요.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또한 분필로 글자는 적는 장면은, 언어의 정원에서 위에 언급한 연필처럼 분필을 클로즈업해서 분필깍이는 소리를 들려주는 비슷한 연출이 있었습니다.



  유키노 선생님이 예쁘니 몇 장 더 ㅋㅋ. 너의 이름은. 에서 많이 등장해주지 않아서 아까웠습니다. 마지막 학교에서 잠깐 등장했을 때 약간 당황한 듯 행동하는게 재밌었네요.



11. 비오는 속에서 동굴 안. 그리고 도시락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나중에 타키가 미즈하를 찾으러 신체가 있는 곳으로 등산할 때 비가 오게 되어 동굴로 피하게 되지요. 이때 도시락 반찬은 주먹밥과 차슈, 그리고 참기름으로 볶은 숙주나물이라는데... 마침 저거 볼때 팝콘같은 거 안 먹었으면 배고파질 때죠 ㅋㅋㅋ 집에 와서 바로 차돌박이 굽고 그 기름에 숙주나물 볶아서 먹었습니다. 냠냠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별을 쫓는 아이에서 도시락 챙겨서 산으로 만나러 가다가 비가 와서 동굴에서 피하는 장면이 있었기에 너의 이름은,을 보면서 상당히 비슷하다 느꼈네요. 다만 여기선 도시락을 먹진 않았습니다. 표현은 안 됬지만 먹었을 수도?




-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 초속 5 센치미터 (2007) -

 

"아직 잘 못 만든다고"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추운 바깥과 대비하여 누군가가 해준 밥을 먹는다는 점에선 이것들 또한 공통적인 장면이라 할 수 있겠네요.




12. 저승을 형상화한 움푹 꺼진 지형과 물을 건너가는 장면


"극장판 자막에선 신사라고 번역되서 좀 헷갈리신 분도 있었을 듯. 뭐 위패 같은 것이 모셔진 장소라 생각하면 크게 다르진 않을까요"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여기 또한 옛날에 운석 하나가 떨어진 듯한 크레이터 한 중간에 있는 신체(신령이 머무는 곳). 저기 흐르는 물은 삼도천과 같이 저승과 이승을 나누는 경계를 상징합니다. 이후 타키가 이곳에 올 때 더욱 더 그런 느낌이 들죠.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이러한 움푹 꺼진 지형은 별의 쭟는 아이의 최종 목적지인 피니쉬 테라와도 비슷한 느낌을 줍니다.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저승-땅속세계인 아가르타로 갈 때 물을 지난다는 점에서도 비슷. 저승이란 공통적인 모티브라 두 작품을 보다보면 비슷한 느낌이 들곤 합니다.



13. 명계를 넘으며 플래쉬백하는 태어나기 전의 기억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미즈하의 구치카미사케를 마신 뒤 끈으로 이어지는 신비스런 연출과 함께 플래쉬백되는 미즈하의 태어나기 이전부터 지금까지의 기억들. 묘하게 인터스텔라와 최근의 탁터 스트레인지가 생각나더랍니다.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비슷한 연출을 또 별을 쫓는 아이에서 찾아볼 수 있지요. 명계를 상징하는 아가르타를 갈때, 물을 지나면서 플래쉬백 되는 태어나기 전의 기억을 여기서도 잠깐 보여줍니다.



14. 마치 일러스트 같은 효과를 노린 명암+반사광 처리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전작 언어의 정원에서는 거의 일상적인마냥 쓰였던 일러스트와 같은 색감을 보여주던 빛의 처리는 이번 너의 이름은, 에선 아주 가끔 쓰이거나 배경에 쓰는 정도로 줄어들자제했었습니다. 음.. 뭘 말하는 거냐면


- 大成建設テレビCM「ボスポラス海峡」- 타이세이 건설 텔레비전 광고 '보스포러스 해협' (2011) -
 

  이 광고에서 몸에 비치는 땅의 색깔과 벛꽃의 분홍색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옷에 있는 공원의 초록색처럼, 주변에서 반사되는 빛이 진하게 물들은 것 마냥 칠해주던 표현이죠. 언어의 정원에선 클로즈업이면 맨날 반드시 있다시피 했는데 너의 이름은. 에선 아주 가끔 보이니 찾아보는 것도 재밌습니다 ㅎㅎ




15. 통신 관련 취미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미즈하의 친구인 텟시. 어디까지 파고든지는 모르지만 무선 전파 탈취를 할 줄 아는 정도의 통신 관련 취미와 그 지식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입니다 ㅎㅎ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별을 쫓는 아이에서도 자작 라디오를 통해 전파를 수신해서 소리를 듣는 장면이 나오죠. 별의 목소리에서 휴대폰 통신 전파도 그렇고 이런걸 꽤 좋아하는 것 같습니다.



16. 로우 앵글에서 문을 닫고 열기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참 이 로우 앵글에서 문을 여닫는 연출은 자주 등장합니다. 현관, 방 문, 지하철의 문 등등.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특별한 뜻이 있는 건 아니고 컷 개념으로 장면 전환으로 사용했다고 하죠.


-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 초속 5 센치미터 (2007) -


  초속 5 센치미터에서도 등장합니다. 다만 너의 이름은. 처럼 자주 쓰인건 아니고 후반부에 아마 딱 한번 나왔죠 ㅎㅎㅎ



17. 현관을 박차고 뛰쳐나가기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역동적인 화면을 만들기 위해서였는지 옥의 티도 감수했던 이 장면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언어의 정원 후반부에서 유키노 선생님이 뛰어나가는 그 장면이 연상됩니다.




18. 학교에서의 괴롭힘


"저 녀석들... 내 얘기하는 거 맞지?"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쌍남자 타키 덕에 시원했던 이 장면!



-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 초속 5 센치미터 (2007) -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초속 5cm 와 언어의 정원에선 보면서 가슴이 아파왔는데 너의 이름은. 에서 시원하게 뻥 뚫어줘서 고마웠습니다.

 


19. 기차 밖을 바라보는 시선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기차안에서 무언가를 찾는 듯한 고민있는 표정으로 밖을 바라보기.


-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 초속 5 센치미터 (2007) -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역시 자주나온 구도입니다. 초속 보고 너의 이름 보러 가신 분은 괜시리 불안해져는 연출..





20. 초속.. 아니 발암 5cm가 자꾸만 생각나는 마지막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어른이 된 타키와 미즈하. 그들의 모습을 비춰주면서 음악이 흐르기 시작하는데....




-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 초속 5 센치미터 (2007) -


  자꾸만 초속 5 cm의 One more time, One more chance 음악이 흘러나오는 바로 그 장면이 생각나서 어찌나 괴로웠는지. 감독이 말하길 '의도한 것입니다. 허허허' 라고 하긴 했는데, 전 웃을 수 없다고요 감독님.


특히나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이 장면은


초속 5 cm 후반부의



  이것과


 이 장면을 합쳐둔 것 처럼 보여서 얼마나 가슴 아렷는지... 거기다가




 얘네들 옷의 색감과 머리스타일도 비슷하고 말입니다ㅋㅋㅋㅋㅋㅋ 밝은 결말을 목표로 했다지만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관객 괴롭히고 싶어하는 그 욕구를 이런 식으로 푸시는군요 =_=






보너스 - 음란마귀?


- 君の名は。너의 이름은. (2016) -

픽시브 링크


중요한 모티브로 등장한 구치카미사케-일명 미인주 (미생물 애니메이션 모야시몬 3화에 간단하게 설명되어 있죠)


"좋아하는 아아의 타액으로 만든 무언가 (중략) 하나의 페티쉬가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음? 페티쉬?


설마 이것도? 감독님?


감독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정리한 필모그래피를 보고 싶다면 포스팅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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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o 스포 버전 입니다)



0. 너의 이름은.


  이미 일본에서는 단순한 애니메이션이 아니라 하나의 신드롬이 되어가는 너의 이름은. 한국에서는 어제 1월 4일에 드디어 개봉했습니다,


  이 애니메이션의 각본&감독 신카이 마코토는 일명 빛의 연금술사, 빛의 마술사라 불리며 빛을 활용한 매우 유려한 화면으로 유명하나 이번 감상 리뷰에선 그런 점을 한 쪽으로 치우고 소개를 드리려 합니다. 그런건 이미 다른 데서 많이 했겠지.





- 2차 창작이 말 그대로 별처럼 쏟아지고 있다 -


1. 음악, 일상의 효과음, 정적. 소리가 조연이 아닌 제 3의 주역이 되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그 자신이 말했듯이 '소리'에 굉장히 신경을 쓰는 감독입니다. 음악에 맞추어 화면을 구성하고 연출하는 것이 지금까지의 영화와 게임 오프닝 등에서 이미 뛰어난 감각을 보여주었지요. (참고 신카이 마코토 필모그래피) 그리고 그것은 이번 작에선 일본의 인기밴드 일명 '언어의 마술사'라 불리는 RADWIMPS가 작곡한 OST들과 함께 어우러지며 포텐이 폭발했습니다.


- 전체 예고편을 보면 음악이 이 영화에 엄청난 지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런 기운이 든다 -


  하나의 장편 뮤직비디오라 생각하고 감상하러 가도 손색이 없습니다. 가사가 있는 4개의 곡은 물론이오 OST하나하나 버릴게 없습니다. 화면 감상하랴 이야기 따라가랴 바쁘겠지만 가사가 있는 곡이 흘러나올때는 그 가사 또한 같이 음미해보시길 권합니다.





- 좋은 사람들과 함께 앞으로 -


2. 처음 접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그려낸 등장 인물의 주변 시선이 따듯한 이야기


  두 명의 이야기에만 집중하거나(별의 목소리, 초속 5cm, 언어의 정원), 주변 환경이 적대적이였던(별을 쫓는 아이, 언어의 정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이전 작품과 달리, 이번 영화에선 두 주인공을 주변 인물들이 굉장히 따뜻하게 주인공들을 감싸안고 있습니다.


  그가 만들려고 했던 상처 입은 사람들을 위로하고자 했던 그 의도는 단지 이 두 주인공 사이만의 이야기에만 담겨있지 않았습니다. 따듯한 시선에 둘러쌓인 주인공들을 보면서, 저 개인에게도 나아가 여러가지 일이 많었던 병신년을 넘어 같이 힐링되어지는 시간이였습니다.


  지금 쏟아지는 따듯함이 넘쳐나는 2차 창작들만 봐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 말마따나 어둠의 다크한 것 보다 이러한 이야기를 원하고 있는 시기가 아니였을까 합니다.






- 다양한 모습으로 등장하며 그 미모를 뽐낸 여주인공 미즈하-


3. 따듯하지만 여전히 관객을 괴롭히고 싶은 신카이 마코토


  영화 극 초반부에서 제시한 장면을, 예고편을 보고 난 뒤에 들었던 그 감정을 그대로 간직하고 후반부에서 들어가면 괜시리 기분이 착잡해지는 구성.


  자세히는 말 하지 못 하겠지만 결정적인 순간에 아 ㅅㅂ라고 저절로 튀어나오는 연출들과 또한 그의 전작을 보았다면 괜시리 불안해지는 이야기 등.


  전작들에서 있었다면 시종일관 진지했기에 크게 와닿지 않았겠지만, 언어의 정원에 비해 대폭 늘은 '웃음'과 '따듯함'의 이야기 속에 이런 장면이 들어가다보니 적당한 조미료가 되어 더 영화의 완성도를 높여주고 있습니다. 보는 입장에선 진땀 흘리며 두근두근 하지만요.

 




- 남주인공 타키도 잘 생겼지만 미즈하가 너무 미모를 뽐내서 말이죠. -


4. [각본-신카이마코토] 의 대사 방식. 이제 그의 스타일이라고 봐야 되려나


  그가 이야기를 이끌어가던 주요 방식이였던 독백. 그리고 마치 소설이나 연극을 보는 듯한 대사들은 이번 작에서 많이 줄어든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작 언어의 정원에서도 얼마 안 쓰였던 독백은 이번 너의 이름은.에서도 아주 적절한 곳에 살짝만 쓰였습니다. 문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문학에 대한 열정이 만들어낸 단점처럼 보이는, 전작 언어의 정원 절정 부분에도 그랫듯이 이번 너의 이름은. 에서도 주인공의 감정이 절정으로 치닫을 때의 대사와 그에 따른 연기가 참 감정이입하기 어렵게 합니다.


  그럴때마다 인물들의 감정선을 스무스하게 잘 따라가다가 갑자기 턱 걸려 탈선한 듯한 느낌에 빠지곤 합니다. 만약 다음작에서도 그렇다면 그냥 그의 스타일이라 생각하는것이 마음이 편해지겠죠.






5. 보기 전에 주의할 점과 미리 보고가면 좋은 것들.


  최대한 예고편을 보지 않기를 권합니다. 특히 중국에서 나온 예고편은 피하세요. 왠 예고편이 아니라 요약편을 만들어놨어요=_=;; 스포를 당하면 그 재미가 상당히 줄어드는 부류의 영화니, 보실 분은 정말로 스포를 잘 피하시면 좋겠습니다. 당분간 애니메이션 관련 커뮤니티나 기사도 보러가지 않는게 좋겠군요. 쏟아지고 있는 2차 창작은 대부분 엔딩 이야기 뒤를 그려내는 지라 그것도 피하시길.


이하 너의 이름은. 을 보기전에 보면 좋은 작품을 중요도와 보기 좋은 순서대로 정렬했습니다.


  모야시몬 3화 - 미인주(구치카미사케)에 대해서 -

  초속 5 cm

  언어의 정원

  ef - a fairy tale of two - 오프닝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별을 쫓는 아이





- 남자애 버전 여자 주인공에겐 반해버릴 것 같습니다. -

6. 다음엔 어떤 모습을 보여 주려나


  일각에선 그의 색깔을 잃었다는 이야기도 있는데, 저는 그의 작품을 보면 그 모습이 계속 변하고 있었기에 그 색깔이 무엇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말할 수 있는 한가지는 이번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여러 많은 사람이 즐길 수 있는 따듯한 영화를 만들었다라는 것입니다.


  다음은 어떤 영화일까요. 다음 작품은 3년 뒤쯤이라 하니 이번엔 어떤 작품일까 하며 즐겁게 기다림니다.


 


p.s 예상컨대

  초속 5cm --- 언어의 정원 -----  (?)

        별을 쫓는 아이 ------- 너의 이름은.

 이지 않을까요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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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의 - 영업글입니다. 빠심이 흘러넘침니다! 스포는 없습니다!


  다음달 1월 4일 감독과 함께하는 시사회(12/31 1/1 유료시사회)를 기점으로 드디어 한국에서 개봉하는 '너의 이름은.'은 일본에서 역대 영화 5위안에 당당히 입성하고 일본 제작 애니메이션 중에 일본에서 2위로 들어선 그야말로 초대박을 친 이 영화입니다! 그런데 저에게는 또 다른 의미로 가슴을 북받혀 오르게 하는 영화이기도 하죠. 왜냐고요?


  '너의 이름은'의 감독 신카이 마코토를 알고 난 뒤 곧바로 팬이 되어버리고 그후 대략 13년 동안 이 사람이 대박을 언제 칠지 두근거리면서 보아 왔거든요! 마치 혼자만 응원하던 아이돌이 하나하나 올라가더니 결국에 음원차트 1위를 석권한 것 같은 기분이라고 하면 과할까요 ㅎㅎ


  그의 작품을 처음 만나자마자 이 사람은 언젠가 대박을 칠 것이다 라고 생각하게 만들었던 빛의 연금술사 신카이 마코토 감독. '너의 이름은'이 나오기까지 그 앞에는 어떤 작품들이 있었고 어떻게 걸어왔을까요? '너의 이름은' 을 보기에 앞서 저와 함께 그의 영상을 문자 그대로 하나하나 따라가 봅시다.



꿈을 마음 속에 간직한 팔콤 사원 시절(1995~2000)


- 英雄伝説Ⅴ - 영웅 전설 5(1999) 오프닝 -



- YS Ⅱ: Eternal - 이스 이터널 2(2000) 오프닝 -


  처음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RPG게임만으로 창립이래 적자가 한 번도 나지 않는 것으로 유명한 게임 회사인 팔콤에 입사해서 패키지 디자인 업무를 주로 맡았습니다. 그러다가 위와 같이 게임 오프닝 애니메이션 제작에도 참여할 수 있게 되죠. 제가 비록 그 시절을 또렷히 기억하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봐도 저 이스 이터널 2 오프닝은 상당한 수준입니다.


  특히 이 감독이 그렇게 좋아하는 구름과 빛에 대한 연출이 벌써 이때부터 엿보이고 있지요.



- 彼女と彼女の猫 -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 (1999)-


  그렇게 회사생활을 하면서도 자신만의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던 그는 짬짬히 이 단편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발표합니다. 고양이의 입장에서 회사원의 일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현대인의 삶을 투영한 듯한 작품입니다. 흑백작품인데도 불구하고 벌써부터 빛의 활용을 포함한 그의 스타일이 보이고 있습니다. 1999년 초여름~초겨울에 photoshop(?!), after Effects(?!) 같은 지금도 쓰고 계신 이 소프트웨어들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집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는 것으로만으로 기쁨이 넘쳤던 시절이라고 ㅎ


  CD-ROM에 담겨져 동인으로 팔던 이 작품은 제 12회 DoGA CG 애니메이션 콘테스트에서 그랑프리를 받고(2000), 별의 목소리를 만들기 위해 회사를 퇴사하게 됩니다.



퇴사 후 애니메이션 감독이 되어가는 시기 (2001~2005)



   잠깐 잡설하자면 그 동안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작품을 나열 한 다른 글들을 볼 때 가장 불만이였던 점이  '왜 이분이 만든 게임 오프닝들은 쏙 빼먹는가' 라는 점이였습니다. 아니 좋은게 얼마나 많은데? 그렇다면 제가 모아야죠. 어떻게 하겠어요 ㅋ 하나하나 빠짐없이 모아봅시다.


- minori 사의 BITTERSWEET FOOLS(2001) 오프닝 -


  퇴사 후 혼자 별의 목소리를 의욕적으로 만들기 시작했지만 역시 문제는 그거죠. 돈입니다 돈. 그런 때에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한 게임 회사를 만나게 됩니다. 그 당시 이제 막 게임을 만들기 시작한 "We always keep minority spirit." 을 캐치프레이즈로 내세우는 minori 미소녀 게임 회사 입니다.


 위 영상은 그 minori 사의 첫작인 BITTERSWEET FOOLS 의 오프닝으로, minori도 급했는지 음악도 영상도 꽤 투박한 퀄러티입니다. 말을 들어보면 연필로 그린 선에 디지털 색체 작업으로 한달만에 만들었다고 하네요. 당시 임시 수입으로 큰 도움이 되었다고 합니다. 그 덕분인지 이후로도 이 minori와 신카이 마코토의 인연은 이어지지요.


- ほしのこえ- 별의 목소리 (2002) -


  2년동안 혼자 만들었다는 것 만으로 큰 화제를 불러왔던 별의 목소리. 음악과 여자 성우 빼고는 전부 신카이 마코토 혼자서 작업했다는 것에 경악을 일단 하고 시작합시다. 당시 보급되기 시작한 핸드폰과 문자메세지를 통해, 점점 우주 멀리 서로간의 거리가 멀리 떨어져서 문자가 전송 되기까지 몇분에서 몇년까지 걸리는 슈퍼 원거리 연애를 그려내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로봇물이면서도 일상을 상기시키는 묘한 작품이죠. 마지막에 아무리 시공간이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을 통할 것이라는 것을 표현한 연출이 감동적이였습니다. 어 이거 나중에 인터스텔......





  광원과 그에 맞추어 빛나는 것을 세밀하게 표현한 3D 물체를 통해 단순한 풍경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느껴지게 만드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특유의 화면은 벌써부터 느껴집니다.



  신카이 마코토는 배경은 좋은데 인물작화에 약하다 - 라는 평이 시작한 작품이기도 하죠 ㅋㅋㅋㅋ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자신은 이 작품을 지금 보면 이불 펑펑 차고 싶은 봉인하고픈 흑역사라 하나 아직도 이 별의 목소리를 가장 좋아한다는 사람이 있기에 그렇게도 못한다며 눈물짓습니다 ㅋㅋㅋ 아무래도 30분 안쪽의 적당한 빠르기의 스토리 전개와 이해하기 쉬운 감정선, 꽤 희망적인(?) 결말의 여운 덕이 아닌가 싶습니다.




- minori 사의 wind - a breath of heart - (2002) 오프닝 1 - wind -


- minori 사의 Wind - a breath of heart - (2002) 오프닝 2 - dream -


  minori와 신카이 마코토 협업 그 두번째. wind - a breath of heart - 의 영상 두개 입니다. 필자가 신카이 마코토 감독을 알게 만들어준 영상이기도 해서 볼 때마다 감회가 새롭습니다. BITTERSWEET이 좀 급하게 만든 티가 난다면, 이 오프닝은 1년만에 그 퀄러티가 무시무시하게 상승한 것을 볼 수 있습니다. minori 측에서도 딱히 지침을 주지 않고 "원하는 대로 만드세요~"라고 했다 하니 자유롭게 구성한 티가 납니다 ㅎㅎㅎ


  세심하게 빛을 내뿜거나 반사하거나 가리는 일상의 물건들을 그려낸 여러 화면을 짧게짧게 넘기며 속도감있게 화면을 진행하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뮤직비디오 스타일이 드러나고 있습니다. 이것에 더해 시간의 경과 (하루 or 계절)에 따라 변하는 화면을 넣는 방식은 최신작 너의 이름은 예고편까지 보이고 있지요.


  위의 별의 목소리를 완성 한 후 이 영상을 만들었는데 이때 처음 애니메이터와 협력하여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상도 보다보면 구름 중에 별의 목소리에서 가져온 것도 있습니다 ㅋㅋㅋ 무서운 것이 이때는 타임 시트도 레이아웃 내는 방법도 잘 몰랐다고 ㄷㄷㄷ


- 레이아웃 - 한 씬 안에 모든 것을 어떻게 표현할지 감독의 지시를 포괄하고 있는 설계도 -


- 타임시트 - 모든 동작의 타이밍, 입 모양, 동화 매수, 카메라 구도와 움직임, 화면 전환 등을 표시 - 이미지 출처-


  1인 제작에서 벗어나 애니메이션 감독으로서 필요한 것을 점차 배워나고 있는 시기라 할 수 있겠습니다.



- 岩崎宏美 - 笑顔 - NHK 모두의 노래 '미소' (2003) -


  "햄스터는 하루 몇 킬로미터 쳇바퀴를 달리지만, 멈춰 설 때마다 오늘은 어디까지 갔을 거라며 생각을 달리고 있는 것이다" 라는 말을 친구로부터 듣고 그것을 모티브로 만들었다는 영상입니다. 매일 쳇바퀴를 돌리며 반복되는 것만 같이 느껴지는 일상에서의 의미를 찾는 절박함이 느껴지는 말이지요.


  그래서인지 따듯하게 감싸 안아줄 것만 같은 곡에 귀여운 햄스터를 보여주며 혼자 사는 자취생의 마음을 힐링하는 것을 목표로 한 듯이 보이는 영상입니다. 이 영상은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작화 감독과 둘이서 만들었다고 하네요.

 


- minori 사의 봄의 발소리(はるのあしおと) (2004) 오프닝 - 春-feel coming spring -


  minori와 신카이 마코토 협업 그 세 번째. 봄의 발소리 오프닝입니다. 백파이프로 시작하는 경쾌한 음악에 맞춰 봄이라는 주제에 맞는 생동감 있는 연출이 특징이죠. 가장 마음에 든 장면은 1분 24초경 거울속 겨울에서 달려와 코너를 돌며 갑작스래 봄이 되는 연출입니다. 감독님은 지금도 마음에 드는 연출이라고 하네요.ㅎ 또한 이전까진 초당 15프레임으로 만들었지만 이 영상은 초당 24프레임으로 제작하여 더 섬세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또 이 영상에서도 3DCG가 간간히 쓰였는데 위화감 없이 숨어있어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ㅋ


  그런데 일단 눈에 들어오는건 부담스러울 정도로 큰 눈과 단순한 인체형상인데...

 게임 일러스트 그림체가 원래 그런데 할 수 없죠! 결코 신카이 마코토 감독 탓이 아님니다! ㅜㅜ


  이 때엔 wind 의 오프닝을 만들 땐 어색했던 레이아웃과 타임 시트에 꽤 익숙해져서 작화, 미술도 다른 사람에게 부탁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답니다. 이후 나온 장편 애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와 제작 시기가 곂쳐 있어 구름의 저편을 만들 기 전 워크 플로우 및 찰영 기법 등을 써볼 테스트 케이스로도 생각하며 작업을 했다고도 하네요 ㅎ 구름의 저편의 작업 현장이 너무나 빡세서 이걸 만들 땐 별로 고생한 기억이 없답니다. ㄷㄷㄷ 같은 시기에 제작해서 그런지 두 작품간에 비슷한 연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 雲のむこう、約束の場所 -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2004) -


  신카이 마코토가 처음으로 프로 애니메이션 스텝과 함께 최초로 만든 극장판 장편 애니메이션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입니다. 동시기에 나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제치고 제59회 마이니치 영화 콩쿠르 애니메이션 영화상을 수상받기도 했죠. 한국에서는 공식 극장 상영은 되지 않았습니다. 흑.


  신카이 마코토의 작풍에 더 세밀해진 물체묘사가 눈에 띠고 있습니다. 저 선풍기 작화는 움짤로도 많이 돌아다니죠. 특히 이번 작품에서 눈여겨 볼 만한 것은, 빛을 반사하는 금속성 물질에 대해 세밀하게 하이라이트를 넣고 있는 점입니다. 광원의 움직임까지 생각하며 따라 움직이는 것까지 그려넣었기 때문에 보다보면 참 반짝반짝 예뻐요*_*


  스토리는 과거와 현재와 꿈을 오가고, 가벼운 개그나 풋풋함을 표현한 것 같은 마음을 편하게 할 장면 거의 없이, 무겁고 진지하게 진행되며 전개 또한 시원하기보단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러한 점이 신카이 마코토 감독은 대중적이기보단 어려운 매니아 성향의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이야기가 따라다니게 되지요.


 

초 고퀄러티 전설의 시작 (2006~2012)


 굳이 초 고퀄러티라 이름붙인 이 시기는, 이전의 영상들도 물론 영상미가 뛰어났지만


 이 시기 이후로는 그야말로 ㅁㅊㄴㅁㅊㅇ수준의 영상을 보여주기 시작합니다. 어디를 찍어도 배경화면이 된다. 라는 말이 괜히 나오기 시작한 것이 아니죠.



- minori 사의 ef - a fairy tale of the two - (2006) 오프닝 - 悠久の翼(eternal feather) -


  minori와 신카이 마코토 협업 그 4번째. ef - the first tale - 오프닝입니다. 게임 자체도 엄청난 고퀄로 유명했는데 그 게임을 매우 유명하게 해 준 것이 바로 이 오프닝이였죠. 게임 발매 전 먼저 공개된 이 오프닝은 게임에 대한 기대치를 미치도록 높이는데 일조합니다.


  처음 종이 비행기 날리는 장면에서 시작해서 장면 하나하나가 모두 놓치기 아쉽지만 하나를 꼽자면 역시 1분 25초 경 하이라이트 롱 테이크 씬! 이 부분은 10년전에도 지금도 볼 때마다 두근거리는 장면입니다. 이런 영상이 딱 10년전 영상이라니!게임 애니메이션 오프닝의 정점을 과거 10년동안, 그리고 앞으로도 아마 꽤 오랜기간 차지하고 있을 영상입니다.


  이 때쯤에는 우수한 직원들과 분업 체제가 완성되고 이 양반도 그것에 익숙해졌는지, 마음껏 호화로운 작화와, 미술, 3DCG를 총 동원했다고 합니다 ㅋㅋㅋ 노래도 매우 열기가 높아서 콘티도 화려하게 만들고요. 이 영상을 제작할 때가 바로 다음 영상인 초속 5 센치미터의 막바지 마무리 시기라 정말 힘들었다고 ㅋ 앞의 봄의 발소리와 마찬가지로 이것도 뒤에 나오는 초속 5 센치미터와 비슷한 구도가 발견됩니다.



- 秒速5センチメートル - 초속 5 센치미터 (2007) -


  그 유명한 초속 5 센치미터. 아마 이 영화를 계기로 이 감독을 아신 분들이 많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작품 중 첫 국내 극장판 정식개봉이였기도 하고요. 이때까지의 신카이 감독 작품중 가장 작은 스케일의 배경이나, 그러나 많은 현지 로케이션을 통해 현실의 배경을 가장 많이 가져온 작품입니다.



  일상에 있는 한 소년의 파란도 극적인 전개도 없으나 서서히 멀어져가는 첫사랑에 대한 아련하고 울적한 스토리를 담아내면서 이와 비슷한 연애사를 가진 많은 보통 사람들의 공감과 위로를 던지고, 현실의 풍경을 최대한 아름답게 그리는 것을 통해 세상은 살만한 깊은 맛과 아름다움이 여기 저기에 널려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하는 의도....였으나...


  정작 관객들은 그러한 많은 사람들의 상처를 파서 잊혀진 그 아픔을 되살려 버리는 역효과를 낳게 되어 버림니다=_=.. 여전히 인물 독백을 메인으로 여유롭게 전개되는 탓에 취향이 맞지 않으면 가슴이 답답한 영화지만, 취향에 맞으면 가슴이 먹먹해집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난 뒤 밥이 넘어가지 않는다는 등, 술을 마시고 싶어진다는 등, 심지어 이 영화의 주제가만 들어도 눈물이 날 것 같은 사람이 꽤 많이 있습니다. 저 또한 이 작품을 상당히 좋아하나... 그 아픔이 콕콕 쑤셔서 다시 보기는 참으로 어려운 영화기도 하죠.


  많은 벛꼿, 흩날리는 눈발 등 많은 파티클이 있는 멋진 영상이 일단 눈에 들어옵니다 ㅎ 거기에 더해 영상을 살펴보다 보이는 특이점을 꼽아보자면, 위 ef 오프닝 때도 그런 점이 엿보이지만, 배경에 있어 물체들의 외각선이 거의 없어지거나 살짝 있는 수준이라는 점이죠.


- 왼쪽이 초속 5 센치미터, 오른쪽이 구름의 저편, 약속의 장소 -


  이전까지는 물체들이 존재감을 보이는 검은 외각선을 가지고 있어 멋진 풍경이라도 이것은 그림이라는 것을 느껴주게 하지만, 초속 5 센치미터로 와서는 이러한 외각선이 거의 없어지게 됩니다. 거의 무선에 가까운 배경들로 인해 덕분에 현실적이면서도 그만의 덧칠을 통해 환상적인 화면을 보여주고 있지요. 덕분에 갈려나갔을 배경러들에겐 묵념 ㅜ




- NHKアニクリ15 [猫の集会] - NHK 아니쿠리 15 '고양이의 집회' (2007) -


  가볍게 쉬어가는 영상입니다 :) 집사가 주인님을 대하는 태도가 되먹질 못해서 주인님들이 어떻게 집사들을 혼낼까 상상하는 내용 ㅋㅋ NHK에서 방영한 15명의 애니메이션 감독들이 1분씩 만들었던 애니메이션 중 하나로, 어렸을 때 즐겨본 애니메이션 처럼 소박하고 부드러운 맛을 내려 노력했다고 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만든 영상 중 가장 가볍게 즐길 수 있는 애니메이션이 아닌가 싶습니다 ㅋㅋㅋ



- 信濃毎日新聞CM - 시나노 매일신문 광고 (2007) -


  나가노 현에 방영되었던 시나노 매일신문 짧은 광고. 15초도 안되는 광고지만 이게 앞으로 나올 신카이 마코토의 광고 영상 전설의 시작일 줄은... 이때부터 짧은 광고 영상에도 불구하고 머리가 멋대로 뒷이야기를 보충하여 마음을 동하게 하는 영상들이 만들어지기 시작합니다.



- minori 사의 ef - the latter tale - (2008) 오프닝 - emotional flutter (Kor sub) -


  minori와 신카이 마코토 협업 그 5번째. 그리고 마지막인 ef - the latter tale - 게임 오프닝. the first tale의 오프닝이 워낙에 넘사벽이라 두번째 시리즈인 이 오프닝은 어떨가 걱정반 기대반으로 기다렸는데 과연 굉장했던 영상을 보여준 신카이 마코토 감독입니다. 1분 20초경 계단에서 내려오는 롱 테이크 씬은 그냥 넋놓고 봤습니다. 몰라 뭐야 이거 무서워.


  수면, 비, 눈물, 바다, 물방울, 물튀김 등등, 물에 대한 연출을 이것저것 시도해본 듯한 영상입니다. 이후 언어의 정원에서 아주 잘 쓰이게 되죠. 사실 이때 신카이 마코토는 런던유학중이라 자신이 말하길 처음 콘티와 마무리 찰영만 맡고 나머진 minori의 스탭이 기합을 넣고 만들었다고 합니다. 립서비스를 생각해야겠지만 사실이라면 그동안 같이 일한 minori 스탭의 경험치도 상당히 쌓였단 거겠지요 ㄷㄷ


  이 이후에 minori는 홀로서기를 하며 신카이 마코토 풍(?) 초 고퀄러티 게임 오프닝 동영상을 두 개 쯤 더 만들게 됩니다. 이 minori에 대한 이야기도 많은데 아쉽지만 이 글은 신카이 마코토에 관한 것이므로 이번엔 넘어갑니다. ㅜ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이쪽으로~(eden 오프닝, 스피파라 오프닝)



- 星を追う子ども - 별을 쫓는 아이 (2011) -


  아 이 말 많은 별을 쫒는 아이가 등장했습니다. 딱 봤을 때 첫 작 별의 목소리와 뭔가 관련된게 아닌가 싶었지만 좀 달랐지요.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란 별칭이 하도 따라다니다보니 너무 의식한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스튜디오 지브라 작품의 오마쥬가 강하게 느껴지는 영화입니다.


  영상미는 제가 신카이 마코토 작품을 하도 봐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상당히 힘을 빼고 동화적으로 그린 감이 있습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이 스스로 상당히 타협했거나 마음대로 놀지 못 한 느낌마져 받네요. 하긴 판타지 영화라 초속 5cm 처럼 현실의 물체를 자세히 그릴일이 적은 것도 한 몫하겠지만.. 뭔가 그다움이 잘 느껴지지 않지요.


  거기에 스토리는 맥거핀의 남발, 긴장감 떨어지는 뜬금없는 전개, 거기에 특히나 지하세계의 아가르타의 여러 설정모순으로 보이는 듯한 장면에서 설명 혹은 공감 부족으로 인한 세계관 받아들이게 하는데 실패하는 등 아쉬운 점이 많았던 영화입니다. 특히 아가르타로 불리는 지하세계로 간다면서 부력이 없는(?!) 숨을 쉴 수 있는(?!) 물 아래로 들어갔는데, 이후 지하세계란 곳에서 해가 뜨고 지고, 구름도 있고 어리둥절하게 만드는게 한 둘이 아님니다. 대체 어떤 세계인지는 오롯이 관객의 상상에 맡기고 있지요.


  잠깐 지하세계 아가르타라고?


- 별의 목소리의 한 장면. 시리우스 성계 제 4 혹성 아가르타 -


  첫 장편 작품 별의 목소리에서 히로인이 마지막으로 가는 곳이 시리우스 성계 제 4 혹성 아가르타인데? 그렇구나! 이제야 이해가 가네요! 별을 쫓는 아이에서 아스나가 그 베타 아쿠아라는 이상한 물을 지나 간 뒤 바로 여기로 워프한 것이였군요! 그렇다면 지하세계라고 하는데 해가 왜 뜨고 구름이 있는지 바로 이해가 되지요!


  그렇다면 왜 아가르타의 기술이 왜 쩌는지도 바로 이해가 되네요! 바로 타르소니언이나 불리는 외계인의 기술이였다는 것이죠! 별의 목소리에서 타르소니언에게 기술을 빼내 워프까지 할 수 있게 된 것처럼, 별을 쫓는 아이에서는 아가르타에서 기술을 빼내어 인류가 발전한 것이죠! 아 이제야 이해가 되네!


  앞서 별 관련이 없다고 했지만 취소합니다 ㅋㅋㅋㅋ



- 大成建設テレビCM「ボスポラス海峡」- 타이세이 건설 텔레비전 광고 '보스포러스 해협' (2011) -

   신카이 마코토 광고 시리즈 2. 왠 건설회산가 하면 아무래도 신카이 마코토 감독 아버지가 니이츠구미라는 건설사를 운영하다보니 그래서 연이 닿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때 시도했던 것이 다른 물체에서 반사광을 받는 것을 강하게 그 물체의 색체로 표현하여 마치 일러스트와 같은 느낌이 나게 한 점이지요. 이러한 연출은 이후 언어의 정원에서 무진장 써먹게 됩니다.





대중 속으로 가는 첫걸음을 떼다 (2013~2015)


- 『言の葉の庭』"The Garden of Words" - 언어의 정원 (2013) -


  정말로 정말로 좋아하는 작품인 언어의 정원. 전반적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성장이 두드려진 작품입니다. 적절한 스피드로 흘러가는 안정된 호흡을 가지고 진행하면서도 무리없이 이해가 가는 스토리, 거기에 더해 영상에 있어 무리해서 반짝이는 빛의 연출을 보여주지 않고도 적재적소에 빛을 정말로 잘 깔아두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거기에 그의 특기로 꼽히는 세밀한 물체 표현과 음악과의 조화를 가진 영상으로 그때 그때의 인물의 감정을 보이는 연출까지. 이 분이 대박이 칠 날이 멀지 않았구나 생각하게 만들었던 작품입니다.

 

- 앞서 보스포러스 해협 터널 CM에서 언급했던 물체의 반사광 활용. 주연 두 명의 클로즈업땐 거의 무조건 등장한다 -


- 아 이건 움짤로 봐야 제맛인데... 이러면 누군가 올려주시겠지 -


  작중 스토리상 비오는 장면이 매우 큰 비중으로 등장하는데, 그것만으로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점과 단점을 모두 잘 써먹었다고 생각합니다. 비-물의 세밀한 표현은 그의 장점을 상당히 살렸고, 빗소리가 내내 계속 감싸안고 있어 여전히 약간 정적인 듯한 전개도 안정되게 느껴집니다.


  신카이 마코토 감독 자신이 '처음으로 "사랑"의 이야기를 만들었다' 라고 한 작품이기도 하죠 ㅋㅋㅋ 이전까지의 커플들이 그렇게 된 이유가 다 있었어 ㅜㅜ. 두 외로운 현대인이 인연도 약속도 없이 어떤 일상에서 빗나간 패턴으로 만나 서로 위로하는 듯한 이야기였습니다. 결말도 여운을 남기면서 잘 끝냈고요. 46분이라는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는 것이 아쉬울뿐...




- 野村不動産 CM [だれかのまなざし] - 노무라 부동산 제공 '누군가의 시선' (2013) -


  광고를 만들냈더니 단편을 만들었어? 1편. 누군가의 시선 입니다. 이게 광고였어? 라는 광고 낚시로도 유명한데, 사실 정확히 따지면 광고라기는 좀 그렇습니다. 이 노무라 부동산 그룹이 프라우드 박스 추수 감사절이라는 이벤트를 하는데 그때 상영할 애니메이션을 만들어 준 것이지요. 뭐 유튜브에 올려서 노무라 부동산 띄었으니 광고라고 하면 광고겠지만...


  나레이션이 상황 설명이나 심리 묘사를 하기보다, 이 가족을 바로 옆에서 관찰하던 친한 이웃 할머니가 설명하는 것 처럼 작품 인물 중 하나가 된 것처럼 작품의 구조가 된 연출이 재밌습니다. 속마음을 어느정도 추측해서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그녀와 그녀의 고양이의 고양이와 비슷하면서도 다르지요.




- 大成建設のCM 「スリランカ高速道路」 - 타이세이 건설 광고 '스리랑카 고속도로' (2013) -


  타이세이 건설 광고 2번째 시리즈. 짧은 영상에서 많이 함축된 감성적인 스토리를 짜내는 솜씨가 아주 그냥 워워.

광고 첫번째와 언어의 정원에서 쓰였던 물체 반사광은 어느새 사라졌습니다.


- 株式会社Z会 「クロスロード」- 주식회사 Z회 수험생 응원 광고 '크로스로드' (2014) -


  광고를 만들냈더니 단편을 만들었어? 2편. 주식회사 Z회는 인터넷강의사이트인데 한국의 옛날 싱크빅 비슷하게 문제집을 우편으로 전달 받으면서 문제 풀어 다시 보내고 채점받아 공부하는 것도 판매한다고 합니다. 위 '누군가의 시선'과 달리 이건 확실히 광고라 Z 회 시험지가 딱 등장하지요 ㅋㅋ


- 평소엔 이런 광고 만드는 Z 회 =_=; -


  일단 수험생과 나아가 고민을 안고있는 청소년을 널리 응원 할 수 있는 작품을 목표로 한 작품입니다. 대학가면 연애할 수 있어 시골의 소녀, 도시의 소년. 이 두명이 크로스 하면서 만나는 연출은 바로 이 다음 장편 작품 '너의 이름은' 의 모티브가 되어 잘 써먹었죠.



- 大成建設のCM「ベトナム・ノイバイ空港」 - 타이세이 건설 광고 '베트남 노이바이 공항' (2014) -


  커다란 등을 가진 아버지, 그에 반발하던 청소년기, 이윽고 어느샌가 아버지의 길을 따라가게 된 자신. 단 30초지만 특유의 따듯한 연출로 저 진부하다면 진부한 주제가 감동적으로 다가오고 있는 광고입니다. 특히 처음 유아기땐 정말 크게 보이다가 청소년기 시선에서 작아보이는 아버지의 등을 구도만으로도 잘 표현하고 있습니다.



그 밝은 빛을 화려하게 뽐내기 시작하다 (2016~)





- 君の名は。- 너의 이름은. (2016) -


  두 말할 것 없는, 일본 제작 애니메이션 중 2위의 매출을 달성한 너의 이름은. 입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넘사벽 작품인 센과 치히로의 모험 빼고 모든 작품을 넘어 이 자리에 입성했지요. 저도 아직 이 예고편밖에 보지 못 했기에 자세히는 모름니다.ㅜ 국내 개봉 일자를 보고 일본에 이 영화를 보러 가야하나 진지하게 고민도 얼마나 했는지.


  일단 예고편만 보면 그동안 현실적인 연예를 그려왔던 것에 비해 좀 더 유쾌하며 역동적인 전개를 가지는 대중적인 테이스트로 다가온 것 같습니다. 시종일관 진지한 분위기가 깔려있던 전작들에 비해, 유머스러운 장면도 많을 것처럼 기대됩니다. 어딘가 가슴 한켠이 시려와서 보기 힘들었던 전작들에 비해 그야말로 즐길 수 있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장편 작품이 나오지 않았나 싶네요.

 


- サントリー天然水「君の名は」cm - 산토리 천연수 '너의 이름은' 광고 모음 -


  전작 언어의 정원에서 산토리의 맥주, 차, 생수 등을 자주 내보내서 목마르게 하더니, 결국 산토리 천연수 전용 광고까지 나왔습니다 ㅋㅋㅋㅋㅋ 영화보러 극장에 들어가기 전에 생수 하나 사서 들어가는 걸 추천드림니다. 전작 언어의 정원 보러 간 사람으로서 정말로 추천드려요(진지, 근엄). 보진 않았지만 저 목 넘기는 소리 분명 배경 무음 상태로 상당히 돋보이게 들릴 겁니다.ㅋ


  나오기 전부터 이 커플이 이루어지느냐 마느냐로 많은 예상이 오갔는데, 그걸 지켜보며 갑자기 떠오른 것이 '커플성립 이전에 말이야, 서로 꿈에 몸이 바뀌는 기묘한 인연을 가지고 있어도 그게 꼭 두 사람의 사랑으로 이어진다는 건 아니잖아?' 라는 꿈도 희망도 없는 생각이 먼저 듭니다. 이게 다 이 사람 이전 작품들 때문에 그래요 ㅜㅜ


  영화도 보지 않고 더 이야기하는건 힘들어 보이기도 하니, 이 작품의 대한 마무리는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홈페이지의 소개글의 마지막 글을 따오는 것으로 마치겠습니다.

- 마지막으로, 이 홈페이지를 봐 주시는 옛날부터의 [DEEP] 팬 들에게. "너의 이름은."는 나의 과거 작품의 모티브도 듬뿍 담고 있습니다. 물론 새로운 요소도 많지만 과거 작품들을 열심히 보신 분이라면 그 연속성과 더 발전한 점을 알아 주실 겁니다. 아이부터 어른까지 많은 관객이 즐길 수 있는 영화를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만, 이 영화를 가장 즐길수 있는 것은 역시 여러분입니다. -




마무리


  신카이 마코토. 그가 미야자키 하야오처럼 앞으로 이런 흥행 작품을 적어도 2편 이상 꾸준히 낼 수 있을지는 아직은 모름니다. 꽤 운이 좋았다고 하는 분들도 있고요. 하지만 미야자키 하야오 이후 그의 작품을 뛰어넘는 흥행을 맛이라도 본 첫 감독이며, 이 글의 영상들을 보신 여러분이라면 그의 이번 '너의 이름은'의 대박이 그저 운은 아님을 보셨으리라 생각합니다.




신카이 마코토 관련 이야기 출처 - 신카이 마코토 공식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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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초에 모야시몬 이라는 갓 만화 갓 애니메이션이 있었습니다.


  이 모야시몬은 일상생활에서 접할 수 있는 각종 균들을 캐릭터 화 한 여러 귀여운 캐릭터들과

학부때부터 교수님께 잡혀서 1학년 때부터 실험실에서 랩돌이 생활을 시작한 병아리 학부생들의 즐거운(?) 이야기였지요.



- 귀여운 균들 ㄷㄷ..-


  그리고 최근에 저쪽 블로그에서 애니 오프닝 엔딩 복원 하다가 만화책 완결난 걸 알고 다시 끌까지 읽고 난 뒤...


저는 강림을 받았습니다. 



지름신이 내려오신 것이죠!




그리고 왔습니다. 아마존 재팬에서 뒤져서 직구&배송대행 사용해서 막 도착한 참입니다. 플라스틱 피규어랑 털인형 중 뭘로 할까 고민했는데 모야시몬 캐릭터 특유의 귀여움은 털인형이 잘 살리는 것 같아 구매했네요.




왼쪽부터 

유명한 항생제인 페니실린을 생산하는 푸른 곰팡이인 Penicillium chrysogenum

단백질을 아미노산으로 분해하고 탄수화물을 당분으로 분해하는 균으로 감칠맛과 단맛을 이끌어내 동양의 많은 발효식품에 사용되는 Aspergillus oryzae

참깨시들음병과 같이 식물에 병을 일으키는 곰팡이인 Fusarium vasinfectum 입니다.


  좀 더 사고 싶었으나 많은 애들이 품절이였고.. 푸른 곰팡이와 오리제는 프리미엄까지 붙어서 조낸 비쌌습니다. ㅜㅜ


아 근데 한마리 더 있어요.









... 오리제 코스프레 ver. 인형입니다. 




일단 존나 큽니다. 







분명 전 이 녀석을 샀는데...? 다른 녀석들과 마찬가지로 신장 130mm 짜리를 샀는데...?





배송상의 착각이였는지, 등록상의 오류인건지, 아니면 이 제품 하나밖에 안 남아 있어서 대신 보낸건지는 도저히 모르겠습니다만, 아무튼 엄청나게 큰게 왔습니다. 어쩐지 고작 털인형 4개의 배송대행 가격이 존나 비싸더라.






너무 커서 어떻게 사진을 찍어도




표정이 더러워 보입니다만, 실제로 보면 꽤 귀엽습니다. 


  달려있던 상표에  prize only라고 적혀 있던걸 봐선 일본의 대형 인형뽑기(UFO 캡쳐)의 상품이였던 것으로 보이는데 어쩌다가 이런게 제 손에 들어온건지...





  이런 크기의 녀석을 둘 곳이 없어 일단 침대 한켠에서 빚어버릴 녀석을 기다리게 놔뒀습니다. 마치 그 인간이 멸망해가는 세상에 존재하는 요정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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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obby~/=picture=] - 러브라이브 10주차 특전 필름을 받아왔습니다.


  러브라이브 10주차 특전 필름을 받아온 뒤 이걸 어떻게 할까 하다가, 비록 미묘한 인물샷이지만 인물샷인게 어디냐! 를 외치며 기념삼아 필름 인화를 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필름 사이즈가 다르다고 거절당하고..


  슬라이드 필름 이라고 거절당하고...


  


  충무로에 유명한 사진집에서도 반려당하고..ㅜㅜ..


그러다가 하나 찾았습니다.





종로에 있는 20년의 전통 종로칼라 라는 사진관입니다.


여기서는 필름 받자마자 사이즈 물어보시고 바로 필름스캔해서 뽑아주십니다. 


저 말고도 많은 사람이 이미 갔는지, 콘서트 장면 등, 소위 대박 레어라고 부를 수 있는 필름들이 여럿 인쇄되어서 주인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그 와중 B3 사이즈 정도 되는 포스터도 발견 ㅋㅋㅋ




 아무튼 거기서 뽑아온 실물입니다. 4x6 사이즈로 기본료가 3000원인데 한장 뽑으나 세장 뽑으나 가격이 같다 하셔서 3개 뽑긴 했는데 필름간의 차이가 매~~~우 미묘하군요ㅋㅋㅋㅋ 확대되니 우미의 저 약간 불편한 듯이 뒤 돌아보는 표정이 더 잘 보입니다 ㅋㅋㅋㅋㅋㅋ 



액자에 넣어두고 그것은 우리들의 기적 ver 피규어들과 원샷! 어. 음..




 system - 사진속의 우미가 '나는 왜 피규어가 없는 거야' 하며 씁쓸해 하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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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일주일간 부모님과 함께 가족여행으로 일본 간사이 지방에 다녀왔습니다. 본래 여행 갔다오면 음식사진으로 위꼴을 일으키는 것이 순리입니다만 더 임펙트가 강한 일이 생겨서 먼저 글을 적고 있습니다 ㅋㅋㅋ



  두둥..!!

  간사이 지방 체감 기온 평균 39도라는 대구보다 더할 지옥같은 날씨에서도 열심히 돌아다니면서 관광을 했습니다. 그러나 각자의 소망과 요망을 하나 둘 감춰야 한다는 가족여행이라는 한계 때문에 덕국의 덕력이 넘치는 곳에는 가지 못 했었습니다. 꿈과 희망의 최신오락기 게임의 천국 일본에서 오락실에 단 몇 시간도 들르지 못하고 마지막 날이 되어버렸지요. ㅜㅜ  (숙소가 반다이 남코 직영점 바로 근처에 있었으나...)


  그렇게 불완전연소하여 뭉실뭉실한 기분을 안고 일본을 떠나는 날, 밤 늦게 잡은 비행기 시간 덕에 시간이 조금 남아서 어느 대형 쇼핑물에 들르게 되었습니다. 이미 여독에 지쳐 쇼핑은 별 관심이 없었으나, 저기 저 쇼핑몰 목록에 보이는 저것은 바로 NAMCO 직영 게임센터!!! 부모님과는 나중에 만날 약속을 잡고 드디어 소중하디 소중한 개인시간을 얻어 랄라룰루 ㄱㄱ~


  하지만 그곳은 쇼핑물에 오는 부모님들이 쇼핑에 별 관심없는 어린애를 던져두고 가는 곳이라고 온 몸으로 주장 하는 듯 어린이용 게임 밖에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심지어 온가족의 리듬게임까지 없던 곳이였습니다 ㅜㅜ 그나마 있던게 타임크라이시스4 달랑 한개ㅜㅜ 금새 흐를듯한 눈물을 머금고 동전 한개로 타임 크라이시스4를 대충 멍하니 한손으로 비스듬하게 쏘며 플레이하다 15분뒤 죽어서 뭔가 다른 거 할 꺼 있나 하고 본 것이 바로


인형뽑기!



  인형뽑기는 잘 하지 못합니다. 아니 한번도 뽑은 적이 없습니다. 언제나 시험삼아 하고 돈만 버리고 에잉 하며 돌아가는 게 일상이였지요. 대체 인형뽑기라는 것은 인형을 뽑을 수나 있게 만드는 걸까요? 고수들은 어떻게 기계 하나를 비울 기세로 뽑아간다고 하나 저에겐 그냥 로또보다 낮은 확률의 도박으로 그냥 재미삼아 돈좀 버리고 오는 저금통일 뿐이였습니다. 게다가 요즘엔 한판에 500원이라는 무시무시한 가격이더라고요.

  거기에 뭐 일본에선 인형뽑기가 아닌 UFO 캣쳐라고 부르는 듯 상품도 인형이 아니라 돈이 없어서 관심이 없던 피규어들 이고요. 하지만 며칠동안 남코 직영 오락실 바로 옆을 지나가며 희망고문 당했었고, 드디어 하나 찾아 왔다 싶었더니 할 게임도 없고, 그런 어디에 풀 수 없는 짜증에 뭐라도 챙겨야 겠다 라는 생각이 들어 인형뽑기를 시작했습니다.


  처음에는 라스베가스에서 재미삼아 룰렛이나 한번 돌려보고 가듯이, 지폐하나 비싼 100엔 동전 만들어서 다 써보기나 하자라는 생각이였지만 하다보니...



 

  뽑아버렸습니다. 2개나; 태어나 처음으로 인형뽑기에 성공했습니다. 그게 피규어라니



   딱 봐도 캐리어를 옆에 잡고 있으며 여행자 티를 내는 사람이 온 집중을 다해 한손으로 인형뽑기를 하고 있으니 구경꾼도 하나 둘 왔습니다.ㅎㅎㅎㅎ 커플에 아줌마 아저씨에 어린 얘들에 ㅋㅋㅋㅋ  마지막에 이르러 거의 끝에 매달려서 상자는 동전 몇 개째 밀당하고, 손에 가득 쥐고 있던 동전은 이제 몇 개 안 남았고, 관객들도 숨죽여 지켜보다 마지막 뽑히는 순간 옆에 사람들이 "와!""오!""오메데또~(축하해요~)" 하며 축하해 주었습니다.


  친절한 점원은 봉투에 상자 넣어주면서 "러브라이브 피규어, 러브라이브 피규어가 뽑혔습니다! 축하드림니다!!!" 라고

전체방송을 때려버리더군요. 헐 님하 자제요




  아무튼 생애 첫 인형뽑기 성공을 했다는 사실에 흥분해서 그동안 불완전연소 되었던 기분은 훨훨 날아가고 애지중지 집에 가지고 왔습니다. 쇼핑몰에서 부모님과 다시 만나 인형뽑기에서 뽑았다고 하니 마치 도박에서 이익을 보고 온 듯이 쳐다보셨습니다.ㅋㅋㅋㅋ  그리고 비행기에서 버스에서 부딪칠라 후덜덜 하면서 모셔왔습니다. 하하하


 



  사진기술이 부족하나 대충 찍어보았습니다. 정녕 이것이 인형뽑기 피규어의 퀄러티란 말입니까! 게다가 저 한발로 서는 밸런스라니! 노조미는 조금 미묘하지만 호노카는 확실히 귀욤귀욤을 내뿜고 있습니다. 아래 구도 사진은 없습니다.


  그런데 개봉해서 방에 놓아두고 나니 방 안의 덕력이 급상승해버렸네요. 2D만 좀 있었는데 결국 3D로 진화하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버렸다고 할까요. 친구들이 늘어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ㅋㅋㅋㅋ 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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