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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dex]

1, 2일차 - 나고야 & 히다이치노미야 - 이키비나 (살아있는 히나) 축제 - 빙과 무대탐방

3일차 - 타카야마 - 빙과 무대탐방 + 너의 이름은 조금

4일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5일차 - 이세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6일차 - 이세 신궁 내궁  - 반쪽 달이 떠오르는 하늘 무대탐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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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제는 타카야마 구석구석을 돌아다녀 극도의 지침 속에 어떻게 잠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행히 오랜만에 이것저것 신경 안 쓰고 잠든 것 같습니다. 오늘은 드디어 이번 여행의 본 목적이었던 [휴양]을 위해 게로 온천으로 가는 날입니다!!!! 드디어 쉰다!!! 오늘은 쉬어주겠어!!! 다리야 발야 기뻐해라 오랜만에 휴식이다!!

 

  하지만

 

  게로 온천의 예약한 료칸의 체크인까진 시간이 좀 있으니 오늘은 잠깐 히다후루카와에 들리려고 합니다. 너의 이름은 에서 중간에 나와 작중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 곳이기도 하고 미즈하의 마을의 모티브가 된 것처럼 보이는 곳도 조금씩 있는 곳입니다. 흘러가듯이 나오는 장소긴 한데 생각보다 많이들 왔다간 모양이네요.

 

 

덕분에 배경으로 등장하지도 않은 오늘의 출발지 타카야마에서부터 이런 기념품을 팔고 있을 정도죠. 작중과 비슷한 끈의 가격은 35000원에 육박합니다! 끈은 어제 타카야마의 한 박물관에서 직접 만들었으니 구경만 하고 갑시다.

 

  꺼라위키에선 관광안내소에서 어제 이잡듯이 돌아다닌 빙과 무대탐방 지도가 있다고 하는데 이젠 없나 봅니다. 그 지도를 얻으려면 어제 간 자전거 렌탈샵이나 백파이프 카페로 가야 할 것 같네요.

 

  오늘은 타카야마-히다후루카와-게로온천 의 예정인데 기차 시간 계획을 짜기가 어려웠습니다. 시골이라 보통열차는 한 시간에 하나씩 다니고 중간중간 배치된 주황색 JR 타려면 거의 5배 가격인 1710엔을 내야 합니다. 으.. 일본 교통비 비싸요. 어제 빙과와 함께하느라 아직도 몸이 제대로 말을 듣지 않아 10시 20분 기차로 조금이라도 더 휴식을 청하고 출발합시다.

 

  2량밖에 없는 기차를 타고 가니 공항의 셔틀전철이나 마을버스가 생각나는 규모. 옛날에 일본의 더 시골에서 한 량짜리 기차를 탄 적도 있긴 합니다. 색깔이 진한 갈색이었나?

 

  기차를 타고 가다 보니 도중 과수원이 눈에 많이 띕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 아침 시장에서 타카야마 지역 사과를 들고 나오신 아주머니의 사과도 굉장히 달고 맛있었죠. 고도가 높은 지역이긴 한데 분지지형이라서 여기도 사과를 키우기 좋을 걸까요?

 

  자! 여기로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의 스타트를 끊습니다! 히다후루카와 역에 도착해서 나온 뒤에 오른쪽으로 향하면 이 광경을 볼 수 있는 육교가 있습니다. 그저께 갔었던 히다이치노미야역보다는 조금 더 나은 시골 역이네요. 

 

  그대로 육교를 그대로 건너 아주 정말. 정말로. 너무나도 잠깐 나온 신사 계단 장면을 위해 머나먼 신사를 향해 잠깐만 걸어가도 시골임을 일깨워주는 풍경을 바로 만날 수 있습니다.

 

  이 시절의 논은 참 미묘한 기분이 듭니다. 추수한 뒤의 밑동이 겨울이 지나도 사라지지도 않은 채 여기저기 굴러다니는데, 날씨는 웬만큼 풀려 밟아보면 발목까지 쑥 꺼지는 지뢰밭이죠. 그래도 밑동만 조심 스래 밟으면 어린아이 몸무게로는 어떻게든 논을 횡단할 수 있기도 합니다. 흙까지 꽝꽝 얼은 겨울쪽이 밑동이 바스락 하면서 밟히기에 이때가 걸어가기엔 느낌이 더 좋지요.

 

  논과 함께 쭈욱 10분쯤 걷다 보면 벌써 분지지역의 경계를 형성하는 산 근처에 도달합니다. 이쪽은 신사 정문 쪽은 아니고 후문 쪽으로 가는 길인데 미즈하가 있던 신사의 모티브가 되었을지도 모르는 어디에나 있을 돌계단이 있습니다. 

 

  이 계단 위에서 히다후루카와의 정경을 눈에 담을 수 있지요. 그런데 생각보다 가파릅니다 헥헥.. 아직 어제 탈진 직전까지 갔던 다리가 이 계단 올라왔다고 후들거리고 숨은 그새 가빠집니다.

 

   올라오고 나니 조그만 공원과 조용한 공동묘지, 그리고 한켠에 새로 태어난 아이의 안녕을 기원하는 사루보보의 그림이 같이 있습니다. 혼자 여행으로 인한 감수성 폭발의 영향인지 이곳이 히다후루카와의 사람의 일생이 함께하는 곳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며 걸어갑니다.

 

 공원을 끼고 돌면 신사로 올라가는 차도가 보여 따라가면, 옆에서 봄이 왔다고 자라는 여러 식물이 보입니다. 저건 원추리였던가요? 살짝 데쳐서 무치면 맛있죠. 어렸을 때 뒷산에선 원추리가 자라면 맛있는 건 아는지 미처 따기 전에 고라니가 한 발 앞서 뜯어먹곤 했습니다.

 

 산속에서 겨우내 내린 눈 녹은 깨끗한 물이 흘러내리고 있습니다. 이 주변 그늘에선 아직도 녹지 않은 눈이 보여요.

 

  케타와카미야 신사 자체는 크게 특별한 점은 보이지 않습니다. 어떤 신이 있는지라도 알고 가면 좋겠지만 딱히 관광객을 위한 푯말 같은 물건도 없군요. 그래도 꽤 넓고 큰 규모의 신사입니다.

 

  이 계단 때문에 여기까지 왔었죠. 아마도 신사의 딸이라는 것을 근거 삼아 여기에 타키가 물으러 오지 않았나 싶습니다. 단 3초동안 나온 장면때문에 여기까지 걸어오게 될 줄이야. 애니메이션과 실제 계단 사진은 꽤 다르게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뒤쪽에 있는 저 두 사람의 알콩달콩한 계단 가위바위보를 위해 디자인을 좀 바꾸지 않았나 싶습니다.

 

 

  신사에서 다시 역을 향해 걷다 보면 산에서 내려온 눈 녹은 물이 길 옆에 같이 흘러가고 있습니다. 오랜만에 보는 경치라 잠시 감회에 빠져 물소리를 듣습니다. 물소리 한번 같이 들으며 가시죠.

  제가 자랐던 곳에선 이런 콘크리트 벽이 구석이 무너진 곳이 있어 물이 새기도 했었습니다. 그 물이 새는 부위가 살짝 언덕 위에 있었기에 아래 이어진 하수구까지 물길을 만드는 놀이를 하곤 했습니다. 자연스레 침식과 퇴적을 배웠었죠.

 

 느긋히 걸어가다 보니 지붕 배수로에 앉아 촐싹거리는 중국 공식 해로운 새 인정도 받았던 참새가 일광욕을 하고 있으니 한 장 찰칵.  도라에몽은 뜬금없이 놓여져있길레 한장 찍었습니다. 지금도 있을까요?

 

  다시 역 근처에 왔습니다. 아무리 철길과 역 근처에서 생활권이 형성된다고 하나 교차로 바로 옆은 좀 시끄럽지 않을까 쓸때없는 걱정을 합니다.

 

  교차로를 건너다 말고 역의 반대편에서 한번 더 찍어봅니다. 그런데 사진이 기울어져버렸네요. 벌써부터 힘이 다했나 봅니다. 헥.

 

  다시 역 안에 들어와 너의 이름은 에서 인형옷 입고 나왔던 히다규 홍보 인형옷 사진 패널을 찍습니다. 마치 한국의 치킨가게의 선전을 닭이 하는 듯하군요. 기본적인 디자인은 사루보보에서도 많이 따온 듯합니다. 마을 규모로 봐선 축제 때나 인형옷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역 안 시설도 애니메이션에서의 묘사보다는 훨씬 낡은 모습입니다.

 

  문득 멀리서 다가오는 전철 소리가 들립니다. 생각하기에 앞서 발이 먼저 빨리 어딘가로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목표는 여기 막 도착했을 때 사진을 찍었던 그 장소!

 

  빙고! 전철이 역에 들어오는 애니메이션 구도와 어느정도 흡사한 장면이 찍혔습니다. 기차가 한 시간에 하나씩 들어오기에 거의 포기하고 있었는데 운이 좋았네요! 이 구도를 찍는 이 곳은 하도 사람들이 와서 그런지 아예 창문이 열린 채에 창문 아래엔 애니메이션 캡처 프린팅까지 있습니다.

 

  여기 와서 놀란 건 이런 조그만 시골 역에 기도실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너의 이름은 이 흥행한 곳을 간접적으로 알 수 있겠네요. 대체 어디에서 그렇게 많이 왔길래?

 

 너의 이름은 에서 잠깐 나온 꽤 깔끔한 택시 정류장. 택시 색깔은 다른 모양입니다. 너의 이름은에서 나온 여기서 멀리에 있는 버스정류장을 찾아 택시를 타시는 분이 있다는 모양입니다. 오늘 저는 이 히다후루카와에 10시 23분 도착 오후 1시 11분 아웃 일정이라 거기까진 가기엔 힘이 부치는군요. 마찬가지 이유로 먼 곳에 있을 고등학교도 패스.

 

  도서관을 향해 가는 길에 멋들여진 카페가 하나 있습니다. 이토모리에는 까페 하나 없다 하는데 여긴 그나마 조금 더 사정이 나은가 보군요.

 

  여러가지 디자인의 주택을 맛보며 사람 없는 길을 걸어가다 보면

 

  이토모리 주민센터와 거의 일치해 보이진 않는 낡은 건물과 거의 일치하는 히다도서관이 같이 있습니다. 

 

  이제 너의 이름은 유명세도 다소 사그라들었는지 도서관 저 구석에 아주 조그만하게나마 코너가 있을 뿐입니다.. 예전엔 영화표도 갔다 붙인 곳도 있다 하던데 이젠 남은 건 이 정도네요. 저 사루보보 히다규 인형 사고 싶은데 아쉽게도 파는 곳을 찾진 못 했습니다. 온 기념으로 방명록에 작게나마 한 줄 쓰고 옵니다.

 

  아침도 게스트하우스에서 주는 빵만 대충 먹었기에 슬슬 배가 너무나 고파옵니다. 일단 고헤이모치를 먹으러 이곳 후루카와 가게로 왔습니다.

 

  사실 떡집이라기보다는 기념품상점과 정식집이 같이 붙어있는 가게입니다. 저 오른쪽 아래에 고헤이모찌 용으로 포장된 떡도 팔고 있네요.

 

  이 된장소스 바른 고헤이모찌는 여기 메뉴에는 따로 없고, 말을 따로 하면 저렇게 구워서 주십니다. 대충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온 그 떡이 있습니까? 하고 물어보면  "아! 키미노나와! 있어요~." 하며 차와 방명록과 함께 주십니다. 오랜만에 보충하는 귀중한 칼로리와 따듯함에 잠시 쉬고 갑니다.

 

  고헤이모찌를 먹은 곳에서 조금만 더 걸어가면 타카야마 라멘을 팔았던 곳의 배경이 된다는 그 면 가게 집도 있는데, 위치나 건물 모양이나 딱히 닮은 구석이 안 느껴집니다. 굳이 공통점이라면 면 가게라는 걸 텐데...

 

 

  심지어 메뉴엔 타카야마 라멘도 없고 메밀국수가 주 메뉴입니다. 어제 타카야마 라멘을 타카야마에서 먹어서 다행이었네요. 오늘 먹으려고 어제 안 먹었었다간 먹지도 못 할 뻔했습니다. 메밀국수 또한 어제 점심으로 먹은 지라 또 먹기는 꺼려지네요. 만만찮은 가격도 가격이고요. 그냥 아까 대충 300kcal 정도 돼 보이는 고헤이모찌를 점심 삼아 이동하기로 했습니다. 저녁때 료칸에서 화려한 만찬을 기대하죠. (나중에 듣자 하니 아까 들른 후루카와 가게에서 타카야마 라멘이 있는 모양입니다.)

 

  원래 여기서 점심을 먹고 1시 10분 기차를 느긋이 탈 계획이었습니다만, 시간이 현재 12시로 한 시간가량 남았네요. 검색하다 나온 어느 블로거가 너의 이름은 에서 나온 건널목으로 추정되는 장소라고 하는 곳으로 가보기로 합니다. 구글맵에서 대충 편도 20~25분으로 뜨니 아슬아슬하게 갔다 올 수 있겠지요? 발&다리가 "휴양이래매!!! 휴양이래매!!!!!" 절규하지만 가만히 있는 것도 아까우니깐요.

 

  목적지가 생각보다 멀다보니 무대탐방하러 간다기보다는 사실상 강변 따라 산책하러 가는 거 같습니다.

 

 

  철로 되어있지만 너의 이름은 작중 콘크리트 다리와 비슷하게 생긴 다리라 찰칵. 실제 배경이 된 곳은 나가노쪽이라고 하더군요. 대충 어디냐고 하시면 일본의 저어어어기 동북쪽?

 

 

매우 복고풍스러운 포스터가 가득한 술가게를 지나

 

 금방이라도 바퀴가 빠질 것 같은 도랑과 집 사이에 오밀조밀하게 주차를 한 집을 지나

 

강가에서 날아가는 새 한 마리와 계속 계속 걸어갑니다.

 

  참. 지금 바람이 역풍이 장난 아니게 붑니다. 날아가던 새가 바람만으로 공중에 멈춘 채 활강할 수 있을 정도의 강한 바람이요. 으 역풍을 이겨나가며 걷다 보니 계획보다 시간이 지체되어 갑니다. 역시 구글맵의 계산 시간은 믿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바람을 맞으며 걸어 다니다 보니 천연 올빽 머리가 되었네요.

 

  마을의 외각에 있는 요양원으로 보이는 복지 시설을 지나면

 

  그동안 지겹게 시골시골 했지만 이제 정말 논밭만 보이는 경계에 도달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도 그 건널목까진 거리가 반 정도나 있군요.

 

  논길을 따라 걷다가 왼쪽을 보면 미즈하가 불평하며 지나가는 하굣길에 지나가는 논밭길(추정) 이라는군요.  조금은 비슷할 지도요?

 

 또 걷고 걸어 비닐하우스 옆에 있는 건널목을 건너서 더더욱 남동쪽으로 내려가다 보면...

 

  드디어 논 흙길이 이어져 있는 그 건널목에 도착했습니다! 헥헥헥헥헥... 오기로 어떻게든 도착했습니다. 조금 비용이 들더라도, 짧은 시간만이라도, 자전거를 빌릴 것 그랬습니다. 어제 자전거로 신나게 돌아다니다가 다운그레이드하여 걷기 시작하니 역체감 하난 확실하네요. 

 

  이 건널목 또한 여러 장소를 조합한 듯하게 그려졌기에 이곳도 조금 비슷한 장소일 뿐이긴 합니다. 그래도 이런 식으로 흙길에 이어져 있는 건널목은 처음 보는 것 같네요. 어찌 생각하면 나름 운치가 있는 장소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이제 돌아가서 게로온천에서 쉬는 일만 남았네요!

  

이제 터덜터덜 다시 역까지 돌아가는 40분이 남았습니다. 철길 따라 돌아가는 도중 2량짜리 열차를 찰칵. 갈 때 역풍이라 올 때는 순풍에 도움을 받을 줄 알았는데 개뿔. 돌아갈 땐 바람이 멈추었습니다. 

 

여기도 벚꽃 피면 좋은 정경이 펼쳐지겠네요.

 

강가 따라 걷다가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 뭔가 했더니 바로 옆으로 기차가 지나가는 길이였습니다. 

 

  가는 길과 일부로 다른 길로 돌아오지만 기차여행에서 바깥 풍경은 10분 만에 질리듯, 처음엔 고향에 간 것만 같았던 반가운 내음과 풍경들은 어느새 이미 일상이 되어버려 지겨워지고 말았습니다. 아니 그전에 다리가 죽을라 카고 있습니다. 자전거... 자전거..... 전 왜 자전거를...

 

??? 뉘 집인지는 몰라도 야심 차게 지은 집이 도중에 있습니다. 정처 없이 걷는 와중 이런 서프라이즈는 대환영입니다.

 

 

  논 사이에는 이런 길 같지 않는 길이 있곤 하죠. 어렸을 때에 빙의되어 장난 스래 총총총 걸어갑니다.

 

  오랜만에 보는 the 놀이터처럼 보이는 놀이터입니다! 지금은 보기 힘든 정글짐이 살아있네요! 저 줄지어 있는 타이어는 어렸을 때부터 어떻게 노는지 모르겠습니다. 뜀틀 삼아 짚고 넘어가기엔 너무 넓고요. 타이어를 밟아가며 사이사이를 점프하며 놀았죠.

 

 옛날 놀이터에는 저런 유격(?) 놀이기구가 있곤 했죠. 어린 몸들이라 다행이지 지금은 저런 곳에 올라갔다 잘못 내려왔다간 전치 몇 달입니다. 으 보기만 해도 발목 삔 곳이 다시 쑤셔오는 것 같습니다.

 

 몇 번째인지도 모를 건널목을 건너고 또 건너 걸어가다 보니...

 

  구몬 학원을 발견했습니다! 알고 보니 구몬이 일본산이었더군요. 일본 쪽 구몬 로고는 꽤나 귀엽네요. 저는 어렸을 땐 눈높이와 함께했었습니다. 또 어떤 게 있었더라요. 팩스로 받는 빨간펜? 

 

  언젠가 봤던 도쿄궁처럼 해자를 둘러싼 신사를 지나고 나면

 

  후우 역에 돌아왔습니다! 다리는 이미 후들후들하며 도착한 시간이 오후 12시 55분. 기차 시간에서 다행히 15분 일찍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역의 인포메이션 센터 옆에 이렇게 조그만하게 코인로커에서 올때 집어넣었던 캐리어를 다시 꺼내고 기차를 타러 갑니다. 여행하다보면 은근 코인락커에 넣을 때가 많아 너무 큰 캐리어는 가지고 다니질 않네요. 

 

  기차를 타기 전에 타키 일행이 지나가는 육교와 기차가 한 시간에 하나씩 있는 휑한 시간표를 마지막으로 한번 더 찍고 나면 이제 오늘 짧지만 멀었던 너의 이름은 히다후루카와의 무대탐방은 종료입니다~ 이제 게로 온천으로 가서 느긋히 보낼 거예요~~

 

  게로까지 가는 기차는 꽤 비쌉니다. 티켓은 지정석과 자유석이 있는데 자유석이 대략 오천 원~만원 정도 더 쌉니다. 이 시기엔 사람이 많이 없으므로 자유석으로 가지요.

 

  특히 자유석이 주로 기차 앞뒤 끝부분에 있는지라 이런 경치를 보려면 자유석을 고른 뒤에 타자마자 앞으로 가면 좋습니다.

 

  터널 안에서 사진을 찍다 보니 앞 유리창에 반사되는 걸 보고 앞쪽 사람들이 사진 찍다 인사도 하며 기묘한 사진이 탄생.

 

  타카야마를 지나 그저께 들렸던 히다이치노미야도 지나는데 높은 곳으로 올라가기 위해 마을을 반 바퀴 주변을 돕니다. 살짝 쏠리는 코너링을 느끼며 그저께 와서 본 경치를 기차에서 한번 더 보니 맛이 또 다릅니다.

 

  건널목이 보일 때마다 무언가 손짓과 혼잣말을 하며 옆에 지도와 끊임없이 확인을 하시더군요. 

 

  그렇게 계곡 사이사이 기차여행을 즐기다 보면 

 

  게로 온천에 도착합니다! 음.. 그런데 이전에 가봤던 온천마을은 다 산속에 조그마한 1층~2층 건물들이 다닥다닥 있던 곳만 가다가, 여기에 오니 이런 커다란 건물이 있는 풍경은 좀 낯설게 느껴지네요. 3대 온천이라고 부를 만큼 규모가 커서 그럴까요?

 

 역에서 셔틀버스를 타고 조금 달리면 오늘, 아니 이번 여행 휴양이란 주제를 이룰 주역이 되는 보센칸 료칸에 도착합니다.  7층 건물에 호텔 같은 곳이라 예전에 갔던 조그만 곳을 멋대로 상상했다가 약간 뒤통수를 맞았습니다. 타키도 이런 근처에서 하룻밤 묵었을 거라 생각.. 했지만 그곳은 완전 다른 곳이겠군요.

 

  여기저기 리뷰 사이트에서 받은 점수를 패로 만들어서 전시하는 모습. 료칸은 보통 1인 코스가 없는 편인데 여기 보센칸은 1인 숙박이 가능합니다. 물론 저녁과 아침식사 포함해서요! 빙과에서 등장했던 그 료칸이 1인 숙박이 가능하다고 알려졌으면 아마 그곳으로 갔을 겁니다. 음.. 되나요? 굳이 물어보진 않아서 모르겠군요.

 

  생각보다 넓은 방이라 뒹굴뒹굴하기에 모자람이 없군요. 창밖은 시원한 리버뷰입니다. 창문 밖이 바로 벽이었던 여행자 호텔이나 창문조차 없던 게스트 하우스에서 엄청난 업그레이드네요.

 

  뭔지 몰라도 스마트폰이 하나 있습니다. 대충 이 호텔 시설 소개와 이 근처 게로 온천의 가이드인 것 같습니다. 가지고 다닐 수도 있는 모양. 

 

TV를 틀자마자 갑자기 한국어가 나오길래 봤더니 한국 드라마가 나오고 있습니다. 이 장면만 보고 무슨 드라마인지 아시는 분이 있으려나?

 

  채널을 돌리다 보니 어느 고등학교의 취주악부 소개가 뜹니다. 어느 고등학교인지는 모르겠지만 꽤 유명한가 봅니다. 곧 나올 울려라 유포니엄 극장판이 문득 기대되네요.

 

  상 위엔 간단한 간식으로 떡과 표고버섯 조림이 있습니다. 타카야마 쪽 아침시장에서도 맛본 표고버섯 조림은 여기서도 꽤 좋은 맛입니다. 근데 간식으로도 먹긴 하나? 나중에 다시 온다면 몇 상자 사가야겠습니다.

 

  조금 쉬다가 아직 쉼이 부족하다 하는 다리의 주장을 묵살하고, 여기까지 온 김에 게로 온천 주변을 잠깐 돌아다녀 봅시다. 이 포스터는 누가 그린 건지는 몰라도 게로 온천 여기저지 장식되었있더군요.

 

  나가자마자 갑자기 축제 행렬과 마주쳤습니다. 뭔진 몰라도 일단 찰칵! 이번 여행은 은근히 운 좋은 만남이 있네요. 길이 좁은 만큼 행렬도 아담합니다.

 

  지금은 비성수기여서 그럴까요? 생각보다 열린 상점이 많진 않습니다.

 

  게로 온천. 게로게로. 무엇인지 아시는 분은 일본어를 꽤 하는 분일 겁니다. 여기서 온천물과 관련된 영물로 통하는 개구리를 위한 신사입니다. 히다이치노미야에서도 신사에서 저 개구리를 보았지요.

 

 평범한 안마 가게인가 했는데 18세 이상만 출입 가능하다고 되어있어 잘 봤더니 파칭코 가게입니다. Relax라..?

 

  다른 곳과 디자인이 혼자서 눈에 띄는 이곳의 온천물도 꽤 유명한 모양이더군요. 이 온천만 즐기고 가시는 분도 있는 모양입니다.

 

 한일 공동제작 드라마가 여길 배경으로 찍었다고 하지만 옛날 일이라는 걸 알려주는 양 변색된 포스터.

 

  지나가다 떡꼬치구이를 하나 삽니다. 점심을 벌써 고헤이모찌를 포함해 떡꼬치만 3개로 때우고 있습니다. 맛은 그냥 짭짤한 떡과 간장 탄 맛이었습니다. 그다지 취향은 아니네요.

 

 강으로 나오니 웬 찰리 채플린이 이런 곳에 너무나 슬픈 표정으로 쭈그려 있습니다. 위의 웰컴하고 너무나 대비되는 기묘한 모습.

 

  떡꼬치들만으로는 영 칼로리가 부족해 편의점에 들렸습니다. 그런데 많은 김치들과 순두부찌개 인스턴트 팩을 보고 놀랐습니다. 일본에서 순두부찌개를 상당히 좋아한다던데 이런 물건도 있군요. 예전에 오사카여행에서 들린 한식당에서 순두부찌개를 시켰습니다만 샐러드는 나오는데 김치는 따로 시켜야 돼서 참으로 슬펐던 적이 있었죠.

 

   넓은 강을 건너는 큰 다리를 건너다보면 건너편에 강가에 마련된 무료 노천탕이 있습니다. 그런데 탈의실도 없고 어떻게 사용들 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옛날에 주민이 걍 사용한 게 전통마냥 남아있는 걸까요? 보다 보니 간단히 족욕이나 하는 듯합니다.

 

  강을 건너면 매우 커다란 고양이가 앞을 지키는 커다란 기념품점이 있습니다. 이 길 건너편에도 못지않게 넓디란 기념품점이 있긴한데 저 고양이 때문에 눈길이 간 덕분에 여길 먼저 들어가게 되더랍니다. 여러분 이렇게 랜드마크라는 것이 중요합니다.

 

  기념품 종류가 먹는 거만 해도 수십 가지가 넘는 게 대단합니다만 그중에 특히 맛있었던 게 이 크런치 비슷한 과자. 공항에서 웬만한 기념품은 판다니 짐이 될까 봐 사진으로 찜만 해두고 갑니다. (하지만 나중에 땅을 치고 후회했습니다. 이 곳에서 파는 것 중 대부분은 공항에 없습니다.)

 

 기념품 중에 가장 독특했던 물건. 일본도 가위라니 대체 누구의 발상이죠? 그것도 대충 만든 것도 아니고 옆에 있는 설명을 보니 이 지역의 장인이 만들었다고 하나 봅니다. 

 

  타카야마에서 좀 더 따듯한 낮은 지대로 오긴 했지만 아직 벚꽃은 필랑말랑 밀당중입니다. 봄에 일본에 왔는데 벚꽃은 못 보고 갈 것 같은 불안감이 언습하네요.

 

  처음엔 게로온천 료칸에 오자마자 쓰러져서 방에서 굴러다닐 계획이었는데, 그동안 돌아다닌 관성 때문인지 여기 도착해서도 너무 많이 걷고 말았습니다. 바깥에 있는 족욕탕에서 잠시 휴식. 키에 비해 작은 발이라 다리보다 발바닥이 먼저 아파옵니다. 수고했다 짜식.

 

 간신히 숙소에 기어 돌아와 쓰러져 있으려니 어딘가에서 덜컹덜컹거리는 소리가 들려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기차가 다리를 건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 방 괜찮네요.

 

  목욕탕은 지하에 대욕탕이 하나 있습니다. 호텔료칸의 규모에 비해선 조금 작아보이는 욕탕과 노천탕이 하나씩 있죠. 저녁을 먹기 전에 한번 몸을 씻으러 갑시다. 아쉽게도 하루마다 여탕과 남탕이 바뀌는 기믹은 없나 보군요. 가는 도중에 온천탁구대가 있어 반가웠으나 이번에 같이 칠 사람은 없는 것은 조금 아쉽습니다. 온천은 평범했습니다. 특이할 점은 노천탕이 생각보다 약간 불안해질 정도로 바깥에 개방적이었다는 정도겠네요.

 

  목욕하자마자 오늘 저녁 만찬을 즐기러 가봅니다. 예약할 땐 영어로 가이세키 형식이라 적혀있는데, 가이세키라고 하면  보통 생각하듯 방 안에서 음식을 먹는 건 아니고 식당에서 한상 차려진 음식을 약간의 서빙과 함께 먹는 방식입니다.

 

  저녁 코스를 히다규 코스로 해서 히다규 고기를 또 먹을 수 있습니다! 여기서는 사진과 같이 전통조리방식대로 무슨 잎에 소스와 함께 쪄서 먹는 방식이죠. 안 그래도 녹아내릴듯한 고기가 더더욱 부드럽게 익습니다. 미친 밥도둑이네요.

 

   고기를 익게 하는 동안 차가운 전채부터 먹습니다. 이 새우는 대체 뭐길래 집게 다리가 이리 길답니까? 민물새우 중 하나인 징거미새우랑 닯게 생겼는데 그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민물새우는 처음 먹네요.

 

  여러 요리들과 돈코츠 국물 찌개. 이 진한 국물 맛이 정말 끝내줍니다. kya~

 

  산이고 바다고 여기저기 가리지 않고 다양한 요리들을 정말 맛있게 먹었습니다. 특히 양념에 절은 소고기의 감칠맛은 장난 아니어서 한 점 한 점 밥과 함께 아껴가며 먹었습니다. 기념품점에 보면 바로 불 위에 올려 바로 요리할 수 있게 잎을 포장한 것도 팔더군요.

 

  후우~ 아침과 점심을 대충 먹으며 보냇 더니 저녁은 끊임없이 들어갑니다. 밥조차 맛있어서 계속 퍼먹다 보니 저 밥 한 사발을 다 비웠네요! 평소 먹던 것의 2~3배는 먹은 셈이니 오늘은 소화제는 먹고 자는 게 현명할 것 같습니다. 

 

  저녁 과식 후 돌아오니 펴져있는 이부자리에 바로 쓰러져 뒹굴거리다가 슬슬 잠에 들려는 참에 또 덜컹덜컹 소리가 나기 시작합니다. 보기엔 좋네요. 보기엔... 이후 자려고 할 때마다 자정 근처 막차까지 덜컹덜컹 소리가 나서 잠에 들지 못합니다. 그냥 일어나서 한번 더 온천에 몸을 담그고 오지요. 후으으...저번 여행 때 밤하늘 아래 노천탕에서 별을 올려다보는건 꽤나 운치있었기에 이번에도 기대했으나 아쉽게도 저녁쯤 구름이 몰려오는 바람에 별을 보이지 않습니다.

 

  기차소리 때문에 막차가 다닐 자정까진 자긴 글렸으니 내일 이세에 가서 돌아다닐 작품의 복습을 실시합니다. 저 또한 하도 본지 오래된 거라 잊어버릴 것 같으니 말이죠. 다행히 오랜만에 봐도 지금 작품과 꿀리지 않게 재밌는 작품입니다. 어떤 것이냐고요? 그건 내일을 느긋히 기대해 주시지요.

 

  이렇게 게로 온천에서의 그동안에 비하면 아주 조금은 마음 편한 하루가 저물어 갑니다.

 

=오늘의 루트=

타카야마시 - (기차) - 히다후루카와 -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 (기차) - 게로온천

참고한 너의 이름은 무대탐방 구글맵

1. 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AW_DS7vu68SkEJmBlI7LavOolkY&ll=36.19630607824682%2C138.0820692328614&z=7

2.https://www.google.com/maps/d/viewer?mid=1cMuO7yZdi_Jvgh4KcCbAoXfK0t8&ll=36.75176688365327%2C136.0705921&z=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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