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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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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랜만에 깊-은 잠을 자고 아침이 밝았습니다! 결국에 여행의 마지막 날이 왔습니다. 여행의 마지막 날은 어떤 여행이었든 어느 이유에선 간에 각별하겠지만, 오늘 이 여행 이후에는 당분간은 어딘가로 가지도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니 더욱더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오늘 한국으로 가는 비행기는 오후 7시 너머로 꽤 여유 있게 잡긴 했지만 오늘 또한 돌아다닐 곳이 아직 많습니다. 

 

  그래도 아마 어제처럼 이야기할 것이 그렇게 넘치진 않겠지요? 하하. 어제는 정말 농밀하게도 이세시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런 고로 분량에 여유가 조금 있으니 지금 있는 이 게스트 하우스를 좀 소개를 해볼까요? 지금 막 일어난 침대는 사진과 같습니다. 사실 침대라기보다는 나무로 된 받침대에 요가 좀 깔려있는 모양새지요. 언젠가의 기숙사 생활이 생각나네요. 컨센트는 하나밖에 없으니 꼭 멀티탭을 챙겨야 합니다.

 

  게스트 하우스의 부엌을 탐사하는 건 처음인데 이렇게나 기본적인 요리에 필요한 것들이 갖추어져 있는지는 몰랐습니다. 재료만 사 온다면 밥해먹는 것이 크게 어렵진 않겠네요. 어젯밤엔 아마 동남아에서 오신 분들이 양파를 졸이고 졸인 카레를 해 먹던데 정말 냄새가 좋아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자카야에서 듬뿍 먹고 와서 망정이었지요.

 

 부엌 한쪽의 상자 안엔 근처 빵가게에서 가져왔다는 빵을 100엔에 사 먹을 수 있습니다. 빵 하나를 꺼내 오븐에 데운 뒤 어제 사 왔던 푸딩과 그리고 녹차로 어제와 대비되는 조촐한 아침상을 차렸습니다. 빵을 살짝 오븐에 굽기만 했는데 왜 이리 맛있을까요. 

  

  아침을 즐기는 동안 식탁 건너편에 게스트 하우스의 집주인도 같이 앉아 아침을 먹으며 잠시 수다를 떱니다. 어디서 왔냐, 어디 갔었냐, 어제 그 강가의 벚꽃길은 지금 이 시기에만 잠깐 핀다는 등등. 타카야마에서 여기까지 왔고 타카야마에선 아직도 눈이 내린다고 하니 살짝 놀라는 눈치입니다.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을 읽고 여기로 왔다고 하니 아쉽게도 모른다며 한번 봐야겠다고 하십니다. 소설은 일본어로 읽었냐고 하는데 한자 때문에 읽고 쓰기는 도무지 못하겠다고 해줍니다. 한자 싫어요. 세종대왕 만세

 

  게스트 하우스에 가끔 일하러 오는 여자애가 있다는데 게스트 하우스에 한국사람이 오면 꼭 만나고 싶다고 맨날 그런다고 합니다. 하지만 오늘은 아쉽게도 일하러 오지 않았다고, 또 오라고 하시는데 가까운 시일 안에 방문하는 건 힘들겠지요.

 

  6일간의 짐이 쌓여 무거운 여행캐리어을 이 계단으로 오르내리고 해야 된다는 게 이곳의 가장 큰 슬픈 단점입니다. 그러고보니 타카야마의 그 좋은 게스트 하우스도 계단으로 캐리어를 끌고 오르내리는 게 힘들었지요.

 

  어딘가 동화 속 건물처럼 보이는 게스트 하우스를 뒤로하고 걷다가 돌아서서 한 장 찍으니 일본에서의 숙박은 이제 끝남을 자각하는 이 기분이 참 오묘합니다.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밟는다. 길고 긴 언덕. 경사 자체는 대단하지 않지만, 어쨌든 계속 언덕이다. 역시나 숨이 찬다. 페달을 밟는 다리가 마비 될 것 같다. "힘내."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게스트 하우스 바로 앞에 있는 버스 정류장에서 버스를 타고 오늘은 이세 신궁, 그 중에서도 이세 신궁 내궁을 향하여 갑니다. 외궁이 가깝긴 한데 굳이 먼 곳을 향하는 이유는 반쪽달에서 주인공 커플-리카와 유이치가 데이트하러 간 곳이 바로 내궁이거든요! 어제는 주인공 애들처럼 자전거였지만 전 오늘 편안하게 버스를 타고 갑니다. 어제 경험한 언덕길은 이제 사양입니다.

 

  버스로 편안-하게 가다 우지교 정류장에서 내리자마자 보이는 기념품 가게에서 한 캐릭터가 반겨줍니다. 아마 너무 성적으로 매력적이라는 이유로 이세시 옆에 있는 시마시의 공인 캐릭터에는 선정되지 못한 비공인 캐릭터 아오시마 메구가 있습니다. 그래도 어째 인기는 있는지 이젠 이세 시도 포함되어서 여러 물건이 팔리고 있네요. 가게 아저씨가 슬쩍 보더니 SNS에 홍보 좀 해달라며 기념품 하나를 살짝 건네줍니다. 그때의 아저씨, 늦었지만 전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이곳 주변 관광지도입니다. 지금이 저 아래 우지 다리인데.... 엥? 어젯밤 그 밤 언덕길을 자전거로 30분 동안 고생해서 갔던 사루타히코 신사가 여기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습니다.... 어제는 그냥 돌아가설 쉴걸.....

 

 " "여기서부터가 신궁이야." 우지교의 바로 앞에서 나는 말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내궁이 시작하는 우지교 앞에 왔습니다. 이 토리이부터 내궁인가 봅니다. 일요일이라곤 해도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무슨 일이라도 있나?

 

  옆의 천막에서 무언가 줄이 길게 서 있길래 뭔가 해서 진행요원 같은 분에게 살짝 물어보니 헤이세이 시대에서 레이와 시대를 맞이해 이름을 서명해 기원을 올리고 기념으로 떡 같은 것을 받는다고 합니다. 그러고보니 일본에선 이제 곧 레이와 시대가 시작됩니다. 헌 시대를 보내고 새 시대를 맞이한다는 느낌으로 여기에 오는가 봅니다. 더불어 이 신사는 일왕의 직계 조상이라는 태양신 아마테라스 신을 모시는 곳이니 더욱 찾는 사람이 많나 봅니다.

 

  그런 의미도 있어 그런지 다른 신사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토리이를 지나고 신사를 향해 가볍게 목례를 하는 사람들을 볼 수 있었습니다. 일본에서 신토와 일왕에 대한 것은 생각보다 깊게 자리 잡아 있나 보군요.

 

"그래, 겨울은 지나갔다. 앞으로 봄이 찾아올 거야. 벚꽃이 필 거야. 이스즈강의 기슭이 파릇한 풀로 둬덮일 거야. 강에 물고기가 만드는 파문이 몇 개나 퍼지겠지."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나무로 된 우지교로 이스즈강을 건너가며 찰칵. 여기가 내궁의 숲을 둘러싸듯 흐르는 이스즈강입니다. 

 

"리카는 하나, 둘, 셋 하고 석등을 세기 시작했다. 석등은 대체로 십 미터 정도의 간격으로 세워져 있었고, 그 앞을 지날 때마다 리카는 숫자를 세어간다. 이십 일, 이십 이, 이십 삼─."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나무로 되어있으니 석등은 아니고... 목등? 아무튼 등롱과 신사내의 벚꽃나무를 찍어보았습니다. 어제 미야가와 강변처럼 많진 않지만 간간히 서있는 벚꽃나무가 신사에 봄이 왔음을 알려주고 있습니다.

 

" 긴 바가지로 물을 퍼서 리카의 손에 부었다. "차가우니까 기분 좋다. 신에게 인사하러 가기 전에 몸을 깨끗이 하는 거지?" "아, 으응. 그렇다고 하더라고." 윽, 그런 것까지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리카와 유이치가 장난을 치던 곳을 지나가며 본당을 향하다 보면

 

" 나도 모르게 헤헤 웃으며 사진을 보는데, 리카가 이름을 불렀다. 나와 리카는 이스즈강 근처에 있었다. 황실의 조상인 아마테라스 오오미가미를 모시는 이세신궁, 그 앞길에 흐르는 이스즈 강줄기를 본뜬 라인이라고 한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옆길로 사람들이 몰려있기에 뭔가 했더니 이스즈강입니다. 모래알을 셀 수 있을 것만 같이 물이 정말 깨끗합니다. 송사리처럼 생긴 조그만 물고기가 그늘 아래 헤엄치고 있네요.

 

  이외로 이 근처엔 벚꽃나무 없이 초록 빛깔만 가득합니다. 돌아다닐 때마다 만나다 보니 어쩌다 일본 강가=벚꽃길이라는 선입견이 머릿속에 박혀있었네요.

 

  본전으로 가는 사람들이 많은 큰길 옆 오른쪽으로 빠져나가면 조용히 나무로 둘러싸인 산책길이 있습니다. 굳이 사람 많은 길로 가지 않고 산책길로 들어서 느긋하게 걸어봅시다.

 

  가다보니 이스즈강을 건너는 다리가 있습니다. 여긴 또 어디로 향하는 다리일까요?

 

  언젠가 교토 고쇼(왕궁)에서 보았던 것 같이 나무로 몇 겹씩 쌓은 방식으로 지붕을 얹은 조그만 신사가 있습니다. 어찌 한자 옆 히라가나를 읽어보니 카기히신사인거 같은데 더는 모르겠군요. 대부분 본전 쪽으로 가기에 여기는 사람은 얼마 없습니다만 여기까지 오는 사람도 적진 않더군요. 무언가 차이가 있나?

 

  다시 다리를 건너고 쭈욱 가다보니 큰 건물과 마주합니다. 참배하는 곳은 아니고 따로 기도실이나 매점이 있는 건물입니다. 건물 안 쪽에 어떤 한 가족이 갓 중학생이 된 것처럼 새 교복을 입은 아이들과 함께 개인 기도실에 들어가곤 하네요. 앞으로의 기원이라도 올리는 것일까요?

 

" "아아, 부적이구나. 집에 이세신궁 것을 붙여 놨는데." "나란히 붙이면 효과가 훨씬 좋다고 해요." "호오? 그런가?"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 사진을 찍고 줌을 당겨보니 무언가 미니어처 건물 같은 부적이 있습니다. 아니 부적이라는 말이 맞기는 할까요? 슬쩍 가격표를 보니 가격은 대략 자비가 없습니다. 적어도 오천엔에 큰건 몇만엔이 넘고 있습니다. 이 정도 가격이면 신사 짓다가 남은 나무로 만들지 않았을까 할 정도네요. 아니 그러지 않으면 이 가격의 설명을 할 수 없습니다. 

 

"투덜거리면서 걷는 내 옆을 리카는 즐거운 듯 걷고 있었다. 긴 머리가 살랑살랑 흔들리고 있다. 드디어 신궁의 가장 안쪽에 도착했다. 계단을 다 올라간 곳에 본전이 있다. 분발해서 나도 리카도 백 엔짜리 동전을 던져 넣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사람들의 흐름에 따라 안쪽으로 가다보니 중간에 가이드가 설명을 하기에 옆에서 살짝 훔쳐 듣고 갑니다. 듣자하니 내궁은 시계 반대방향으로 도는 코스로 되어있고 외궁은 시계 방향으로 도는 코스라네요? 나중에 외궁도 가볼까요. 추가로 문을 여는 방향이 안쪽이냐 바깥쪽이냐 하는 것도 다르게 되어있다고 합니다. 호오.

 

 "무엇을 빌었냐고? 물론 비밀이다. 손을 모으면서 살짝 리카의 모습을 엿보니, 리카는 꽤나 진지한 얼굴로 손을 모으고 있었다. 리카는 무엇을 빌었을까?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사람이 워낙에 많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본전에는 우리가 신사의 세전함이라고 흔히 생각하는 그 모양의 나무상자는 없고 그냥 여기 지붕 아래 바닥 전체가 세전을 던져두는 장소입니다. 이제보니 그 위에 딸랑딸랑하는 방울도 없네요. 그나마 반쪽달 일러스트에 있던 하얀 천은 매달려 있습니다. 하기서 방울이 있으면 그것까지 한다고 도저히 이 몰려드는 사람들을 소화를 못 시킬 겁니다. 조용히 보니 만 엔짜리 지폐로 매우 분발하신 분도 있습니다. 

 

  본전 안에선 누군가의 장례식이 치러지고 있었습니다. 생각 이상으로 신토는 일본인의 일생과 함께하는 모양입니다.

 

  이왕에 온 것 바로 돌아가지 않고 관광객 모드로 느긋하게 산책하며 시계 반대방향으로 이어진 길로 걸어갑니다. 여러모로 손기름이 묻어 반질반질한 나무, 창고, 그리고 또 다른 신사 등 여러 장소가 숲속 사이로 들어오는 햇살과 함께 이어집니다.

 

"깊은 연못은 초록으로 물들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8권 중 -

 

  그러던 중에 만난 내궁 내의 연못과 맞닥뜨렸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벚꽃나무는 연못에 비치며 마치 신카이 마코토 감독의 언어의 정원에서 본 장면과도 비슷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습니다.  

 

- 아베의 즐거웠던 한때. jpg -

 

 돌아오는 길에 무슨 기념관이 있기에 들어가 봤더니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아베 총리의 즐거웠던 한 때의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지금이야 뭐. 하하하하하. 한쪽 구석에서 차를 나눠주기에 한잔 얻어마시고 다시 돌아가는 길에 합류합니다.

 

"내궁의 길은 오하라이 마치나 오카게 요코쵸라고 불리고 있다. 이세의 옛 거리가 재현되어 있어 우체국 같은 곳도 옛 느낌을 내게끔 만들어져 있다. 하지만 내궁은 이세신궁에 오는 관광객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 나 같은 토박이들은 가까이 가지도 않는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우지교를 나와 오른쪽을 보면 옛거리를 재현한 듯한 거리가 있습니다. 진퉁 옛날 거리는 이미 타카야마에서 실컷 맛보긴 했지만서도 반쪽달에서 나온 먹을 것들을 봐야 하니 인파 속에 들어가 봅시다.

 

""멋지다! 우와, 굉장해!" 라고 하면서 옛 거리를 재밌다는 듯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둘러본다. 나는 그런 리카의 모습에 쓴 웃음을 지으며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이것저것 많은 가게들이 있습니다. 아 소고기 스시나 꼬치는 어디든지 있긴 한데 소고기를 뭐 그리 좋은 걸 쓰는지 정말 비싸서 결국 안 사 먹었어요. 아 이세우동도 있네요. 이건 아까 버스 내릴 때 봐 둔 곳이 있어서 일단 넘어갑니다. 전복 꼬치는 처음 보네요! 놀라운 가격 8000원! 패스! 관광지답게 가격엔 자비가 없습니다.

 

  이젠 마치 이세 공인 캐릭터 같은 메구는 옛 거리에서도 여기저기서 볼 수 있습니다. 생각보다 상품이 이것저것 있네요. 거기에 만쥬나 과자 같은 먹을거리도 참 많습니다. 일본애들은 특히 이런 만쥬들에 신경을 쓰는 것 같아요. 어디 기념품점만 가면 그 지역 만쥬만 몇 종류씩 있는 걸 보면 신기합니다. 당장 반쪽달 소설 속에서만 해도 이세 명산물이라고 하는 것이 5개는 훌쩍 넘어가는 것 같습니다. 아카후쿠, 나나코시 만쥬, 츠이타치모치, 아카후쿠 빙수, 아카후쿠 젠자이, 등등등

 

"우동을 먹은 후, 신궁의 뒤쪽으로 돌아 이스즈강의 강변으로 내려갔다. 나는 여기를 굉장히 좋아한다. "기분 좋다." 리카는 그렇게 말하고 물에 손을 담구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옛 거리에서 잠시 나와 뒤쪽 길로 살짝 돌아내려오면 너른 이스즈강 강변이 있습니다. 하얗게 빛나는 자갈들과 초록 빛깔을 품을 물의 대비가 참 예쁜 장소입니다. 어린아이들이 돌을 던지며 놀길래 저도 한 때 저수지에서 연습했던 별똥별 물수제비를 보여주고 갑니다. 으.. 오랜만에 하니 생각보다 잘 안 되네요. 분명 돌 모양이 안 좋은 탓일 겝니다.

 

  "나는 분해서 강바닥에 있는 돌멩이를 집고서 말했다. "리카! 하루살이 유충 볼래?" "뭐야, 그게?" "강에 살고 있는 벌레야! 벌레!" "벌레…." 리카는 굉장히 싫은 듯한 얼굴을 했다. (중략) "오지 마, 진짜! 유이치, 바보!" "어, 어이! 돌 던지지 마! 위험하다니까! 맞기라도 하면 어떡할 거야? 던지지 말라니까!"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이 강을 아까 신사내에서 아까 보긴 했지만 이 정도로 깨끗한 물이 이정도 넓이와 이만한 수량으로 있는 것은 오랜만에 보는 것 같습니다. 거기에 커다란 잉어가 이렇게나 깨끗한 물에서 헤엄치는 것은 처음 봐요! 슬쩍 물가의 돌을 들어 올려보았지만 딱히 유충이나 가재같은 것은 발견하진 못해 내심 아쉬움을 뒤로하고 옛 거리에서 먹어야 하는 것이 있기에 다시 옛 거리로 향합니다.

 

"─저기, 내 병실에 가자. 아카후쿠가 있으니까, 그거 같이 먹자." "아카후쿠? 그게 뭐야?" "몰라?! 아카후쿠를?!"
"응." "진짜야? 따라와봐! 빨리!" (중략) 그나저나 아카후쿠를 모르다니, 이세 지방에 있을 자격이 없다. 지금부터 한 상자를 통째로 먹여서, 아카후쿠의 위대함을 가르쳐줄 테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3권 중 -

"츠카사가 내민 것은 아카후쿠였다. 떡을 팥소로 감싼 화과자로, 이 지역 이세의 명물이었다. (중략) 나 참, 왜 다들 아카후쿠만 사 들고 오냐고."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일은 젖혀 두고 간호사실을 다 뒤져 봤지만, 찾고 있는 빨간 포장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없다고 생각하니 더 먹고 싶어졌다. 듬뿍 든 팔소. 부드러운 떡. 아아, 사랑스러운 아카후쿠는 어디로."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7권 중 -

 

  소설에서도 몇 번이고 튀어나오는 아카후쿠. 특히 사실상 스토리가 마무리되는 5권을 읽다 보면 계속해서 아카후쿠 아카후쿠 하며 세뇌를 할 정도로 튀어나옵니다. 보기만 해도 달아 보이는 형태인 이 아카후쿠는 직역하면 빨간복으로 아무래도 팥을 의미하는 것이겠죠. 팥의 빨간?색을 길조로 여기는 음식으로 여기는 건 동아시아 공통인가 봅니다.

 

"본점은 아니지만, 내궁 앞에 있는 가게에서 우리들은 아카후쿠 젠자이를 사먹었다. 리카는 계속해서 싱글벙글 웃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옛거리에 들어서자마자 오른편에 있는 가게에서 저도 아카후쿠 젠자이를 하나 먹기로 합니다. 아카후쿠는 딱 봐도 엄청나게 달아보여서 나중에 다시 온다면 먹기로 하죠.

 

""아카후쿠 젠자이? 그게 뭐야?" "아카후쿠 팔소랑 떡으로 만든 거야. 그거 정말, 끝내주게 맛있어." "아카후쿠 젠자이." 그렇게 중얼거리는 리카는 몹시도 진지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5권 중 -

 

  아카후쿠 젠자이를 시키면 이렇게 아카후쿠 젠자이와 매실장아찌와 무언가의 조림 그리고 차 한잔이 나옵니다. 언뜻 보면 팥죽에 구운 떡을 올린 모양이네요.

 

 " "아카후쿠 젠자이, 아카후쿠 젠자이, 아카후쿠 젠자이." 리카가 즐거운 듯이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중략) 그 뒷모습과 목소리가 마치 어린아이 같아서 나는 피식 웃고 말았다. (중략) "맛있어?" 물어보니 바로 대답한다. "맛있어."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떡을 팥에 찍어서 한입 물어보니 단맛이 입안에 확 퍼집니다. 한번 떡을 팥 속에서 한번 더 데웠다가 끝에만 살짝 물고 젓가락으로 당겨보니 만화처럼 주욱 늘어납니다. 이런, 옆사람이 슬쩍 보더니 웃네요. 아카후쿠에 들어가는 팥소로 만든 팥죽이라 그런지 엄청나게 달달합니다. 즉 엄청나게 맛있어요! 먹다가 단맛에 물릴만하면 시큼하고 짠 일본식 매실장아찌로 괴롭게 입맛을 한번 리셋하고 또 먹다 보니 금세 없어졌습니다. 다음에도 먹고 싶네요.

 

""나, 배고파. 이세우동 먹으러 가지 않을래?" 이세우동이란, 이세 특유의 요리로 매콤한 소스로 간을 한 우동이다. 보통 우동과는 상당히 다르다. 처음 맛을 보여 줬을 때는 충격을 받아서 먹지 못하더니, 어느새 이세우동은 리카가 즐겨 찾는 음식이 되어 있었다."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아카후쿠 젠자이로 살짝 허기는 채웠지만 그걸로 점심을 때우기는 아쉽습니다. 아까 우지교 앞에서 버스에서 내렸을 때 눈도장 찍었던 집으로 이세우동을 먹으러 갑니다. 30개 한정 300엔으로 할인해주기도 하고요! 대신 아까 옛 거리에서 본 이세우동은 그나마 조금이라도 무언가 쌓여있던데 여긴 고명은 거의 없는 모양입니다. 

 

"그러나 그 이세 우동에 리카는 충격을 받은 듯 했다. "뭐야, 이게?" 눈을 동그랗게 하고 그렇게 물어온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처음 보는 사람에겐 여러모로 충격적인 비주얼의 이세우동. 국물은 거의 없다시피 한 녀석이 그렇다고 찍어먹는 츠케멘도 아닌 것이 제 앞으로 대령해 나옵니다.

 

" "그치만 국물이 없잖아. 고명도 없어. 우동에 간장만 뿌린 거잖아." "뭐, 그게 이세 우동이니까." 후루룩거리며 마신다. 나쁘지는 않지만 역시 역 앞의 가게가 더 맛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면을 슬쩍 들어보면 엄청나게 진한 간장국물이 있습니다. 아니 그냥 간장이지 않을까 싶을 정도입니다. 오사카에서 먹었던 우동도 무진장 짯었지만 이건 국물을 마신다는 개념이 도저히 불가능한 녀석입니다. 유이치는 이세 사람이라 이 짠 국물을 마실 수도 있었던 걸까요?

 

  아 그래서 결국 맛은 어떠냐고요? 반쪽달 소설의 표현을 빌려오지요.

 

" "면이 아무 맛도 안 나! 그냥 삶기만 한 거잖아!" (중략) "혹시 맛이 없어?" "으─음." 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면을 먹고 있다. "응? 맛이 없어?" "으─음." "뭐, 뭐야! 어느 쪽이야?" "으─음." 다 먹을 때까지 리카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있었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이제 기차를 타고 돌아가기 위해 이세역쪽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고 가다 보니 버스가 이세 신궁 외궁까지 갑니다. 이왕에 왔으니 외궁도 들려보러 가시죠. 외궁이라 하면 왠지 내궁보다 규모가 클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와보니 내궁보다 더 작은 규모이며 사람들도 내궁에 비하면 많이 없고 한산합니다. 

 

  " 이세신궁은 20년에 한 번, 전체를 다시 지어 올린다. 천궁이라는 아주 옛날부터 이어져 오는 의식이었다. 천궁 시기의 이세는 거의 축제 분위기가 된다. "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6권 중 -

 

  대신 외궁에는 20년마다 신사를 다시 짓는 천궁의 흔적을 볼 수 있었습니다. 철거된 본전터의 흔적과 바로 그 옆에 같이 있는 본전을 볼 수 있지요. 내궁에 비해서 볼 건 많이 없어 본전만 찍고 역으로 향합니다.

  

  이젠 돌아가야 할 시간. 나고야로 가서 공항에 갈 순서만 남았습니다. 나고야에 가는 기차는 특급과 급행이 있는데 가격차이가 두배는 나니 적당히 급행을 타는 것이 주머니 사정에 이롭습니다. 대신 좀 더 시간이 걸리긴 하는데 어차피 자리도 텅텅 비어 앉아서 갈수 있겠다 느긋히 타고 가기로 합니다. 

 

  느긋한 기차를 타고 딱히 재밌지도 않은 바깥 풍경을 잠깐 보다가 2시간쯤 졸고 있으면 사람들이 발에 채이는 전파녀와 청춘남의 배경으로 잠깐 등장하는 나고야역에 돌아옵니다. 몇 장 더 찍긴 했는데 주제의 통일성도 유지해야 하니 부록으로 다음에 쓰도록 남겨두기로 하죠.

 

  나고야역에 도착하자마자 그대로 공항열차를 타고 공항에 들려 수속을 마치고, 나고야 공항인데 나고야 근처 특산품은 없는 공항 면세점에서 아는 사람들한테 나눠줄 도쿄바나나와 병아리 만쥬나 사고, 남은 마지막 동전들로 일본에서의 마지막 밥이 될 핫도그로 끼니를 채웁니다. 그동안 잘 먹다가 마지막 날에 와서야 매우 검소한 식사가 되었어요.

 

  마지막날은 생각보다 짧았던 것만 같습니다. 이제 몇 시간 후면 여행이 끝내니 다시한번 돌아다녔던 곳을 회상하며 새삼 다시 아쉬워지기도 하지만, 저의 학창 시절, 대학생 시절, 대학원생 시절을 함께했던 작품들을 하나하나 떠올려가며 섭렵해버린 이번 여행은 어느 때와 달리 풍부하며 특별한 장소로 가득했습니다. 앞으로 다시없을 터인 이런 이번 여행의 마지막은 학창시절 정말 좋아했던 이 소설의, 그것을 정말 기다렸지만 차마 오기를 바라지 않았던, 마지막 권의 마지막 문단으로 끝내려 합니다.

 

"또 오자."
상당히 힘주어서 리카는 말했다.
"또 오자, 유이치."
"응."
웃음이 나온다. 그렇게 진지하게 주장할 건 아니잖아.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one day 중 -

 

6일간의 나고야 없는 나고야 여행기 END.

 

=오늘의 루트=

게스트하우스 --> (버스) --> 이세 내궁 --> (버스) --> 이세 외궁 --> 우지야마다 역 --> 나고야 역 --> 쥬부 공항 --> 한국으로

재미삼아 세어본 여행기를 쓰며 사용한 이미지 양

1~2일차 - 114장, 3일차 - 201장, 4일차 - 140장, 5일차 - 144장, 6일차 - 66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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